그녀가 거짓말 탐지기를 통해 대답한 사실들을 박시준은 알고 있다!정말... 박시준이 한 짓이란 말인가?박시준은 진명그룹의 시스템이 필요한 건가?이런 생각까지 하니 그녀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전화를 끊자마자 그녀는 방에서 나왔다.박시준과 성빈은 이미 저녁을 다 먹고 거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성빈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즉시 담배를 재떨이에 비볐다."진 아가씨, 뭐 할 이야기 있어요?" 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성빈을 향해 걸어갔다.그리고 성빈에게 말했다. "박시준 씨와 단둘이 할 얘기가 있어요." 성빈: "???"지금 가라는 소리인가?그는 당황해하며 황급히 몸을 일으키고는 말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 그럼 두 분이서 좋은 대화 나누세요. 같이 바깥에 나가서 산책도 하면서 바람도 쐬고요." 그리고 그는 떠났다.진아연은 성빈이 방금 앉았던 자리에 앉으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박우진이 방금 저한테 전화했어요. 카지노에서 도박하다 사람들한테 붙잡혔대요. 그들이 그의 손가락을 잘라 버린다고 했대요." 박시준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듯 했다.그도 카지노 관리인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었다.박우진이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고 있다고 말이다."그래서 마음이 안 좋나?" 박시준은 진아연의 입에서 '박우진'이라는 말이 나오자 마음이 심란했다."지금 감금한 사람들은 진명그룹 새 시스템 기술이 그에게 있는 줄 알고 이런 짓을 꾸민 거 같아요. 시스템을 내놓으라고 협박을 하고 있어요." 진아연은 또박 또박 이어서 말했다. "시스템이 그의 손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당신과...""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 박시준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고 손가락 사이로 담배 연기가 서서히 사라졌다."전... 그냥 물어보려고 온 거예요. 당신이 아니라면...""나야." 박시준은 차갑에 웃으며 말했다. "왜... 무릎 꿇고 살려 달라고 부탁하러 왔나?" 진아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당신이 죽으면 그때 무릎을 꿇을지 말지 고민
그녀는 아버지가 남긴 것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았다.앞으로 아무도 그녀의 것이라면 빼앗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그녀가 일부러 험한 말을 할수록 박시준은 그녀를 무섭게 보기보다는 우습게 봤다."왜 웃어요?" 진아연은 그의 올라가는 입고리를 보며 불안해했다."웃겨서." 그는 비웃으며 말했다. "독선적이지 않나, 똑똑한척 하질 않나, 그러다 결국엔 자기 무덤은 지가 파고 말지." 처음에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여기서 지 무덤 얘기가 왜 나오는건데?"됐고. 방에 들어가! 너만 보면 머리가 아파." 박시준은 표정이 급 어두워지면서 목소리를 깔았다."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당신 머리가 그렇게 아픈거라면 그건 병이에요." 진아연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당신 전문 주치의 있잖아요? 지금 부를까요?" 박시준은 꾹 참는 듯 이를 깨물며 말했다. "가라고!" 방으로 돌아온 진아연은 기분이 제대로 다운되였다.그녀는 노트북을 접고 침대로 가서 누웠다.사실 오래 전부터 그녀는 박우진을 사랑하지 않았다.오늘 만약 진희연이 전화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두 사람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을 것이다.박우진이 도박 때문에 붙잡혀 위험한 상태라 생각하니 이상하게 기분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다.과거의 모든 기억들이 천천히 떠올랐다.생각하기 싫은 추억도 있지만 말이다.과거의 모든 일들이 가짜처럼 느껴졌고, 그녀는 현재 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었다.현실이 어떤 모습인지도 모른 채, 거짓 속에서 살아가는 기분 말이다.복잡한 마음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그녀는 천천히 잠이 들었다.새벽 2시, 박시준의 정원으로 차가 한 대가 주차되었다.이모님은 야간 근무를 하고 있는 경호원에 의해 잠이 깼다.이모님은 서둘러 방에서 나와 잔뜩 화가 나 있는 박 사모님을 봤다."당장 가서 진아연을 불러와!" 그리고 박 사모님은 소파로 가 앉았다.이모님은 바로 진아연의 방으로 들어갔다.5분 뒤, 눈을 비비며 진아연이 거실로 나왔다."어
