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지성이가 곧바로 진아연에게 걸어가, 고개를 들어 크고 반짝이는 검은 눈으로 지민이를 노려보았다. "우리 엄마야! 너희 엄마 아니야!""방금 엄마가 너한테 말을 걸었을 땐, 네가 지민이 뒤에 숨어놓고선!" 여소정이 다가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엄마가 지민이를 안아주는 게 싫으면, 너도 앞으로 엄마한테서 숨으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엄마가 다른 친구들을 안아주러 가버릴 거야!"여소정은 지성이가 울음을 터뜨릴까 봐 진아연의 품에서 지민이를 데리고 왔다.지성이가 이렇게나 질투할 줄은 진아연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분명 지성이는 엄마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기 때문이었다."지성아, 엄마가 우리 지성이를 한 번 안아봐도 될까?" 진아연이 지성이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다정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엄마는 너무 너를 안아주고 싶어. 지민이 엄마가 지민이를 안아주는 것처럼 말이야."지성이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들어 여소정과 지민이를 흘끗 보고는 그제야 조그만 팔을 뻗었다.그런 지성이를 본 진아연이 곧바로 아들을 안아 들었다.이 순간, 진아연은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오늘은 그녀가 귀국한 이후 두 사람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예상외로 두 번째 만남 만에 지성이가 그녀를 안아준 것이다.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 진전이었다."아연아, 앞으로 지성이가 보고 싶으면 말만 해. 내가 바로 데리고 올 테니까." 여소정이 딸을 내려놓고는 바닥에 있던 봉지를 들어 올렸다. "한동안 계속 있을 거라고 했잖아. 그래서 내가 찌개용 조미료를 좀 가져왔어."진아연은 여소정이 조미료를 봉지에서 꺼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만약 찌개를 끓이는 게 싫고 번거로우면, 그냥 요리를 해주는 가정부를 불러도 돼." 여소정이 말했다. "참, 마이크는? 두 사람, 함께 돌아오지 않았어? 마이크는 벌써 간 거야?""아니야. 지운 씨 집에 술 마시러 갔어.""그랬구나, 너 밥은 먹었어?" 여소정이 주방으로 걸어가며 말했다.차가운 냄
"엄마가 너희 집에서 식사하는 걸 아빠가 싫어하면 어떡하려고?" 여소정이 배를 잡고 깔깔 웃으며 말했다. "그랬다가, 아빠한테 엉덩이라도 맞으면 어떡하려고! 무섭지도 않아?""아니에요!" 지성이가 조그만 얼굴을 찌푸리며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빠는 날 때리지 않을 거예요!""하지만 아빠는 네가 엄마를 집에 데려와서 식사하는 걸 원하지 않을걸?""아니에요! 아빠도 원해요!" 지성이는 자기의 바람이 곧 아빠의 바람이라고 생각했다. 어젯밤에 아빠와 이야기했을 때, 아빠는 이미 엄마가 그들 집에 와서 자고 가도 된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니 식사 한 끼 정도는 반대할 리가 없었다.여소정이 박장대소하며 진아연을 바라보았다: “아연아, 전남편의 집에서 식사하고 가라는 아들의 초대를 받아들일 거니? 너도 가고 싶은 거면 이 배달은 취소해도 돼.”진아연은 고민도 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지성아, 엄마는 네가 너희 집에 식사하러 오라고 초대해 줘서 정말 고마워. 그런데 아까 소정 이모가 음식을 주문했는걸" 그녀가 지성이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지성이가 바닥을 바라보며 고민하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면 누나가 돌아오면 그때 우리 집에 가요!"아까까지만 해도 엄마를 무서워하던 지성이가 지금은 엄마를 이렇게 데리고 가고 싶어 할 줄은 여소정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것도 고작 30여 분 만에 말이다."지성아, 누가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니? 아빠가 그렇게 말하라고 했어?" 여소정이 물었다."아니요!""아! 이제 알겠다! 누나가 엄마를 집으로 다시 데려오고 싶어 하는 걸 돕고 있는 거구나!" 여소정이 문득 깨달은 듯 말했다.누나의 말이라면 지성이는 뭐든 따른다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라엘이가 집에 있으면, 지성이는 절대 이모님과 박시준의 곁에 있지 않았다.온 가족을 통틀어 지성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누나 라엘이었다.속마음을 들켜버린 지성이의 조그만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진아연은 부끄러워하는 귀여운 아들을 바라보
