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정은 더 이상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오빠 아기는 아직 금방 만들어진 수정란일 뿐이예요, 아직 하나의 생명이라고 하기엔 일러요! 엄격하게 말하면 아직 하나의 조직일 뿐이라구요."성빈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그는 이 방면에 대해 어떤 개념도 없었다.최은서는 전에 이미 한 번 임신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 최은서와 감정도 없었고 최은서가 곧바로 아이를 유산시켰기 때문에 임신과 출산에 관한 내용을 알아본 적이 없었다."그니까 제 말은 은서도 지금 아이를 원하니까 분명 조심할 거예요. 은서가 평소에 조심하고 약만 제대로 챙겨 먹으면 아이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겠죠?" 성빈은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조금이라도 위로와 확신을 얻기 위해 그는 진아연을 향해 바라보았다. "아연 씨, 제 말이 맞죠!?""네, 산모의 심신 건강 상태도 아주 중요하죠. 전 아기가 은서 뱃속에서 건강하게 자라 꼭 건강하게 태어날 거라 믿어요."진아연의 말은 청심환처럼 모두의 마음을 한시름 놓게 하였다.다른 한편.야근을 마친 강해는 퇴근 후에 우준미의 오피스텔로 향했다.열쇠로 문을 연 후 그는 바닥에 뿌려져있는 장미꽃을 보았다, 불을 켜지 않은 방안은 어두웠고 식탁 위에는 양초 두 개가 켜져있었다, 흔들리는 촛불을 옆에 있는 와인을 환하게 비추었다.우준미는 레드 실크 잠옷을 입고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강해 씨, 식사 하셨어요? 메시지 보냈는데 왜 답장 안 하셨어요?" 우준미는 강해의 손목을 잡고 테이블로 걸어가 앉았다.식탁에는 몇 가지 음식이 차려져 있었는데, 맛도 비주얼도 그야말로 완벽이 따로 없었다.강해는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을 흘끗 본 후 고개를 들어 우준미를 향해 바라보았다."준미 씨, 오늘 왜 그래요?""어젯밤에 고생하신 거 같아서요, 몸보신 좀 하라고 준비해 봤어요." 우준미는 수줍어하며 말했다."하하하하!" 강해는 어젯밤에 우준미를 완전히 정복했을 줄 예상치 못했다. "준미 씨, 오늘 밤 너무 예쁜데요. 이따가 제가 제대로
그녀의 말에 매우 감동한 강해는 잔을 들고 와인을 원샷해 버렸다.우준미는 술병을 들고 계속해서 그에게 술을 따라주었다."그럼 우리 제대로 얘기 좀 나눠봐요! 아직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르니까 더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우준미는 그에게 술을 따른 후 계속해서 말했다. "그럼 우선 제 가족 상황부터 얘기해줄게요!"강해는 은은한 양초의 불빛에 비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늘밤 그녀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그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을 때 그녀는 아예 무시했기 때문이다.하루 출근하고 돌아온 사이에 그녀의 태도가 이렇게 180도로 바뀌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저희 부모님은 다 Y국 분들이세요, 그리고 제겐 오빠와 여동생 한 명이 있어요. 오빠는 이미 취직했어요, 집에서 운영하는 찻잎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여동생은 아직 고등학생이구요. 저희 집 형편을 A국에서 놓고 말하자면 그럭저럭 중산층 정도라고 하면 될 것 같아요! 혹시 Y국에 가보신 적 있어요?"강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보통 발달한 나라에 많이 다녀서요.""네. Y국이 비교적 후진국이긴 해요, 생각도 마찬가지구요. 저희 부모님은 저희 형제들을 늘 엄격하게 키우셨거든요, 그래서 저희 Y국 여자애들은 대부분 비교적 보수적이에요. 그래서 어젯밤에 저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강해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정말 미안해요, 준미 씨! 준미 씨네 생각이 보수적일 거라는 생각은 못했어요. 어제 저한테 말씀해 주셨다면 그리 충동적이지 않았을 겁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저희 바로 소통하고 상의해요, 그리고 준미 씨 뜻대로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준미 씨 뜻대로 해요, 네?"우준미는 입꼬리를 올리며 수줍어하듯 말했다: "강해 씨, 저희 집 상황은 대충 이래요, 이젠 당신이 말할 차례예요.""좋아요, 저희 집 상황은 비교적 간단해요.""우선 이 와인부터 마시고 얘기해요." 우준미는 와인잔을 들고 그와 건배했다.강
