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이는 솔직하게 말을 이었다. "3년 동안 보지 못해 전과 변함없다는 건 장담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래도 저를 도와준 사람이기 때문에 잊지 못하겠어요."이소결: "그렇군요. 하지만 오빠께서는 진짜 투자할 생각이에요. 물론 현이 씨를 도와줬기 때문에 투자로 보답하는 거라 생각하시면 돼요."현이: "아, 그럼 오빠가 또 뭐라고 했어요? 저한테 뭐 전한 말이 없나요?"이소결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말을 전하라고 한 적은 없어요. 저한테 서은준 씨의 확인만 지시했습니다."이소결은 자기 전화번호를 현이에게 알려줬고현이는 그녀의 전화번호를 저장한 뒤, 말을 이었다. "혹시 이름이 뭐죠?"이소결: "이소결입니다."현이: "하하! 이름이 진짜 이소결 씨였어요!"이소결: "네!"현이: "네. 그럼 이소결 씨라고 저장하면 될까요? 아니면 어떻게 저장할까요?"이소결: "현이 씨가 편한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현이는 그녀의 말에 미소를 보였고두 사람이 화장실에서 나오자 조난이 급히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이때 이소결은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조난을 불러 세웠다. "방금 화장실 밖에서 저희 대화 엿들은 건가요?"조난은 급히 뒤돌아 손을 저었다. "아니요. 저는 그냥 화장실이 급해서요. 두 분이 안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서 피하기 위해..."이소결은 그에게 다가가 앞길을 막았다. "솔직히 방금 대화, 들었죠?"조난은 그녀의 기세에 놀라 급히 손을 들어 항복했다. "두 사람 얘기하는 소리는 들렸는데,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듣지 못했어요. 맹세해요. 아무것도 듣지 못했어요."현이: "저 방금 웃지 않았죠?"조난은 이소결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소결 씨가 웃는 소리가 들렸는데, 혹시 알고 지내던 사이였어요?"현이는 그의 말에 바로 부인했다. "설마요. 조난 오빠, 여자들의 대화 방식을 몰라서 그래요. 대화가 통하면 편한 친구처럼 보이기 마련이죠."조난: "아..."현이: "조난 오빠, 화장실 가세요! 지금 사람 없어요."조난은 고
조난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답했다. "봤지! 나도 저렇게 이쁜 여동생이 있으면 당연히 말을 들을 거야."서은준: ".."조난: "지금 바로 레스토랑 예약할까? 이소결 씨가 점심 함께 하고 싶어 하는데, 설마 거절할 생각은 아니지?"서은준: "점심에 함께 갈게."조난: "하하! 겁먹었어? 설마 이소결 씨가 잡아먹기라도 하겠어?"서은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현이가 갑자기 찾아온 것처럼 이소결 씨도 너무 갑작스럽게 나타났잖아."조난은 그의 말에 고개를 저으면서 부정했다. "그건 다르지. 현이는 연락도 없이 우리를 찾았지만, 이소결 씨는 미리 연락하고 우리의 동의하에 만난 거잖아."서은준은 조난과 말이 통하지 않자 바로 손을 저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럼 네가 예약해!"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현이와 이소결 씨가 서로 재밌게 대화 나눴다고 하지 않았어? 그럼 현이도 같이 불러."조난: "좋아! 그럼 내가 가서 말할게."조난은 서은준의 사무실에서 나오자 현이와 마주쳤고현이는 마침 이소결을 보내고 돌아오는 중이었다."현이야, 점심에 은준이, 이소결 씨와 함께 밥 먹고 오자!" 조난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은준이가 부탁했어. 아무래도 너의 실력을 인정하나 봐."현이는 그의 말에 환한 미소를 보이면서 말을 이었다. "네! 그럼 제가 레스토랑 예약할까요?"조난: "그래! 그런데 어떻게 예약하는지 알아?"현이: “제가 그리 간단한 일도 할 줄 모를까요?”조난: "그리고 주문하기 전에 이소결 씨한테 가리는 음식이 있는지 꼭 물어봐."현이: "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잘할게요."조난은 그녀의 말에 마음이 놓이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예약하려면 돈을 먼저 내야 하는데, 내가 돈을 보내줄게."현이는 급히 손을 저으면서 말을 이었다. "괜찮아요. 제가 먼저 내고 나중에 식사 자리 끝나면 영수증 드릴게요."조난은 그녀의 말에 시시덕거리면서 물었다. "현이야, 누가 보면 진짜 우리 회사 사람인 줄 알겠
