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성빈이 집 앞에서 이 말을 했다면 진아연은 그의 차를 타지 않았을 것이다."성빈 씨, 그의 비위 맞추려고 하는 거 알아요..." 진아연이 말했다."비위를 맞춘다니요? 아연씨는 친구에게 선물을 준 적이 없나요?" 성빈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생일에 그는 항상 선물을 보냈어요." "음... 선물을 보내지 말란다고 해서 정말 안 보내신 건가요? 그 말은... 역시 그를 친구가 아니라 대표라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닌가요." 진아연이 이어 말했다. "저는 그냥 이 일에서 빼주시면 안 될까요? 만약 그에게 보낼 선물을 제게 대신 주신다면... 혹시나 제가 나중에 화가 날 때, 마음 편히 욕 못 할 거 같아요..." 성빈은 그 말을 듣고 당황했다.마음 편히 욕을 못 한다니?그녀는 박시준을 그렇게 대하고 있었다는 말인가?성빈은 자신의 상사가 그런 쪽으로 취향이 있었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다."아무튼... 다른 방법으로 갚으세요! 전 이만 가볼게요." 진아연은 자리를 뜨려고 했다.성빈은 바로 그녀의 팔목을 붙잡았다."아가씨, 올해 생일은... 사실 시준이에게 매우 특별한 날입니다." 성빈은 미리 진아연을 설득시킬 시나리오와 연기까지 준비한 상태였다. "작년 생일 이후, 아시다시피 큰 사고를 당했잖아요.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식물인간 상태였고요. 의사는 그가 정말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했어요... 우리 역시 그 말을 듣고 희망이 없다고 낙심했지만. 결국 그는 깨어났어요. 깨어나 줘서 다행히 지금 이렇게 올해 생일을 다 같이 축하해 줄 수 있게 되었고요..."이 말을 들은 진아연의 마음이 흔들렸다.솔직히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모자라 오랜 시간 식물인간 상태였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 것인가!성빈은 진심으로 박시준의 생일을 축하하고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이다."아가씨, 걱정 마세요. 너무 비싼 선물을 드리지 않을 거예요. 그냥 받아만 주시면 돼요." 라고 성빈은 말을 덧붙였다.진아연은 한 보석 매장을 가리켰다. "저런 곳은 너무 비싸요.
진아연은 지금 마음이 딴 곳에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성빈에게 물었다. "... 박우진 일은 박시준 씨가 시킨 일인가요?" 성빈은 당황했다. "네? 아니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박우진이 도박으로 빚을 져서 그런 게 아닌가요? 시준이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죠?" 진아연은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목을 축였다. "... 그가 자신이 한 일이라고 하던데요. 나보고 무릎 꿇으면 구해주는 거 생각해 본다고..." 성빈: "..."그 역시 물 한 모금을 마시며 말했다. "둘이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작은 일에도 아웅다웅 싸우는 게 연애라고 하지만... 일부러 그러는 거 맞죠? 설마... 뭐 욕하고 싸우는 걸 즐기시는 취향이 있습니까?!" 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취향 없어요. 그가 항상 절 화나게 만든다고요." "그래요! 시준이도 아마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 그래서 저는 그와 안 맞아요." 진아연은 물 한 모금을 다시 마셨다."아니, 다투는 것은 정상이에요. 다투는 것도 감정이 있어야 가능한 거죠." "그러다 결국은 다들 헤어지던데요." 진아연은 머뭇거리다 말했다. "... 강진이 그에게 더 잘 어울리지 않나요? 둘이 10년 동안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성빈이 말했다 "아무 감정이 없으니깐 아무 문제 없는거겠죠. 시준이는 강진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마치 호수의 물처럼 잔잔하죠." "아...잊을 뻔했어..." 그는 화려한 공주 같은 그녀를 좋아하잖아.점심을 먹은 뒤, 진아연은 택시를 타고 진명그룹으로 향했다.성빈은 구매한 선물들을 집으로 보낸 다음, ST그룹으로 향했다.박시준에게 오늘 자신이 한 일을 생색내기 위해 찾아갔다."와, 나 그렇게 선물사 본 거 처음이야. 무려 31개라고." 성빈은 가장 중요한 말을 덧붙였다. "행복해하더라고." 박시준은 고개를 들고 성빈에게 말했다. "확실해? 네가 강요한 거 아니고?" 성빈은 뜨끔했다. "... 너 거기 있었냐? 다 아네." 박시준은 눈썹 한쪽을 치켜올리며 조용히