"아니요!" 우준미는 이 세글자를 내뱉은 후 바로 신발을 갈아 신으로 현관문으로 향했다.강해가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쾅'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문을 내팽개치고 공항으로 떠났다.박시준의 별장.잠에서 깨어난 진아연은 휴대폰을 들고 시간을 확인했다.마침 우준미가 보내온 메시지를 확인하였다: 진 대표님, 저희 아버지께서 지금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셔서 저 지금 돌아가려고 공항에 있어요. 언제 돌아와서 출근할 수 있을지 정확한 시간은 지금 당장 장담하기 어려울 거 같아요, 정말 죄송해요.진아연은 이 메시지를 여러 번 읽은 후 답장을 보냈다: 우선 집에 돌아가서 가족들 곁을 잘 지켜주세요. 일은 너무 신경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언제 돌아와도 괜찮아요, 언제든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메시지를 보낸 후 진아연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여보, 저 어쩌면 비서 다시 뽑아야 할 것 같아요."박시준은 화장실에서 나오며 물었다: "왜? 우준미 그만 두겠대?""아버지가 지금 중환자실에 계시대요, 지금 집에 돌아가는 중이에요." 진아연은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왠지 모르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들어요.""그럼 다시 하나 뽑자." 박시준이 말했다. "당신 귀찮으면 내가 비서 모집해줄게.""일단 설 지나고 그때 가서 얘기해요! 다시 돌아올 수도 있는 거잖아요?" 진아연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준미 씨가 저한테 본인은 비혼주의자라고 얘기했거든요. 좋아하는 사람이 죽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근데 어제 마이크가 준미 씨 봤는데 준미 씨 목에 키스 마크가 있다고..."박시준은 얼굴을 약간 붉히며 말했다: "당신은 우준미가 거짓말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사실 비혼주의라도 남자친구 사귈 수 있죠, 모순이나 갈등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제게 주는 느낌이 준미 씨 제가 생각하는 것과 좀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절대 보이는 것처럼 간단한 사람은 아닐 것 같아요."박시준은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
"네가 진아연의 비서가 된 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너를 노리고 있는지 아니?" 우준미의 아버지는 이를 갈며 말했다. "네가 Y국 사람인 것을 알고 Y국에서도 누군가가 너의 뒷조사를 하기 시작했지, 그러다 결국 네가 봉민과도 엮인 것을 알아냈지.""제가 봉민과 엮인 게 뭐가 어때서요?" 우준미는 눈물이 앞을 가려왔다. "설마 제가 봉민과 아는 사이라고 해서 저도 죽어야 하는 거예요?""허! 네 목숨을 노리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다신 A국으로 돌아가서는 안된다!" 우준미의 아버지는 화를 내며 말했다. "네 혼사를 준비했다. 올해 안으로 시집 가거라! 우리가 널 어쩌지 못하니, 시댁에 가서 얌전히 지내거라!""아버지! 전 싫습니다! A국에 안 가도 됩니다, 저 어디에도 안 갈게요, 제발 시집만 보내지 말아주세요!" 우준미는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외쳤다."시집가기 싫어도 가야 해! 우준미, 내가 경고하는데 다 네가 저지른 일이니 네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시집가고 나면 이 집은 더 이상 너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 앞으로 한 번만 더 사고치면 너희 시댁에서 혼내줄 것이니 각오하고 있거라!" 우준미의 아버지는 말을 마친 후 소매를 걸치며 자리를 떠났다.우준미의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딸을 안고 가볍게 딸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준미야, 너희 아버지 다른 사람한테 협박당해서 그래. 그래서 너한테 이런 모진 말 하는 거야." 우준미의 어머니는 울먹이며 말했다. "너희 아버지도 다른 방법이 없어서 저러시는 거야, 너 이번에 정말 건드리면 안되는 사람들을 건드렸어어.""엄마, 전 모르겠어요. 제가 누굴 어떻게 건드렸다는 거예요? 전 단지 진아연의 비서로 취직한 것 뿐이에요. 그리고, 진아연도 제게 잘해줬어요...""딸아, 진아연이 널 어쩌려는 게 아니라, 어쩌면 Y국에 있는 누군가가 널 어떻게 하려는 게 아닐까?" 우준미의 어머니는 며칠째 잠도 제대로 못잤다.우씨 집안에 일이 생기던, 급히 딸을 시집보내던, 다 우준미의 어머니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
