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유정은 소파에 누우며 단번에 인생이 어둠 속에 빠진 것 같았다.집에는 아직 빚이 산더미고 열심히 돈 모아 빚 갚으려고 매일 아둥바둥 버티면서 지내고 있는데 이 와중에 임신까지 해버리면 아기를 어떻게 키운단 말인가... 맙소사! 생각만 해도 너무 버거웠다?재앙은 매양 겹쳐 오게 마련이라고 이것이 바로 설상가상인 상황이 아니겠는가?그녀는 소파에 잠시 누워있다 소파 등받이를 붙잡으며 몸을 일으켰다.갑자기 입이 마른 듯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그녀는 티 테이블 위에 놓여진 주전자를 들고 물을 한 컵 따랐다.단숨에 물을 들이마신 후 그녀는 정신을 좀 차린 것 같았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다시 검색하기 시작했다: 혼전 임신 어떻게 해야 하나요?온라인 댓글은 두 가지 상황으로 나눌 수 있었다.졸업하지 않은 경우:—우선 가족에게 알린 후 유산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부모님께 혼날까 봐 두려워하지 마세요, 세상에서 당신을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사람은 오직 부모님 뿐입니다!—남자친구한테 먼저 얘기하시고 남자친구 반응부터 살펴봅니다. 남자친구 집에서도 아이를 낳자고 한다면 아이를 낳으시는 걸 권합니다. 낙태는 몸에 아주 해롭습니다!이미 졸업한 경우:—우선 남자친구에게 얘기하고 남자친구 분께서 책임 지겠다고 하면 정말 축하드립니다. 인터넷에 이런 도움을 요청한 거 보면 아마 남자친구 분께서 책임지려 하지 않으신가 봐요? 아이가 짐이 되실 것 같으시면 유산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결혼하시는데 아주 큰 영향을 미치실 겁니다.—남자친구 분께서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면 부모님과 함께 상의해 보세요. 집안 조건이 괜찮으시다면 남편없이 혼자 자식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물론 조건이 힘드시다면 유산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아이 키워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돈이 엄청 많이 들거든요!...인터넷에 올라온 다양한 댓글들을 확인하던 배유정은 아예 포기해 버렸다.그녀와 진지한은 애초부터 연인사이가 아니였다, 완벽한 낯선 사람일 뿐만 아니라
이 시간에 문을 연 병원은 없을 것이다.그녀는 다시 소파에 돌아가 앉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진지한의 모습이였다.어쩌면 진지한은 진작에 자신의 얼굴을 잊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여전히 진지한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비록 진지한의 회사는 다른 나라에 있지만 진지한은 A국 사람이기 때문에 A국에서도 진지한에 관한 뉴스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그는 상업계 천재였다, 게다가 훌륭한 외모에 집안 배경까지 모든 걸 다 갖춘 그는 연예계 톱스타보다 더 이목을 끄는 존재였다.배유정은 휴대폰을 들고 검색창에 '진지한'이란 세글자를 입력한 후 검색하기 시작했다.진지한과 관련된 수많은 뉴스들이 화면에 나타났다.최근 소식은 바로 진지한이 친척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했다는 뉴스였다.배유정은 그 뉴스를 클릭했다.진지한의 고모가 세상을 떠났다...장례식은 바로 어제 거행되었다.그렇다면 진지한은 여전히 A시에 있을 것이다.하지만 진지한이 A시에 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설마 진지한을 찾아가서 당신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그녀가 진지한이라면 분명 그녀에게 화를 내며 돈봉투를 던져주며 아이를 지우라고 할 것 같았다.아무리 가난하다고 해도 아이를 지울 돈 정도는 있었다.비록 가난한 건 사실이지만 그녀는 아이를 이용해 진지한을 협박하고 싶지 않았다.어쨌든 그날 밤 진지한이 그녀에게 강요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진지한에게 반해 넘어간 것이기 때문이다.그녀는 여태껏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만난 적이 없었다.진지한은 외모만 뛰어날 뿐만 아니라 사람 됨됨이도 아주 바르고 괜찮았다, 이런 남자를 앞에 두고 설레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이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졌다.더 이상 허튼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우선 병원에 가서 정말 임신을 한 게 맞는지 확인부터가 우선이였다.정말로 임신이라면 그때 가서 다시 방법을 생각하려고 했다!아침 8시.배유정은 처음으로 산부인과를 찾았다.의
