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평생을 살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은 박시준이지만, 수수에 관한 일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 하나 생각나지 않았다.너무 밀어붙이면 수수가 겁날까 봐 걱정이고이대로 집에만 있으면 아무 결과 없이 끝날까 봐 두려웠다."아빠, 오늘 하루 주무시지 못했죠? 눈이 엄청 빨간데요..." 라엘이는 말하면서 가방에서 작은 거울 하나를 꺼내 보여줬다. "일단 식사하고 엄마와 함께 푹 쉬세요. 여자애의 마음은 그래도 저 같은 언니가 제일 잘 알아요. 저한테 맡기면 해결할 수 있어요."박시준은 딸을 보며 무슨 얘기를 할지 먼저 물었다. "뭐라고 말할 생각이야?""아직 모르죠. 만나서 얘기할 생각이에요! 저희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가 나쁘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잖아요. 그럼 우리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면 생각도 바뀔 거예요." 라엘은 박시준의 옆에 앉아 자기 생각을 알렸다. "아빠, 제 말이 맞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이에 박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아. 그럼 조금 이따 찾아갈 생각이야?"라엘: "결과 나오면 찾아가 볼게요! 일단 제가 먼저 만나서 얘기할게요. 두 사람 모두 흥분해서 만나도 얘기를 나누기 힘들 것 같아요."박시준은 딸의 말을 잠시 고민하더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지진아연을 바라보며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알았어! 그럼 네가 먼저 만나봐. 그런데 절대 다투면 안 돼. 우리를 인정하지 않아도 절대 목소리 높여서 놀라게 하면 안 돼. 이런 일은 천천히 할 수밖에 없어." 진아연은 라엘이가 혹시라도 흥분해서 수수가 놀랄까 봐 걱정이었다."알았어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요." 라엘이는 진아연의 말에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여동생을 설득해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었다!라엘이는 엄마 아빠를 도와줄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다음날 아침, 라엘이와 수수의 감정 결과가 나왔고두 사람의 부모님은 같은 사람인 것으로 확인되었다.라엘이는 소식을 듣자 바로 위정의 집으로
수현이는 수수가 감정 보고서를 믿지 않는 듯한 모습에 바로 나서서 입을 열었다. "수수야, 아빠는 절대 거짓말하지 않아. 지금까지 남한테 거짓말한 적이 없었어."수수: "너도 내 엄마가 김영아가 아니라 진아연 씨라고 생각해?""내가 그리 생각하는 게 아니라 보고서에 그리 적혀있는 거야. 수수야, 아빠 말을 믿을 수 없다면 A국의 감정 센터를 믿지 않는 것과 똑같아. 그럼 네가 가지고 있는 샘플과 진아연 씨의 샘플을 가지고 T국에 가서 검사해도 되잖아." 수현이는 이 방법만이 수수가 유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아빠, 그렇게 해도 되죠?"위정: "물론이지."일이 이렇게 된 이상 고민에 빠진 사람은 오히려 수수였다.솔직히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만약 T국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나오면 엄청 곤란한데?잠시 후, 라엘이가 위정의 집에 찾아왔고수수는 방에서 나와 라엘이와 만났다."네가 수수구나!" 라엘이는 바로 수수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난 진라엘이야. 만나서 반가워."수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어 악수했다.하지만 라엘이가 그녀의 손을 잡자 바로 밖으로 끌고 갈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우리 나가서 얘기하자! 내가 식사 대접할게." 라엘이는 수수와 함께 밖으로 향했고수수는 꼭두각시처럼 끌려나갔다.라엘이는 수수와 함께 위정의 집에서 나오자 바로 그녀한테 물었다."여기 오니까 재밌어?""네.""그런데 어릴적 일어났던 일들은 기억해?""수현이와 귀영사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기억하고 있어요." 수수는 라엘이가 말한 어릴 적의 일들이 무엇인지 몰랐다."그래도 기억력이 좋은가 봐?" 라엘이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난 네가 태어날 때 엄마와 아빠가 여기저기 찾아다녔던 것만 기억나."수수는 라엘이를 바라보면서 그녀가 계속 뭔가를 알려줬으면 했고솔직히 어떻게 태어났는지 어떻게 지냈었는지 궁금했었다."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었지?" 라엘이는 수수의 궁금증 가득한 모습에 미소를 보였다. "널