우준미의 오빠는 말을 마친 후 우준미의 가방을 뺏아갔다.가방을 열어 안에 있는 휴대폰을 확인한 후, 휴대폰만 꺼내고 가방은 다시 우준미에게 돌려주었다....주말에 성빈과 최은서의 결혼식이 호텔에서 열렸다, 아주 간단하게 치를 예정이다.기존에 디자인했던 웨딩 미니 게임과 활동들은 모두 취소되었다.최은서는 오늘 매우 행복했다.그녀는 최근에야 깨달은 것이 있다.그녀는 자신이 아이를 싫어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처음 임신했을 때는 성빈과의 관계도 확실치 않았고 많은 고생을 한 그녀는 결국 아이를 지웠다, 그게 여태껏 트라우마로 남기도 했다.하지만 성빈과 안정적인 관계를 가지게 된 지금 다시 임신을 하니 모든 두려움과 불안은 사라지고 온데간데 없었다, 남은 건 오직 행복과 기쁨 뿐이였다.이것은 그녀가 임신하기 전에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전에는 아주 작은 일로도 성빈과 자주 다투었지만, 임신을 하고난 후로 더 이상 작은 문제로 성빈을 탓하지 않게 되었다.아이가 생긴 후 그녀와 성빈의 관계는 더욱 견고해진 것 같았다.마음속의 모든 불안한 생각들도 사라진 것 같았다.결혼식이 끝난 후 연회가 시작되었다."소정 언니, 좀이따 같이 화투 치러 가요! 제 스위트 룸에 화투 있던데요." 최은서가 활기차게 말했다.여소정: "밥 먹고 좀 쉬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그래도 지금 임산부인데 잘 쉬어야 해요.""저 지금 잘 먹고 잘 자고 아무 문제 없어요. 오늘 제 결혼식 날이라 너무 신나서 잠이 하나도 안 오는데요." 평소같으면 최은서는 점심 식사 후 잠깐씩 눈을 부치곤 하였다, 하지만 오늘은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오늘 봉투 엄청 많이 받았는데 돈 좀 따갈 생각 없어요? 저 화투 잘 못치거든요."여소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죠! 전 괜찮아요. 근데 은서 씨 남편이 허락할까요?"최은서는 곧바로 성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보, 저 화투 좀 쳐도 괜찮죠? 치다가 힘들면 바로 쉴게요, 저 지금 하나도 안 피곤해요."성빈은 너무
당사자 박시준도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었다.여소정이 이 질문을 던진 후,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최은서와 박시준을 향했다."오빠, 이거 말해도 되요?" 최은서는 심호흡을 한 후 박시준에게 물었다.진아연은 박시준의 얼굴이 빨개진 것을 보고 먼저 대답했다: "얘기하고 싶으면 얘기해요, 괜찮아요.""네..." 최은서는 진아연의 말을 듣고 여소정의 질문에 답했다. "어쨌든 많이 줬어요. 전 원래 안 받을려고 했는데 성빈 씨가 받았어요."여소정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성빈 오빠, 참 대단해요.""어차피 이제부터 한 가족인데 못받을 게 뭐가 있어요." 성빈은 웃으며 진아연과 박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제 말이 맞죠?""물론이죠, 다 한 가족인 걸요." 진아연이 말했다. "결혼은 마치 한 차례의 수행과도 같아요, 결혼은 시작일 뿐이에요, 가정을 화목하게 잘 유지하려면 서로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잘 가꾸어 나가셔야 해요.""우리 아연이 느낀 게 아주 많은 것 같은데? 하긴 시준 씨랑 지난 시간 동안 많은 일을 겪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책 내볼 생각은 없어?" 여소정이 물었다."소정아, 네 책은 어떻게 됐어? 전개는 다 썼어?" 진아연이 되물었다. "남편을 길들이는 법."여소정은 쑥쓰러워하며 바로 입을 가리고 기침을 했다.하준기는 '남편을 길들이는 법'을 듣자마자 바로 궁금한 마음에 그녀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남편을 길들이는 법이라니? 설마 내가 생각하는 게 맞아?"여소정은 물컵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애써 침착한 척 하며 말했다: "여보, 혹시 제가 어떻게 남자를 길들이는지에 관한 책을 쓰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당황한 하준기는 잠깐 멈칫하다 대답했다: "아연 씨가 쓰면 더 잘 팔릴 수 있을 것 같은데.""하하하하!" 여소정은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진아연은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판 것 같았다.박시준의 얼굴을 더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시준 씨, 아연이가 남편을 길들이는 법에 관한 책을 내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여소정은
