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운전기사가 급브레이크를 밟아 물병 안의 물이 쏟아져강해는 이 때문에 옷이 젖었고 우준미의 왼손도 물에 젖었다.강해는 급히 물병 뚜껑을 닫고 우준미에게 사과했다. "미안해요! 옷이 젖었죠?"기사는 뒤의 상황을 확인하고 바로 휴지 박스를 건넸다. “죄송합니다. 방금 다른 차가 갑자기 끼어들어서 멈췄어요. 요즘 운전하는 사람들 보면 진짜 개념이 없다니까요.”강해는 박스를 받아 바로 휴재 몇 장을 꺼내 우준미에게 건넸다."기사님, 괜찮아요. 그래도 안전이 제일이죠. 운전에 집중하시면 돼요." 성격이 털털한 강해는 바로 기사님을 위로했고우준미는 휴지를 건네받은 후, 팔을 닦았다.그녀는 팔찌가 젖은 탓에 불편한지 바로 벗었고불빛이 어두웠지만 유난히 하얀 그녀의 피부 때문에 손목의 흉터가 희미하게 보였다.강해는 마치 충격이라도 받은 듯 온갖 상상하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는 우준미 손목의 흉터를 뚫어져라 보면서 머릿속에 강민이 맡긴 임무를 생각했다.우준미는 강해가 손목의 흉터에 시선이 이끌리자 다시 팔찌를 차고안절부절못한 모습을 보였다. "강해 오빠, 깜짝 놀랐죠?""아니요..." 강해는 그녀를 바라보며 억지 미소를 보였다. “그런데 손목의 흉터는 뭐예요? 설마...”"바로 오빠가 생각한 그런 거예요. 제가 면접 볼 때 진 대표님도 저한테 물었어요." 우준미는 깊게 얘기하고 싶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사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모두 저한테 같은 질문을 해서 팔찌를 차게 됐어요."강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돌렸다. "Y국 사람이라고 했죠?""네."강해는 박시준과 진아연도 전에 Y국에 가본 적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Y국에서 사건 사고들을 겪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그는 이런 생각 할수록 우준미가 바로 강민이 원하는 사람이라는 걸 확신했다.강해는 강민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고 만약 그녀가 우준미를 찾으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라 생각에그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사실대로 강민에게 알려줄까?하지만 강민에게 알려주면
박시준의 별장.박시준과 진아연이 돌아오자 라엘은 쪼르르 진아연에게 달려갔다."엄마, 세연 삼촌이 저희 진명그룹 홍보대사죠? 내일 저희 회사 광고 찍죠? 저도 가서 촬영 구경하면 안 돼요?" 라엘은 누구한테서 들었는지 김세연의 광고 촬영이라는 말에 진아연에게 구경하고 싶다고 말했다.사실 진아연도 오늘 김세연과 촬영 일정을 정했는데 말이다."우리 라엘, 엄마가 이미 은서 고모한테 내일 지성이와 함께 만나기로 약속했어." 진아연은 계속해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의 결혼식 구경도 좋아하지 않았어? 내일 은서 고모의 결혼식 리허설인데 엄청 재밌을 거야!"라엘은 엄마의 말에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했다.라엘은 은서 고모의 결혼식 리허설도 궁금했지만, 김세연의 광고 촬영도 보고 싶어 엄청 고민되는 듯했다."엄마, 저 사실 다 가고 싶어서 잠깐 생각 좀 해볼게요!" 라엘은 입을 삐죽거리면서 아버지를 바라봤다. "아빠, 내일 어디 갈 거예요?"박시준은 웃으면서 딸에게 답했다. "아빠 내일 출근해야 해.""아. 그럼 저 내일 세연 삼촌 광고 촬영 보러 갈래요! 은서 이모는 내일 결혼식 리허설을 준비하는 거지, 진짜 결혼식을 올리는 게 아니잖아요. 그럼 나중에 결혼식 때 보면 되잖아요!" 라엘은 이런 생각에 바로 웃으면서 정했다. "엄마, 그럼 이렇게 정할게요! 저 지금 세연 삼촌한테 연락해 내일 데리러 오라고 할게요!"진아연: "..."라엘은 말을 다 하자 그녀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자리를 떠났다. 박시준은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진아연에게 물었다. "라엘의 성적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선생님께서 일주일 내로 성적이 나온다고 하셨어요." 진아연도 라엘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냥 놀게 놔둬요! 시험 전에 매일 늦게까지 공부했잖아요. 학교에서 밤늦게 공부했는데, 아마 저희보다 훨씬 힘들걸요. 그러니까 지금은 그냥 쉬게 해요."박시준도 딸이 안쓰러운지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그럼 내일 김세연 씨는 실내에서 촬영해? 아니면 야외에서 촬영해?""자세한
