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지성이가 곧바로 진아연에게 걸어가, 고개를 들어 크고 반짝이는 검은 눈으로 지민이를 노려보았다. "우리 엄마야! 너희 엄마 아니야!""방금 엄마가 너한테 말을 걸었을 땐, 네가 지민이 뒤에 숨어놓고선!" 여소정이 다가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엄마가 지민이를 안아주는 게 싫으면, 너도 앞으로 엄마한테서 숨으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엄마가 다른 친구들을 안아주러 가버릴 거야!"여소정은 지성이가 울음을 터뜨릴까 봐 진아연의 품에서 지민이를 데리고 왔다.지성이가 이렇게나 질투할 줄은 진아연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분명 지성이는 엄마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기 때문이었다."지성아, 엄마가 우리 지성이를 한 번 안아봐도 될까?" 진아연이 지성이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다정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엄마는 너무 너를 안아주고 싶어. 지민이 엄마가 지민이를 안아주는 것처럼 말이야."지성이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들어 여소정과 지민이를 흘끗 보고는 그제야 조그만 팔을 뻗었다.그런 지성이를 본 진아연이 곧바로 아들을 안아 들었다.이 순간, 진아연은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오늘은 그녀가 귀국한 이후 두 사람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예상외로 두 번째 만남 만에 지성이가 그녀를 안아준 것이다.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 진전이었다."아연아, 앞으로 지성이가 보고 싶으면 말만 해. 내가 바로 데리고 올 테니까." 여소정이 딸을 내려놓고는 바닥에 있던 봉지를 들어 올렸다. "한동안 계속 있을 거라고 했잖아. 그래서 내가 찌개용 조미료를 좀 가져왔어."진아연은 여소정이 조미료를 봉지에서 꺼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만약 찌개를 끓이는 게 싫고 번거로우면, 그냥 요리를 해주는 가정부를 불러도 돼." 여소정이 말했다. "참, 마이크는? 두 사람, 함께 돌아오지 않았어? 마이크는 벌써 간 거야?""아니야. 지운 씨 집에 술 마시러 갔어.""그랬구나, 너 밥은 먹었어?" 여소정이 주방으로 걸어가며 말했다.차가운 냄
"엄마가 너희 집에서 식사하는 걸 아빠가 싫어하면 어떡하려고?" 여소정이 배를 잡고 깔깔 웃으며 말했다. "그랬다가, 아빠한테 엉덩이라도 맞으면 어떡하려고! 무섭지도 않아?""아니에요!" 지성이가 조그만 얼굴을 찌푸리며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빠는 날 때리지 않을 거예요!""하지만 아빠는 네가 엄마를 집에 데려와서 식사하는 걸 원하지 않을걸?""아니에요! 아빠도 원해요!" 지성이는 자기의 바람이 곧 아빠의 바람이라고 생각했다. 어젯밤에 아빠와 이야기했을 때, 아빠는 이미 엄마가 그들 집에 와서 자고 가도 된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니 식사 한 끼 정도는 반대할 리가 없었다.여소정이 박장대소하며 진아연을 바라보았다: “아연아, 전남편의 집에서 식사하고 가라는 아들의 초대를 받아들일 거니? 너도 가고 싶은 거면 이 배달은 취소해도 돼.”진아연은 고민도 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지성아, 엄마는 네가 너희 집에 식사하러 오라고 초대해 줘서 정말 고마워. 그런데 아까 소정 이모가 음식을 주문했는걸" 그녀가 지성이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지성이가 바닥을 바라보며 고민하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면 누나가 돌아오면 그때 우리 집에 가요!"아까까지만 해도 엄마를 무서워하던 지성이가 지금은 엄마를 이렇게 데리고 가고 싶어 할 줄은 여소정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것도 고작 30여 분 만에 말이다."지성아, 누가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니? 아빠가 그렇게 말하라고 했어?" 여소정이 물었다."아니요!""아! 이제 알겠다! 누나가 엄마를 집으로 다시 데려오고 싶어 하는 걸 돕고 있는 거구나!" 여소정이 문득 깨달은 듯 말했다.누나의 말이라면 지성이는 뭐든 따른다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라엘이가 집에 있으면, 지성이는 절대 이모님과 박시준의 곁에 있지 않았다.온 가족을 통틀어 지성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누나 라엘이었다.속마음을 들켜버린 지성이의 조그만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진아연은 부끄러워하는 귀여운 아들을 바라보