그가 완전히 내려오기 전에 그녀는 재빨리 방으로 들어갔다.박 사모님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아들 박시준이 다가오는 것이 보이자 상태가 조금 호전되었다."시준... 우리 아들..." 박 사모님은 박시준에게 천천히 팔을 뻗었다.박시준은 바로 달려와 그녀를 부축했다."... 하거라. 진아연과 이혼해... 내일 당장..." 박 사모님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미안하구나... 미안해...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내 잘못이야... 그렇게 불경한 여자를..."박시준은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줬다. "어머니, 저와 진아연의 일에 상관하지 마세요. 그리고 박우진의 일 역시 걱정하지 마시고요." "우진이의 손가락이 잘렸어...! 얼마나 아팠을까! 우진이는 네가 주도한 일이라고 알고 있더구나. 하지만 난 아니란 거 안다... 네가 어떻게 가족에게 그럴 수 있겠니? 넌 그런 아이가 아니야...""어머니. 이런 소리하실 거라면 집으로 돌아가세요." 그리고 박시준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진아연과 이혼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결정하기 전에... 누구도 제게 강요할 수 없습니다." 박 사모님은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너 설마... 좋아하게 된 거니? 그래서... 그렇게 형네 가족한테까지 등을 돌린 거니..."박시준은 어머니의 팔을 놓아주며 기사를 보고 말했다. "어머니를 집으로 모시세요." 그리고 그는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박 사모님은 아들의 단호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의 아들은 자신에게 너무나도 매정했다!모든 것이 진아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렇게까지 매정하게 변한 이유 말이다!진아연의 등장 하나로 집안 전체가 불안해졌다.진아연은 천장을 바라보며 벽에 기댄채로 침대에 앉아있었다.얼굴이 너무 아팠고.마음은 더 아팠다.얼굴의 상처는 며칠 안에 아물겠지만 그녀가 받은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다.괜찮다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해도 어느 날 갑자기 무심코 만진 상
모 대학 병원.진아연은 초음파 검사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음, 아이의 성장은 아주 정상적이에요... 5개월 차 되면 기형아 검사를 한번 받으러 오세요." 의사가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진아난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이 정도로 뭘. 네 엄마랑 난 학교 친구였단다." 의사는 초음파 사진을 주며 말했다. "네 엄마가 말했어. 아이의 아버지가 아이 낳는 걸 거부한다며. 그래서 이렇게 몰래 산전검사를 받으러 온 거라고. 아연아, 혼자서 쌍둥이를 키우는 건 많이 힘들 거야." 진아연은 초음파 사진을 받고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천천히 잘 키우죠, 뭐!" "그래. 그렇게 엄마가 되길 결심하면 된단다." 진아연: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다음에 올 때 다시 연락드릴게요." 엄마 친구와 인사를 나눈 뒤, 진아연은 검사실에서 나왔다."아이는 뭐래? 괜찮대?" 장희원은 딸이 검사실에서 나오자 바로 다가갔다."응. 건강하대. 엄마, 피곤하지 않아? 난 왜 이렇게 피곤하지!" 진아연은 계속 하품을 했다.어젯밤에 그녀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그것도 모자라 아침 6시에 집에서 나와 엄마를 만나기 위해 이곳까지 버스를 타느라 피곤했다.차로만 거의 3시간이 걸렸으니 말이다.길도 매우 험했다.오는 길에 진아연은 차에서 몇 번이나 잠이 들뻔한걸 참느라 고생했다.검사 결과도 정상이라고 하니 이제 불안한 마음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하루만이라도 편하게 자고 싶었다."호텔을 찾아서 좀 쉬다 갈까?" 장희원은 지친 딸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타들어가는 듯했다.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 "돌아가려면 3시간이나 걸리니깐. 먼저 돌아가자. 엄마." "... 밥 먼저 먹자. 아침 안 먹어서 많이 배고프지?" 장희원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병원 밖으로 나왔다."배가 좀 고프긴 하네." 진아연은 자신의 배를 만지며 말했다. "조금 달라진 느낌이 들어. 아직 배가 불러오지는 않았지만 배가 좀 딱딱해진 거 같아." 그리고는 어머니의 손을 잡아 자신의