"그리고 네가 옮겨지자 김영아 씨가 엄마 친구분을 죽였어. 그래서 아빠와 엄마도 네가 두 사람의 딸인 걸 몰랐던 거야." 라엘이는 계속해 수수에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 줬다.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되고 진짜 세상을 뒤질 정도를 너를 찾았었어. 그리고 네 진짜 이름은 현이야."수수는 라엘이의 설명에 그제야 어찌 된 일인지 알게 되었다."그럼 김형문 씨의 집안을 몰살한 사건은요? 누가 한 거죠?" 지금 수수가 제일 궁금한 건 이뿐이었다."김형문 씨를 필두로 맺은 형제가 총 7명인데, 몇 명 죽고 몇 명이 남았었지. 김형문 씨가 사망하고 남은 사람들이 김형문 씨 집안의 재산이 탐 나서 손잡고 그의 집안을 몰살한 거야." 라엘이는 담담하게 사실을 알렸다. "사람은 돈 때문에 죽고 새는 먹이 때문에 죽는다는 말처럼 세상 많은 사람들은 이익 때문에 죄를 짓지."이유를 알게 된 수수는 아무 말 하지 않았고라엘이는 그녀가 아무 말 하지 않자 메뉴판을 들고원하는 요리들을 주문 후, 메뉴판을 수수에게 건넸다."저는 배고프지 않아요." 수수는 다시 메뉴판을 돌려줬다."그럼 마실 거라도 주문해 줄까? 주스 마실래? 오렌지 주스? 아니면 수박 주스?" 라엘은 메뉴판을 보면서 수수에게 물었다."그럼 오렌지 주스 한 잔 주세요!""그래." 라엘이는 오렌지 주스 두 잔 주문하고 메뉴판을 웨이터에게 넘겼다."일단 엄마와 아빠에 대해 간단하게 알려줄게!" 라엘이는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며 수수에게 말을 이었다. "아빠는 어찌 보면 성공한 비즈니스맨이지. 일도 잘하고 가족도 잘 챙기고 말이야. 엄마는 의사였는데 한동안 집안일 때문에 그만두고 사업을 하기 시작했지. 아빠는 평생 엄마만 사랑했고 엄마도 평생 아빠만 사랑했어. 두 사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면서 자주 다투고 싸웠어. 성격이 맞지 않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래도 함께 지내고나서부터는 다투는 일도 없었어. 두 사람 다투는 모습 본지 오래야. 그래서 우리 가족은 화목하다고 할 수 있어...""그리고 우리 큰 오빠 진지한 오
"형, 그럼 내일 저도 함께 갈게요." 이때 지성이도 이어 말했다.지성이는 동생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고물론 집안의 막내 자리를 잃었지만, 그래도 동생을 원망할 아이가 아니었다."그래." 한이는 바로 동의했고아이들의 얘기를 듣고 있던 진아연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어떻게 할 생각이야? 만약 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거야?"진지한은 그녀의 걱정과 달리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일 없을 거예요. 엄마, 걱정 마세요."진아연: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아니요." 진지한은 다른 사람과 얘기하고 접하는 자체를 꺼려 했고심지어 말하는 것조차 좋아하지 않았다.그가 말한 데려온다는 말 그래도 데려오겠다는 뜻이었다."엄마는 네 동생이 원하지 않을까 봐 걱정이야." 진아연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한이에게 알렸다."엄마, 생각보다 그리 복잡하지 않아요. 얼른 가서 쉬세요! 내일 제가 데리러 올게요." 진지한은 무조건 이뤄낼 거라는 의지를 보이며 어머니에게 약속했다."데려오면 좋지만, 혹시 원하지 않는다면 절대 강요하지 마." 박시준은 이어 말렸다. "그리고 급한 일도 아닌데 얼른 가서 쉬어!"진지한은 피곤하지 않았다.몇 년 동안 찾던 동생을 드디어 찾았는데 그는 이제야 마음이 조금 놓인 듯했다.물론 지성이도 피곤하지 않았다.비행기에서 잠깐 자서 정신이 멀쩡했다."저는 조금 배가 고파요..." 지성이는 바로 소파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에 가서 면이라도 끓일게요. 배고프면 말하세요."라엘: "주방에 뭐 있는지 봐봐. 난 라면 먹고 싶어."지성이: "우리 집에 라면이 있었어?"라엘: "그럼 가서 사와! 난 라면 먹고 싶어."지성이: "알았어... 무슨 라면?"라엘: "난 신라면."지성이: "누나, 매운 건 질색했잖아."라엘: "난 가끔 너를 싫어하지만, 매일 싫어하는 것도 아니잖아."지성이: "..."지성이가 라면 사러 나가자 박시준은 밤 10시가 된 걸 확인하고 진아연에게 달랬다."여보, 우리 먼저 자