현이는 지금 너무 궁금해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은 분명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조난: "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봐왔었지. 가난하지만 마인드가 좋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 적어도 난 만난 적이 없어. 그래서 너희 집안이 돈 많은 집안이라 생각한 거야. 그리고 은준이도 너희 집안이 돈 많다고 말해서 그의 판단을 믿기로 한 거야."현이: "네! 그런데 돈 많다고 죄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앞으로 계속 회사에 출근해도 괜찮죠?"조난: "물론이지! 집안에 돈이 많다면 앞으로 너한테 지시 내리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현이: "..."조난: "그럼 일단 레스토랑 예약해! 그리고 이소결 씨한테 가리는 음식이 있는지 꼭 여쭤보고 원하는 요리를 주문해. 나와 은준이는 가리는 음식이 없어."현이: "은준 대표님은 그래도 음식에 꽤 까다로운 편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조난: "그래? 편식해? 그런데 지금까지 알고 지내면서 그건 몰랐네! 보통 내가 산 음식은 주는 대로 먹었고 싫어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거든!"현이: "알겠어요. 그럼 제가 알아서 준비할게요."현이는 말을 마친 뒤 자리를 떠났고조난은 서은준에 대해 지금까지 알고 지내왔지만, 현이보다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정오, 서은준은 조난, 현이와 함께 예약한 레스토랑으로 향했고회사 근처의 레스토랑을 예약한 탓에 걸어서 10분도 채 되지 않았다.조난은 현이가 체면 때문에 꽤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으로 예약할 거라 생각했지만, 이리 평범한 곳을 선택할 줄 몰랐다.이에 그는 현이를 보면서 물었다. "투자하실 분을 이런 곳으로 식사 초대하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해?"현이는 그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 돈을 받은 것도 아니잖아요. 지금 돈을 쓰고 있는 사람은 저희인데 낭비하면 안 되지 않을까요?" 그녀는 말하면서 서은준의 뜻을 물었다. "그렇죠? 대표님?"서은준은 사실 장소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들어가자!"조난은 고개를 저으며 현이에게 물었다. "그럼 이소결 씨한테 물
현이: "조난 오빠, 지금 농담하신 거죠?"조난은 급히 손을 저었다. "아니야. 은준이를 좋아하는 여자가 이리 많은 건 처음이어서 재밌다고 생각한 것뿐이야!"현이: "..."조난은 어깨로 서은준을 툭툭 건드리면서 말을 이었다. "올해 여복이 장난 아닌데? 내심 조금 고민되는 거 아니야?"서은준은 조난을 힐끗 노려보더니 입을 열었다. "넌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아! 남녀 사이에 사랑 말고는 다른 관계는 없다고 생각해?"조난은 그의 말에 쭈그려 앉아 말을 이었다. "그냥 조용히 보고만 있지, 뭐, 헤헤."현이는 물병을 들어 컵에 물 한 잔 따랐고이를 본 조난도 컵을 건넸다. "나도 물 한 잔 부탁해."현이는 조난에게 물을 따라주면서 서은준을 바라봤다. "물 드릴까요?"서은준은 아무 말 없이 컵을 건넸고현이가 물을 따라줄 때 이소결이 도착했다.다만 그녀는 혼자 왔고조난은 이소결을 보자 웃으면서 물었다. "이소결 씨, 혼자 오셨어요?"이소결: "호텔에서 쉬고 싶다고 해서 부르지 않았어요.""아! 그럼 웨이터한테 지금 요리 내오라고 할게요." 조난이 웨이터에게 요리를 내오라고 말하는 사이이소결은 현이의 곁에 앉아 미소를 보이면서 서은준을 바라봤다. "은준 씨, 작성하셨어요? 작성 완료하시면 사진을 찍어 저한테 보내주시면 돼요."서은준: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요."이소결은 매력적인 미소를 보이면서 물었다. "왜요? 아버님은 진심으로 투자하고 싶은 마음인데요!""그러면 왜 저와 직접 얘기하지 않는 거죠? 만약 저와 만나 이런 질문을 한다면 꺼리지 않았을 텐데요." 서은준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아버님은 다리가 불편해 웬만하면 제가 나서서 협상 진행해요. 은준 씨, 혹시 저한테 불만이 있으신가요? 혹시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꼭 저한테 알려주세요!" 이소결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서은준: "당신한테 불만은 없어요. 다만 당신의 아버님과 회사에 대해 모르고 당신에 대해 모르는 상황에서 갑자기 사생활을 알려야 한다니 너무 불편하