"누구야?" 휴대폰에 정신이 팔린 진아연을 본 여소정이 진아연의 코앞에 다가가 휴대폰 화면을 슬쩍 보았다.'박시준'이라는 세 글자를 본 여소정이 혀를 차며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은 이제 아무 상관 없는 사이 아니었어? 돌아온 뒤부터 연락하기 시작한 거야?”"정확히 말하면 지금부터야.""하하하, 내가 마침 현장 검거를 한 거구나. 보여줘 봐, 박시준 씨가 뭐래?" 여소정은 마치 자신이 당사자라도 된 듯 적극적으로 나섰다.진아연 또한 그녀를 제삼자 취급하지 않았다.여소정이 휴대폰을 가져와 박시준에게서 온 두 개의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여소정 역시 어안이 벙벙해져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난데없이 왜 갑자기 양육비를 주겠다는 거야? 어제 이 얘기 하려고 만난 거였어?"진아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어제는 라엘이 일에 작은 문제가 생겨서 만났었어. 그 문제 외에 다른 이야기는 하지도 않았고.""그러면 갑자기 양심이 생기기라도 한 거야, 뭐야? 아니면 네가 초라해 보인다고 생각한 걸까? "여소정이 진아연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진아연은 집에서 입는 편한 옷을 입고 있었다. 머리는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돌돌 말아 머리 뒤로 묶은 상태였다. 피부가 하얀 편이라, 맨얼굴에 차려입지 않아도 전혀 초라해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여소정은 진아연을 향한 자신의 관점이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어쩌면 박시준이 보기에는 달리 보일지도 몰랐다.여소정의 말에 진아연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지금 자기의 모습을 확인했다."아무리 초라해 보였다 해도, 굳이 돈으로 모욕을 줄 필요는 없지 않아?" 진아연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박시준에게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기왕 돈을 주겠다는데 그냥 받아! 받고 싶지 않으면 차라리 엄청난 액수를 불러버려!" 여소정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백억을 내놓으라고 해봐. 그것도 한번에. 분명 화나서 미칠걸."진아연은 지금 자신과 박시준의 관계가 이런 장난을 하기에 적합하
여소정이 그녀를 위해 주문한 배달음식이 이미 도착했지만, 박시준의 경호원이 지성이를 데리러 왔고 또 박시준이 보내온 이상한 메시지 때문에 그녀는 미처 먹지 못했다.그녀는 너무 배고파서 배가 쏙 들어갔고 머릿속까지 하얘진 것 같았다.그녀는 배달음식을 들고 식당으로 가서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때로는 머리로는 다 알고 있지만 몸이 자기도 모르게 실수를 범할 때가 있었다.예를 들어, 너무 배고플 때 빨리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그렇지 않으면 위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늘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삼키다 속쓰림을 느낀 후에야 식사를 멈췄다.그녀는 한 손으로 위를 감싸며 물컵을 들고 물을 마시러 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그녀는 바로 식탁으로 돌아가 물잔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들었다.여소정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아연아, 방금 준기 씨가 나한테 사진 한 장을 보내왔는데 박시준이랑 연관된 사진이야, 한 번 봐봐! 박시준이 정말로 그렇게 했다면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여소정의 말투는 매우 격앙되어 있었다, 마치 박시준이 극악무도하게 나쁜 짓이라도 한 것 같았다.전화를 끊은 후 진아연은 여소정이 보낸 사진을 확인했다.사진은 짧은 동영상에서 캡쳐한 화면이었다. 진명 그룹이 곧 ST 그룹에서 떠나 독립한다는 뉴스 내용이었다.또한 강민이 진명 그룹의 대표가 되어 더 이상 박시준의 제한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뉴스 자체도 상당히 충격적이었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박시준이라는 계정이 이 동영상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것이다.하준기는 이 재미있는 영상을 본 후 바로 여소정에게 캡쳐화면을 보냈다.그러나 여소정은 전혀 재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전에 박시준이 진명 그룹을 차지하려는 것도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앞으로 모든 산업을 지성이와 라엘이에게 물려줄거라면 결국엔 그녀와도 연관이 있는 것이니 그렇게까지 화가 나고 분하진 않았다.하지만 지금 박시