"엄마도 알다시피... 임신 중에 약을 어떻게 먹어." 진아연은 이어서 말했다. "며칠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그 동안만 파운데이션 좀 두껍게 바르고 다니지 뭐." "어휴... 이것아! 얼른 더 자!" 장희원은 자신의 다리를 툭툭 치며 누우라고 말했다.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이제 하나도 안 피곤해. 폰 좀 확인해야겠어." 그녀는 휴대폰을 켰고 이모님의 부재중 통화 메시지를 받았다.다시 전화하려 했지만 버스 안에 사람이 많아 포기했다. 그녀는 돌아가서 어떤 핑계를 댈지 생각했다.그리고 뉴스 알림 메시지가 떴다.—박 씨 가문의 아들 박우진. 밤늦게 거액의 빚과 함께 카지노에서 쫓겨나!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기사를 탭 하였다.그리고 기사 안에서 관련 사진들을 보게 되었다.박우진이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진이 걸려 있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바로 진희연.못 보던 사이 진희연은 더욱더 성숙해진 듯했다.어젯밤 카지노에서 박우진이 빚을 지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녀는 지금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박우진과 함께 밤을 보냈겠지!진아연은 뉴스를 닫은 뒤, 카카오톡을 켰다.그리고 여소정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여소정: 아연아! 나 어젯밤에 하마터면 하준기랑 잘 뻔했어! 제길! 근데 갑자기 생리가 터져서...! [눈물을 흘리는 이모티콘]진아연은 충격 받은 채로 회신을 보냈다. 진아연: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여소정: 어젯밤에... 술을 마시는 바람에... 휴! 넌 모를 거다. 어제 생리가 터졌다고 말하자마자... 그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죽으려고 하더라. 그래도 뭐 생리대까지 사다 준 거 있지.진아연: 호텔 방에 있었던 거 아니야?! 여소정: ... 어제 그의 아파트에 같이 있었어. 그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가짜 연애를 하기로 했지만 그것까지 못 하게 하는 건 좀 그렇잖아!진아연: 응, 그래.여소정: 후후... 네 남편은 어때?진아연은 얼굴이 화끈거려 얼른 화제를 바꿨다.진아연: .
그의 한마디에 그녀의 마음의 벽은 쉽게 무너져 버렸다.아침 6시에 나가 휴대폰이 계속 꺼져 있어 연락이 되지 않아 이곳까지 찾으러 온 모양이다.그렇다는 건 그가 그녀를 걱정하고 있다는 의미이지 않은가?"어머, 박시준 군?" 장희원은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를 풀려고 아연이 대신 말을 꺼냈다. "어머, 우리 아연이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밖에 바람 좀 쐬고 싶다 해서 내가 데리고 나갔어. 미안하네. 아무 말 없이 데리고 나가서. 어머, 내 정신 좀 봐. 물이라도 한 잔 내올게!" 진아연: "엄마!" 박시준: "괜찮습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말을 했다.그러자 분위기가 더 이상해졌다."엄마, 저사람 곧 갈 거니깐 신경쓰지 마. 잠시 앉아 있다 가세요." 그리고 진아연은 엄마를 데리고 소파에 앉았다.마치 박시준에게 얼른 가라고 무언의 압박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그는 일어나 장희원에게 말했다. "그럼 전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장희원이 배웅을 해주러 했지만 진아연이 말렸다."엄마, 그럼 나도 가볼게. 오늘 고생했어. 푹 쉬어." 그리고 진아연은 박시준의 뒤를 따라갔다.밖으로 나온 진아연은 그에게 말했다. "앞으로 여기 오지 마요."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었고,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듯했다."당신, 걱정해주는척 할 필요 없어요."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정말 저를 걱정하는 거라면 저와 이혼해 주시면 돼요." 그리고 그녀는 빠르게 앞장서 걸어갔다.진아연의 작고 가녀린 뒷모습을 보며 그의 눈빛은 점점 짙어져 갔다.그와 그녀는 분명 가까운 곳에 있지만 마음은 계속해서 멀어져 가고 있다.병원.박우진은 새벽부터 일찍 병원으로 이송되어 손가락 봉합 수술을 받았다.손가락이 잘렸지만 잘 보존되었을 경우, 8시간 이내로 봉합 수술을 받으면 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완전히 정상적인 수준으로는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장애를 가지고 살지 않아도 된다.야간 수술이 끝난 뒤, 박우진은 오후 2시가 넘어