이때 현이가 바로 나서서 말렸다. "대표님께서는 술 못 드세요! 저희 그냥 주스 마셔요!"현이는 말하면서 웨이터에게 주스를 주문하려고 했지만이소결은 현이의 손을 잡고 말렸다. "대표님께서 못 마시겠다고 하지 않았는데, 뭐가 그리 급해요! 여자인 저도 무서울 것 하나 없는데 뭐가 무섭다는 거예요. 설마 제가 잡아먹기라도 하나요."현이는 그녀의 말에 손을 내렸고이소결은 술잔을 들고 서은준과 잔을 부딪쳤다. "은준 씨,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술을 잘 드시지 못하는 건 이해해요. 괜찮아요. 술은 마시다 보면 늘어요! 그리고 도수가 높지 않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이소결은 말하면서 와인 한 잔을 전부 마셨고곁에서 지켜보던 현이는 어안이 벙벙했다.이소결은 술잔을 내려놓고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는 서은준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마셔요! 왜 멍하니 보고만 있는 거죠?"서은준은 와인을 너무 급히 마신 탓에 얼굴은 이미 붉어졌고평소 술을 자주 마시지 않아 약간 취한 상태였다."이소결 씨, 술은 마실 수 있지만, 한 잔만 더 마시면 더는 얘기할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서은준의 표정은 이미 혐오로 가득했다.서은준이 말을 마치고 잔을 들려고 할 때 이소결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마시지 마세요! 저도 그냥 장난삼아 말한 거예요. 그리 진지하게 받아들일 줄 몰랐네요."서은준은 잔을 내려놓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저한테 장난친 거죠?"이소결은 서은준이 이리 직설적으로 물어볼 줄 몰랐다.서은준: "도대체 일하러 오신 거예요? 아니면 놀러 오신 거예요?"이소결: "일하면서 놀면 되죠! 은준 씨, 평소에도 이리 진지한 타입이에요?"이때 현이가 급히 나서서 설명했다. "이소결 씨, 대표님께서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건 아닙니다. 대표님께서 원래 이런 성격이어서 말이죠."이소결: "하하! 그런가요! 진짜 젊은 나이에 대단하네요! 꽤 재밌어요."점심 식사가 끝나갈 무렵 이소결은 조난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저 은준 씨와 잠깐
조난: "은준이를 위해 T국에 온 거지?"현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대표님이 없었어도 왔을 거예요."조난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알고 지내면서 그가 언급한 여자라고는 한 명뿐이었지."현이는 그의 말에 눈썹을 살짝 치켜 올랐다. "누구죠?"조난: "전에 함께 지내던 가정부였어. 그런데 가정부가 죽은 뒤, 매년 함께 제사를 지냈었지."현이: "..."조난: "그때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흥분했었는데, 술 깨고 나니 기억하지도 못했어."현이는 그의 말에 혼자 중얼거렸다.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구나..."조난: "방금 무슨 소리한 거야?"현이는 고개를 저으면서 미소를 보였다. "아니에요! 그런데 대표님은 그런 사람 아닌 것 같은데요. 매년 제사까지 지내다니."조난: "하하!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 거야. 집으로 돌아갈 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다음날 바로 제사를 치렀지. 궁금해서 누구의 제사인지 물었더니 가정부라고 했었어."현이: "아... 진짜 괜찮은 사람이네요. 가정부를 위해 제사도 지내고 말이에요."조난: "지금까지 알고 지내면서 다른 이성을 언급한 적이 없었어. 그리고 이소결 씨한테 반할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이소결 씨는 너무 성숙해."현이: "대부분 젊은 남자들은 성숙한 여자를 좋아하지 않나요?"조난: "젊은 남자들이 모두 성숙한 여성을 좋아하는 건 아니야! 난 그런 여성이 매력적이라고 느낄지 몰라도 은준이는 너 같은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할지도 모르지!"현이는 갑작스러운 언급에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저는 어떤 스타일이죠?"조난: "순수한 타입이지."현이: "진짜요?"조난은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엄청 순수한 타입은 아니고 가끔 순수하면서 가끔 톡 튀는 성격인데 이소결 씨와 완전히 다른 타입이라고 보면 돼."현이: "제가 이소결 씨와 같은 드레스를 입으면 저도 여성스럽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어요."조난은 그녀의 말에 참지 못해 박장대소했다. "아무 말 하지
