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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9장

딸이 좋아하는 건 다 딸에게 주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박시준은 그렇게 딸을 아꼈다.

"내 상황을 잘 알고 있죠?" 김세연은 고민 끝에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제가 라엘이와 함께한 후 얼마 안 돼 과부가 되는 걸 보고 싶지 않으실 텐데요. 그렇게 되면 라엘이는 아주 고통스러울 거예요. 오랫동안 아파하느니 잠깐 아프다 마는 게 낫겠죠. 그러니 건강한 남자를 만나라고 설득해 줘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김세연은 박시준에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박시준은 김세연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도 라엘이는 고통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찍 포기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옆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누구든 큰소리칠 수 있었지만

박시준은 이 문제를 무시할 수 없었다.

나중에 일어날 일은 나중에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제 딸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들었다.

"제 아내가 입장을 밝혔을 텐데요." 박시준은 김세연의 눈을 바라보았다. "우린 라엘이에게 포기하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 그녀를 포기하게 하고 싶으면 라엘이에게 직접 말해요. 라엘이는 25살이지 세 살짜리 아이가 아니에요. 라엘이의 인생은 라엘이 스스로 결정하는 거니까요."

김세연은 박시준이 태도를 바꿀 줄은 몰랐다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말아요." 박시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당신에게 아이가 있다면 아빠노릇 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전 평생 아빠가 될 기회가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당신도 아이였던 적이 있잖아요. 아이는 독립적인 매개체이지 부모님 손에 들린 인형이 아니에요. 김세연 씨도 부모님의 말씀에 다 따르지는 못하잖아요. 그런데 왜 우리가 라엘이를 설득해야 하는 거죠?" 말을 마친 박시준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라엘이랑 얘기 나눠 볼래요? 내가 불러올게요."

"됐어요." 김세연이 거절했다. "생각 좀 할게요."

박시준은 성큼성큼 병실을 나섰다.

A국.

현이가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자 도우미가 곧 저녁 식사를 식탁으로 가져왔다.

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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