두 사람 오늘 밤 함께 술을 마신다고 했는데 설마 마이크가 술에 취해서 조지운에게 말한 것일까?마이크는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했을까?진아연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갔다!하지만 조지운이 말한 것이 진실이 아니라고 직접 밝히는 것도 좀 그랬다.“전에 회사도 팔았고 남은 돈 있어요...” 진아연은 심호흡을 하고 자신을 위해 판을 돌리려 했다.박시준이 조금만 머리를 써서 생각해봐도 이런 말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지금 그녀가 직업이 없고 수입이 없다고 해도 전에 대표까지 했었고 회사도 적지 않은 돈에 팔아 넘겼다. 겨우 2년 사이에 그 정도로 힘들게 지낼 정도는 아니었다.2년은 커녕 10년 동안 일을 안 한다고 해도 끄떡 없었다.게다가 설령 그녀의 삶이 정말로 어려워 진다고 해도 그녀도 일해서 돈을 벌 수 있지 않은가? 절대 그에게 손을 벌려 양육비를 달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그 돈 모아뒀다 한이 결혼할 때 쓴다고 하지 않았어?” 박시준은 팽팽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한이 혹시 지금 연애해?”박시준은 조지운이 보낸 메시지에서 ‘결혼’과 ‘지출이 막대하다’는 글을 보고 한이가 어쩌면 연애 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연애 중이 아니라면 그렇게 큰 돈을 쓸 일이 뭐가 있겠는가?자신과 진아연의 이혼이 아이들에게도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를 들면 라엘이도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았고 성적도 떨어졌다.그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혼이 한이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진아연은 그의 말을 듣고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허공에 대고 체할 뻔 했다.한이가 연애라니... 한이는 남들과 말도 잘 안하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만약에 정말로 누군가와 연애라도 한다면 진아연은 오히려 더 좋아했을 것이다.“그것도 지운 씨가 당신한테 말했어요?” 진아연은 조지운을 탓하지 않았다, 모든 건 다 마이크 때문이였다.아무리 조지운한테 과장해서 얘기한다고 해도, 이렇게 없는 얘기까지 지어내는 건 아니지 않나?너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정작 이 말을 하고 난 후, 그녀는 박시준이 정말로 한이를 찾아 B국에 갈까봐 걱정되었다.그녀도 못 참을 지경인데 한이는 분명 더 귀찮아할 것이다.“농담이에요! 한이 절대 연애 안 해요, 제가 확신해요.” 그녀는 바로 말을 바꾸어 그를 안심시켰다. “당분간 양육비도 필요 없으니까 걱정마세요.”“양육비는 당신한테 주는 게 아니라 한이한테 주는 거야.” 박시준은 그녀의 말을 정정했다.“한이도 필요없어요!” 진아연은 그의 말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제가 살아있는 한, 당신이 주는 양육비는 필요없어요!”그녀의 화가 난 목소리를 들으며 그의 이마는 찌푸려졌다.그는 그녀와 싸우려고 그녀에게 전화한 것이 아니었다.그는 그녀와 한이의 생활에 대해 소통하며 어떻게 지내고 있었는지 알고 싶었다, 만약 그들의 생활이 여의치 않다면 그는 기꺼이 도와줄 생각이었다.그러나 그의 이런 마음이 진아연에게는 다른 느낌으로 전달된 것 같았다.그녀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기에. 생활이 여의치 않는다 해도 절대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을 게 분명했다.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그의 숨소리를 들으며 진아연은 금세 마음을 가라앉혔다.그녀는 방금 너무 흥분했다.사실 그가 뭐라고 하든 그녀는 화를 낼 필요가 없었다.“더 이상 하실 얘기 없으시면 이만 전화 끊을게요.” 그녀는 침착하게 말했다.“진아연, 돈도 없는 것 같은데 현이 찾는 일은 그냥 나한테 맡겨.” 그는 현이를 찾는 일이 그녀에게 경제적 부담을 줄까봐 걱정스러웠다. 원래부터 탐탁지 않은 가정에 부담을 더해주고 싶지 않았다.가라앉혔던 진아연의 마음은 그의 말에 다시 한 번 풍랑을 일으켰다.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또 하며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화면에 있는 그의 번호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차단하고 싶었다!하지만 곧 이성을 되찾고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현이를 위해서.박시준이 먼저 현이를 찾을지 누가 알겠는가? 현이의 양육권을 얻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최선을 다해 현이에게 못 해줬던 것들을 다 해줄