이소결: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은준 씨를 전 남친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긴 건 아니에요. 솔직히 전 남친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해요. 전 남친은 야망도 없고 은준 씨처럼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요..."서은준은 그녀의 말에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소결 씨, 저는 당신의 사생활에 관심이 없어요."이소결은 그의 말에 개의치 않은 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럼 저의 어떤 부분에 관심 있나요? 은준 씨, 저희밖에 없는 자리에서 그리 조심할 필요 있을까요?""조심하는 게 아니라 모두 진심이에요. 이소결 씨, 마음 접으세요! 저는 당신한테 관심 없어요." 서은준은 방금 보다 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는 사실 당신 아버님의 투자에도 관심 없어요. 조난이 계속 권유하지 않았다면 당신도 만나지 않았을 거예요."이소결은 그의 차가운 태도에 다소 충격이었다.왜냐면 지금까지 여러 남자들을 접해 왔지만 그녀를 이런 식으로 거절한 남자는 진지한을 제외하고 없었기 때문이었다.처음에 진지한을 짝사랑했었지만, 진지한은 바로 그녀를 거절했었고지금의 서은준도 마찬가지였다."왜 저를 좋아하지 않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 그래도 꽤 이쁘고 몸매도 좋은데 말이죠..." 이소결은 아무래도 이유가 궁금했다. "아니면 비서분에게 마음이 있는 건가요? 그런데 어떤 분이길래, 그리 신경 쓰고 있는 거죠?"이소결은 서은준이 현이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지 궁금했었다.서은준은 이소결을 힐끗 보더니 그녀가 궁금한 부분에 답했다. "저는 당신처럼 화장 진한 여자를 싫어하고 성형으로 만든 몸매는 더더욱 싫어요. 제 비서가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이소결은 그의 말에 순간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럼 저보다 돈이 많은가요?! 저와 함께라면 최소 20년은 수고를 덜 수 있잖아요!"서은준: "저는 애를 써서 싸우고 노력하는 과정이 좋아요."이소결: "..."서은준: "다시는 제 비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왜냐면 당신이 생각한 그런 관계가 아니
서은준은 술을 마시고 얼굴이 빨갛게 되었다."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까봐?" 서은준은 걸음을 멈추고 현이를 힐끗 보았다. "조난은?"현이: "대표님 사무실에서 자고 있을 거예요. 얼굴이 빨개졌는데, 집에 가서 좀 쉴래요?"서은준: "안 취했어."현이:"제가 차로 집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조난 씨가 대표님 차를 운전했는데, 운전 실력이 괜찮은 것 같았어요."현이는 서은준의 뒤를 따랐다. "사장님, 이소결 씨를 호텔로 모셔다드렸어요?"서은준: "아니. 그냥 아무렇게나 몇 마디 이야기하고 헤어졌어."현이: "어, 무슨 얘기 했어요? 저는 이소결 씨가 대표님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소결 씨가 대표님에게 고백했나요? 아니면 대표님에게 무슨 말을 했어요?"서은준: "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아. 너의 추측이야, 아니면 이소결 씨가 너에게 말한 거야?""그냥 예상했어요! 이소결 씨의 행동이 너무 티 나잖아요." 현이는 서은준을 따라 사무실로 들어갔다. "대표님, 도대체 무슨 말씀을 나누셨어요?"서은준: "넌 왜 직원이라는 자각이 하나도 없어? 대표님의 사적인 일도 감히 추궁하는 거야?"현이는 눈을 깜박이며 대답했다. "이번 계약이 성사될 수 있을지 보려는 거예요. 계약이 순조롭게 성사된다면, 월급을 받을 거예요."서은준: "계약이 안 되더라도 월급을 줄 수 있어."서은준은 책상 앞에 있는 의자에 가서 앉았다."조난 씨가 왜 대표님 사무실에 없죠?" 현이는 사무실에 조난이 없는 것을 보고 서은준 맞은편 의자에 앉아 책상 위의 자료를 집어 들었다."낮잠 자는 습관이 없어 어디 가서 담배를 피우고 게임을 하나 봐." 서은준은 자료를 현이 손에서 가져와 다시 훑었다."대표님, 제가 채워드릴까요? "현이는 필통에서 펜을 하나 꺼냈다. "대표님도 그 투자를 그렇게 원하지 않았잖아요. 그럼 제가 마음대로 작성해 드릴게요."서은준는 확실히 작성하기 싫었던 터라 자료를 현이에게 주었다. "막 쓸 생각이야?"현이: "내가 아는 것은 진실대로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