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유정 씨 가족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안 드세요?" 라엘이는 옆에 앉아 엄마가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며 웃었다. "그 사람들 아직 엄마 사돈이 아니라고요! 저희 시부모님께도 뭘 좀 드리라는 말도 안 하시더니."진아연은 딸을 흘겨보고 대답했다. "너희 시부모님이 이 정도 먹을 게 부족할 것 같니? 내가 유정 씨 가족에 대해 더 관심을 두는 이유는 유정 씨 어머니께서 수술하셨기 때문이야. 몸보신을 위해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하니까. 게다가, 유정 씨의 가정 형편이 좋지 않으니, 내가 좀 더 보살펴야지. 하지만 네 시부모님은 돈도 많으신데 내가 보살필 필요가 없지!"라엘이는 엄마의 편애를 진심으로 탓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를 놀리고 싶었을 뿐이었다."만약에 유정 씨가 오빠랑 잘 되면, 유정 씨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시어머니' 라고 써달라고 부탁할게요!" 라엘이는 엄마를 계속 놀렸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돈이기도 하네요!""그래! 유정이가 주는 건, 뭐든지 다 좋아." 진아연은 유정의 부모에게 줄 물건을 한쪽으로 들고 가서 박지성을 향해 말했다. "지성아, 운전기사와 함께 물건을 전해드리고 오렴."박지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엄마, 그분들한테 전화해서 얘기 좀 해드리면 안 될까요? 제가 막무가내로 찾아가서 그분들을 놀라게 할까 봐 걱정되네요.""나는 유정이 엄마 번호가 없어." 진아연이 지난번에 배유정의 어머니를 보러 병원에 갔지만, 주로 병문안을 하느라 연락처를 묻는다는 것을 잊었다. "유정이가 지금쯤 가고 있을 테니 방해하지 않는 게 좋겠어. 네가 직접 물건을 드리며 우리의 마음이라고 말해줘."박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남아서 밥 먹으라고 하면 밥 먹고 와도 돼." 진아연은 아들이 다른 사람을 거부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 봐 걱정했다.지난번 배유정의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아연은 배유정의 어머니가 매우 순박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진아연은 특히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만약 진지한이 앞으로 이 집에 오지 않는다면, 배준범은 어린 조카의 장난감을 자기가 차지할 수 있었다.박 씨네 차가 대문 앞에 도착했을 때, 경비원은 박지성이 오는 것을 보고 대문을 열어 차를 들여보냈다.별장에 있던 배준범은 마당의 인기척을 보고 곧 밖으로 나와 상황을 살폈다."엄마, 누가 왔어요!" 배준범은 박지성를 알아보았다. "박씨 가문의 사람이에요!"배유정의 어머니는 아들의 말에 반찬을 내려놓고 마당을 바라보았다.아니나 다를까 박씨 가문의 사람이었다.겁에 질린 배유정의 어머니는 남편에게 상미를 안고 올라가 피하라고 했다.배유정의 아버지는 황급히 상미를 안고 계단을 올라갔다."천천히 가요! 넘어지지 말고! 당신 넘어지는 건 괜찮은데 우리 상미를 넘어뜨리지 말아요." 배유정의 어머니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알았으니 손님을 맞이해! 내가 알아서 올라갈게." 배유정의 아버지는 얼른 상미를 안고 계단을 올라갔다.박지성과 경호원은 선물을 들고 별장 입구로 걸어왔고,배유정의 어머니가 아들을 데리고 곧바로 맞이했다."지성 씨가 어떻게 오셨어요? 선물도 이렇게 많이 가져왔네요... 지성 씨 어머니께서 나한테 말도 없이!" 배유정의 어머니 얼굴의 미소가 굳어 있었지만박지성은 눈치채지 못했다."엄마가 아저씨와 준범이가 왔다고 해서 선물을 보내라고 했어요. 우리 누나가 오늘 우리 집에 있어서 엄마는 못 오셨어요." 박지성은 예의 바르게 입을 열었다."아이고, 어머님이 참 자상하세요!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배유정의 어머니는 컵을 찾아 박지성에게 물을 따라주며 말했다."집에 장난감이 왜 이렇게 많아?" 박지성은 소파에 알록달록한 장난감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배준범에게 물었다."다 지한이 형이 산 거예요." 배준범은 말을 아꼈다."오... 생각났어, 우리 형이 전에 상민이를 데리고 와서 놀았었지." 박지성은 형이 좀 엉뚱하다고 생각했다. "상민이를 데리고와서 하루 동안만 놀았는데, 상민이 장난감을 이렇게 많이 산 거야? 이렇게