눈을 뜬 그녀는 마이크의 얼굴을 보았다.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이 불현듯 머릿속에 떠올랐다.“아연아, 벌써 9시가 다 돼가는데 왜 아직도 자고 있어?” 마이크는 창가로 걸어가며 커튼을 열었다. “아침 사 왔어.”“누가 노크도 안 하고 내 방에 들어오래?” 진아연은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옷장으로 걸어갔다.“여태까지 안 일어났길래 뭔 일 생겼을까봐 걱정했잖아.” 마이크는 창턱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나도 아침부터 귀찮게 할 생각은 없었어, 근데 지운 씨가 계속 너한테 확인하라고 해서.”진아연은 화장실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세수도 하고 나왔다.“어젯밤에 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그녀는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얼마 안 마셨어, 그냥... 한 병 정도!” 그녀의 차가운 시선에 마이크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왜? 나한테서 술냄새 나? 나 샤워하고 왔는데.”그는 옷을 걷어 올리고 냄새를 맡으며 중얼거렸다: “냄새 안 나는데?”“어젯밤에 지운 씨한테 내가 지금 어렵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어? 어제 박시준이 나한테 전화 와서 양육비를 주겠다고 했어!” 진아연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술 취하면 잘난 척 하던데 넌 어떻게 된게 그 반대야?”마이크는 잠시 멍해졌다: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잠깐만, 기억 좀 더듬어볼게.” 그는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무릎을 치며 말했다. “기억났다, 내가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건 아니고 조지운이 너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계속 물어보길래 나도 귀찮아서 대충 아무 얘기나 한 거야.”“내 계획이 왜 그렇게 궁금하대?” 진아연은 그의 설명을 듣고 화가 좀 풀린 것 같았다.“원래 그런 사람이야, 남의 일에 참견하는 거 좋아하고. 네가 진명 그룹에 관한 뉴스 보고 속상해할까봐 걱정하더라고.” 마이크는 그녀에게 물었다. “진명 그룹에 관한 뉴스 봐도 속상하진 않지?”“속상해.” 진아연이 대답했다. “그 사람들이 B국에서 어떻게 발전하든 상관 없어. 근데 귀국하고 익숙한 진명 그룹 건물을
진아연은 거울 속 넋을 잃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그때 그녀는 갑작스럽게 실명을 하게 됐고 기분은 바닥으로 가라앉았었다.긴장, 두려움과 불안이 그녀의 모든 신경을 가득 채웠고, 가까스로 박시준에게 전화를 걸었으니 그가 반드시 와서 그녀를 데리고 병원에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녹음을 들은 후 마이크는 일시 중지를 눌렀다.“아연아, 왜 울어?” 그녀의 붉어진 눈시울을 본 마이크는 즉시 휴대폰은 한편에 두고 티슈를 가져다주었다.“방금 왜 후반부 속 내 목소리가 없냐고 물었지?” 진아연의 몸은 굳어진 채 칫솔을 쥔 손은 떨림을 멈출 수 없었다.”그래! 지운 씨가 박시준한테 물었는데 박시준이 그때 아마 네가 전화를 듣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대.””거짓말이야!” 진아연은 손에 든 칫솔을 집어던지며 소리내어 울었다. “내 목소리를 지웠어! 그때 내가 눈이 안 보인다고 했다고! 제발 와서 나 좀 구해달라고 말이야! 근데 어떻게 내 목소리까지 지우고 이 녹음을 꺼내서 자기 결백을 증명하겠다고 할 수 있지?”마이크는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그는 박시준이 이렇게까지 뻔뻔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몸을 굽혀 그녀의 칫솔을 쓰레기통에 버렸다."울지마, 새 칫솔 사올게."마이크가 떠난 후 진아연은 수도꼭지를 열었다. 급격히 흐르는 물소리는 그녀의 울음소리를 삼켰다.그녀는 박시준이 그녀에게 안겨준 아픔을 이미 다 잊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녹음을 들었을 때 그녀는 다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별장에서 나온 마이크의 마음은 무척 혼란스러웠다.이때 조지운이 어떻게 됐냐며 메시지를 보내왔다.마이크는 전화를 걸어 분노를 참으며 물었다: “조지운 씨! 진아연이 우는 거 한 번 볼래요? 2년 동안 한 번도 우는 모습을 본적이 없어요! 근데 굳이 이 녹음을 들려주라고 해서 얘가 지금 울고 있잖아요! 박시준이 자신의 목소리를 없앴대요! 후반부의 녹음 분분은 박시준이 조작한 거라고요!”조지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