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준: "갑자기 마음을 바꾼 이유가 뭐야?"현이: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그게 바로 제가 마음을 바꾼 이유예요. 전 이제 막 졸업해서, 앞으로 당장 급한 일이 없거든요."서은준: "A국과 T국이 얼마나 먼데, 부모님은 여기 남아 일해도 괜찮다고 하셔?"현이: "이미 말씀드렸어요. 별로 내켜 하시진 않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저를 말리지도 않으실 거예요."서은준: "부모님께서 내켜 하지 않으실 걸 알면서도 이곳에 남겠다니... 부모님 말씀을 따르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데."현이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맞아요. 전 부모님과 다툰 적도 없죠. 그렇지만 제가 이곳에 영원히 남을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 제가 지금 잠깐 이곳에 남는다 해서 부모님께서도 크게 화를 내진 않으실 거예요."아무리 숙맥인 서은준이라도, 지금 현이가 기어코 T국에 남겠다고 고집하는 이유 정도는 알 수 있었다."나 때문이군." 서은준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우리 회사에 출근하지 못하게 했더니, 우리 집에서 요리와 집안일을 하겠다고 했지. 귀국할때가 되니, 이제 와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고. 설마... 나 좋아해?"현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는 그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그녀가 아주 티 나게 행동했기 때문이다."대표님을 좋아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요?" 현이가 어색하게 대답했다. "여자친구 없으시잖아요? 여자친구만 없으면, 제가 좋아해도 문제없는 거 아니에요?"직설적인 그녀의 말에, 서은준은 말문이 턱 막혔다.그녀 말에는 틀린 것이 없었다."아까 그랬잖아. 언젠가는 A국으로 돌아갈 거라고. 그럼 우린 어차피 이루어지기 힘든 사이인데, 뭐 하러 시간 낭비해?" 서은준이 정중하게 거절했다.현이: "제가 돌아가는 건 나중 일이에요!"그녀가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한 서은준이 얼굴이 붉혔다: "참 앞서가네. 우린 어울리지 않아. 난 너에게 시간 낭비할 생각도 없고.""대표님께 제게 시간 낭비하라고 한 적 없어요. 그러니 대표님도 제가
현이는 두 뺨이 화끈거렸다: "그럴 리가요. 은준 씨가 정말로 절 좋아하게 된다면, 전 은준 씨와 함께 돌아갈 거예요."그 순간, 조난이 얼굴이 일그러졌다: "야! 그럼, 난 앞으로 널 경계해야겠는데? 네 야심이 이렇게 클 줄이야. 우리 회사의 대표를 빼돌릴 생각까지 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현이: "그 사람을 좀 믿어 줘요. 오빤 그 사람이 연애에 빠져 사리 분별도 못 하는 그런 사람 같아요?"조난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은준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지! 좋아하는 여자가 생겨도 사리 분별은 할 사람이야. 그러니, 힘내! 은준이가 너와 함께 떠나게 만드는 데 성공하면, 그땐 나도 인정하고 받아들일게! 그렇게 되면 두 사람이 나도 같이 데리고 가!"현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조난 오빠, 오빤 집에 돈도 많으면서, 왜 굳이 서은준 씨와 함께하려고 해요?"조난: "우리 집에 돈이 많다고 누가 그래?"현이: "오빠가 그랬잖아요! 오빠가 이 회사에 투자했다면서요."조난: "그렇다고 해서 그게 내가 돈이 많다는 뜻은 아니야! 내 투자금은 우리 아버지의 사망보상금이었거든."현이: "..."조난: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도 돌아가셨어. 혼자 지내기 허해서 은준이와 파트너가 되기로 한 거야."현이: "조난 오빠, 그렇게 힘든 상황을 겪었어요?"조난: "그래! 정말 힘들었지."현이가 재빨리 감정을 조절한 뒤 말했다: "사실, 오빠도 그렇게까지 비참할 건 없어요. 오빠보다 더 비참한 상황을 겪은 사람과 만난 적 있거든요."조난: "그렇게 말하자면, 난 당연히 가장 비참한 사람은 아니지. 이 세상에 부모님을 잃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어려서부터 부모님 없이 자란 사람도 참 많고. 적어도 우리 부모님은 내가 성인이 된 후에 돌아가셨어. 게다가 내게 막대한 사망보상금까지 남겨 주셨고... 어쨌거나 난 은준이에 비하면 조금 나은 것 같아. 은준이의 부모님은 아직 살아계시지만, 은준이는 아버지와는 사이가 좋지 않고, 어머니
