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도착한 김세연은 공항에서 내려바로 호텔에 가서 쉬어그리 피곤하지 않았다."시간 있으면 조금 두꺼운 옷이라도 사러 가요!" 김세연은 국내에서 가져온 얇은 겉옷을 걸치고 있었다.북쪽 나라의 기온은 국내보다 훨씬 낮았고 국내에서 입던 겉옷으로는 이런 추위를 이겨내기 어려웠다.그리고 설산에 올라가면 더 추울 텐데이대로 올라가면 무조건 감기 걸릴 거라 생각했다."그래." 김세연은 그녀의 말에 담담하게 고래를 끄덕였다."호텔 근처에 옷 가게 있어요. 저도 거기서 옷을 샀어요." 라엘은 그보다 미리 왔으니 주위에 어떤 가게가 있는지 알고 있었다."알았어. 일은 모두 끝냈어?" 김세연은 궁금한지 라엘에게 물었다.라엘: "다 해결됐어요. 물론 김세연 씨가 오지 않아도 며칠 더 지낼 생각이었어요. 주위 경치가 너무 좋아요."라엘은 말하면서 창문 밖을 바라봤다이곳은 아무 곳에서나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할 수 있어 너무 좋았고파란 하늘과 새하얀 눈은 마법처럼 머릿속의 잡념을 지워 하얘지면서 깔끔해진 느낌이었다."앞으로 도수 높은 술은 마시지 마. 특히 밖에서 마시면 말이야." 김세연은 그날 밤 라엘이 취해 했던 말들을 생각하자 바로 진지한 표정을 보였다."취하지 않았어요." 라엘은 바로 변명했다. "제가 정말 취했다면 김세연 씨한테 전화했을까요? 진짜 취했으면 오빠 혹은 아빠한테 연락했겠죠.”물론 라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식사를 마친 김세연은 티슈로 입을 닦으면서 말을 이었다. "오늘 여기 오기 전에 네 엄마한테 얘기했어."라엘은 그녀의 말에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말을 이었다. "엄마한테 뭐라고 했어요? 저는 몰랐으면 하는 마음에 알려주지 않았는데, 김세연 씨는 제 부모님이 하루라도 빨리 알았으면 하는 건가요?"김세연은 그녀의 말에 바로 설명했다. "우리 그냥 만나는 거잖아. 굳이 숨길 필요가 있을까?""그냥 만나면 되잖아요. 왜 굳이 엄마한테 얘기하는 거죠?" 라엘은 그를 노려보면서 말을 이었다. “앞으로 만날 때마다 부모님께 이를 거예
"추운 건 싫은가 봐요?" 라엘은 롱 패딩을 선택한 그를 보면서 웃었다."설산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네! 그러니까 롱 패딩 사요! 비웃는 게 아니에요. 키도 커서 롱 패딩을 입어도 괜찮을 거예요."롱 패딩을 입자 몸이 따뜻해지기 시작했고가게 내의 난방 때문에 더울 정도였다."그럼 이걸로 살게!" 김세연은 말하면서 패딩을 벗었다."바지도 하나 사요! 아니면 다리 시려요." 라엘은 다가가 남성용 다운 팬츠를 건넸고김세연은 바지의 사이즈부터 확인했다."사이즈 괜찮아요? 아무거나 고른 거예요." 라엘은 김세연의 바지 사이즈까지 알고 있지 않았다."괜찮아. 딱 맞아." 김세연은 바지를 들고 드레스 룸으로 들어갔고라엘은 여성 의류를 구경하면서다른 스타일의 패딩을 살펴봤다."아가씨, 롱 패딩 입어볼래요? 남자친구분께서 입고 있는 롱 패딩과 비슷한 디자인이에요. 그리고 다들 커플룩으로 많이 입어요!" 점원은 라엘에게 어울리는 롱 패딩을 추천했지만라엘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 "남자친구 아니에요. 그냥 어떤 디자인인지 보는 거예요.""알겠습니다!" 점원은 그녀의 말에 바로 옷을 제자리에 걸었고잠시 후 김세연은 옷을 갈아입고 드레스 룸에서 나왔다."어때요?" 라엘은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김세연: "진짜 따뜻하네."라엘: "그럼 이걸로 사요! 패딩 다시 입고 지금 바로 출발해요."점원은 이들의 말에 궁금한지 다가가 물었다. "혹시 어디 가서 놀 생각이에요?"라엘: "저희 설산으로 가려고요."점원: "아, 장갑은 필요하지 않으세요? 많이 추울 텐데 장갑 꼭 필요할 거예요. 그리고 모자와 목도리도 있는데 한번 보시겠어요?"김세연은 이미 점원의 말에 이끌려 다가갔고모든 장비를 구매하고 나오자 밖에 눈이 엄청 쌓여 있었다."여기는 계속 눈만 오는 건가?" 전날 밤 김세연이 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눈이 계속 내렸었다.라엘은 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냥 눈이 오는 날이 많을 뿐이에요."김세연은 차 문을 열어 라엘에게