어젯밤의 일을 겪은 후 그녀가 좀 생각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위정은 게스트룸 문을 두드렸다.수현이 문을 열었다.수현은 방에서 수수와 함께 있었다."수수야, 오빠가 찾아왔어." 위정은 문 앞에 서서 수수를 향해 말했다. "B국에 있었는데 널 만나려고 일부러 귀국한 거야."어제 라엘이는 수수에게 가족들 상황을 설명해 줬다.그래서 수수는 곧 ‘오빠’라는 이 호칭이 ‘진지한’을 말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수수는 진지한에 대해 완전히 낯설었다. 그가 아주 대단한 천재라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B국에서 일부러 자신을 보러 와줄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녀의 가슴이 콩닥콩닥 심하게 뛰었다."수수야, 한이 오빠는 좋은 사람이니 두려워할 필요 없어. 보기에는 사납게 보여도... 사나운 게 아니지, 한이 오빠는 조금도 사납지 않아. 다만 별로 웃지 않을 뿐 아주 좋은 사람이야." 수현이가 낮은 소리로 수수에게 말하며 수수를 방에서 내보냈다.진지한은 거실에 앉아 위정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잠시 후 수현이 수수와 함께 방에서 나왔다."한이 오빠!" 수현이 진지한을 향해 다정하게 불렀다.진지한의 얼굴에 부드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급하게 오느라 네 선물을 못 샀어. 다음에 사줄게."진지한의 목소리는 낮고 듣기 좋았다. 사납지 않은 건 물론, 감미롭게 들리기까지 했다.수수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진지한을 바라보던 그녀는 진지한도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전류가 온몸을 타고 흐르는 듯했고 그녀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다."수수야, 난 너의 큰 오빠인 진지한이야. 널 데리러 왔어." 진지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짐은 다 정리했어?"수수는 아직 짐을 싸지 않았다.아무도 그녀에게 진지한이 오늘 그녀를 데리러 올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그녀는 짐이 별로 없었다."한이야, 엄마가 수수를 데리고 가래?" 위정이는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나한테 그런 말 한 적 없어.""
수수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수수야, 엄마 아빠가 10년 넘게 널 찾아 다녔어. 지금 DNA 검사 결과도 나왔으니 넌 우리 가족이야. 너 설마 또 우릴 떠날 생각하는 거 아니지?" 박지성이 궁금한 마음에 물었다.박지성은 수수가 대답해 주길 강요했다."박지성, 할 얘기가 그렇게 없어? 이미 우리 식구인데 가긴 어디로 간다는 거야?" 진지한이 말했다.그 말에 수수는 마음이 졸여왔다.그녀가 다른 생각을 먹을 수 없도록 기회를 아예 차단하는 것이었다.큰 오빠는 과연 남달랐다. 아우라가 대단할 뿐만 아니라 하는 말마다 위압감이 느껴졌다."그럼 됐어. 엄마가 슬퍼하는 걸 보기 싫어서 그래." 박지성은 멋적게 웃고나서 수수에게 말했다. "수수야. 우리집에 가면 알게 되겠지만 우리 모두 널 아주 좋아해."30분 후, 차는 천천히 박시준의 별장으로 들어갔다.수수는 며칠 전에 여기에 온 적이 있다.당시 박시준은 진아연과 함께 B국에서 휴가 중이라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때 그녀는 여기가 수현이의 집인 줄 알았고 위정의 집이 참 호화롭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수수는 이렇게 빨리 또 여기에 올 줄은 몰랐다.그리고 여기는 그녀의 집이 되었다.박시준과 진아연이 소리를 듣고 곧 방에서 걸어 나왔다.오늘은 날씨가 아주 좋았다. 화창한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다.차에서 내린 수수는 박시준과 진아연을 보았다.그들은 더는 인터넷 속의 허무한 사진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모습으로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박시준은 키가 훤칠하고 아우라가 남달랐으며 그의 얼굴로만 봐선 실제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그리고 그의 옆에 서 있는 진안연은 날씬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였는데 이목구비가 마치 그림처럼 예뻤다.두 사람은 마치 선남선녀처럼 아주 잘 어울렸는데 그들의 사이가 세상 무엇보다 돈독하다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그들은 손을 꼭 잡고 있었다."수수야, 난 진아연이라고 해. 네 엄마란다. 이분은 박시준이라고 하는데 네아빠야. 우린가 계속 널 찾고 있었는데 네가 어디로 숨어
