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까지 기다려도 조명주가 나오지 않자 경호원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60세인 조명주가 밤을 새우며 논다는 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게다가 내일 그녀의 결혼식이 있기에 밤새 놀지는 못할 것이다.그래서 경호원이 호텔에 들어와서 조명주의 축하 연회가 끝났느냐고 물었다.호텔 직원은 그에게 축하 연회가 자정에 끝났다고 하면서 끝난 지 벌써 두 시간이 지났다고 했다.경호원은 도대체 어디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해졌다.조지운은 경호원이 졸지 않았다는 걸 믿었다. 하지만 분명 무슨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아직 호텔에 있거나 다른 출구로 나갔을 거야.” 조지운이 침착하게 분석했다. “내일 결혼하니 지금쯤 아마 강 씨 집안으로 돌아갔을 거야.”"그럼 지금 강 씨 집안으로 가야겠어요.”"앞으로 손 쓸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조지운은 비관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결혼식에 강도평이 경호를 강화할 게 분명해. 조명주만 납치하면 되는데 너의 목숨까지 바칠 필요는 없어.”"조 실장님, 아직 마지막까지 온 것도 아닌데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내일 집안에서 일하는 사람인 척 강씨 집안에 들어가도 되고요.” 경호원은 조명주를 납치해 대표님 앞에 보여주는 거로 지난날의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마음이 철석같았다."그럼 일단 호텔에 돌아가 쉬고 있다가 날이 밝으면 다시 얘기해.”"알았어요.”…별장 침실.진아연의 침대 머리에 있는 조명은 밤새 켜져 있었고 진아연은 밤새 한숨도 못 잤다.그녀가 박시준을 너무 단속한다고, 그래서 그는 밖에 나가 한숨 돌리고 싶어 한다고 조지운이 말했다.그녀는 자신이 그에게 너무 스트레스를 줘 그가 힘들어진 건 아닌지 생각했다.그래서 그녀는 밤새 뒤척이며 생각해봤다. 시간을 되돌려 모든 걸 되돌린다면 그녀는 지금보다 더 잘할 자신이 없었다.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이틀 후 박시준이 돌아왔을 때 그녀가 어떻게 해야 그가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그녀는 머릿속이 복잡했고 관자놀이가
강도평은 전화를 끊은 후 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며 세수를 마쳤다."어르신, 조명주 씨가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도우미가 강도평을 위로했다."내 생각에도 그래. 평소에 잠이 많은 사람이거든.” 이렇게 생각한 강도평은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세수를 마치자 도우미가 아침밥을 강도평의 방에 가져왔다.강도평은 아침을 먹으면서 지인들에게서 걸려오는 축복의 전화를 받았다.아침 식사를 마치자 경호원이 전화를 걸어왔다."대표님, 저 지금 조명주 씨 집 앞에 왔는데 초인종을 아무리 눌러도 문을 열어주지 않아요. 전화해도 받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경호원이 조급한 어투로 말했다."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강도평은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 “문 따고 들어가! 오늘 결혼식인데 무슨 일이 있을 리 없어. 아마 늦잠 자고 있을 거야.”강도평은 오늘 결혼식에 문제가 생기게 할 수 없었다.지각 정도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강도평은 전화를 끊지 않았기에 경호원이 총을 쏘는 소리를 들었다.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경호원이 신속히 안으로 들어갔다."사모님!" 경호원이 소리쳐 불렀다. “사모님, 일어나세요. 대표님께서 모시러 오라고 하세요.”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경호원은 어쩔 수 없이 침실문을 열었다.문이 열리고 텅 빈 방이 눈앞에 들어왔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대표님! 조명주 씨가 없습니다. 집에 없어요.” 경호원은 당황했다. “어젯밤 분명 모셔와서 들어가는 걸 봤는데 지금 집 안에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강도평은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고 뭔가 큰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살아있는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단 말인가?조명주가 일부러 도망간 건가? 아니면 납치된 것일까?"당장 사람을 보내 찾아봐! 무슨 수단을 쓰든 오늘 결혼식 전에 반드시 찾아내! 안 그러면 널 들개 먹이로 만들어줄 테니!” 강도평이 화를 내며 소리 지른 뒤 떨리는 손가락으로 통화종료 버튼을 눌렀다."큰일 났어요. 어르신, 조명주 씨 드
