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리예요. 성빈이 형이 얼마나 잘생겼는데요. 게다가 사람도 얼마나 좋은데요.”“그럼요. 대표님도 당신 눈엔 좋은 사람이겠죠.” 마이크가 조롱하며 최은서의 번호를 눌렀다. “잠시만 조용히 해봐요. 은서 씨에게 전화부터 하고요.”스타팰리스 별장.진아연은 세 시간가량 자고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깨어났다.그녀는 잘 때 커튼을 닫는 것을 깜박했다.창밖에서 햇살이 금가루처럼 쏟아져 눈이 부셨다.그녀는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아이의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말이다.“지성아, 아빠한테 내가 오늘 널 데리고 엄마 보러 왔다는 말을 절대 하면 안 돼.” 성빈이가 불안한 마음으로 지성이를 안고 진아연 집에 왔다.성빈이는 평소에 지성이 보러 자주 갔기 때문에 지성이는 성빈이와 친했다.그래서 지성이를 데리고 놀러 간다고 했을 때 지성이도 순순히 따라나섰다.‘엄마’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지성이의 얼굴에 부자연스럽고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사실 지성이는 늘 엄마와 영상통화를 하곤 했다.가끔 라엘이가 진아연과 영상통화를 할 때 지성이를 부르곤 했었다.하지만 지성이는 쉽게 엄마라고 부를 수 없었고 진아연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현실에서 함께 있어 본 적이 없어서 낯설기만 했다."집에 가고 싶어요." 지성이가 성빈이를 바라보며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 “성빈이 삼촌, 저 집에 갈래요.”“방금 나왔잖아. 조금 있다가 돌아가자. 맛있는 걸 줄게.” 성빈이는 말을 하며 이모님이 준 가방에서 아기 간식을 꺼냈다.간식을 본 지성이는 그제야 돌아가자고 떼쓰지 않았다.침실에서 나온 진아연은 훌쩍 커버린 지성이를 바라보며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녀는 지성이가 여기에 나타날 줄 생각지도 못했다.“지성아!” 너무 기쁜 나머지 성큼성큼 지성이에게 걸어갔다.성빈과 지성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성빈이 곧 몸을 숙이고 지성이에게 말했다. “지성아, 저기 봐, 엄마야. 엄마가 참 예쁘다. 그렇지? 누나처럼 너무 예뻐.”지성이는 깜짝 놀라며 성빈의 뒤
“지성이에게 뭐라고 하지 말아요. 아직 어리잖아요. 옆에서 돌봐주는 사람을 더 따르는 게 당연해요.” 성빈은 실망한듯한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며 위로했다. “지성이가 시준이를 많이 따라요. 라엘이와 한이가 아연 씨를 따르는 것처럼 말이에요.”“제가 왜 지성이를 탓하겠어요. 제가 돌봐주지 않았으니 지성이에겐 제가 낯선 사람이나 다름없을 텐데.”“네, 이번에 귀국해서 얼마나 있을 예정이에요? 오래 있을 거면 다음번에도 지성이를 데려올게요.” 성빈이 말을 이었다. “시준이가 알게 된다고 해도 어차피 저를 탓할 거예요.”“이번에는 좀 오래 있을 거예요.” 진아연이 말했다. “시준 씨가 돌아오면 아이와 만나는 문제에 대해 의논할 거예요. 전 한 번도 시준 씨가 한이를 만나는 걸 반대한 적이 없어요. 그러니 시준 씨도 제가 지성이를 만나는 걸 막을 수는 없어요.”“얘기를 나눠야 한다면 마음을 편히 먹고 나눴으면 좋겠어요. 만나자마자 싸우지 말고요.”성빈은 진아연에게 충고하려 했지만 진아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 말은 그 사람에게 해야 할 것 같네요. 그 사람이 먼저 저랑 싸우려 들지 않는다면 저는 당연히 싸울 생각이 없어요.”“네, 알겠어요.” 성빈이 코끝을 만지고 나서 지성이를 안고 자신의 다리에 앉히고 진아연에게 보여줬다. “지성아, 엄마인데 뭐가 무서워? 엄마가 돌아왔다는 걸 누나가 알게 되면 분명 엄청 좋아할 거야.”“무서워요.” 지성이의 앳된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성빈은 크게 웃으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넌 사나이잖아. 용기를 내야지.”“무서워요.” 지성이는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간식을 바라보며 진아연을 보려 하지 않았다.진아연은 아들의 진짜 반응을 바라보며 평소에 보호를 잘 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지성아, 누나 어릴 때 영상 볼래?” 진아연은 지한이와 가까워질 방법을 하나 생각해냈다.그녀는 휴대폰을 켜고 라엘이의 어린 시절 동영상을 찾아 클릭했다.