"이건 겉에 입고 회사에 도착하면 바로 재킷만 벗으면 돼요." 진아연은 그에게 다운재킷을 억지로 입혀주면서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냈고박시준은 그녀의 모습에 순간 넋을 잃었다.그는 이런 옷들을 언제 샀는지조차 기억 못 했다."옷장에서 찾았어요. 아마 당신이 전에 산 물건들일 거예요." 진아연은 말하면서 장갑을 끼워 줬고진아연이 박시준에게 옷을 입혀주는 동안, 이모님은 남성용 큰 가죽 부츠 한 켤레를 가져왔다.물론 이모님께서 들고 있는 부츠도 박시준이 전에 산 신발이지만, 그가 신어본 적 없는 신발이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했다.왜냐면 아무리 봐도 신어 본 흔적조차 없는 신발이기 때문이다."신어요." 진아연은 이모님한테서 부츠를 받아 박시준의 옆에 내려놨다."이제 모자만 있으면 영하 10도는 물론 영하 20도도 문제없을 것 같아." 박시준은 신발을 갈아 신으면서 비웃었고진아연은 그가 말을 끝내자 바로 모자를 꺼내 씌워줬다. “여기 모자요. 너무 추우면 모자 써요.”진아연은 박시준과 라엘을 보낸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최은서도 마침 이때 그녀한테 연락했다."아연 언니, 저희 호텔로 가고 있어요. 언니는 일어났어요?""나 옷만 갈아입고 출발하면 돼. 소정이는?" 진아연은 옷을 갈아입으면서 최은서에게 물었다."아직 소정 언니한테 연락하지 않았어요! 소정 언니 집은 호텔과 가까워서 도착하고 연락드려도 시간이 충분해요.""그래. 그럼 만나서 얘기하자." 진아연은 전화를 끊고 계속해 옷을 갈아입었다.ST 그룹.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강해는 아침 일찍 회사에 도착했다.박시준은 그한테 오전에 출근하지 못할 거라 얘기했고 일이 있으면 부대표님과 얘기하라고 말했다.직속 상사가 없으니 강해도 오전 내내 그리 긴장할 필요 없었고우준미에 관한 일들을 강민에게 알려줄지 계속 고민했었다.만약 강민에게 알려주면 두 사람의 빚은 해결되었고앞으로 강민이 갑자기 찾을 거라는 걱정 또한 필요 없으니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바로 알려야
"우 비서님, 제 말 들리세요?" 강해는 그녀가 말이 없자 목소리를 높였다. “너무 무서워하지 마요! 저는 당신이 다치지 않았으면 마음에 연락드린 거예요.”우준미는 익숙한 강해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고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강 비서님, 장난치지 마세요. 이런 대화는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제가 장난으로 말한 건지는 저녁에 만나면 알걸요? 어제 식사하던 레스토랑으로 오세요. 제가 식사 대접할게요. 어때요?" 강해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말을 이었다. “걱정하지 마요. 설마 제가 사람들 보는 앞에서 뭘 어쩌겠어요? 얘기 듣고 떠나고 싶으면 떠나도 돼요.”"일단 오늘 저녁 업무량 봐서요!" 우준미는 더는 얘기하고 싶지 않은지 바로 전화를 끊었고강해는 통화가 끊기자 바로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밤 7시, 기다릴게요.우준미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식욕이 없는지 멍하니 앞만 바라봤다.이게 지금 뭐 하자는 거지?누군가가 나를 찾는다고?누가 나를 찾아?설마 발각된 건가? 언제 발각된 거지?전에 박시준이 사람을 보낼 때, 속은 게 아니었나?만약 박시준이 뭔가 발견했다면 이리 조용하지 않을 텐데.전날 박시준과 함께 식사할 때 박시준은 그녀를 제대로 보지도 않았고 의심조차 하지 않았고진아연도 그녀를 의심하지 않는 듯했다.진아연이 그녀를 채용한 후, 업무적인 일 외에 아무도 말하지 않았고오늘 출근하지 않을 거라고 말조차 미리 얘기하지 않았다.우준미는 만약 진아연이 그녀를 의심했다면 바로 찾았을 거라 생각했다.그럼 강해가 말한 사람이 박시준도 아니고 진아연도 아니면도대체 누구지?우준미는 입맛이 없는지 도시락을 싸서 밖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린 뒤, 휴대폰을 들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향해아줌마에게 연락했다."아줌마, 요즘 수수와 잘 지내고 있죠? 혹시 누가 찾으러 오지 않았어요? 수수가 학교에서 별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죠?" 우준미는 낮은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저희 괜찮아요! 아무도 저희를 찾