조난의 따뜻한 말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현이가 물었다: "회사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있나 봐요? 정말 잘됐네요! 투자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죠!"조난: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은준 씨는 투자를 받으면, 투자자에게 휘둘리게 될까 봐 걱정스러운가 봐..."현이: "그러니 더욱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봐야죠! 상대방이 경영권을 요구하면, 투자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되잖아요."조난이 서은준을 바라보았다: "내가 투자자들과 일정을 잡을 테니, 우리 회사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어때?"서은준: "그러면 그렇게 하자!"조난이 손으로 OK 사인을 보낸 뒤, 자리를 떠났다.사무실 문이 닫히자마자 현이가 서은준에게 듣기 좋은 말을 늘어놓았다: "대표님, 정말 대단하세요! 회사 규모가 작은데도, 투자자가 이렇게 직접 문 앞까지 찾아왔잖아요! 그만큼 대표님 회사의 제품이 훌륭하다는 뜻이에요!"서은준: "우리 회사 제품은 아직 공식적으로 출시되지 않았습니다."현이: "..."서은준: "내가 대학생 때, 게임 몇 개를 만들어 다른 회사에 팔곤 했어."현이는 문득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대표님의 재능을 알아본 거죠! 대표님, 정말 대단하세요! 대학생 때부터 벌써 돈을 벌기 시작하셨다니, 아버지께서 굉장히 자랑스러워하실 거예요!"쏟아지는 현이의 칭찬에 서은준은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아버지'라는 세 글자를 듣자마자 순식간에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말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현이가 곧바로 사과했다: "죄송해요, 대표님. 제 말은, 어머니께서 아주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다는 뜻이었어요!"서은준: "내가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현이: "딱히 비밀도 아닌 것 같던데요! 대표님은 서씨 가문의 혼외 자식이시잖아요. 성인이 된 뒤에야 아버지의 손에 서씨 가문으로 돌아가셨죠. 대표님의 아버지가 대표님을 홀대하신 건 아니지만, 대표님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대표님을 돌보지 않으셨으니, 훌륭한 아버지라고 할 수는
현이는 오빠의 결정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그리고 이 사실을 서은준에게 알릴 수도 없었다.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다음 날, 성호와 현이가 함께 회사에 도착했다.미칠듯한 지루함에, 성호는 어젯밤 현이를 찾아가 현이에게 다크 준 테크놀로지에 데려가 달라고 했다.현이가 성호와 함께 온 것을 보고는 조난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현이가 조난에게 성호를 소개했다: "조난 오빠, 여긴 제 사촌 오빠에요. 부잣집 아드님이라, 저와 함께 인생 경험을 하고 싶다고 해서 데려왔어요. 오빠가 회사에 있어도 괜찮을까요? 혹시 오빠에게 시킬 일이 있으면 뭐든 시켜주세요. 급여는 필요 없어요."조난: "..."성호가 조난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조난 형님, 어려워하지 마시고 마음껏 부려 먹어 주세요! 몸 쓰는 일이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머리 쓰는 일은 못 하니 알아주시고요!"조난: "..."조난이 한눈에 보기에도, 현이의 사촌 오빠라는 이 남자는 매우 건장해 보였지만, 머리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이런 부류는 사회에서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 괴롭혔지, 절대 괴롭힘을 당하는 타입은 아니다.조난: "현이 사촌 오빠분, 우리 회사에는 몸 쓰는 일이 없습니다."성호: "간단한 일이라면, 머리 쓰는 일도 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프런트 데스크 업무 같은 것이요!"조난: 내 자리를 두고 경쟁하게 될 사람이 나타날 줄이야.조난: "알겠습니다! 그러면, 프런트 데스크를 맡아주세요! 일을 잘 해내시면 급여를 드리겠습니다. 많은 금액은 아니겠지만요."성호: "편하신 대로 하세요." 이 말을 끝으로, 성호가 프런트 데스크 의자에 앉았다.서씨 가문이 그에게 제안한 급여는 매우 높았다. 하지만 그가 현이를 따라 다크 준 테크놀로지에 온 건, 말로는 지루해서라고 했지만, 사실 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조난이 현이에게 말했다: "마침 오늘 투자자가 오기로 했어. 내가 지금 나가서 모셔 올 거야."현이가 물었다: "투자자는 남자예요, 여자예요? 몇 명이나