"결혼은 하셨어요? 아이를 지우려면 아이의 아버지의 서명이 필요해요." 의사가 귀띔해 주었다.배유정이 어떻게 진지한에게 서명을 해달라고 하겠는가?진지한을 만나는 것조차 그녀에겐 불가능한 일이였다."제가 직접 서명하면 안될까요?" 배유정이 물었다. "선생님, 사실 제가 아직 결혼도 안했고 남자친구도 없거든요.""그럼 조심 좀 하시지 그랬어요! 안그럼 가족분들이 오셔서 서명해도 괜찮아요. 수술은 오늘은 시간이 안되고 미리 예약하셔야 해요." 의사가 계속해서 말했다. "아니면 오늘은 일단 돌아가서 다시 고민해 보세요.""꼭 가족의 서명이 필요한 건가요? 제 가족들도 다 멀리 있어서요." 배유정은 이 일을 가족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집에 얘기해봤자 부모님께 속만 썩일 것 같았다.의사는 배유정을 흘끗 보더니 말했다: "그럼 아이 아버지의 서명이 필요해요. 아무도 없으면 수술 중에 예상치 못한 일이라도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지겠어요?"배유정은 의사도 다 규정에 따라 행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더 이상 의사와 논쟁을 벌이지 않았다."그럼 일단 돌아가서 생각 좀 더 해볼게요.""그래요, 아직 임신 초기라 시간이 더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3개월 후에 배아에 이상한 문제가 없다면 낙태하기 어려울 거예요.""네, 알겠어요."배유정은 검사결과를 들고 병원에서 나왔다.뜨거운 해볕 아래 그녀는 머리가 지끈해났다.그녀는 단 한 번도 자신이 임신하고 엄마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여태껏 남자친구도 없었는데 어떻게 엄마가 된 후의 삶을 생각했겠는가?그녀는 병원 근처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옆에 벤치에 아무도 없었다.그녀는 벤치에 앉아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돈만 있었어도 이렇게 망설임없이 직접 낙태를 결정하진 않았을 것이다.어쨌든 작고 소중한 목숨이니 말이다.돈만 있어도 나중에 결혼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그녀는 아이와 둘이 서로 기대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그녀에게 돈이 없다는 것이다.이제
임신에 대해 그녀는 더 이상 고민할 게 없었다.우선 뱃속에 아이를 낳을 수 없었다, 그리고 가족이나 동료에게 알릴 수도 없었다."무슨 일인데 그래? 돈 필요해서 그래? 얼마나 필요한데?" 한지윤이 물었다."아니야, 돈 때문은 아니고. 만나서 얘기해!" 배유정은 차마 전화로 말할 수 없었다."알겠어, 지금 오피스텔이야? 내가 찾으러 갈게.""응."...약 40분 정도 후, 한지윤이 오피스텔에 도착했다.배유정은 맛있는 음식은 한 상 준비했다.한지윤은 식탁에 놓인 음식들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유정아, 아직 점심시간도 아닌데 많이 차렸네!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오는 내내 궁금해서 죽을 뻔했어."한지윤은 식탁에 앉아 배유정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배유정은 그녀에게 물을 따라준 후, 그녀의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지윤야, 우리 두 사람 서로 겹치는 친구도 없고 서로 가족들도 모르니까 하는 얘긴데, 아무리 생각해도 도움을 청할 사람이 너밖에 없어서 그래." 배유정은 진지하게 말했다. "나 임신했어. 아기 지우고 싶은데 의사 선생님이 가족 서명이 필요하대, 그래서 너한테 도움을 청하려고."한지윤: "......"두 사람이 룸메가 된지 그렇게 오래 되진 않았지만 함께 지낸 시간을 통해 한지윤은 배유정이 어떤 사람인지 보아낼 수 있었다.배유정은 결코 밖에서 함부로 놀고 다니는 그런 헤픈 여자애는 아니였다.그리고 배유정은 남자친구도 없었다.그럼 그녀의 뱃속에 아이는 어떻게 생긴 걸까?"누구 아이야? 너 남자친구 없잖아?" 한지윤은 물컵을 들고 물을 단숨에 다 마시며 물었다. "몇 개월 차야? 임신한 거 전혀 모르겠는데?"배유정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방금 임신했어.""그래? 근데 우리 같이 지내는 동안 집에 남자 들인 적 없잖아? 아이 아버지는 누구인데? 책임지기 싫대?" 한지윤은 주먹을 꽉 쥐었다. "걱정하지 말고 나한테 얘기해, 내가 혼내줄게! 절대 네 친구라고 안하고 가서 혼내줄게!"배유정: "사고였어. 아이