여소정, 지민이, 시은이, 수현이와 소소도 이들과 함께 리허설 현장에 왔고아이들은 마침 겨울 방학이어서 매일 함께 모여서 놀 수 있었다.아이들이 화동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최은서는 아이들에게 각자 맡아야 할 부분을 알려줬고직원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최은서의 뒤에서 어떻게 등장해야 할지 설명해 줬다.진아연, 여소정과 시은이는 관객석에 앉아 신난 아이들을 보면서 미소를 보였다."은서 몸매 진짜 좋네. 진짜 부럽다." 여소정은 웨딩드레스를 차려입은 최은서의 모습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성빈 씨는 진짜 운도 좋아. 내가 남자였어도 은서 같은 미녀와 바로 결혼했을 거야."시은이는 그녀의 말을 진지한 표정으로 칭찬했다. "소정아, 너도 엄청 예뻐! 이렇게 이쁜 너와 결혼한 준기 씨도 진짜 운이 좋은 거야!""우리 시은 씨는 너무 착해요. 위정 씨가 전생에 나라를 구해 당신과 결혼할 수 있었나 봐요." 여소정은 시은이의 어깨에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진아연이 뭔가를 말하려고 할 때 휴대폰 진동 소리에급히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확인해 보니 박시준의 영상통화였다.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혼식장에서 나와 전화를 연결했다.김세연의 광고 촬영 현장에 도착한 박시준은 김세연보다 라엘을 더 신경 쓰고 있었다.다만 라엘이 김세연을 계속 보고 있어서 그도 어쩔 수 없이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여보, 여기 경치 어때?" 영상 통화 연결 후 박시준은 주위 환경을 보여주면서 말을 이었다. "다음에 함께 스키 타러 오자!""나중에 수술받아야 하잖아요. 내년 겨울에 다시 생가해 보죠!" 진아연은 화면 속 풍경을 보면서 속으로 감탄했다. "라엘은요?"박시준이 카메라를 딸에게 향하고 말을 이었다. “네 딸이 카메라만 따라다녀서 말이야. 난 이제 힘들어.”"하하! 앉아서 좀 쉬어요!" 진아연은 힘들어서 붉어진 그의 얼굴을 보면서 웃었다. "저는 지금 호텔이에요. 리허설 궁금하지 않아요?”"아니." 박시준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 "난 네가 보고 싶어.""맨날
"여보, 설마 라엘한테 뭐라고 하려는 건 아니지? 굳이 그럴 필요 없어. 난 그런 뜻이 아니라 매일 보는 아빠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 박시준은 진아연이 라엘을 혼낼까 봐 걱정했다."무슨 생각 하세요! 딸도 이제 컸는데, 제가 그런 일로 뭐라고 하겠어요?" 진아연은 참지 못해 웃었다. "얼른 라엘이한테 휴대폰 줘요!"박시준은 그래도 걱정인지 계속해 물었다. "라엘에게 뭐라고 할 거야?""그냥 아빠를 조금 더 챙겨주라고 말할 거예요. 왜요? 제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돼요?" 진아연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되지. 당연히 할 수 있지. 역시 당신밖에 없어." 박시준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라엘에게 다가가휴대폰을 건네줬고 곁에 서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기 시작했다."라엘아, 오늘 재밌게 놀았어?" 진아연은 미소를 보이며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고라엘도 신나는지 웃으면서 말했다. "재밌어요! 엄마, 너무 재밌어요! 여기 너무 이뻐요! 방금 세연 삼촌이 스키 타고 드론을 따라 갔는데. 너무 멋있어요! 세연 삼촌, 너무 멋있어요!"라엘은 휴대폰을 들고 여기저기 뛰기 시작했고진아연은 흔들리는 화면으로 딸의 흥분한 상태를 느껴졌다."라엘아, 아빠가 오늘 왜 함께 갔는지 알아?" 진아연은 딸이 조금 진정되자 계속해 말을 이었다. "오늘 출근해야 하는데, 날씨도 추운데 네가 세연 삼촌 촬영하는데 가서 혹시라도 추울까 봐 함께 간 거야. 세연 삼촌만 생각하고 아빠 생각 안하면 안 돼!”라엘은 어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아버지를 힐끗 바라봤다."아빠에게도 잘해줘. 알았지? 네 아빠는 말이야. 마음이 약해서 우리의 보살핌이 필요해. 계속 우리만 보살피고 있는 아빠인데 우리가 더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진아연은 계속해 딸을 교육했고라엘은 어머니의 말에 계속해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이리 와요!" 이때 라엘이 갑자기 박시준을 불렀고박시준은 딸의 말에 바로 다가왔다."아빠, 잠깐 할 얘기 있어요." 라엘은 박시준의 손을 잡고 고개를 들어 그를