확실히 이 목걸이는 산 적이 없다.그런데 어째서 목걸이가 여기에 있는 거지?그녀는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계단에서 내려오던 박시준과 마주쳤다.그녀는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물었다. "박시준 씨, 이거... 목걸이 뭐예요?" 사실 그와 아무런 관련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에게 물어보고 싶었다.분명 성빈에게 들었을 거라 생각했다.박시준의 표정이 갑자기 어색해졌다. "성빈이가 산 거야."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말했다. "가격... 도 뭐 비싸지 않고. 아무도 안 산다고 하고. 그래서 주는 거야." 진아연은 어떤 핑계를 대며 그에게 목걸이를 돌려줄까 머리를 굴리고 있다가 그의 대답에 할말을 잃었다. 싸고, 아무도 원하지 않으니 그녀에게 준 것이라니.다행이었다!그렇다면 그녀 역시 부담없이 목걸이를 받아도 괜찮다!"진아연, 와서 같이 저녁 먹어." 박시준이 그녀를 불렀다.원래 거절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몸은 참 솔직했다.선물 하나 받았다고 이렇게 편해진 건가?두 사람은 나란히 식당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이모님은 준비한 음식들을 차려준 다음 식당에서 나갔다.진아연은 밥을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그는 그녀에게 같이 저녁 식사를 하자고 말했다. 설마 할 말이 있는 걸까?게다가 오늘 너무 많은 선물을 받았다. 이 역시 그가 동의를 한 부분일까?머릿속이 이런저런 생각들로 복잡해진 그녀는 애꿎은 밥알만 젓가락으로 뒤적이기만 했다.박시준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물었다. "무슨 생각 하는데? 설마 오늘 강주승이 너한테 연락했어?" 진아연은 그에게 반문했다. "그 사람과 친하죠?" "학교 친구였어." "강주승 전 여자친구들 보여줄까?" 박시준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이 말을 들은 진아연은 사레에 걸려서 기침을 계속 했다.수저를 내려놓고 물 잔을 들어 한 모금을 마셨다.박시준은 갑자기 컬러 인쇄된 자료들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진아연은 그가 건네준 자료들을 흘끗 쳐다보고는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그의 행동이 뭔가 이상했
"너한테는 거부권이 있어." 진아연: "박시준 씨, 밥이나 먹어요! 강주승의 투자 제의를 받아들인다 해도,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그가 저한테 관심 있다고 하면 제가 받아줄 거라 생각한 거예요? 제가 그렇게 쉬운 여자로 보이시나 보죠?" 박시준: "..."저녁 식사 후, 진아연은 방으로 돌아가 강주승이 어젯밤에 보낸 이메일을 자세히 읽어 보았다.읽은 후, 그녀는 마음을 쉽사리 진정시킬 수 없었다.그녀는 사실 회사 경영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하지만 그녀는 강주승이 보낸 기획서를 단번에 이해했다.그리고 그의 기획에 따라 경영을 한다면 진명그룹은 다시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도 들었다.강주승이 강진의 친오빠만 아니었다면 그녀는 아무 걱정 없이 바로 투자 계약을 했을 것이다.그녀는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누웠다.휴대폰을 보자 여소정이 보낸 메시지를 보았다. 여소정: 아연아! 나... 결국 하준기랑 자버렸어! 으아앗! 나... 하준기를 좋아하는 거 같아!진아연은 상황이 이렇게 될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비록 어딘가 의심스러운 점이 있긴 했지만 하준기 정도면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인물이기는 하다.진아연: 잘 사귀어! 운명이란 게 정말 있나 봐!여소정: 그나저나 내일 중요한 사람을 보러 가자고 하던데. 누구냐고 물어봐도 절대 말 안해주는 거 있지. 아니. 너무 긴장돼서 미칠 거 같아!진아연: 서프라이즈 하려는 거 아니야?여소정: 서프라이즈라면 좋지! 제발 이상한 걸로 놀래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 그나저나 네 남편에 대해서 좀 말해봐. 지금 남편이랑 한 방에서 같이 지내?진아연의 얼굴이 빨개졌다.진아연: 무슨 소리야... 난 손님방에서 자. 그에 대해 해줄 말 없으니깐 묻지마.여소정: 잘 생겼어?진아연은 그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지만 머릿속에는 박시준의 얼굴이 떠올랐고 자신도 모르게 '잘생겼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여소정: "헐! 진아연, 너 완전 부러워! 근데 몇 살이라고 그랬지?진아연: 우리보다 많아