박지성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위층을 바라보았다.아기의 울음소리가 분명히 건물에서 들려왔다.위층에 아이가 있는 건가?배유정의 어머니는 놀라서 안색이 크게 변했다.아이를 달래려고 올라가려 했지만 박지성이 아직 안 갔다."아주머니, 위층에 어린애가 있어요?" 박지성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배유정의 어머니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친척이 오늘 아이를 데리고 놀러 왔어요. 나는 지성 씨가 올 줄 몰라서 친척을 오라고 했어요. 정말 죄송해요!""아주머니, 괜찮아요. 친척을 초대하는 건 정상이에요. 나는 우리 형에게 말하지 않을 거고 우리 형이 알아도 아무 말도 안 할 거예요. 여러분도 안심하고 명절을 보내세요! 방해하지 않을게요."배유정의 어머니는 박지성을 떠나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숨을 크게 내쉬었다.배준범은 위층으로 올라가 아버지를 불렀다.얼굴 가득 눈물 자국이 난 상미를 안고 내려온 배유정의 아버지는 당황해 아내에게 상미를 건넸다."왜 울었는지 모르겠어. 내가 간식을 갖다주는데도 계속 거부하는 걸 보면 배가 고프지 않다는 뜻인데..." 배유정의 아버지는 상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배유정의 어머니는 상미를 안아 소파에 내려놓고 능숙하게 기저귀를 펼쳐 보았다."우리 상미 배가 아파서 응가 해서 울었어요... 얼른 물을 받아오지 않고 뭐 해요?" 배유정의 어머니가 분부했다. "준범아, 기저귀와 물티슈를 가져와."부자가 곧 따로따로 움직였다....차를 40분 동안 운전한 후, 배유정은 조금 졸렸다.그녀는 휴대폰을 켜고 자신이 좋아하는 라디오 방송국을 찾은 다음 블루투스 이어폰을 꺼냈다."라디오 들을래요?" 그녀는 진지한에게 이어폰을 건네주었다. "이 진행자가 마음에 드는데, 한번 들어 보실래요?"진지한은 호기심에 그녀가 건네준 이어폰을 받았다.그녀의 이어폰은 매우 깨끗해서 새것 같았다.이어폰을 끼자마자 안에서 아름다운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목소리는 친구처럼 차분히 들려왔는데 듣기 편했다.잠시 후 음악이
한지윤: 뭐야? 어쨌든 몰래 사진을 찍어서 나에게 좀 보여줘!...진지한은 얼굴을 찡그리며 한지윤의 문자를 읽고는 마음이 뒤숭숭했다.한지윤은 배유정의 절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정상이었다.다만 한지윤이 배유정에게 자신을 따놓으라고 한 것을 생각하면 난감하고 웃겼다.그는 카메라를 켜고 배유정이 잠든 얼굴을 향해 사진을 찍어 한지윤에게 보냈다.한지윤은 사진을 보자마자 물음표를 던졌다.한지윤: 무슨 일이지? 유정이 잠들었어? 누가 보내준 사진이야? 어?!진지한은 타자 하기 싫어서 카메라를 켜고 자기 얼굴에 대고 사진을 찍어 보냈다.진지한의 셀카를 본 한지윤은 침묵의 공포에 휩싸였다.젠장!진지한이 왜 배유정의 핸드폰을 가져갔지?!배유정이 진지한에게 핸드폰을 준 건가?그들 둘의 관계는 이미 서로 휴대폰을 볼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나?한지윤은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신 뒤 휴대전화 화면에서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였다.한지윤: 진 대표님! 대표님과 우리 유정이... 사이가 좋아 보여요? 하하, 유정이를 잘 부탁해요! 처음으로 연애하는 거라 경험이 없어요!진지한: 나도 경험이 없어요.한지윤: 와우! 대표님도 처음이에요? 이렇게 짜릿하다니! 괜찮아요, 내가 가르쳐줄게요! 내면의 느낌을 따라 마음껏 열정을 발산하면 돼요! 우리 유정이는 부드럽고 귀여워요. 중요한 건, 유정이가 당신을 매우 좋아한다는 거예요! 당신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만 한다면, 오늘 밤 사랑의 불꽃을 피울 수 있을 거예요! 하하!진지한: ...한지윤이 보내온 글을 보니 야한 소설을 보는 것 같았다.진지한은 휴대폰이 좀 뜨거워진 것 같아서 제자리에 놓았다.차로 3시간 가까이 간 끝에 차는 예약한 호텔에 도착했다.오늘 일정은 점심에 호텔에서 식사하고, 식사 후에는 오후에 단체 게임을 하고, 저녁 식사 후에는 캠핑장으로 가서 텐트를 치는 것이다.그들이 예약한 캠핑장은 바다 경치와 가까워서 다음 날 아침 멋진 일출을 볼 수 있었다.진지한이 배유정의
