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 부끄러워하지마. 이미 씨를 찾고 싶으면 찾으러 가! 뭐 그게 문제라구. 비밀로 해줄테니깐." 마이크가 웃으며 말했다. "김세연 씨도 네가 B국에 온 거 모르지?""당연하죠. 제가 왜 그런 걸 그 사람에게 말하겠어요." 라엘이는 천천히 스테이크를 자르며 말했다. "근데 이미 씨가 일하는 곳이 어딘지 아세요?""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을 걸. 같이 가줄까?" 마이크는 휴대폰으로 그녀를 대신해 찾아줬다."됐어요. 혼자 가도 돼요.""알겠어. 우선 오늘은 푹 쉬고 내일 가는 걸로 하자!" 마이크는 농담을 건넸다. "비행이 얼마나 길었으면 네 얼굴색보면 놀라겠다."라엘: "빨리 보고 돌아갈래요. 부모님께서 제가 온 걸 알면 분명 실망하실 거예요.""당연히 실망하겠지. 아니, 실망보다 속상해 할 걸?!" 마이크는 스테이크를 입에 넣으며 말했다. "네 아빠가 얼마나 김세연 씨를 싫어하는데. 마치 예전에 나를 싫어했던 것처럼 말이지. 내가 지운 씨랑 이렇게 되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김세연 씨만큼 나를 미워했을 걸."라엘: "마이크 삼촌, 아빠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내 말은 김세연 씨랑 같이 있기 위해서는 네 아버지가 미치기를 바라는 게 빠르다는 말이야."라엘: "..."점심 식사 후, 라엘이는 마이크의 차를 몰고 이미가 근무하고 있는 연구소로 향했다.연구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4시였다.프론트 데스크에서는 그녀에게 약속을 잡고 왔는지 물어봤고 그녀는 아니라고 대답했다.그녀는 뭔가 심상치 않은 기분을 느꼈고 그녀를 위해 이미의 비서에게 연락을 했다."저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데스크 직원이 수화기를 붙들고 라엘에게 물었다."라엘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심장이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이미와는 초면이었지만 둘은 이미 서로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다.이미는 그녀의 이름을 들은 뒤, 만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데스크 직원이 전화를 끊고 라엘이에게 말했고 10분도 채 되지 않아 이미는 평상복 차림으로 나왔다."안녕
이미는 궁금했다. "세연 씨에게 물었을 때 뭐라고 답했나요?""제게 그냥 신경 쓰지 말라고만 하셨어요." 라엘이는 김세연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대답을 피했다고 생각했다."아, 그래요. 그럼 라엘 씨가 생각하기에 저희 둘... 어떤 사이인 거 같아요?" 이미는 라엘이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그녀는 라엘이가 이미 짐작을 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직접 찾아올 수 있었을 것이다."전 솔직히 두 분이 사귀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공식 발표를 하기 전까지 전혀 그런 말을 듣지 못했으니깐요. 제가 고백하기 전에 물어봤어요. 여자친구에 대해서. 하지만 그때는 없다고 했었어요. 그래서... 제가 고백을 할 수 있었구요." 라엘이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이런... 그런 빈틈이 있었다니!" 이미가 웃었다."그게 무슨 말이죠?" 라엘이는 당황해 하며 물었다. "정말 두 분이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는 건가요? 설마 거짓 연기라도 해달라고 한 건가요?""라엘 씨, 제가 그렇다고하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이미는 더 궁금해졌다. "제가 알기로는 라엘 씨 부모님께서 세연 씨를 많이 반대하는 걸로 들었어요. 그래도 자신의 뜻대로 한다면 세연 씨가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제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 김세연 씨 혼자 책임지게 하지 않을 겁니다." 라엘이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미 씨, 제 질문에 아직 답하시지 않으셨어요."이미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김세연에게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보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라엘이가 직접 그녀를 만나러 온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그런 게 맞아요. 저는 그를 좋아하지만 세연 씨는 저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저 절친이라고 생각할 뿐이에요. 그래서 제게 이런 부탁을 한 게 맞구요."라엘이가 예상했던 상황이었지만 화가 났다. "그건 이미 씨한테 너무 안 좋은 거 아닌가요?! 이런 걸 도와달라고 하다니!""저야 뭐 결혼이 급하지는 않으니까요." 이미는 웃으며 말했다. "제 나이가 되면 별로 급