"이 결혼은 끝난 것 같아요." 경호원은 강 씨 집안이 어수선해진 것을 보고 흐뭇해하며 말했다. "제가 계속 여기에 잠복해 있을 필요 없겠어요."조지운이 곧 입을 열었다. "꼭 그렇지만도 않아. 강도평이 지금 사람을 시켜 조명주를 찾으라 했어. B국에서의 세력이 우리보다 크니 넌 계속 잠복해 있으면서 언제 조명주를 찾아내는지 살펴봐. 너 혼자 사람을 찾아 나서는 것보단 빠르지 않겠어?""조 실장님 말씀이 일리 있네요." 말을 마친 경호원이 전화를 끊었다.조지운은 시계를 흘긋 보았다. 아직 아침 7시이니박시준은 아마 자고 있을 것이다.그는 침실 앞에 다가가 방문을 살며시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아니나 다를까 박시준은 잠들어있었다.어젯밤 그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셨으니 아마 점심까지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조지운도 어젯밤 와인 한 병을 마셨다.하지만 조지운은 가끔 머리가 아픈 걸 빼면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그는 자신이 취하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 이렇게 많이 마셨더라면 분명 취했을 것이다.그의 주량이 는 것인지 조명주를 납치하지 못한 일이 마음에 걸려서 취할 수 없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와인 한 병을 다 마셨는데도 취하지 않았다고 마이크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마이크는 믿지 않을 것이다.그는 문 앞에 멍하니 서 있다가 조용히 문을 닫고 거실로 돌아갔다.…구혜진은 아침을 먹은 후 박시준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어제 박시준이 오늘 수술로 머릿속에 있는 특수 장치를 꺼내기로 약속했다.구혜진은 밤새 자지 못했다.이건 간접살인이나 다름없었다.그리고 살인 상대는 박시준이었다.박시준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마음속 압박감은 여전했다.특히 박시준과 연락이 되지 않자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박시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닐까?진아연이 이 일을 알게 된 건가?오늘 수술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긴 할까?같은 시각.진아연은 주방에서 아침밥을 먹을 때 강훈의 전화를 받았다. 조명주가 사라졌다고 강훈이
그때 조명주는 환하게 웃었는데, 그녀는 조명주가 자신을 비웃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일어난 일을 함께 생각해보니 그때 조명주는 그녀를 비웃은 게 아닐 수도 있었다."진아연, 왜 아무 말이 없어?" 강훈이 물었다. "너한텐 좋은 일이잖아. 조명주가 도망쳤으니 아빠랑 결혼하지 않을 거고, 그렇게 된다면 아빠의 모든 계획이 수포가 돌아갈 거야."진아연이 대답했다. "좋은 일이긴 하지. 하지만 어디로 갔을까? 어디로 갔을 것 같아? 지난 몇 년 동안 너희 아빠랑 함께 살지 않았어?""맞아. 우리 아빠랑 꽤 오래 동거했지. 처음엔 아빠를 돌보기 위해 함께 지낸다고 했는데 나중엔 결혼한다고 했어." 강훈이 대답했다. "파란 집에도 없어. 아빠가 많은 사람을 보내 찾아봤는데 아무도 조명주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조명주는 왜 이러는 거지? 정말 너희 아빠랑 결혼하기 싫은 거라면 거절하면 되잖아. 왜 말로는 결혼한다 그랬다가 결혼식이 코앞인데 갑자기 사라지는 걸까? 애들 장난도 아니고 말이야." 진아연이 덤덤하게 말했다."조명주가 참 이상하긴 해. 결혼식 때 입을 복장도 그래. 처음엔 빨간색으로 주문했는데 갑자기 빨간색이 싫다면서 검은색으로 바꿨어. 우리 아빤 검은색을 가장 싫어하는데 조명주의 기분에 맞춰주기 위해 검은색 드레스를 주문했어." 강훈은 이런 에피소드를 말했다. "결혼식 드레스로 검은색을 고르는 사람이 정말 있을까? 검은색이 왠지 불길해 보여."그 말을 들은 진아연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피어올랐다."설마...""설마 뭐?" 그녀가 말끝을 흐리자 강훈이 따져 물었다. "너 설마 조명주가 자살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진아연은 입술을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마치 의학상을 받고 승승장구하는 중인데 이렇게 좋은 미래를 두고 왜 자살하겠어?" 강훈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강훈아, 그런 사고 방식으로 조명주를 평가하지 마." 진아연은 여전히 조명주가 자살했다고 의심했다. "이번생의 가장 큰 꿈이 마치 의학상이라고
