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완전히 사실이라고 단정 지을수는 없지만. 분명 그와 관련이 있어." 강주승은 계속해서 말했다. "내가 여태껏 너한테 알려주지 않았던 이유는 전에 박시준이랑 사이가 나쁘지 않았고,그때는 다른 장점들이 그걸 커버할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야. " 강진은 오싹해지는 몸을 달래주기 위해 와인 한 모금을 마셨다."진아. 물론 박시준이 매력있는 남자라는 거 알아. 하지만... 그 역시 부족한 사람이야. 그를 너무 신처럼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야. 만약 네가 정말 그와 결혼한다면 난 매일같이 너의 생명안전을 걱정할거 같아." 강주승은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자르며 담담하게 말했다."그가... 그렇게 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야...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거 난 믿어." 강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가... 정말 그렇게 나쁜 사람이었다면 내가 몰랐을 리 없어... 내가 그의 곁에서 함께한 시간이 얼만데... 내가 모를 리가 없어." 강주승은 그녀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얼마 전에 그런 일이 있었지. 10년 넘게 도주한 연쇄 살인범의 체포. 근데 도망 다니던 10년 동안, 그가 연쇄 살인범이라는 걸 주변 사람들 모두 몰랐어. 다 그가 착하다고만 말했지... ""강주승! 그만해! 그건 너무 억지야!" 강진은 화를 냈다. "이건 내가 직접 판단하고 느낄 거야. 오빠가 간섭할 문제가 아니라고!" "그래. 내가 박시준에 대해 말하면 네가 이렇게 화낼 거라는 거 알고 있었어. 그래서 몇 년 동안 너에게 말해 주지 않은 거고." 강주승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럼 힘내고! 뭐 그를 포기하고 집에 돌아오고 싶어지면 언제든 환영해 줄게." 강진: "필요 없어! 나도 내 집 있다고!" "박시준이 꽤나 돈을 많이 주나 보네?" 강주승은 농담을 건넸다.강주승은 집안의 후계자와 상속인이었고 강진이 그의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다음, 그녀는 가족에게 돈을 한 푼도 요구하지 않았다."다른 건 모르겠고 확실히 좋은 보스야. 그
우선 마음의 벽이라는 큰 장벽을 부셔야 한다. 그 장벽을 부수게 된다면 분명 관계는 호전될 수 있을 것이다."그럼 그냥 아무 말 하지 말고 바로 선물을 보내 봐." 성빈은 그에게 조언을 했다. "음... 목걸이나 팔찌 선물은 어떨까. 여자들이라면 다 좋아하잖아." 박시준: "진아연은 그런 거 착용 안하는 거 같은데. 한 번도 그녀가 착용한 모습을 본 적이 없어." "그럼... 스킨 케어 화장품은 어떨까요? 여자들이라면 다 사용하니깐요." 조지운이 말했다.박시준: "그런 거 잘 사용하지 않는 거 같던데. 방에 갔을 때 폼 클렌징 외에는 보질 못 한 거 같아." 그렇다고 선물로 폼 클렌징을 선물로 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성빈은 진아연이 그런 여자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더 의외인건 ST그룹의 회장인 박시준이 몰래 여자방에 그것도 화장실까지 들어가 확인을 했다는 것이다!"그럼 그냥 폼 클렌징을 선물로 줘!" 성빈이 말했다.박시준: "폼 클렌징도... 잘 사용안하는 거 같던데." ......"그럼 옷, 신발, 가방은! 화장에는 관심이 없다 쳐도 매일 옷이랑 신발은 신고 다닐 거 아니야! 가방도 필요할 거고?" 성빈은 답답해하며 말했다. "그 나이에 어른한테 맞았다면 기분이 정말 안 좋을 거야. 네가 달래지 않으니까 아연 씨가 널 무시하는 거라고." 조지운: "사실 진아연씨는 다른 여자들과 많이 다르신 거 같습니다. 아직 졸업하지도 않았으니 물욕이 없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선물만 주면 오히려 역효가가 날 수도 있습니다." 성빈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사실 선물은 그저 보조적인 역할일 뿐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남자가 진심을 다해 행동해야 한다는 거야." 박시준: "예를 들면?" 조지운: "... 키스와 포옹 정도?" 성빈: "그렇지!" 박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네가 못할 거 같으면 우리가 도와줄게!" 성빈은 그의 굳어진 표정을 풀어주기 위해 말했다.그러자 박시준의 목소리가 커졌다. "너