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이요."서은준: "그러면 이따가 어디 숨어 있어."현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정도는 아니에요. 전 이따가 옆에서 조용히 있을게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요!"서은준: "내가 투자자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네가 왜 내 사무실에 있어?" 서은준은 현이가 자기 비서라는 걸 잊은 듯했다.현이: "별로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잖아요. 조난 오빠 말로는, 대표님은 이번 투자를 크게 원하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그럼, 제가 들으면 안 되는 이유도 없지 않나요? 제가 조언을 해드릴 수도 있잖아요. 만약 상대방이 함정을 파면, 제가 말씀드릴 수도 있고요."서은준: "상대방이 나한테 함정을 파면 내가 알아채지 못할 거로 생각해?"현이가 목을 가다듬었다: "물론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제 말은... 제가 여기에 있어도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닌데, 왜 듣지 못하게 하시는 거예요? 저도 듣고 배우고 싶어서 그래요. 성가시게 하지 않을게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겠다고 약속해요."서은준의 시선이 몇 초간 현이에게 머물렀다.그녀가 사무실에 남아 상황을 지켜보게 해도 괜찮을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대표님, 차 한 잔 드실래요? 제가 어젯밤에 화차 한 캔을 샀어요. 한 잔 만들어 드릴 테니, 드셔보세요!" 현이가 옆에 있던 진열장에서 화차 캔을 꺼내더니, 서은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서은준의 물컵을 빼앗아 탕비실로 갔다.서은준: "..."현이가 그의 삶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는 줄곧 일종의 착각이 들었다.그건 바로, 현이가 그의 주인이고, 그는 현이가 마음대로 조종하는 말이 된 것 같은 착각이었다.물론 현이가 그에게 하는 행동은 모두 그를 위한 것임은 그 역시 알고 있었다.이를테면, 그의 집을 청소하고, 그에게 요리를 해주는 일 같은 건, 다른 사람들이라면 결코 대가 없이 해줄 리 없는 일이다.그래서 그는 현이를 모질게 대하기 어려웠다.결국 현이의 목적은 다른 곳에 섞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곁에 붙어있는 것이기 때문이다.잠
현이는 서은준의 얼굴을 보면서 눈을 깜박였다. "대표님, 저 그냥 궁금해서 찾아왔어요."서은준: "전에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 안 나?""아무 말 하지 않겠다고 말했었고 방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궁금해서 찾아온 것뿐이에요." 현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고서은준은 그녀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이에 곁에서 듣고 있던 조난은 참지 못해 웃었다. "현이 씨, 진짜 대표님이 무섭지도 않나 봐요!"현이: "무서운 사람이었어요? 아닌 것 같은데요? 저는 회사의 일원으로서 회사의 미래 발전을 걱정한 것뿐인데요!"서은준은 다시 시선을 양식에 옮겼고확인할수록 미간의 눈살은 더욱 깊어갔다.양식에 작성된 문제는 정말 터무니없을 정도였고너무 어이가 없어서 마치 이상한 꿈이라도 꾸고 있다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예를 들어, 양식의 첫 번째 질문은 현재 건강 상태와 부모님의 건강, 그리고 집안 내력에 유전적 질병 존재 여부 확인이었고두 번째 질문은 연애 횟수 및 결혼 상황, 그리고 애인 혹은 아이가 있는지에 대해 작성해야 하며세 번째 질문은 결혼과 사업에 대해 생각을 작성해야 했다....양식을 확인한 서은준은 어이가 없는지 손을 떨기 시작했고위의 질문에 실로 충격을 받은 듯했다.그를 지켜본 조난은 서은준의 옆에 앉아 함께 질문을 확인했고혹시 잘못 봤을까 봐 그의 손에서 양식을 뺏어 다시 확인했다.그리고 자세한 확인을 마친 뒤, 이소결 씨를 보면서 물었다. "이소결 씨, 혹시 양식 잘못 뽑아오신 거 아니에요? 진짜 대표님께 이걸 적으라는 거예요?"이소결은 그의 말에 미소를 보이면서 말을 이었다. "제가 가지고 온 양식이라고는 이것뿐인데 설마 잘못 가져왔을까요?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조난은 웃으면서 서은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건 아무리 봐도 호구조사 같은데? 업무 관련 문제로 모인 게 아니었어요? 그리고 은준이의 사생활은 업무와 상관없지 않나요?"이소결은 변함없는 미소와 함께 설명했다. "왜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시