"누구야?" 휴대폰에 정신이 팔린 진아연을 본 여소정이 진아연의 코앞에 다가가 휴대폰 화면을 슬쩍 보았다.'박시준'이라는 세 글자를 본 여소정이 혀를 차며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은 이제 아무 상관 없는 사이 아니었어? 돌아온 뒤부터 연락하기 시작한 거야?”"정확히 말하면 지금부터야.""하하하, 내가 마침 현장 검거를 한 거구나. 보여줘 봐, 박시준 씨가 뭐래?" 여소정은 마치 자신이 당사자라도 된 듯 적극적으로 나섰다.진아연 또한 그녀를 제삼자 취급하지 않았다.여소정이 휴대폰을 가져와 박시준에게서 온 두 개의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여소정 역시 어안이 벙벙해져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난데없이 왜 갑자기 양육비를 주겠다는 거야? 어제 이 얘기 하려고 만난 거였어?"진아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어제는 라엘이 일에 작은 문제가 생겨서 만났었어. 그 문제 외에 다른 이야기는 하지도 않았고.""그러면 갑자기 양심이 생기기라도 한 거야, 뭐야? 아니면 네가 초라해 보인다고 생각한 걸까? "여소정이 진아연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진아연은 집에서 입는 편한 옷을 입고 있었다. 머리는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돌돌 말아 머리 뒤로 묶은 상태였다. 피부가 하얀 편이라, 맨얼굴에 차려입지 않아도 전혀 초라해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여소정은 진아연을 향한 자신의 관점이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어쩌면 박시준이 보기에는 달리 보일지도 몰랐다.여소정의 말에 진아연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지금 자기의 모습을 확인했다."아무리 초라해 보였다 해도, 굳이 돈으로 모욕을 줄 필요는 없지 않아?" 진아연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박시준에게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기왕 돈을 주겠다는데 그냥 받아! 받고 싶지 않으면 차라리 엄청난 액수를 불러버려!" 여소정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백억을 내놓으라고 해봐. 그것도 한번에. 분명 화나서 미칠걸."진아연은 지금 자신과 박시준의 관계가 이런 장난을 하기에 적합하
여소정이 그녀를 위해 주문한 배달음식이 이미 도착했지만, 박시준의 경호원이 지성이를 데리러 왔고 또 박시준이 보내온 이상한 메시지 때문에 그녀는 미처 먹지 못했다.그녀는 너무 배고파서 배가 쏙 들어갔고 머릿속까지 하얘진 것 같았다.그녀는 배달음식을 들고 식당으로 가서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때로는 머리로는 다 알고 있지만 몸이 자기도 모르게 실수를 범할 때가 있었다.예를 들어, 너무 배고플 때 빨리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그렇지 않으면 위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늘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삼키다 속쓰림을 느낀 후에야 식사를 멈췄다.그녀는 한 손으로 위를 감싸며 물컵을 들고 물을 마시러 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그녀는 바로 식탁으로 돌아가 물잔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들었다.여소정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아연아, 방금 준기 씨가 나한테 사진 한 장을 보내왔는데 박시준이랑 연관된 사진이야, 한 번 봐봐! 박시준이 정말로 그렇게 했다면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여소정의 말투는 매우 격앙되어 있었다, 마치 박시준이 극악무도하게 나쁜 짓이라도 한 것 같았다.전화를 끊은 후 진아연은 여소정이 보낸 사진을 확인했다.사진은 짧은 동영상에서 캡쳐한 화면이었다. 진명 그룹이 곧 ST 그룹에서 떠나 독립한다는 뉴스 내용이었다.또한 강민이 진명 그룹의 대표가 되어 더 이상 박시준의 제한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뉴스 자체도 상당히 충격적이었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박시준이라는 계정이 이 동영상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것이다.하준기는 이 재미있는 영상을 본 후 바로 여소정에게 캡쳐화면을 보냈다.그러나 여소정은 전혀 재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전에 박시준이 진명 그룹을 차지하려는 것도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앞으로 모든 산업을 지성이와 라엘이에게 물려줄거라면 결국엔 그녀와도 연관이 있는 것이니 그렇게까지 화가 나고 분하진 않았다.하지만 지금 박시