"앞으로 또 도박에 손대면 그때는 내가 직접 네 손가락을 잘라 버리겠다!" 박한은 화를 참으며 이를 악물고 아들에게 말했다."지금 방금 깨어난 애한테 그런 말을 왜 해! 설마 혼자서 그 많은 돈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분명 저... 여우 같은 진희연 때문인 게 분명하다고!" 박 부인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병실 밖으로 나가 진희연을 불렀다.진희연은 박우진을 슬쩍 쳐다보고는 죄책감에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박 부인 말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엄마... 희연이 탓하지 마... 어젯밤 일은 분명 누군가가 계획한 일이야. 일부러 돈을 엄청 잃게 만든 게 분명해!" 정신을 차린 박우진은 힘겹게 말했다. "분명... 박시준... 삼촌이 한 짓이 분명해! 진아연이랑 연애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날 죽도로 미워하는 게 분명해!" "네 삼촌 짓이라는 거 우리도 안다! 널 용납 못 하는 게 당연해! 네 삼촌이 네 아빠 체면을 생각했다면 이런 짓을 절대로 못했겠지!" 박 부인은 흥분하며 말했다. "네 삼촌은 성격 파탄자란다! 몰랐어?! 정상이 아니라고! 그러니깐 삼촌을 건드리긴 왜 건드려!" 박한은 아내를 병실 안으로 밀치며 말했다.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시준이와 나는 나이 터울이 많이 나는 형제라. 이야기를 해도 잘 통하지 않아서 사이 또한 딱히 좋지 않아! 박우진, 네가 그런 짓만 안 했더라면. 시준이 걔도 너한테 그런 짓까지 하지 않았을 거다! 다 네가 자초한 일이란 걸 왜 모르니! 니 엄마나 너나... 이제는 정신 차릴 때도 됐잖아!" 말을 마친 뒤, 박한은 바로 병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박 부인은 흐느끼기 시작했다.박우진은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엄마! 울지마! 다 나 때문인 거 맞아! 못난 아들이라 미안해...! 그냥 날 살려내지 말지...! 그냥 죽게 내버려 두지!" "우진아! 그런 말 하지 말아...! 네가 삼촌만큼은 돈을 많이 못 벌지만... 그래도 냉혈한 네 삼촌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따뜻해! 내 눈엔 니가 훨 나아!" 진희연
강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완전히 사실이라고 단정 지을수는 없지만. 분명 그와 관련이 있어." 강주승은 계속해서 말했다. "내가 여태껏 너한테 알려주지 않았던 이유는 전에 박시준이랑 사이가 나쁘지 않았고,그때는 다른 장점들이 그걸 커버할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야. " 강진은 오싹해지는 몸을 달래주기 위해 와인 한 모금을 마셨다."진아. 물론 박시준이 매력있는 남자라는 거 알아. 하지만... 그 역시 부족한 사람이야. 그를 너무 신처럼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야. 만약 네가 정말 그와 결혼한다면 난 매일같이 너의 생명안전을 걱정할거 같아." 강주승은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자르며 담담하게 말했다."그가... 그렇게 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야...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거 난 믿어." 강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가... 정말 그렇게 나쁜 사람이었다면 내가 몰랐을 리 없어... 내가 그의 곁에서 함께한 시간이 얼만데... 내가 모를 리가 없어." 강주승은 그녀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얼마 전에 그런 일이 있었지. 10년 넘게 도주한 연쇄 살인범의 체포. 근데 도망 다니던 10년 동안, 그가 연쇄 살인범이라는 걸 주변 사람들 모두 몰랐어. 다 그가 착하다고만 말했지... ""강주승! 그만해! 그건 너무 억지야!" 강진은 화를 냈다. "이건 내가 직접 판단하고 느낄 거야. 오빠가 간섭할 문제가 아니라고!" "그래. 내가 박시준에 대해 말하면 네가 이렇게 화낼 거라는 거 알고 있었어. 그래서 몇 년 동안 너에게 말해 주지 않은 거고." 강주승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럼 힘내고! 뭐 그를 포기하고 집에 돌아오고 싶어지면 언제든 환영해 줄게." 강진: "필요 없어! 나도 내 집 있다고!" "박시준이 꽤나 돈을 많이 주나 보네?" 강주승은 농담을 건넸다.강주승은 집안의 후계자와 상속인이었고 강진이 그의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다음, 그녀는 가족에게 돈을 한 푼도 요구하지 않았다."다른 건 모르겠고 확실히 좋은 보스야. 그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