이때 조난이 먼저 대답했다. "은준이의 비서예요."이소결: "아! 그런데 비서분이 대표님 대신 결정할 수 있는 거예요? 서 대표님은 참 직원분들을 아끼네요!"조난은 그녀의 말에 시시덕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사실 두 사람 원래부터 알고 지낸 사이고 평범한 상사와 직원의 관계는 아니거든요."이소결: "그렇군요! 서 대표님, 저희는 대표님의 사생활에 크게 관심이 없어요. 양식의 정보 작성을 요구한 이유는 대표님에 대해 더 많이 알아보기 위해서 필요로 한 절차입니다. 저희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대로 작성하시고 문제없으면 투자금을 바로 이체해 드리겠습니다.”조난은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과분한 요구도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 서은준을 설득했다. "아니면 내가 쓸까? 나도 네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잖아."이소결: "안 됩니다! 모든 질문의 정확성을 위해 서 대표님께서 직접 작성하셔야 합니다. 아버님은 개인 신용을 매우 중요시하는 분이십니다. 만약 서 대표님께서 진지하게 답하신다면 아버님께서도 곧 투자금을 보내드릴 예정입니다."조난은 서은준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을 이었다. "은준아, 네가 결정해! 난 이소결 씨는 꽤 믿을 만한 사람이라 생각해."이소결은 웃으면서 답했다. "성의가 없었다면 직접 이리 찾아오지 않았을 겁니다. 서 대표님, 잘 고려해 보세요. 그래도 이곳에 한동안 머무를 생각이니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저한테 연락하세요.”서은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이소결은 명함을 꺼내 서은준에게 건넸다. "서 대표님, 제 명함입니다."서은준이 명함을 받자이소결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을 이었다. "저희 함께 점심 먹을까요?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저와 함께 돌아다녀 줄 수 없을까요?"서은준: "죄송합니다. 시간이 없어요. 혹시 필요하면 조난이 함께 갈 수 있는데 말이죠."이에 조난은 웃으면서 답했다. "이소결 씨, 괜찮으시다면 제가 가이드해 드리겠습니다."이소결은 서은준의 거절에
이소결은 매력적인 미소를 보이면서 말을 이었다. "네! 이 또한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일이니 잘해야죠!"현이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오빠가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어요?"이소결은 현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입을 열었다. "네! 설마 제가 서은준 씨가 마음에 들어서 그런 거라 생각했어요? 현이 씨, 그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저는 현이 씨의 큰 오빠 같은 분을 더 좋아해요."현이는 붉어진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서은준 씨와 큰 오빠는 비슷한 스타일의 남자 아니에요?"적어도 현이는 두 사람이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했고모두 얼음처럼 차가운 남자라고 생각했다.이소결은 그녀의 말에 급히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다르죠! 현이 씨의 큰 오빠는 더 똑똑하고 성공한 남성이고 서은준 씨는 그와 비교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죠."현이는 그녀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소결 씨, 큰 오빠는 곧 결혼할 거예요. 저희 오빠를 그리 좋아하면 안 될 텐데요!"이소결은 그녀의 말에 안심하라는 듯한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알아요. 그리고 저는 그냥 상상만 할 뿐, 감히 다가갈 용기도 없어요!"현이는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웃었다. "사실 서은준 씨도 뛰어난 사람이에요. 아직 졸업하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제 시작이라 생각해요.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이소결은 그녀의 생각과 다른지 고개를 저었다. "오빠 분과 비교하면 아직 멀었어요. 현이 씨, 대표님은 천재예요. 대학에 졸업하고 사업을 시작한 게 아니고 대학 다닐 때부터 이름이 자자했죠. 서은준 씨는 그와 비교할 수도 없어요. 물론 서은준 씨도 앞으로 길이 창창하고 현이 씨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니 앞으로 가족분들이 많이 도와줄 거예요.”현이: "이소결 씨, 그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요. 그리고 저는 가족이 도와줬으면 하는 생각 없어요. 저희 가족의 도움 없어도 충분히 대단한 사람이라 믿어요."이소결은 그녀의 진지한 표정에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말을 이었다. "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