두 사람 오늘 밤 함께 술을 마신다고 했는데 설마 마이크가 술에 취해서 조지운에게 말한 것일까?마이크는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했을까?진아연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갔다!하지만 조지운이 말한 것이 진실이 아니라고 직접 밝히는 것도 좀 그랬다.“전에 회사도 팔았고 남은 돈 있어요...” 진아연은 심호흡을 하고 자신을 위해 판을 돌리려 했다.박시준이 조금만 머리를 써서 생각해봐도 이런 말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지금 그녀가 직업이 없고 수입이 없다고 해도 전에 대표까지 했었고 회사도 적지 않은 돈에 팔아 넘겼다. 겨우 2년 사이에 그 정도로 힘들게 지낼 정도는 아니었다.2년은 커녕 10년 동안 일을 안 한다고 해도 끄떡 없었다.게다가 설령 그녀의 삶이 정말로 어려워 진다고 해도 그녀도 일해서 돈을 벌 수 있지 않은가? 절대 그에게 손을 벌려 양육비를 달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그 돈 모아뒀다 한이 결혼할 때 쓴다고 하지 않았어?” 박시준은 팽팽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한이 혹시 지금 연애해?”박시준은 조지운이 보낸 메시지에서 ‘결혼’과 ‘지출이 막대하다’는 글을 보고 한이가 어쩌면 연애 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연애 중이 아니라면 그렇게 큰 돈을 쓸 일이 뭐가 있겠는가?자신과 진아연의 이혼이 아이들에게도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를 들면 라엘이도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았고 성적도 떨어졌다.그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혼이 한이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진아연은 그의 말을 듣고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허공에 대고 체할 뻔 했다.한이가 연애라니... 한이는 남들과 말도 잘 안하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만약에 정말로 누군가와 연애라도 한다면 진아연은 오히려 더 좋아했을 것이다.“그것도 지운 씨가 당신한테 말했어요?” 진아연은 조지운을 탓하지 않았다, 모든 건 다 마이크 때문이였다.아무리 조지운한테 과장해서 얘기한다고 해도, 이렇게 없는 얘기까지 지어내는 건 아니지 않나?너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정작 이 말을 하고 난 후, 그녀는 박시준이 정말로 한이를 찾아 B국에 갈까봐 걱정되었다.그녀도 못 참을 지경인데 한이는 분명 더 귀찮아할 것이다.“농담이에요! 한이 절대 연애 안 해요, 제가 확신해요.” 그녀는 바로 말을 바꾸어 그를 안심시켰다. “당분간 양육비도 필요 없으니까 걱정마세요.”“양육비는 당신한테 주는 게 아니라 한이한테 주는 거야.” 박시준은 그녀의 말을 정정했다.“한이도 필요없어요!” 진아연은 그의 말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제가 살아있는 한, 당신이 주는 양육비는 필요없어요!”그녀의 화가 난 목소리를 들으며 그의 이마는 찌푸려졌다.그는 그녀와 싸우려고 그녀에게 전화한 것이 아니었다.그는 그녀와 한이의 생활에 대해 소통하며 어떻게 지내고 있었는지 알고 싶었다, 만약 그들의 생활이 여의치 않다면 그는 기꺼이 도와줄 생각이었다.그러나 그의 이런 마음이 진아연에게는 다른 느낌으로 전달된 것 같았다.그녀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기에. 생활이 여의치 않는다 해도 절대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을 게 분명했다.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그의 숨소리를 들으며 진아연은 금세 마음을 가라앉혔다.그녀는 방금 너무 흥분했다.사실 그가 뭐라고 하든 그녀는 화를 낼 필요가 없었다.“더 이상 하실 얘기 없으시면 이만 전화 끊을게요.” 그녀는 침착하게 말했다.“진아연, 돈도 없는 것 같은데 현이 찾는 일은 그냥 나한테 맡겨.” 그는 현이를 찾는 일이 그녀에게 경제적 부담을 줄까봐 걱정스러웠다. 원래부터 탐탁지 않은 가정에 부담을 더해주고 싶지 않았다.가라앉혔던 진아연의 마음은 그의 말에 다시 한 번 풍랑을 일으켰다.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또 하며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화면에 있는 그의 번호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차단하고 싶었다!하지만 곧 이성을 되찾고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현이를 위해서.박시준이 먼저 현이를 찾을지 누가 알겠는가? 현이의 양육권을 얻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최선을 다해 현이에게 못 해줬던 것들을 다 해줄