사실 라엘의 말에는 다른 의미도 포함되었다.그녀의 말인즉 앞으로 김세연이 이곳으로 와도 라엘은 함께 오지 않을 거라는 뜻이었다.물론 김세연도 그녀의 뜻을 이해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설산 보고 더 재밌는 관광지가 있는지 알아볼게.""제 비서가 여행 가이드북까지 만들었어요. 제가 이따 보내라고 할게요." 라엘은 그가 아무 반응 보이지 않자 계속해 말을 이었다."알았어. 그런데 비서는 왜 함께 오지 않았어?" 김세연은 궁금한지 라엘에게 물었다."원래 함께 올 생각이었고 함께 와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저희 얘기에 방해될까 봐 나중에 혼자 오기로 했어요."1시간의 운전 끝에 이들은 설산 산기슭에 도착했고그래도 꽤 유명한 관광 명소인지관광객들이 꽤 많았다."여기는 눈이 적게 내리네." 김세연은 차에서 내리자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모자 쓰고 목도리를 둘러. 눈이 적게 내려도 추워."라엘은 그의 말대로 모자를 쓰고 스카프를 둘러 똘망똘망한 눈망울만 드러냈다.아직 25살인 나이지만 눈동자는 어린아이처럼 맑고 순수했다."장갑." 김세연은 그녀가 장갑을 끼지 않자 바로 알렸고라엘은 얌전히 가방에서 장갑을 꺼냈다."지퍼도 올려." 김세연은 계속해 말을 이었다.이에 라엘은 불만인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아이를 챙기는 듯 말하지 마요! 춥지 않아요." 입으로는 춥지 않다고 말했지만 손은 이미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지금의 그녀는 눈을 빼고 노출한 피부 한 곳이 없었고 추위 따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티켓은 어딨어?" 김세연은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물었다."휴대폰으로 예약했어요. 주문 번호만 보여주면 돼요." 라엘은 휴대폰을 꺼내면서 말을 이었다. "장갑 때문에 휴대폰도 놀 수 없잖아요.""이렇게 추운 날, 무슨 휴대폰을 한다는 거야? 동상 걸리겠어.""잠금 해제하지 않으면 주문 번호를 어떻게 보여줘요?" 라엘은 그를 힐끗 보면서 반박했고이들은 말하면서 대문 개표소에 향했다."저쪽에 편의점 있네." 김세연은 말하면서 멀지
라엘은 그가 사 온 간식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딱히 먹고 싶지 않네요.""아침 많이 안 먹었잖아." 김세연은 계속해 말을 이었다. "네가 원하는 간식은 없는데, 그래도 배고프면 배를 채울 수 있어.""저 간식 먹고 싶다고 하지 않았고 그리 좋아하지도 않아요." 라엘은 바로 그의 말에 반박했다."네가 과일 좋아하는 건 알고 있지만, 과일이 없어서 사지 못했어." 김세연은 라엘이 어릴 적 뭘 좋아하는지 알고 있지만 지금 뭘 좋아하는지 몰랐다."굳이 살 필요 없어요. 들고 올라가기에 너무 무거워요. 밤 새울 것도 아니잖아요." 라엘은 앞을 보면서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케이블카 타면 빨라요. 올라가도 너무 추워서 삼십분도 채 있지 못할걸요.”"케이블카 티켓은 왕복으로 샀어?" 김세연은 멀지 않은 곳에 멈춰있는 케이블카를 보면서 라엘에게 물었다."티켓을 사면 전부 왕복 티켓이에요."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의 차례가 다가왔고라엘은 장갑을 벗어 휴대폰을 꺼내 티켓을 직원에게 보여줬다.직원은 티켓을 확인 후, 그녀에게 이용권 4장을 건넸고두 장은 등산할 때 필요한 이용권이고 나머지 두 장은 하산할 때 필요한 이용권이었다.라엘은 이용권을 받은 후, 그중 두 장을 김세연에게 건넸고바로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실내로 들어갔다.물론 케이블카를 타려고 해도 먼저 줄을 서야 했었다."저쪽 봐요." 라엘은 반대편 산기슭에 등산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감탄했다."경험 많은 가이드가 동행해야 해." 김세연은 이들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전에 관련된 영화를 찍었었는데, 촬영 전에 현지 가이드한테 트레이닝도 받았었어."라엘은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럼 지금도 등산할 수 있어요?"김세연은 그녀의 마에 고개를 저었다. “전문적인 장비들과 가이드가 필요해. 그리고 어느 정도의 노하우도 필요하고... 연기는 실제 등산과 다르잖아.”"아... 사실 저도 야외 활동에 그리 관심은 없어요. 물론 앞으로 관심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마이크 아저씨가 사람은