진아연은 순간 당황했다.휴대폰을 도둑맞은 사실을 깨닫자마자 그녀는 두 다리로 힘껏 달려 쫓아갔다.얼마 가다가 그녀는 자신이 임신한 상태라는 것을 깨닫고 달리기를 멈췄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약 1시간 뒤, 박시준의 휴대폰에 이모님의 이름이 떴다."대표님, 사모님께서 휴대폰을 산책하시다가 도둑맞으셨습니다. 신고하러 경찰서에 갔지만 경찰은 그저 찾아내기 어려울것 같다고만 하네요. 사모님이 집에 돌아오셔서 많이 우셨습니다. 그 휴대폰에 중요한 정보가 많이 들어있다고 하네요. 지금도 방에서 계속 울고 계세요." 이모님은 참다못해 박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시준의 인맥을 이용한다면 휴대폰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사실 이모님은 진아연이 방에서 정말 울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렇게 말한다면 박시준이 도와줄 거라 확신했다.박시준은 오늘 밤 강주승과 약속을 잡았다.이미 그는 약속한 레스토랑에 나와 있었고, 강주승 역시 곧 도착할 예정이었다.이모님의 전화를 받은 후, 그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그 자리를 벅차고 나갔다.강주승이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을 때, 조지운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뭐죠. 박시준은 어디 있죠?" "강 회장님, 죄송합니다. 지금 회장님께서 집에 일이 있어 급히 떠나셨습니다. 대신 말씀을 전해 드리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조지운이 대신 사과의 말을 전했다.강주승은 픽 웃으며 말했다. "음, 사실인가요? 설마 갑자기 내가 보고 싶지 않아졌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조지운: "설령 보고 싶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렇게 쉽게 약속을 깨트리지 않으십니다. 굳이... 회장님께서 그러실 필요가 없으시죠." 강주승은 몸을 뒤로 살짝 젖히며 조지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음, 내가 아는 바로는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급한 일이라면 누가?" 조지운: "회장님 와이프죠." 강주승: "..."조지운: "사실 이번에 이렇게 자리를 마련한 것도 다 진아연 사모님의 일로 만나 뵙
박시준: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 사모님 이름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시준의 저택.진아연은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로 SNS 계정에 로그인하여 사람들에게 휴대폰을 도난당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그리고 그저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었다.만약 휴대폰을 훔친 사람이 바로 초기화를 시켜 판매할 경우라면 문제가 없다.하지만 휴대폰을 훔친 게 판매의 목적이 아니라면... 자신의 모든 사생활이 노출될까봐 두려웠다.그녀는 어지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숨을 쉬었다.이럴줄 알았다면 동네를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저 동네 산책이나 했던걸 그랬다!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 잠옷을 입고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로 갔다.샤워를 마친 그녀는 침대로 가서 누웠다.그리고 할 일들을 생각했다. 새 휴대폰을 산 다음, 번호 역시 새롭게 만드는 게 나을 듯 싶었다.누워서 그녀는 계속 몸을 뒤척였다. 쉽사리 잠이 들 수 없었다.문밖에서 급하게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누군가 방문을 노크했다."사모님, 주무세요? 대표님께서 방금 전화오셨는데 휴대폰을 찾으셨다고 합니다. 직접 경찰서로 와서 사인을 하셔야 한다고 하시는데... 만약 가기 싫으시다면 대표님께서 사인을 대신해서..."이모님의 찾았다는 말에 진아연은 방문을 벌컥 열고 나왔다."폰을 찾았다고요?" "네! 대표님께서 직접 경찰서로 가셔서 부탁했다고 합니다." 이모님은 머뭇거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혹시... 제가 대표님에게 전화해 말씀드려서 화나신건 아니죠?" 진아연은 고개를 세게 저었다.그녀의 휴대폰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 일에 그녀가 굳이 화가 날 리는 없었다.30분 후.진아연은 이모님과 함께 경찰서에 도착했다.진아연은 박시준의 손에 들려있는 자신의 휴대폰을 보았다.그녀는 식은땀이 쫙 났다."휴, 휴대폰 주세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진아연은 작은 손으로 그가 들고 있는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했다.박시준은 손을 높이 들어올렸고 그녀의 손은 허공에서 헤맸다."왜. 내가 휴대폰 볼까