우준미는 3일 동안 감금된 후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결혼하기로 마음 먹었다."준미야, 정말 결혼하기로 마음 먹었어?"준미의 어머니가 물었다."엄마, 어차피 제가 그 사악한 세력들을 이길 수 없다면 받아들이는 게 답인 것 같아요." 우준미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 말했잖아요, 전 가족들까지 끌여들일 생각 없다구요, 제가 저지른 잘못이니 저 혼자 감당할 거예요.""넌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거같아." 우준미의 어머니는 괴로워하며 말했다. "엄마도 네 마음 이해해. 네가 억울해 하니까 엄마도 따라서 억울하고 마음이 아프네. 근데 준미야, Y국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배도 못 채우면서 살고 있는데 이 정도 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엄마 말이 맞아요." 우준미가 말했다. "동생은 방학했죠? 우리 동생도 오랫동안 못 본 거 같은데 좀 같이 있고 싶어요.""네 동생 지금 방에 있으니까 가 봐!"우준미는 여동생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우준미는 동생의 방문을 두드렸다, 곧바로 방문이 열렸다."언니?" 우준미의 여동생은 언니를 보고 갑자기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부모님이 언니 방안에 가둬놓고 못 나오게 한 거 아니였어?""언니가 엄마한테 시집 가겠다고 거짓말 했어, 그래서 지금 잠깐 자유를 얻었어." 우준미는 동생의 방으로 들어가 설명해 주었다. "언니가 너한테 부탁할 게 있어.""언니, 언니가 시집가기 싫은 거 알아, 그렇다고 거짓말 해서 시집 안가도 되는 거 아니잖아?" 우준미의 여동생은 답답해하며 말했다."걱정마, 언니한테 방법이 다 있으니까." 우준미는 미소를 지으며 여동생의 손을 꼭 잡았다. "오빠가 언니 휴대폰을 가져갔어. 내가 이 집을 떠나고 나면 네가 오빠 찾아가서 언니 휴대폰 기념으로 간직하고 싶다고 하면서 달라고 해.""언니 떠날려고? 어디로 갈려고?" 우준미의 여동생은 약간 당황했다."언니는 아주 먼 곳으로 떠날 거야. 떠나면 언니는 그 어떤 간섭도 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거야. 언니 휴대폰에 아주 중요한 녹음이 있어. 언니
우준미는 자유를 얻었다.그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통의 족쇄에서 벗어났다.우준미의 어머니는 딸의 시체를 본 순간, 눈물을 흘리며 기절해 버렸다.우씨 집안은 혼란에 빠져 엉망진창이 되었다, 하지만 곧바로 평안을 되찾았다."차라리 잘됐어, 날 곤란하게 할 일도 없고!" 우준미의 아버지는 차갑게 말했다. "장례식도 할 필요도 없어, 사람들한테 알리지도 말고 직접 화장해버려."우준미의 아버지는 뒷일을 아들에게 맡긴 후, 우씨 집안을 떠났다.아버지가 떠난 후 우준미의 여동생은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아내렸다."오빠, 언니 휴대폰 기념으로 간직하고 싶은데, 나한테 주면 안돼?" 우준미의 여동생은 오빠에게 간절하게 애원했다. "나 너무 괴로워 오빠. 내가 언니한테 비녀만 안 줬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을텐데...""죽으려고 작심했으면 어떻게 해도 죽었을 거야! 네가 비녀를 안 줬어도 같은 결과일 거야!" 오빠는 방으로 돌아가 우준미의 휴대폰을 가져와 여동생에게 건네주었다. "휴대폰 유심카드는 버렸어, 그럼 이 휴대폰은 네가 들고있어!"우준미의 여동생은 언니의 휴대폰을 가지고 눈물을 흘리며 방으로 돌아갔다.A국.박시준은 진명그룹의 연회에 초대되어 축사를 올렸다.박시준이 무대에 오른 뒤 사람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엄마가 진명그룹의 대표잖아요? 왜 아버지가 올라간 거예요?" 라엘이는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엄마는 저런 무대에 올라가는 거 별로 안 좋아해." 진아연이 딸에게 설명해 주었다. "엄마가 올라가면 많이 긴장할 거야, 하지만 아버지는 아니지.""아버지가 왜 긴장을 안하겠어요? 아버지 슬플 때 눈물도 흘려요, 그니까 아버지도 분명 긴장할 거예요! 다만 아버지는 더 씩씩한 것 뿐이에요." 라엘이는 웃으며 말했다. "엄마, 세연이 삼촌은 언제 와요?"진아연은 휴대폰을 꺼내 김세연이 보낸 메시지가 있는지 확인했다.그 결과, 새로 보낸 이메일을 하나 보았다."세연이 삼촌한테 어떤 메시지도 안 왔네, 아마 약속한 시간에 오실 거야." 진아연은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