"빛이 좀 어두운 것 같아요." 라엘이는 사진을 힐끗 보더니 계속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 바람이 너무 세요.""그럼 이따 사진을 수정하면 되잖아." 김세연은 라엘이가 혹시나 추울까 봐 걱정이었다. "춥지 않아?""조금요. 그만 찍을래요." 라엘이는 그한테서 휴대폰을 받고 말을 이었다. "김세연 씨, 그리고 여기까지 부른 이유는 저희 이제 더는 연락하지 말자고 연락한 거예요."라엘이는 매섭고 차가운 바람에 용기를 내어 하고 싶었던 말을 뱉어냈고말을 다 하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차마 김세연의 얼굴을 볼 용기가 없었다."앞으로 연락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지워야만 저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엘이는 땅바닥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듯했지만, 울고 싶지 않았다.아무래도 며칠 동안 고민하고 속으로 이미 결정했기 때문이었다.김세연은 그녀의 생각과 달리 담담하게 답했다. "그래. 라엘아, 만약 이런 결정으로 네가 하루빨리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면 난 괜찮아. 앞으로 더는 네 삶과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고 방해하지 않을게."라엘이는 그의 말에 바로 고개를 들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엄마와 친한 사이인데 저 때문에 영향받을 필요 없어요.""네 엄마와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야." 김세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설명했다. "나도 나중에 알았어. 꼭 자주 본다고 사이좋다는 게 아니라는 걸 말이야."라엘이는 멍하니 그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지금이라도 최대한 오래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두 사람이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사이, 먼 곳으로부터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고곧바로 두 번째 비명이 들렸다. "도망쳐!"주위의 비명 소리는 이들만의 조용한 세상을 산산조각냈고 라엘과 김세연은 소리 따라 설산 위쪽을 바라봤다!방금까지 아무 일 없던 설산 정상은 하얀 눈들이 쏟아 내려오고 있었다!라엘이는 영화에서만 볼 수밖에 없었던 장면에 순간 충격받
"우리 아래쪽으로 가서 잠깐 피하자!" 김세연은 그래도 전에 이에 관련된 영화를 찍어서 눈사태가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피할 수 없으면 구조를 기다릴 수밖에 없어."자연재해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주위의 비명 소리는 멈추지 않았지만라엘이는 오히려 방금보다 훨씬 차분해졌다.그래도 최악의 결과 김세연과 함께 죽을 수 있다는 생각과엄마 아빠는 오빠와 동생들이 챙겨줄 수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했다.다만 김세연에게 조금 미안할 뿐이었다.만약 김세연을 설산으로 부르지 않았다면 그는 절대 북쪽 나라에 오지 않았을 테고 이런 재난 또한 부닥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김세연 씨, 죄송해요." 라엘이는 두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김세연에게 사과했다. "여기에 오라고 하는 게 아니었어요. 모두 저 때문이에요.""라엘아,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게 아니잖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고 우리 둘만 있는 게 아니잖아. 누가 이런 재난을 예상했을까? 그러니까 미안해할 필요 없어! 울지 마. 길을 잘 보고 천천히 내려와." 김세연은 말하면서 그녀를 부축해 내려왔고라엘이는 눈물을 꾹 참고 그의 부축하에 천천히 내려갔다."일단 여기 숨자!" 김세연은 안쪽 구석을 가리키면서 말을 이었다. "구석에 숨어 있으면 그래도 어느 정도 충격을 막을 수 있어. 빨리 들어가."라엘이는 김세연이 가르키는 곳을 바라봤고자리가 너무 좁아서한 명밖에 들어갈 수 없었다."주저할 시간 없어!" 김세연은 코 앞까지 다가온 눈사태에 마음이 급해졌고눈사태에 깔려 죽고 싶지 않아 설산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도 목격했다.그리고 사진을 찍기 위해 높은 곳으로 올라간 사람들은 이미 눈사태에 잠겨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고점점 가까워지는 절망 앞에서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그는 본능적으로 패딩을 벗었고이에 깜짝 놀란 라엘이는 넋을 잃었다. "김세연 씨, 뭐 하는 거예요!"김세연은 그녀에게 다가가 패딩으로 그녀의 몸을 감쌌고라엘이