수수는 핑크색 샌들과 진아연이 신고 있는 샌들을 번갈아보았다.같은 색상, 같은 스타일의 두 샌들은 크기만 서로 달랐다."수수야, 아침 먹었어? 배는 안 고프고?" 진아연은 그녀가 신을 갈아 신는 걸 보며 물었다. "목 마르지 않아? 뭐 좀 마실래? 물도 있고 음료수도 있는데...""배고프지도 목마르지도 않아요." 수수는 신발을 갈아 신으며 대답했다."그럼 집에 익숙해 질 수 있도록 구경시켜 줄게. 네 방도 가 보고." 진아연은 수수가 이곳 환경에 빨리 익숙해 지도록 하고 싶었다.수수는 긴장한 마음에 진아연을 따라나섰다.그녀에게 말을 걸고 있는 진아연 외의 다른 사람은 모두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박시준 등과 집안의 도우미를 포함해서 말이다."1층에는 방이 여섯 개 있는데 안방 하나와 게스트룸 두 개, 그리고 유모방과 다용도실이 있어. 우리는 주로 2층과 3층에서 살고 있어." 진아연이 수수에게 말했다. "여기엔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계단을 이용하고 싶지 않을 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돼. 우린 보통 운동 겸 계단을 이용하고 있어. 하지만 아파서 운동할 수 없을 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돼.""나랑 너의 아빠는 2층에서 지내고 너의 언니도 2층에서 지내. 큰오빠랑 둘째 오빠는 3층에서 지내구." 진아연이 말을 이었다. "네 방은 언니 옆 방이니 지금 같이 가 보자."수수는 진아연의 옆에서 걸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수수야. T국에 돌아가 그곳 생활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걸 알아. 나랑 아빠가 함께 가줄게." 진아연은 수수가 말이 별로 없자 한마디 보충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에요." 수수가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 "김영아가 저의 엄마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사람들은 진실을 몰라." 진아연은 수수를 데리고 방에 들어가 작은 소파에 앉아 얘기를 나눴다. "이 일이 좀 수치스러운 일이기도 하고 김형문 일가가 다 죽었기도 해서 그래. 너무 많은 사고
이들 부자는 이 일에서 의견이 같았다.진아연은 그들이 불필요한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말리지 않았다."이 일은 제가 처리할게요." 진지한이 말했다. "엄마, 아빠는 집에서 현이랑 함께 있어요.""그냥 사람을 보내면 되는데 네가 직접 갈 필요 뭐 있어?" 박시준은 아들이 이번 외출에서 무슨 사고라고 날까 걱정되었다.진지한: "여동생이 생활하던 곳을 둘러보려고요.""그래. 그럼 경호원을 데리고 가. 안전 조심하고." 박시준이 말했다....수수는 방에서 잠이 들었다.눈을 뜬 그녀는 낯선 방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오전에 진아연은 그녀를 데리고 별장을 둘러보며 그 해 일어났던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그녀는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다만 아직 막연히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뿐이었다.그녀는 자신의 친 부모님을 인정하기 싫은 건 아니었다. 박시준과 진아연이 그동안 끊임없이 그녀를 찾아헤맸다는 걸 알았을 때 크게 감동했다.하지만 그녀의 지난 십여 년과 지금의 생활은 너무 달랐다.그녀는 끝에서 다른 끝으로 달리는 기분이었고 이 모든 걸 받아들이고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그녀는 침대에 앉아 한동안 멍때리다가 침대에서 내려 방에서 걸어 나왔다."현이야." 진아연은 그녀가 방에서 걸오나오는 걸 보고 곧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진아연은 방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딸의 움직임을 제때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수수는 엄마가 자신을 ‘현이’라고 부른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집에 돌아왔으니 앞으로 그녀는 현이로 살아야 할 것이다."배고프지 않아? 엄마랑 같이 내려가서 과일 먹자." 진아연은 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아빠는 낮잠 자고 계셔.""엄마, 엄마는 왜 안 자요?" 수수가 머뭇거리다가 물었다.진아연은 딸이 ‘엄마’라고 부르자 기분이 좋아져 그동안 고생했던것이 보람차게 느껴졌다."잠이 안 와. 너랑 얘기하고 싶어서. 내가 현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해?" 진아연이 물었다.수수는 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