하준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해외에 있을 때 알게 됐고 나보다 여덟 살 많아. 그가 해외에서 대학을 다닐 때 이웃이었고 내가 졸라서 같이 놀러 다니고 그랬거든." 여소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 하준기는 미소를 지으며 얘기를 했다. "당연하지! 매번 내가 힘든일에 부딪힐 때마다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곤 하지." 여소정은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장난스레 말을 했다. "나이도 젊은데 고민이 많나 봐?" 하준기는 당황하며 말했다. "난 사업을 시작하고 싶었는데 집에서 허락을 해주지 않았어! 근데 걔가 사업을 성공하니까 우리 아버지도 그를 매우 좋게 보고 있어. 그래서 나는 그가 아버지를 설득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면 해." 여소정은 궁금해서 물었다. "이름은? 사업이 특별나게 성공했다면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 같은데. 안 그래?" "너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야. 박시준이야." 하준기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을 했다.여소정은 깜짝 놀라며 하준기의 손을 놓았다. "그가 초고속 결혼을 했다고?! 대박! 내 친구가 엄청 좋아하는데...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기절하겠는데?!" 하준기는 아무렇지 않은듯 말했다. "걔를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네 친구 한 명쯤이야. 사회적 위치나 가진 돈으로 봤을 때 많은 여자들이 걔를 좋아해 근데 걔 와이프는 박시준과 비교했을 때 많이 부족한 거 같아." "그래? 아내는 누구인데? 너무 질투 나는데!" 여소정은 마음 한 곳에서 질투가 나기 시작했다..하준기는 일부러 뜸을 들였다. "박시준 아내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야 이름 말해줘도 모를걸? 이따가 오면 알게 될 거야. 소정아, 전에 그녀를 도와주려고 한적이 있는데 사실 그건 시준이 형이 도와주고 싶어했던 거였어. 이 일은 너만 알고 있어." 여소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도대체 어떤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부유한 사업가로 알려진 박시준과 결혼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진아연은 오늘 특별히 새로운 드
여소정은 미친 듯이 진아연에게 눈치를 주었지만 하준기와 박시준의 관계를 생각하던 진아연은 눈치를 채지 못했다."진 아가씨, 혹시나 진 아가씨가 기분 나빠하실까봐 시준이 형과 아는 사이라고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한때 진 아가씨와 시준이 형과의 관계가 안 좋은 시기가 있기도 했고... 의도적으로 숨기려 한것은 아니었어요. 진심으로 진 아가씨 아버지 회사를 인수하고 싶어요." 하준기는 웃으며 진아연에게 설명하였다.여소정은 탁자 밑에서 핸드폰으로 진아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연아! 저사람 말 믿지마! 박시준이 너희 회사를 인수하고 싶은거야! 박시준이라고!진아연은 일부러 보이는 데서 핸드폰을 확인하였다.메시지를 보고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하준기에게 물었다. "저희 회사를 인수하고 싶다는 얘기를 시준 씨에게 말한 적이 있나요?" 하준기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했었어요. 한번 시도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게 그의 의견이었어요. 전에 말씀드렸듯이 저는 졸업후 계속 좋은 투자 프로젝트를 찾고 있었어요." 여소정은 다시 진아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연아! 다 거짓말이야! 하준기는 박시준 말대로 움직여!진아연은 메시지를 보고 마음이 더욱 시렸다.그녀는 계속해서 하준기에게 물었다. "당신의 투자 자금은 정말로 아버지가 마련해 준 거예요? 혹시 내일 아버님 시간 있으신가요?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요." 하준기는 놀라서 얼굴이 어두워졌다. "... 돈은 빌린 거예요! 투자할 돈을 빌리는 것이 너무 민망해서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어요." "누구에게서 빌렸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진아연은 계속 추궁하였다.말이 없던 박시준이 입을 열었다. "내가 빌려줬어." 여소정은 계속해서 진아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두 사람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어! Z 씨는 박시준이야! 방금전에 하준기가 나한테 말했어! 아연아, 그들의 거짓말을 밝혀!진아연은 물컵을 힘껏 잡았다.그녀의 얼굴은 하얀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꽉 깨문 입술은 안색을