라엘이의 마음은 이미 돌아가는 비행기 안이었다."다음에 시간 내서 놀러올게요. 몰래 온 것도 있고 확인할 것도 다 했으니 돌아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라엘이가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녀는 이미와의 만남을 통해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었기 때문에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이미는 라엘이와 만난 뒤, 김세연에게 이 사실을 말했다.김세연은 머리가 아파왔다.라엘이가 이렇게 충동적일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녀가 진실을 알게 된들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김세연은 점점 숨이 가빠져 오는 것 같았다.하지만 라엘이에게서 아직 연락이 오지 않았다. 돌아온 뒤, 그를 찾을 생각인 걸까?라엘이는 지금 B국에 있으니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라엘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라엘이가 공항에 도착해 집으로 돌아오자 이미 밤이었다.라엘은 거의 20시간 동안 비행기에서 있었다 보니 매우 피곤했다. 그래서 집에 돌아온 그녀는 매우 초췌해 보였다.진아연은 딸의 모습을 본 뒤, 바로 딸의 팔을 붙잡았다."라엘아, 무슨 일 있니? 표정이 너무 안 좋아보여. 잠을 못 잔 거야?""엄마, 너무 피곤해서 그런데 자고 일어나서 이야기 해요." 라엘이는 하품을 하며 혼자 위층으로 올라갔다.라엘이가 위층으로 올라간 뒤, 박시준과 지성이가 걸어왔다."누나, 판다 같아요." 박지성이 말했다. "저렇게 다크서클이 내려온 건 처음 봤어요."박시준이 진아연에게 물었다. "라엘이가 뭐라고 했어?""한숨 자고 난 뒤에 말하겠다고 하네요." 진아연은 걱정이 되는 나머지 부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다.위층.라엘이는 방에 돌아와 옷을 입은 채로 바로 잠에 들었다.그녀가 깊은 잠이 들자 마자 휴대폰 화면이 반짝하고 불빛이 들어왔다.김세연에게서 온 메시지였고, 돌아왔는지를 물어보는 내용이었다.다만 라엘이는 이미 깊은 잠에 빠져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이 유감이었다.아래층. 진아연은 부대표와 통화를 한 뒤, 박시준에게 말했다. "회사에 아무
"아빠." 현이는 뒤에 서 있던 박시준을 보고 소리쳤다.박시준: "라엘이가 그거 말고 다른 말 한 거 있니?"현이는 고개를 저었다."그럼 다른 계획 같은 건?" 박시준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라엘이가 김세연과의 사이를 결정지을 거라는 느낌 말이다."현이가 없다는데 왜 계속 애를 추궁해요!" 진아연은 그를 한번 노려본 뒤, 현이에게 말했다. "걱정마. 언니가 일어나면 엄마랑 아빠랑 잘 이야기 해볼게.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마렴."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진아연은 박시준을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라엘이는 이제 막 잠이 들었고 라엘이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정했다.침실 안. 박시준은 방안을 왔다갔다 했다.진아연은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지러워졌다."그만요. 그만 왔다갔다해요... 어지러워라." 진아연은 옷장에서 옷을 꺼내며 말했다. "헬스장에 가서 운동이나 하고 와요! 아니면 오늘 밤새 잠 못 자려고 그래요?"진아연은 박시준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지금 바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라엘이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안 그래도 박시준은 불면증이 심했다."당신은 날 너무 잘 알아." 박시준이 말했다. "여보, 이제 같은 편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진아연: "박시준 씨, 헬스장에 가세요!""낯설게 왜 날 그렇게 불러... 설마 허락하는 건 아니지?!" 박시준은 약간 무력감이 느껴졌다. "어떻게 김세연한테 우리 딸을? 그게 가당키나 해?!""가당키나 하다니요? 그 단어는 좀 싫어요." 진아연이 말했다. "저도 처음에 당신과 연애한다는 뉴스기사에 당신과 비교하는 댓글 중에 그 단어가 엄청 많았어요.""정말이야? 지금이라도 당장 삭제하라고 시킬게!" 박시준은 진아연의 슬픈 표정을 보며 휴대폰을 켜내 전화를 거는 척을 했다."시준 씨, 지금은 상관 없어요. 헬스장에나 갔다 와요! 아니면 같이 갈까요...? 저 역시 마음이 혼란스럽네요... 휴... 내일 라엘이가 일어나면 이야기해요. 벌써부터