배유정은 한지윤의 말을 듣고 흔들렸다.진지한이 너무나도 훌륭한데 그의 아이라면 어떨지 모르겠다.다만 좋은 환경이 없다면 아이에게도 일종의 고통일지도 모른다!아이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분명 자신과 함께 고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그녀가 스스로 아이를 낳는다면 이 아이는 진지한의 사생아가 될 것이다."봐, 너도 망설이고 있잖아." 한지윤은 배유정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유정아, 다시 한 번 제대로 고민해 봐!""이미 며칠 동안이나 고민한 결과야. 나 정말 이 아기 못 키워. 난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 출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건 말이 안돼... 아이 낳아놓고 우리 엄마한테 봐달라는 것도 말이 안돼고. 우리 엄마 많이 편찮으셔서 아기 못 봐줘, 동생은 이제 겨우 대학생이고..." 배유정은 말하며 약간 흥분했다. "이런 상항에서 정말 무책임하게 이 아이를 낳을 순 없어.""유정아, 너무 모든 걸 다 혼자서 짊어지려 하지마. 너희 어머니 지금 회복 중이시잖아? 아버님도 이제 곧 출근하실 수 있잖아? 아버님만 출근하면 더 이상 집에 돈 안 보태도 될 거야." 한지윤은 배유정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한지윤은 몹시 안쓰러웠다."나 이미 부모님께 사업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어, 어쩌면 나한테 목돈 주실 수도 있어. 이 돈 받게 되면 우리 같이 동업해서 가게 하나 차리자, 그럼 그때 가서 아이 가게에 놓고 우리 같이 돌보면 돼!" 한지윤은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유정아,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 우리 부모님도 맨 손으로 시작하셨어, 우리 엄마 나 가지고도 매일 아버지랑 여기저기 다니면서 고생 많이 하셨어.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너무 그 어려움을 크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어."배유정: "이 아이를 낳으려면 우리 부모님께도 얘기해야 할 거야. 우리 부모님은 절대 동의하시지 않을 거야."한지윤: "아직 부모님께 말씀 안드렸지? 아니면 지금 당장 얘기해 봐, 부모님이 어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기에 밖에는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그래서 차가 문 앞에 세워진 것을 보고 하인은 바로 정원 문으로 향해 걸어갔다."오늘 손님이 오신다는 얘기는 없었는데요!"경호원도 따라서 문으로 걸어갔다.택시였다.택시 문이 열리고 아기의 울음소리에 경호원과 하인은 깜짝 놀랐다.박시준의 집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 적은 아주 오랜 만이였다.경호원은 곧바로 정원 문을 열고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건지 확인하러 나갔다.하인은 바짝 그 뒤를 따랐다.한 중년 여성이 아기를 안고 택시에서 내렸다.밖에 폭설이 내리고 있었기에 중년 여성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아기를 이불로 감싸주었다."누구시죠?" 너무 궁금했던 하인이 먼저 물었다. "혹시 우리 주인님 아시나요?"아기를 안은 중년 여성은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혹시 여기가 박시준 씨 댁인가요? 저는 아이 데려다 주러 왔어요. 경비 아저씨가 택시 못 들어오게 했었는데 박시준 씨 댁의 아이라고 하니까 겨우 들여보내 줬어요."경호원: "..."하인: "..."이 아기가 박시준 집 아이라고!?박시준도 이미 노년기에 들어섰는데 이 나이에 밖에서 또 아이를 낳았다니.정말 큰일이었다!진아연은 분명 이혼하겠다고 난리 칠 것이다!하인은 너무 놀라서 영혼이 집을 나간 채 부랴부랴 별장 안으로 달려갔다.마침 박시준과 진아연 모두 집에 있었다... 하인은 이미 집에 곧 폭풍우가 몰아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하인은 문을 열고 별장에 들어선 후, 비틀거리며 진아연 앞으로 다가갔다.진아연은 손에 든 책을 내려놓고 물었다: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사모님, 밖에 어떤 여자 분이 아기를 안고 찾아왔는데, 대표님 아이라고 합니다..." 하인이 말을 마치자마자 진아연은 바로 밖으로 나갔다."사모님, 외투라도 걸치세요! 밖에 많이 추워요!" 하인은 진아연의 외투를 들고 그 뒤를 쫓아갔다.윗층에 있던 박시준은 소리를 듣고 바로 내려왔다.그가 1층에 도착했을 때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정원 입구