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이렇게 했을 것이다.그는 결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진아연이 나타나면서부터 그는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고칠려고 시도했었다.반복되는 오해와 다툼이 없었다면 그녀에 대한 마음이 이토록 깊지도 않았을 것이다.…여소정은 밖으로 쫓아가 진아연의 팔을 잡았다."아연아, 네가 박시준과 결혼을 했을지는 꿈에도 몰랐어! 이 소식은 너무 충격적인데!" 여소정은 흥분을 감출수 없었다.진아연은 목이 메어 말했다. "너도 봤잖아, 그가 나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걸." "하준기는 그가 너를 도와주고 싶었는데 직접 나서기 무안하니깐 그렇게 한거라고 했어." 여소정은 이 일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생각했다. "아연아, 우리 들어가자! 가서 설명을 듣고..."진아연은 여소정의 손을 놓으면서 단호하게 말을 하였다. "너 들어가! 혼자 있고 싶어." 그녀는 길가에서 택시를 잡아 결연히 떠났다.여소정은 다시 들어가려고 하다가 안에서 나오는 박시준과 마주치게 되였다.그의 발걸음은 매우 빨랐고 진아연을 쫓으러 나온것 같았다.여소정은 방향을 가르켜주면서 말을 했다. "택시를 타고 저쪽 방향으로 갔어요." 박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차장으로 걸어갔다.박시준이 떠난 후 하준기도 나왔다.그는 여소정에게 걸어가 불만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스파이!" 여소정은 얼굴이 조금 빨개졌지만 그래도 턱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우리가 안지 얼마나 됐다고? 당연히 저는 제 친구 편이죠." 하준기가 비아냥거렸다. " 일부러 정보 캐려고 나랑 사귄거 아니고?!" 여소정은 망설임없이 받아쳤다. "맞아요! 어차피 목적을 달성했으니 계속 사귀든 헤어지든 맘대로 하세요! 안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헤어져도 상관없어요!" 하준기는 심호흡을 하면서 뭔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섣뿔리 말할 수 없었다.헤어지자고 하기에는 아쉬웠다.그러나 그런 자신의 이런 내면을 그녀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시준 형과 진아연이 화해하기 전까지 헤어질
"엄마, 정말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진아연은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가난해도 괜찮아." "아연아, 무슨 일이 있어도 도망치는 것은 가장 소용없는 일이란다." 장희원은 그녀의 옆에 앉았다. "아버지 회사를 감당할 수 없으면 그냥 파산하게 내버려 두어라. 돈은 언제든지 벌 수 있지만 공부를 미루어서는 안돼." 진아연은 어머니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얼굴의 주름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엄마, 나는 도망치지 않아. 근데 그냥 지금 조금 힘드네." "힘들면 쉬어. 저녁은 ?" 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조금만 기다려." 장희원은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저녁 8시.진아연은 방에서 쉬고 있었고 장희원은 주방 청소를 하고 나서 쓰레기봉투를 들고 1층으로 내려갔다.비가 내리고 있었다.큰 비는 아니였지만 계속해서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장희원은 우산을 가지러 가기가 귀찮아 비를 맞으며 달려갔다.재빨리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보니 아파트 단지 앞에서 누군가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을 포착하게 되였다.달려 나올 때는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그녀는 아파트 단지로 달려가 그 모습을 자세히 보았다.확인후 그녀는 깜짝 놀랐다.그의 얼굴은 젖어 있었고 그의 막강한 아우라는 빗물에 하수구로 씻겨 내려갔다."박시준?!" 장희원은 놀라며 물었다. "왜 여기 있는 거예요? 왜 밖에서 비를 맞고 있어요?" 장희원은 그의 팔을 잡고 안으로 끌어당겼다.그는 팔을 거두어 내며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가지는 않을게요." 전에 왔을 때 진아연이 다시는 여기에 오지 말라고 경고했었다.그가 들어가면 그녀는 더 화를 낼 것이다.장희원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안 들어와요? 아연이 찾으러 온거 아니에요? 아연이가 이유는 말하지 않았지만 당신과 싸운것 같다고 짐작은 했어요." 박시준은 얼굴의 비를 닦으며 말을 했다. "그녀에게 사과하고 싶어요." "그러면 들어와요! 들어오지 않고 어떻게 사과하려고요? 여기에서 비를 맞아도 아연이는 알지도 못하잖아요!" 장희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