몇 초 뒤, 지성이 다시 말했다. "그냥... 내버려 두자!""오빠가 돕지 않으면 제가 도와줄 거예요." 현이가 말했다. "언니를 도와주지 않아서 언니가 떠나버리면 어떻게 해요?"현이의 말을 듣다 지성이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럼 이렇게 하자. 싸우면 현이 넌 누나 편을 들고 나는 아빠 편을 드는 거야.""좋아요!" 현이는 이어서 말했다. "그럼 큰 오빠는 어디 편에 설까요?"박지성은 단호하게 말했다. "큰 형은 아빠랑 같을 거야. 점점 아빠랑 똑같아 지는 거 같아.. 아무튼 둘 다 모두 내 우상이야.""음, 아마 오빠도 곧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아니. 내 성격은 엄마를 닮았어."지성은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내 외모가 아빠랑 닮았지만, 성격은 엄마를 닮았거든. 사업 방면으로 딱히 야망도 없고 가족들이랑 언제나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고 싶을 뿐이야.”"엄마를 닮아서 좋겠어요! 전 엄마가 좋아요." 현이는 엄마를 생각하자 표정이 밝아졌다. "둘째 오빠, 전 누구 닮은 거 같아요?""아빠를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또 그건 아닌 거 같아. 아빠보다 더 차분하지만 또 어떨 때는 엄마처럼 밝고 따뜻해. 엄마 아빠 두 장점을 닮았달까.""둘째 오빠가 그렇게 말하니깐 부끄러워요.""진짜 진심이야!" 박지성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오빠도 제가 데리고 온 남자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실망할 거예요?" 현이의 목소리는 뭔가 우울해 보였다."그건 왜? 설마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어?""그냥... 좋아하는 마음이 그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까봐요... 남자들은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 매력 없다고 생각하죠?" 현이가 물었다."어... 음. 글쎄 그건 사람마다 다르니까. 나중에 내가 여자친구를 데려와도 싫어할 수 도 있고." 박지성 역시 약관 비관적으로 생각했다."그럼 우리 서로 응원하는 걸로 할까요?" 현이가 말했다."그래!" 지성이 대답했다. "그럼... 나도 누나를 응원할래. 아빠한테는 엄마가 있으니까 내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박지성은 라엘이의 맞은편에 앉아 같이 수프를 마셨다."뭐야? 너 어디 안 좋아? 얼굴은 엄청 좋아보이는데." 라엘이는 동생을 바라보며 물었다."기분이 좀 그래서..." 지성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아?" 라엘이가 말했다. "너... 싸움 구경하려고 쉬는 거구나?""누나도 내가 도와주는 게 좋지 않아? 필요없으면 학교 가고..." 박지성은 누나에게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고 싶었다.두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했었기에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했다."생각은 하고 살긴 사는구나?" 라엘이는 밥 한 공기를 다 먹은 뒤 말했다. "방에 가서 내 휴대폰 좀 가지고 와.""누나, 밥 먹고 씻지도 않고?" 박지성이 말했다. "이 몰골로 부모님이랑 싸우려는 거 아니지?" 라엘이는 눈을 내리깔며 자신의 상태를 흘끗 보았다.이틀 동안 갈아입지도 않은 옷이 한참이나 구겨져 있었다.방금 내려올 때도 세수도 하지 않고 머리도 빗지 않아 상태가 말이 아닐 것이다."엄마 아빠가 기다리다 지치면?" 라엘이는 다시 조용히 말했다. "우선 방에 가서 폰부터 가져와줘.""알겠어!" 지성이는 바로 위층에 누나 휴대폰을 가지러 올라갔다.그리고 지성이가 돌아와 라엘이에게 휴대폰을 건네줄 때, 라엘이 역시 식사를 마쳤다.잘 먹고 푹 쉬었으니 힘을 내기만 하면 된다.남동생에게 휴대폰을 건네 받아 폰을 열어보니 많은 메시지가 와있었다.그리고 그 중에 김세연이 그녀에게 돌아왔는지 물어보는 메시지도 있었다.마이크 역시 그녀가 잘 도착했는지 문자를 보냈었다.그리고 현이가 보낸 문자에는 어젯밤에 부모님에게 사실대로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도 있었다.라엘이는 현이에게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원래부터 부모님에게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어젯밤에 현이가 미리 언지를 줬다면 아빠와 엄마께서 역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라엘이는 마이크에게 답장을 보낸 뒤, 김세연의 문자에 대답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 그냥 휴대폰 화면을 다시 껐다.벌써 부터 김세연 씨에게