주변 사람들은 이 말에 일제히 배유정의 얼굴에 시선을 돌렸다.유원동이 이 질문을 하기 전까지 모두 배유정을 특별히 주목하지 않았다.배유정이 그들과 마찬가지로 회사의 단체복을 입고 있었기에복장을 보면 회사원인 줄 알았다.배유정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 전에 다들 그녀가 진지한의 비서일지도 모른다고 짐작했다.진지한은 회사에서 줄곧 신비의 존재였다.그는 일반 직원들 앞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기에 그의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하지만 이제 배유정의 얼굴을 똑똑히 보고 난 사람들은 그녀가 ‘지윤이네 카페’의 사장임을 알아보고 의미가 확 달라졌다.대표님이 카페 사장님을 워크숍에 초대했을 줄은 몰랐다.배유정은 사람들의 시선에 얼굴을 붉혔다.그녀는 진지한이 난처해할까 봐 유원동에게 말했다. "아니에요. 워크숍이 있다는 것을 알고 세상을 보고 싶어서 지한 씨에게 데리고 와 달라고 부탁했어요."배유정의 말이 끝나자 진지한이 입을 열었다. "내가 초대한 거예요."주위에서 갑자기 ‘와우' 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여색을 멀리하는 대표님이 갑자기 디저트 가게 사장님을 워크숍에 초대하는 건 그냥 우정의 의미는 아닐 것아다.유동원은 대답을 듣고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 나서 그는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했다. "유정 씨, 이따가 우리랑 같이 밥 먹을래요? 우리 오랜만에 수다 떨어요!"배유정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만약 진지한이 없었다면, 배유정은 분명히 이 요구를 승낙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지한이 없었다면, 그녀는 그들 회사의 워크숍에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배유정은 진지한의 생각을 물으려 진지한을 바라보았다."식사 자리는 미리 정해졌어요. 유정 씨는 저랑 같이 먹을 거예요." 진지한은 유동원에게 말하고 배유정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요."배유정은 유원동을 향해 손을 저은 후 빠른 걸음으로 진지한을 따라갔다.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대표님께서 배유정 씨랑 사귀는 게 틀림없어요. 방금 배유정 씨
진아연은 진지한이 일은 잘 하지만 생활면에서 스스로를 잘 돌보는 것에는 능숙하지 않다고 말했다.오직 일에 모든 힘을 다 쏟아붓기에 다른 일상적인 일들은 아주머니가 다 알아서 해줬다.이번에 간 워크숍은 호텔에서 머무는 것이 아닌 캠핑 형식이었기에 진아연의 걱정이 많았다.진지한이 잘 먹지도 잘 자지도 못할 것이라 생각하여 걱정되었다.배유정은 진아연의 말을 바로 이해했다.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확실히 그런 부분에 대해서 능숙하지 못했다.예를 들어, 한지윤 역시 요리와 집안일에 대해서 잘 모르는 편이었다.진지한은 한지윤보다 더 부자일 테니 아예 이런 것에 대해서 알 리가 없을 것이라 배유정은 생각했다.진아연은 진지한이 매운 것도, 짠 것도, 신 음식도 먹지 않는다 말했다.하지만 식탁에는 고추가 가득 담긴 냄비 두 개가 올려져 있었다.대부분의 직원들 입맛에 맞게 준비한 것이었고 그러다보니 진지한의 입맛과는 거리가 멀었다.배유정은 새우는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고 일회용 장갑을 낀 뒤, 새우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그녀가 새우 껍질을 벗기는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들은 젓가락을 잠시 멈췄다.배유정은 새우 세 마리 껍질을 벗긴 뒤, 진지한의 접시 위에 올려줬다.그녀는 진지한이 새우를 좋아한다는 말을 기억했다.그리고 아마 평상시에는 아주머니가 껍질을 벗겨줬을 것이다.진지한은 배유정이 건네준 새우를 보며 배려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어떤 누가 이런 그녀의 행동을 거절할 수 있겠는가?"저 사모님께서 신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줬어요. 그래서 소스는 따로 주지 않았구요." 배유정이 조용히 말했다."또 뭐라고 하시던 가요?" 진지한은 새우를 집어 입에 넣었다.달콤하고 부드러운 새우살은 마치 지금 그의 몽글거리는 마음과도 같았다."밖에서 밥을 잘 못 드실까봐 걱정하셨어요." 배유정은 그가 새유를 먹는 것을 보고 계속해서 껍질을 벗겼다."다 맞는 건 아닙니다. 제가 그렇게까지 까탈스럽지는 않아요." 진지한은 솔직히 좋아하는 여자