"당신이 진아연 씨인가요? 이 아기는 당신네 아기입니다... 아기를 원하시면 제게 수고비 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중년 여성이 진아연에게 말했다. "아기를 데려오라고 한 사람이 아기를 당신께 넘기면 수고비 줄 거라고 했어요. 오늘 날씨도 춥고 제가 얼마나 힘들게 아기 데리고 왔는데요!"하인은 진아연의 외투를 들고 쫓아오며 진아연에게 외투를 걸쳐줄 때 마침 중년 여성이 하는 얘기를 들었다."우리 집 아기라는 증거 없잖아요! 아기 생모 데려와서 확인시켜 주세요!" 하인은 진아연의 편에 서서 얘기했다.진아연과 박시준 사이에는 이미 아이들이 넷이나 있고 두 사람의 감정도 매우 좋다.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사생아가 이렇게 하늘에서 뚝 떨어질 수 있겠는가?진아연더러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것인가?네 자녀들은 또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저한테 이런 얘기하셔도 아무 소용 없어요! 저는 단지 심부름으로 아기를 데려온 것 뿐이에요. 어떤 수고비도 주지 않는다면... 그럼 전 이 아이를 데려갈 수밖에 없어요." 중년 여성은 약간 화가 났다.이 추운 날에 눈보라까지 휘몰아치는데 아기에 대한 배려가 조금도 없었다.참으로 이상했다.진아연은 눈앞에 펼쳐진 당황스러운 상황에 너무 놀라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추위도 느껴지지 않았다.잠시 후, 박시준이 성큼성큼 걸어나왔다."무슨 일이야?"하인은 박시준을 보자 바로 그에게 다가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중년 여성은 박시준의 목소리를 듣고 즉시 목을 뻗치며 박시준을 향해 소리쳤다: "당신이 바로 박시준인가요? 이 아기는 당신네 아기입니다, 아기 원하신다면 제게 돈을 주셔야 합니다!"박시준: "???"아기라니?우리 집 아기라고?박시준은 발걸음을 재촉이며 중년 여성이 말한 아기가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알고 싶었다!진아연은 아기를 보러 가는 박시준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그토록 사랑했던 남자가 밖에서 다른 여자와 몰래 아기를 낳았다니!두 사람 사이의 아름다웠던 추억은 산산조
"박 대표님, 아이가 이렇게 우는 게 안쓰럽지도 않으세요? 이 아이를 원하지 않으시는 것 같으니, 이 아이는 제가 보육원에 보낼게요." 더는 견딜 수 없던 여자가 아이를 택시에 태워 떠날 채비를 했다.그녀는 이렇게 예쁜 남자아이를 박시준이 모질게 내칠 줄은 몰랐다."거기 서세요!" 박시준이 곧바로 소리쳤다. "이 아이를 당신에게 보낸 사람이 도대체 누굽니까? 당신에게 아이를 여기로 보내라고 한 것 외에, 또 다른 말은 없었습니까?"여자가 걸음을 멈추었다. "다른 말은 없었어요! 그 사람은 제가 아이를 당신 집에 데려다주면, 당신이 제게 돈을 줄 거라는 말뿐이었죠. 당신들이 이렇게 나올 줄 진작 알았더라면, 그 사람 말을 따르지도 않았을 거예요. 전 일개 우유 배달원일 뿐이에요. 다른 것은 아무것도 몰라요."박시준: "..."몹시 난처해하는 박시준을 본 경호원이 입을 열었다: "대표님, 그냥 이 여자에게 어서 가라고 하시죠!"경호원은 박시준이 이 아이를 데리고 있으면, 진아연이 견디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또 경호원은 생각했다. 박시준이 이 아이를 이곳에 두지 않더라도, 진아연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이건 누가 봐도 박시준이 진아연을 두고 바람을 피운 상황이 아닌가!누구여도 견디기 힘든 상황일 것이다.아무리 박시준에게 막대한 재산이 있다지만, 진아연의 곁에는 든든한 네 아이가 있었다. 그러니 박시준을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내가 이 여자를 보내면, 내 결백을 어떻게 증명합니까?" 이렇게 말하고는, 박시준이 아이를 건네받으려 손을 뻗었다.여자가 몸을 돌리고는 한 손을 내밀며 박시준에게 돈을 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박 대표님, 전 아주 먼 곳에서부터 이 아이를 데리고 왔어요. 적어도 여비 정도는 챙겨주셔야 하지 않겠어요? 오늘 택시비도 만만치 않았고요..." 여자가 돈 얘기를 꺼냈다.돈을 챙겨 나오지 않은 박시준이 경호원에게 눈짓했다.경호원이 곧바로 지갑을 꺼냈다: "얼마를 원하시죠?!"경호원의 굵은 목소리와 거친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