게다가 말에 빈틈이 전혀 보이지 않아 라엘이는 꼼짝 않고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박지성은 누나의 얼굴이 빨개진 것을 보고 바로 누나의 물컵에 물을 한 잔 받아 가져다 주었다.라엘이는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진아연을 향해 바라보았다: "엄마, 엄마 생각은 어때요?"박시준은 끊임없이 아내에게 눈길을 주었다.아내가 자신의 편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진아연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이 없다고라엘이의 편에 든다면 박시준이 서운해 할 것이고 박시준의 편에 든다면 라엘이 역시 속상해 할 것이다.잠시 고민한 후 그녀는 끝끝내 아무의 편도 들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기로 결심했다."엄마는 이만 물러날게."라엘, 박시준, 박지성: "........"이래도 되는 건가?"내 소원은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화목하게 지내는 거야." 진아연이 말했다. "방금 아버지가 한 얘기 한 번 잘 생각해봐. 아버지가 한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으면 아버지의 의견을 따르고, 아버지가 방금 한 말이 전혀 설득이 안되면 아버지랑 다시 얘기해봐도 좋아."라엘이는 고개를 떨구었다.푹 쉬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진 못한 것 같았다.머릿속이 텅 빈 백지장처럼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차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저 일단 샤워하러 갈게요." 라엘이는 코를 만지작 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나 윗층을 향해 올라갔다.지성이도 곧바로 누나의 뒤를 따라갔다."지성아, 누나 샤워하러 가는데 왜 쫓아가는 거야?" 박시준은 지성이가 라엘이에게 헛된 아이디어를 말할까봐 걱정되었다."저.... 저도 누나 설득해 볼게요." 박지성이 이렇게 말하니 박시준도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다.박지성은 라엘이를 따라 2층에 올라간 후, 라엘이는 지성이를 노려보았다."나 기분 안 좋은 거 안보여?" 라엘이는 말하며 성큼성큼 자신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 "조그만게 뭘 설득하겠다는 거야?""난 누나가
김세연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저 귀국했어요." 라엘이는 그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말했다. "방금 아버지랑 얘기 나눠 봤어요."라엘이는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에 대해 상세히 말하지 않았지만 김세연도 잘 알고있을 것이다."아버지는 제가 세연 씨랑 만나는 거 반대하세요." 라엘이는 그의 숨소리를 들으며 말했다. "우린 정말 인연이 아닌가 봐요."김세연은 이 결론을 듣고 심경에 별로 큰 변화가 없었다.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뻔한 결과였기 때문이다."자꾸 인연이 언제 나타날까 하는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다보면 인연은 언젠가 자연스레 나타날 거야." 김세연은 그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럼 세연 씨의 인연은요? 세연 씨가 계속 인연을 기다리고 생각하고 있어서 여태것 나타나지 않은 거예요?" 라엘이는 그의 말에 반박했다. "제 생각엔 이미 씨도 아주 괜찮은 사람 같던데요.""좋은 사람이지, 그 사람한테 밥 한끼 대접해야 해." 김세연은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김세연은 굳이 결혼을 해야 하는 게 아니였다, 그는 오래 전부터 혼자 사는데 익숙한 상태였다."세연 씨한테 그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밥 한끼로 되겠어요?" 라엘이는 놀리듯 말했다. "너무 쪼잔한 거 아니예요?""밥은 전에 사기로 한 거고. 이번에는 내가 그 사람한테 큰 신세 하나 졌지. 나중에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조건없이 도와줘야지.""네." 라엘이는 문득 더 이상 김세연과 할 얘기가 없음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이미 서로에 대해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지금 뭐하고 계세요?""책 읽고있어.""무슨 책이요?""최근에는 '백년의 고독' 읽었고 지금은 '사피엔스' 읽고있어.""네.... 밖에도 좀 다니세요! 매일 집에서 책만 읽는 거 답답하지 않으세요?" 라엘이가 말했다.사실 정작 그녀 본인도 집순이였다.특히 일을 시작한 후부터는 더 밖에 나가기 싫었다.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라도 하루종일 회사에 있다보면 체력이 거의 소진되곤 한다. 그래서 퇴근하고 나면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