진아연은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경찰서를 빠져나갔다.그녀는 서명도 하지 않고, 박시준의 손에서 휴대폰도 가져가지 않았다.박시준은 그녀를 대신해 서명한 후, 경찰서에서 나왔다.돌아가는 차 안.박시준은 그녀에게 휴대폰을 건네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폰은 보지 않았어." 진아연은 휴대폰을 다시 들고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하지만 내 폰에 뭐가 있는지 이미 알고 있겠죠." 박시준: "그렇게 중요했나? 배 사진." 진아연은 그에게 화를 내지 않으려고 참았다.어쨌거나 그는 그녀의 휴대폰을 찾아주려고 노력했다."박시준 씨. 만약... 낙태한 아이가 박우진의 아이가 아니라 당신의 아이였다면 죄책감이 좀 들까요?" 진아연은 휴대폰을 쥐며 그에게 물었다.박시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 보였다."설마... 시험관 시술을 말하는 건가?" 그가 잠시 멈칫했다."네." 진아연은 그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당신이... 당신 손으로. 당신 아이를 죽였어요. 죄책감이 들어요?" 그녀는 그가 조금이라도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랬다.그녀는 그가 냉혈한에 돈만 밝히는 사람이 아니기를 바랐다.박시준은 복잡한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할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말했다. "죄책감 따위 없어. ... 태어나지 않는 게 나아." 그의 말에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만약 당신의 부모님이 당신에게 이렇게 말해도 지금처럼 태연할 수 있을까요?" 박시준: "그랬다면 더 좋았을 수도 있었겠지. 진아연. 너처럼 모든 사람이 다 세상에 태어난 걸 감사해하진 않아."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그 말은 살기가 싫었다는 말인가?대체 왜?그의 어머니는 세상 누구보다 그를 사랑했고, 하는 일 모두 잘 되었고, 그의 곁에는 믿을 만한 사람들도 많았다...근데 그는 대체 뭐가 불만인 걸까.과거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혹시 우울증 있어요?" 방금 그가 한 말을 통해서 그녀는 내심 진
아침 식사 시간.두 사람은 테이블 양 끝에 앉아 있었고, 그녀는 두유를 그는 오트밀과 우유를 먹고 있었다."어제... 휴대폰을 찾아주셔서 고마웠어요." 그녀는 긴 침묵을 깨고 말했다."... 어머니가 네 뺨 때린 거. 미안해." 그 역시 끝내 말하고 싶었던 사과의 말을 전했다.진아연의 얼굴이 뜨겁게 달아 올랐다. "... 다, 당신이 때린 것도 아닌데. 사과는 왜 해요." "누가 됐든... 잘못된 행동이었으니깐." 그는 약간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 나 역시. 누가 내 얼굴에 손댄다면..."진아연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들어 그의 뺨을 가볍게 쓸어내렸다.그의 피부는 생각보다 부드러웠고 기분이 좋아지는 촉감이었다.박시준: "..."그의 눈빛은 한층 더 깊어졌다. 긴장된 듯 그는 마른 침을 삼켰고, 손에 든 두유잔이 살짝 흔들렸다."자, 그럼 이제 비긴 거예요." 그녀는 그의 눈을 피하며 두유 한 모금을 마셨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그리고 그의 뺨을 만진 손가락 끝은...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워졌다.그녀는 황급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갔다.뺨의 흉터는 어제보다 많이 나아졌고 아프지 않았다.그녀는 흉터를 다시 가리기 위해 파운데이션을 얇게 펴 발랐다.그녀는 더 이상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회사에서도 그녀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다.신화 투자 쪽도 매일 연락을 하며 약속을 잡으려 했다.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왔다. 다행히 박시준은 나간 듯했다."사모님, 회사 나가시는 건가요? 기사님께 모셔다 드리라고 말해 놓겠습니다." 이모님은 바로 기사를 부르러 갔다.진아연은 문 앞에 서서 기다렸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진 아가씨, 오늘 시간 괜찮으세요? 도와주실 일이 있습니다." 전화를 받았는데 성빈이었다.진아연은 당황해하며 말했다. "네? 무슨 일이죠?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성빈의 목소리는 확고했다. "네. 지금 집이신가요? 제가 데리러