구혜진은 어리둥절해졌다."저한테 속이는 거라도 있어요?" 진아연은 그녀가 아무 말이 없자 따져 물었다. "두 사람 아는 사이에요? 어떻게 만났어요? 선배님, 얘기해줘요."구혜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신들 함께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진아연 씨가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 데요.""아직 헤어지진 않았지만 시준 씨는 지금 집에 없어요. 어젯밤 나갔는데 이틀 정도 있다가 돌아온다고 했어요." 진아연이 설명했다.구혜진은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자신이 실수로 그들의 비밀을 진아연에게 알려줬다는 것을 박시준이 알게 된다면 분명 화를 내고 그녀가 수술하는 걸 거부할 것이다."숨길 수 없으니 솔직하게 말할게요! 오늘 수술로 머릿속에 있는 장치를 꺼내 달라고 부탁했어요." 구혜진은 마음을 바로잡고 또박또박 말했다. "진아연 씨, 내가 박시준 씨를 찾아간 게 아니라 박시준 씨가 날 찾아와 부탁한 거예요.""죽고 싶대요?""진심으로 죽고 싶겠어요? 다른 사람에게 컨트롤 당하는 게 싫을 뿐이죠. 그리고 당신이 본인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보는 것도 힘들기도 하고요." 구혜진이 설명했다. "이젠 모든 걸 알게 됐으니 진아연 씨가 박시준 씨를 찾아가 잘 얘기해 보세요."전화를 끊은 진아연은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았다.그녀는 조지운의 번호를 찾아 눌렀다."아연 씨, 조명주가 실종 됐다는 말을 들었어요?" 전화를 받은 조지운이 물었다."시준 씨는요? 어디 있어요? 두 사람 함께 있어요?" 진아연은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조지운을 향해 진지하게 말했다. "수술로 장치를 제거하려 했다는 걸 알고 있죠? 조지운 씨, 전 지운 씨를 그렇게 믿었는데 왜 절 속인 거예요? 시준 씨가 절 속인 것으로도 모자라 어떻게 당신도 함께 날 속여요? 정말 그 사람이 죽는 걸 보고 싶은 거예요?"조지운은 아연실색하며 말했다. "아연 씨, 장치를 제거하려 한다는 걸 몰랐어요. 전 정말 몰라요. 나한테 그런 말을 안 했어요."그의 대답을 들은 진아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지운에
"대표님, 가서 세수하고 오세요, 전 아침밥을 주문할게요." 조지운이 말을 마치고 나서 황급히 침실을 떠났다.아침밥을 주문한 조지운은 마이크에게 문자를 보내 상황을 설명했다.마이크: 대단하네요, 박시준의 행동에 대해 별로 놀랍다는 생각은 않들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런 용기에 탄복스럽네요.조지운: 진아연 씨가 화가 많이 났어요.마이크: 화 안 나겠어요? 꿈에서도 박시준의 목숨을 구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아연이를 속이고 죽으려 했다니, 나라고 해도 화났을 거예요.조지운: 하지만 이걸 전부 대표님을 탓하면 안 돼요. 대표님은 아연 씨가 힘들어하는 게 싫어서 그런 거예요.마이크: 알아요! 당신 대표님을 탓할 생각도 없고요. 당신 대표의 문제는 죽으려면 통쾌하게 죽을 것이지 아연이게 들키면 안된다는 거예요. 아연이 마음이 안 아프겠어요?조지운: 시끄러워요!마이크: 일어나서 좀 있다 강도평과 조명주의 결혼식에 가봐야겠어요.조지운: 방금 일어났죠? 조명주가 실종됐어요. 오늘 결혼식도 없을 거예요.마이크: 이런! 조명주가 왜 사라져요?이때 조지운에게 전화 한 통이 들어왔다. 박시준의 경호원이었다.조지운은 곧 전화를 받았다."젠장! 조 실장님, 조명주가 죽었어요, 저 사람들이 조명주의 시체를 찾아냈어요." 경호원이 조지운에게 전화를 할 땐 이미 강 씨 저택에서 나온 후였다.이 소식을 들은 조지운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조명주가 죽었다고... 조명주가 어떻게 죽을 수 있지?조명주가 죽었으면 대표님은 어떻게 하지?대표님에게 갑자기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누가 대표님을 구한단 말인가?그런 생각에 조지운의 두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조 실장님, 저 지금 강 씨 저택에서 나왔어요. 조명주의 시신이 지금 병원에 있다고 해요. 병원에서 방금 전화가 와서 그녀가 죽었다고 했어요. 강도평이 너무 화가 나 기절하는 바람에 지금 병원으로 이송 중이에요." 경호원이 말했다.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네요. 조명주는 대체 무슨 생각에 자살을 한 것