잠시 쉰 뒤, 오후 이벤트가 시작되었다.진지한은 연설을 마치고 배유정과 함께 호텔에서 나왔다."쇼핑하러 갈 거예요?" 배유정이 물었다. "보통 점심 시간에 뭐하세요?""방을 예약하지 않았습니다." 진지한이 말했다. "만약 가서 자고 싶으면 예약하도록 해요."진지한의 입에서 방을 예약한다는 말이 나올 줄은 아마 다른 사람들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배유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까 차에서 잤어요. 피곤하죠.""별로 피곤하지 않아요." 진지한은 오늘 다행히 일이 많지 않아 피곤하지 않았다."그럼 쇼핑하러 가요!" 배유정이 웃으며 말했다. "기념품 좋은 게 있으면 사가요."진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그다지 쇼핑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평상시에도 가족들이랑 같이 나갈 때도 있었지만 혼자는 절대 나가지 않았다.하지만 배유정과 함께 가는 거라면 가족들과 함께 쇼핑을 나가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었다."어머니가 뭐라고 하셨어요?" 진지한이 물었다."음, 그냥 보여줄까요?" 배유정은 휴대폰을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 "어머니께서 저한테 보낸 메시지예요."배유정은 휴대폰을 열고 카카오톡을 들어갔다. 맨 위에는 한지운이 보낸 메시지가 보였고 자연스럽게 들어갔다.그리고 그녀는 진지한과 한지윤이 대화한 내용을 보게 되었다.배유정: "..."진지한: "그때 당신은 자고 있었어요. 메시지가 엄청 와있어요. 걱정이 되서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배유정은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어... 지윤이가 사실 많이 직설적이긴 해요. 그러니깐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워크숍... 관련 말은 잊어줘요."왜냐하면 지윤이가 마지막에 보낸 '그를 자빠트려버려.'라는 메시지를 보았기 때문이었다.한지윤은 항상 그녀에게 이런 말을 했다.솔직히 여자들끼리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진지한이 이 내용을 보았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졌다.진지한은 그녀의 당황한 표정을 보며 놀렸다. "날 어떻게 하고 싶었습니까?"그는 배유정이
진지한은 돈을 낸 뒤, 그녀의 손에 들린 물을 가져갔다."밤에 샤워할 때 손가락에 물 닿지 않게 조심해요." 배유정은 다친 손가락을 보며 말했다. "상처가 깊어요. 이렇게까지 깊게 찔릴 줄이야... 거기 사장님들 겁 먹은 표정을 보셨어야 했는데."진지한: "사실 하나도 안 아파요.""작은 상처이긴 하지만 조심해요. 어머니께서도 아시면 슬퍼하실 거예요." 배유정은 그의 보폭에 맞춰 걸어갔다. "어머니께서 한번도 연애를 해보신 적 없다고 하셨는데. 정말 없으셨어요?""글쎄요. 아예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매일 눈을 떴을 때마다 항상 많은 문제가 있었거든요." 진지한은 자신의 비밀을 그녀에게 말해줬다. "전 어렸을 때부터 목표가 있었어요. 아버지를 능가하는 사람이 되자고 말이죠."배유정은 그의 표정을 보다 깜짝 놀랐다."어렸을 때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항상 아버지를 뛰어넘고 싶었죠. 그러면 제가 가족들을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진지한은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래서 누군가와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어요.""저도 연애한 적 없어요." 배유정이 대답했다. "전 자존감이 많이 낮었어요. 왜냐하면 시골에서 도시로 공부하러 와서 그런가 뭔가 저를 좋아한다는 말에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어요. 제가 생각보다 많이 소심하거든요.""당신이 소심한 사람인 건 난 오늘 처음 알았어요." 진지한은 두 사람이 호텔에서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당신이 리드한 걸로 아는데."배유정은 얼굴이 빨개졌다. "그때는 당신이 너무 괴로워 하길래... 그냥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뭐 물론 지한 씨가 잘 생겼기도 했고... 제가 생각보다 얼빠거든요."진지한: "...""솔직히 진짜 제가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지만. 지금은 후회하지 않아요."그녀의 솔직한 대답에 진지한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10분 정도 더 걸었더니 쇼핑 거리에 도착했다.이 거리에는 물건을 파는 사람들로 가득했다.안 파는 물건이 없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