만일 성빈이 집 앞에서 이 말을 했다면 진아연은 그의 차를 타지 않았을 것이다."성빈 씨, 그의 비위 맞추려고 하는 거 알아요..." 진아연이 말했다."비위를 맞춘다니요? 아연씨는 친구에게 선물을 준 적이 없나요?" 성빈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생일에 그는 항상 선물을 보냈어요." "음... 선물을 보내지 말란다고 해서 정말 안 보내신 건가요? 그 말은... 역시 그를 친구가 아니라 대표라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닌가요." 진아연이 이어 말했다. "저는 그냥 이 일에서 빼주시면 안 될까요? 만약 그에게 보낼 선물을 제게 대신 주신다면... 혹시나 제가 나중에 화가 날 때, 마음 편히 욕 못 할 거 같아요..." 성빈은 그 말을 듣고 당황했다.마음 편히 욕을 못 한다니?그녀는 박시준을 그렇게 대하고 있었다는 말인가?성빈은 자신의 상사가 그런 쪽으로 취향이 있었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다."아무튼... 다른 방법으로 갚으세요! 전 이만 가볼게요." 진아연은 자리를 뜨려고 했다.성빈은 바로 그녀의 팔목을 붙잡았다."아가씨, 올해 생일은... 사실 시준이에게 매우 특별한 날입니다." 성빈은 미리 진아연을 설득시킬 시나리오와 연기까지 준비한 상태였다. "작년 생일 이후, 아시다시피 큰 사고를 당했잖아요.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식물인간 상태였고요. 의사는 그가 정말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했어요... 우리 역시 그 말을 듣고 희망이 없다고 낙심했지만. 결국 그는 깨어났어요. 깨어나 줘서 다행히 지금 이렇게 올해 생일을 다 같이 축하해 줄 수 있게 되었고요..."이 말을 들은 진아연의 마음이 흔들렸다.솔직히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모자라 오랜 시간 식물인간 상태였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 것인가!성빈은 진심으로 박시준의 생일을 축하하고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이다."아가씨, 걱정 마세요. 너무 비싼 선물을 드리지 않을 거예요. 그냥 받아만 주시면 돼요." 라고 성빈은 말을 덧붙였다.진아연은 한 보석 매장을 가리켰다. "저런 곳은 너무 비싸요.
진아연은 지금 마음이 딴 곳에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성빈에게 물었다. "... 박우진 일은 박시준 씨가 시킨 일인가요?" 성빈은 당황했다. "네? 아니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박우진이 도박으로 빚을 져서 그런 게 아닌가요? 시준이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죠?" 진아연은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목을 축였다. "... 그가 자신이 한 일이라고 하던데요. 나보고 무릎 꿇으면 구해주는 거 생각해 본다고..." 성빈: "..."그 역시 물 한 모금을 마시며 말했다. "둘이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작은 일에도 아웅다웅 싸우는 게 연애라고 하지만... 일부러 그러는 거 맞죠? 설마... 뭐 욕하고 싸우는 걸 즐기시는 취향이 있습니까?!" 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취향 없어요. 그가 항상 절 화나게 만든다고요." "그래요! 시준이도 아마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 그래서 저는 그와 안 맞아요." 진아연은 물 한 모금을 다시 마셨다."아니, 다투는 것은 정상이에요. 다투는 것도 감정이 있어야 가능한 거죠." "그러다 결국은 다들 헤어지던데요." 진아연은 머뭇거리다 말했다. "... 강진이 그에게 더 잘 어울리지 않나요? 둘이 10년 동안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성빈이 말했다 "아무 감정이 없으니깐 아무 문제 없는거겠죠. 시준이는 강진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마치 호수의 물처럼 잔잔하죠." "아...잊을 뻔했어..." 그는 화려한 공주 같은 그녀를 좋아하잖아.점심을 먹은 뒤, 진아연은 택시를 타고 진명그룹으로 향했다.성빈은 구매한 선물들을 집으로 보낸 다음, ST그룹으로 향했다.박시준에게 오늘 자신이 한 일을 생색내기 위해 찾아갔다."와, 나 그렇게 선물사 본 거 처음이야. 무려 31개라고." 성빈은 가장 중요한 말을 덧붙였다. "행복해하더라고." 박시준은 고개를 들고 성빈에게 말했다. "확실해? 네가 강요한 거 아니고?" 성빈은 뜨끔했다. "... 너 거기 있었냐? 다 아네." 박시준은 눈썹 한쪽을 치켜올리며 조용히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