그의 몸은 이미 폭설에 짓눌렸고라엘이와 마주 보고 있지만, 등은 눈에 짓눌려 움직일 수 없었다!"김세연 씨!" 라엘이는 고개를 들어 그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말을 이었다. "김세연 씨, 안으로 들어와요! 조금 안으로 들어와요! 저는 괜찮아요!"아무래도 공간이 너무 좁은 탓에 라엘이는 그를 안쪽으로 끌어당기려고 팔을 들었지만, 주위의 돌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괜찮아... 괜찮아." 김세연의 목소리는 방금보다 낮아졌고 힘없이 말을 이었다. "잠깐만 있어봐. 눈사태가 아직 멈추지 않았어.""김세연 씨, 왜 이렇게까지 제게 잘해주는 거예요? 제가 엄마의 딸이어서 그러는 거예요? 오로지 그 이유뿐이에요?" 갑자기 어두워진 탓에 라엘이는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거칠어진 그의 숨결은 느낄 수 있었다. "김세연 씨, 죄송해요. 저는 이대로 당신과의 인연을 끝낼 수 없어요.""라엘아, 우리 다른 얘기 하자!" 김세연은 점점 힘이 빠지는 몸 때문에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몰랐다."만약 우리 모두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저희 결혼해요." 라엘이는 그가 무슨 말을 하든 계속해 말을 이었다. "김세연 씨, 만약 당신이 죽고 저 혼자 살아남게 된다면 전 평생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라엘아, 그런 소리 하지 마. 사실 난 오래전부터 죽은 목숨이었지만, 네 엄마가 나를 살렸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열심히 일하고 내 자신을 뛰어넘는 이유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야. 지금은 너만 살 수 있다면 난 후회하지 않아.""당신은 후회하지 않겠지만, 당신이 죽으면 제가 평생 고통 받을 거예요." 라엘이는 이런 생각에 다시 울먹거리기 시작했다."울지마.""더는 참을 수 없어요."김세연은 한숨을 내쉬면서 라엘을 위로했다. "그럼 내가 노래 불러줄까?""싫어요." 라엘이는 급히 그를 말렸다. "노래 부르지 마요. 체력만 소모되잖아요. 저희 그냥 조용히 구조대를 기다려요.""그럼 그만 울어.""알았어요."30분 후, 라엘이는 이마를 김세연의 얼굴에
눈사태로 인하여 근처 전기 회로 및 네트워크 시스템에 이상이 발생했고그야말로 아무도 이들을 도와줄 수 없었다.다행히도 이곳의 상황은 곧바로 외부에 알려졌고호텔에서 대기 중이던 동료들은 설산 특대 눈사태를 확인하자 바로 라엘이와 그녀의 비서 군이한테 연락했다."대표님과 연락이 닿지 않아요.""저도 군이와 연락 안 돼요. 아무래도 통신 자체가 끊긴 상황인 것 같아요! 어떡하죠? 아니면 지금 바로 찾아갈까요?""길도 막혔을 것 같아요!""이대로 호텔에서 기다릴 수 없잖아요. 혹시 대표님께서 무슨 일이 생기면 저희...""그런 생각하지 마요! 대표님도 혼자가 아니잖아요. 김세연 씨도 있잖아요.""김세연 씨가 있어봤자 뭐가 다르다는 거죠? 사상 최악의 눈사태가 벌어졌는데, 김세연 씨가 있으면 뭐가 달라지죠? 아무리 영화 촬영을 많이 했어도 진짜 히어로는 아니잖아요!""왜 저한테 소리를 질러요! 저도 대표님이 아무 일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잖아요."두 사람은 소리 지르면서 얼굴을 붉혔다."그럼 박 대표님께 연락하죠! 제가 할까요?" 본부장은 방법을 생각해 팀장에게 물었고팀장은 바로 거절했다. "저보다 직위도 높으신데, 본부장님께서 해야죠! 제가 연락해봤자 박 대표님께서 받으실까요?""이런 일에는 제가 나섰으면 하는 거군요! 정말 고맙군요!""그런 소리 하지 마요. 만약 대표님께서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저희 모두 피할 수 없어요." 팀장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대표님과 함께 갈 걸 그랬어요.""같이 죽을 생각이에요? 현장 사진을 보지 않았어요? 입구도 눈에 묻혀 있는 상황이에요! 사람이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본부장도 말하면서 심장이 벌렁거렸다. "십몇 년 동안 이런 눈사태가 발생한 적이 없었건만, 대표님도 참 운이 없어요. 어제나 내일 갔어도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요!""진짜 재수 없는 거죠!""됐어요. 그만합시다! 저도 이제 머리가 아파요! 일단 박 대표님께 연락할게요! 죽었더라도 시체는 찾아야 하잖아요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