눈을 뜬 그녀는 마이크의 얼굴을 보았다.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이 불현듯 머릿속에 떠올랐다.“아연아, 벌써 9시가 다 돼가는데 왜 아직도 자고 있어?” 마이크는 창가로 걸어가며 커튼을 열었다. “아침 사 왔어.”“누가 노크도 안 하고 내 방에 들어오래?” 진아연은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옷장으로 걸어갔다.“여태까지 안 일어났길래 뭔 일 생겼을까봐 걱정했잖아.” 마이크는 창턱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나도 아침부터 귀찮게 할 생각은 없었어, 근데 지운 씨가 계속 너한테 확인하라고 해서.”진아연은 화장실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세수도 하고 나왔다.“어젯밤에 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그녀는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얼마 안 마셨어, 그냥... 한 병 정도!” 그녀의 차가운 시선에 마이크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왜? 나한테서 술냄새 나? 나 샤워하고 왔는데.”그는 옷을 걷어 올리고 냄새를 맡으며 중얼거렸다: “냄새 안 나는데?”“어젯밤에 지운 씨한테 내가 지금 어렵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어? 어제 박시준이 나한테 전화 와서 양육비를 주겠다고 했어!” 진아연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술 취하면 잘난 척 하던데 넌 어떻게 된게 그 반대야?”마이크는 잠시 멍해졌다: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잠깐만, 기억 좀 더듬어볼게.” 그는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무릎을 치며 말했다. “기억났다, 내가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건 아니고 조지운이 너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계속 물어보길래 나도 귀찮아서 대충 아무 얘기나 한 거야.”“내 계획이 왜 그렇게 궁금하대?” 진아연은 그의 설명을 듣고 화가 좀 풀린 것 같았다.“원래 그런 사람이야, 남의 일에 참견하는 거 좋아하고. 네가 진명 그룹에 관한 뉴스 보고 속상해할까봐 걱정하더라고.” 마이크는 그녀에게 물었다. “진명 그룹에 관한 뉴스 봐도 속상하진 않지?”“속상해.” 진아연이 대답했다. “그 사람들이 B국에서 어떻게 발전하든 상관 없어. 근데 귀국하고 익숙한 진명 그룹 건물을
진아연은 거울 속 넋을 잃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그때 그녀는 갑작스럽게 실명을 하게 됐고 기분은 바닥으로 가라앉았었다.긴장, 두려움과 불안이 그녀의 모든 신경을 가득 채웠고, 가까스로 박시준에게 전화를 걸었으니 그가 반드시 와서 그녀를 데리고 병원에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녹음을 들은 후 마이크는 일시 중지를 눌렀다.“아연아, 왜 울어?” 그녀의 붉어진 눈시울을 본 마이크는 즉시 휴대폰은 한편에 두고 티슈를 가져다주었다.“방금 왜 후반부 속 내 목소리가 없냐고 물었지?” 진아연의 몸은 굳어진 채 칫솔을 쥔 손은 떨림을 멈출 수 없었다.”그래! 지운 씨가 박시준한테 물었는데 박시준이 그때 아마 네가 전화를 듣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대.””거짓말이야!” 진아연은 손에 든 칫솔을 집어던지며 소리내어 울었다. “내 목소리를 지웠어! 그때 내가 눈이 안 보인다고 했다고! 제발 와서 나 좀 구해달라고 말이야! 근데 어떻게 내 목소리까지 지우고 이 녹음을 꺼내서 자기 결백을 증명하겠다고 할 수 있지?”마이크는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그는 박시준이 이렇게까지 뻔뻔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몸을 굽혀 그녀의 칫솔을 쓰레기통에 버렸다."울지마, 새 칫솔 사올게."마이크가 떠난 후 진아연은 수도꼭지를 열었다. 급격히 흐르는 물소리는 그녀의 울음소리를 삼켰다.그녀는 박시준이 그녀에게 안겨준 아픔을 이미 다 잊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녹음을 들었을 때 그녀는 다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별장에서 나온 마이크의 마음은 무척 혼란스러웠다.이때 조지운이 어떻게 됐냐며 메시지를 보내왔다.마이크는 전화를 걸어 분노를 참으며 물었다: “조지운 씨! 진아연이 우는 거 한 번 볼래요? 2년 동안 한 번도 우는 모습을 본적이 없어요! 근데 굳이 이 녹음을 들려주라고 해서 얘가 지금 울고 있잖아요! 박시준이 자신의 목소리를 없앴대요! 후반부의 녹음 분분은 박시준이 조작한 거라고요!”조지운: "..."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