여소정: "먹어봤지! 오래 전에 먹어봐서 지금 맛이 잘 기억나지 않아."최은서: "성빈 씨가 저번에 엄청 많이 샀어요. 조금 있다가 우리 집에서 가져가세요.""아니, 그건 성빈 씨가 은서 씨 위해서 산 거 아니에요? 제가 그걸 가져가서 뭐해요." 여소정이 웃으며 말했다."소정 씨, 괜찮습니다. 가져가세요. 전 다시 가서 사면 되죠." 성빈은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 "피부에도 좋을 거예요."여소정: "제 피부는 좋은 걸요! 늦게 자는 습관을 고치니깐 피부가 엄청 좋아졌어요.""그럼 준기한테라도 줘요." 성빈은 집에 너무 많이 있다고 생각했고 최은서의 식욕은 조만간 원숭이 뇌까지 먹을 기세였다."아니 왜 이렇게 많이 사셨어요?" 여소정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도와주기로 했다."근데 그건 여자한테 좋은 거 아니에요? 준기 씨가 많이 먹으면 안 좋지 않을까요?" 최은서가 물었다."에?! 그게… 그 여자한테 좋은 거였어요?" 여소정은 놀랐다."그러니깐 성빈 씨가 그렇게 많이 사온 거군요? 제가 약을 먹는 걸 싫어하니깐… 음식이라도 먹으라구…" 최은서는 이 말을 하면서 마음이 뭔가 몽글몽글 해졌다."음식으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 남자가 먹어도 돼요. 저도 아침에 먹었는 걸요." 성빈은 여전히 무심한 말투로 대답했다.그리고 그때, 시은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은서, 무슨 일 있어?""시은 씨, 그게… 제가 좀 생리가 불규칙해서요. 이번 달도 안 하고…" 최은서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걱정마세요. 결혼식만 끝나면 병원가서 검진 받을 거예요.""아… 설마 임신한 건 아니고?" 시은이가 천천히 말했다. "임신하면 생리도 안하는데."최은서: "어… 음…"성빈 역시 식사를 멈추고 고개를 돌려 최은서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여소정과 진아연 역시 최은서를 동시에 바라보았다."다, 다들 왜 그런 눈으로 보세요… 저, 저도 잘 몰라요…" 최은서는 얼굴이 빨개졌고 당황한 마음에 샴페인 잔을 집어들었다.성빈은 바로 그녀의 손에서 술잔을
"지민아, 앞으로 남자 친구 찾을 때 저런 남자 찾아야 해." 여소정은 자신의 딸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했다.진아연: "소정아, 지민이는 아직 어려. 지금 말해서 뭐해.""휴! 그건 그래. 우리 지민이는 언제 크려나. 먹고 놀고 자는 것 밖에 모르네." 여소정은 딸의 작은 머리를 만지며, 입에 음식물이 묻은 것을 닦아주며 말했다."아직 어리니깐 그러지. 그래도 지민이는 엄청 순한 거야." 진아연은 그녀에게 말했다."지성이는 어땠어? 어리광이 많았어?" 여소정은 그녀의 부러운 눈빛을 받으며 말했다. "지성이도 엄청 순한데?!""지성이가 그랬다는 건 아니야. 아이들 있는 장소에 가면 투정부리는 아이들 많잖아?""아, 그렇긴 하지! 만약 네 아이들이 그랬다면 몽둥이로 다리를 분질러 놓을 거야." 여소정은 웃으며 말했다. "어휴, 그런 아이들한테 하루 종일 시달릴 거 생각하니 벌써 힘 빠지네. 우리 지민이 두 살때 약간 그러길래 아주 혼쭐을 내줬지.""진짜 한번 울기 시작하면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니깐." 진아연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준기 씨 처음에 보면 되게 차갑고 나쁜 남자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엄청 착하신 거 같아.""그것도 날 만나고 나서 바뀐 거야. 예전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 여소정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이렇게 육아 만렙인 날 왜 출판사에서는 찾아주지 않는 거지?! 엄청 잘 쓸 수 있는데. 나 아니면 . 뭐 이런 거.""하하하, 좋은 생각인데. 만약에 네가 쓰겠다면 내가 투자할게." 진아연이 말했다."농담이야! 귀차니즘인 내가 책은 무슨. 아빠도 이미 날 포기했어. 내가 경영하다가나는 파산할까봐 얼마 전에 전문 경영인을 고용했지 뭐야? 아무튼 그래서 지금 엄청 편하긴 해." 여소정은 당당하게 말했다."나도 마찬가지야. 이번에 새로운 부대표가 온 뒤로 나도 많이 편해졌어. 덕분에 나도 조금 쉴 수 있어." 진아연은 여소정과 달리 귀찮은 것보다 연말에 일이 너무 많았다.일도 중요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