"게다가 아빠도 조영을 찾을 거야. 아빤 이렇게 그만두지 않을 것 같아." 강훈이 말했다. "인제 와서 보니 조명주는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아. 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던 게 분명해. 조명주는 아빠랑 알고 지낸 지 몇 년째 되지만 한 번도 조영을 우리 가족 누구에게도 소개한 적이 없거든."진아연은 열심히 듣고 있었지만 머릿속으로는 방법을 고민했다."우리 가족 중 아무도 조영을 몰라. 지금 갑자기 조영을 찾으려면 아마 힘들 거야. 아빠는 조영이 조명주의 입양 딸이라는 이유로 조영을 하찮게 생각했거든. 지금 생각해 보니 조명주는 모든 걸 아마 조영에게 줬을 것 같아." 강훈은 그제야 깨달았다."아버지는 스스로 본인이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만 처음부터 조명주의 상대가 아니었어.""강훈아, 너의 아빠가 조영의 행방을 찾아내면 나한테 알려줘." 진아연이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조명주가 이런 방식으로 생을 마감할 줄 몰랐어. 그 누구에게도 반응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네.""조금 당황스럽다고 생각하는 거지? 조명주가 죽었으니 박시준도 비참해지겠네?""내가 방법을 찾아볼 거야.""행운을 빌게."차가 호텔 밖에 멈췄고 진아연은 창밖을 힐끗 보고는 전화를 끊었다.진아연이 박시준이 머문 스위트룸의 초인종을 눌렀을 때 박시준은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그는 식욕이 별로 없었다. 어젯밤 과음한 탓으로 지금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초인종이 울리자 조지운은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었다.진아연이 성큼성큼 들어섰다."지운 씨, 잠시 나가 있어요.""네..." 조지운은 불안한 눈빛으로 박시준을 힐끔 보고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진아연은 문을 잠그고 박시준의 앞에 다가가박시준을 내려다보았다.그녀의 눈빛에 박시준은 얼굴이 뜨거워 났고 곧 수저를 내려놓았다."죽고 싶어요?" 그녀는 그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가벼운 어투로 물었다."아니, 당신이 강훈이랑 결혼하는 걸 지켜보라는 거야?" 박시준이 고개를 들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누군가가 나를 미끼로
"밤에 돌아갈게." 그는 그녀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24시간 내내 그녀의 보호 아래 있는 것은 싫었다.그런 보호 받는 느낌이 너무 좋지 않았다.그는 길에서 죽는 게 낫지 이렇게 계속 살고 싶지 않았다."알겠어요... 집에 가고 싶다면 그렇게 해요. 하지만 술 마시는 건 안 돼요. 알겠죠?" 진아연이 말했다. "저도 더 이상 술 마시지 않을게요.""가!" 박시준은 손에 든 우유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쉬고 싶어."진아연은 잠시 멈칫하다 자리를 떠났다.조지운은 진아연이 방에서 바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 했다. "아연 씨... 설마 대표님께서...""쉬고 싶다고 해서요." 진아연은 조지운을 보며 말했다. "아직 저한테 화가 많이 난 거 같아요. 제가 약속을 어겼으니까요. 그러니까 지운 씨, 그를 좀 곁에서 잘 보살펴 줘요. 그리고 매일 저녁에 집으로 보내주는 건 잊지 마시구요."조지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두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대화를 확실히 나눠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조명주 씨가 죽었고... 이제 모든 일은 끝났어요." 진아연은 다시는 그 일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 "먼저 가볼게요.""네."진아연이 나간 뒤, 조지운이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대표님, 아연 씨 가셨습니다.""조명주는 왜 죽은 거지?" 박시준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박시준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조지운: "그녀라면... 노경민 교수님을 따라간 것입니다."박시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조명주와 노경민은 같이 시간을 보낸 적이 없어. 조명주가 노경민을 많이 따른 건 맞아. 그럼 노경민이 죽을 때 왜 같이 따라가지 않은 거지? 마치 의학상이 뭐라고? 마치 의학상이 노경민 교수보다 더 중요했다는 건가?""조명주 씨의 마음은 제 3자들이 알 수는 없겠죠. 하지만 확실한 건 그녀는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노경민 교수든 마치 의학상이 되었든... 모든 일에 매우 극단적이게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