라엘이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전해왔고 지성이는 곧 그 목소리에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이혼하려는 부부에게 아이를 위해 참으라고 하는 걸 이해할 수 없었어요. 아연 씨와 시준 씨 아이를 보고 나니 조금 이해되는 것 같아요.” 성빈은 진아연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제가 이혼을 고집해서 애한테 상처를 줬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이혼하지 않으면 제 인생이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았어요. 그리고 만약 제가 매일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면 아이에게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족 분위기를 안겨줄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진아연이 설명했다.그녀의 설명은 이전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그녀는 박시준과 이혼한 걸 후회하지 않았다.성빈이 떠나간 후 진아연은 집에 돌아갔다.그녀는 주방에 들어가 잘 다듬은 야채를 비닐 랩에 싸서 냉장고에 넣었다.그녀 혼자 저녁을 먹는 거라면 지금부터 저녁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주방을 깨끗이 정리하고 난 그녀는 거실로 돌아가 소파에 누웠다.바쁜 오후를 보낸 그녀는 허리가 조금 아팠다.하지만 머리가 한결 맑아졌다.지성이가 한 살 되기 전에는 그녀가 지성이의 옆에 있었었고 그때의 지성이는 그녀를 많이 좋아했었다.하지만 2년 동안 떨어져 있으니 지성이가 예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그녀는 하루빨리 현이를 찾아내 그녀의 옆에 데려오든지 박시준 옆으로 보내든지 해야 했다.오늘 지성이를 보니, 그래도 박시준이 신경 쓰며 잘 돌본 것 같아 박시준에 대한 원망도 조금은 줄어들었다.성빈은 지성이를 집에 돌려보내고 최은서가 퇴근하는 걸 픽업하러 갔다.최은서는 오늘 아침 진아연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저녁에 진아연 만나러 가려고 했다.저녁이 되자 마이크가 조지운도 데려왔다.그들은 스타팰리스 별장에 모여 함께 술을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박시준의 별장.검은색 롤스로이스가 천천히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박시준은 어젯밤 Y국에 갔는데 진아연이 A국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그는 산이 형의 열성스러운 만류도 거절하고 귀국을 고집했다.박시준이 집에 돌아왔을 땐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
지성이는 귀여운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보며 오늘 엄마와 함께 본 것과 엄마한테서 들은 말들을 알렸다.진아연은 아이한테 전에는 아빠를 사랑한다고 했었지만, 아이는 뜻을 잘못 이해했는지 여전히 아빠를 사랑한다고 전해졌고아이의 말을 들은 박시준의 마음은 순간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아들의 진지한 모습은 아무리 봐도 거짓말은 아닌 듯했다."지성아, 누구한테서 그런 말을 들었어?" 이모님은 굳어있는 박시준을 보더니 바로 지성이한테 물었고지성이는 고개를 들고 이모님을 바라보며 답했다. "엄마가 알려줬어요!"이에 이모님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엄마가 그런 얘기를 했구나!""진짜 엄마가 말했어요." 지성이는 사람들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할까 봐 다시 강조했다.이모님은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바로 박시준의 캐리어에서 로봇 장난감 다리 한쪽을 꺼내 지성이한테 말했다."우리 가서 로봇 장난감 다리를 붙여볼까?" 이모님은 말하면서 지성이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고박시준은 바로 캐리어를 닫은 후 침실로 돌아갔다.진아연이 아들과의 가까워지기 위해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다니!진짜 그런 여자가 될 줄이야.마음이 진정되지 않는 박시준은 침실 문을 닫고 방 안에서 서성거렸다!성빈이 감히 그를 속이고 아들과 함께 진아연을 만나다니!성빈의 연락을 계속 기다리고 있던 박시준은 그가 메시지도 보내지 않고 연락도 하지 않자홧김에 바로 성빈에게 전화했다.스타팰리스 별장.성빈은 갑자기 울린 벨 소리에 휴대폰 화면을 보고 박시준의 연락임을 확인하더니 바로 주위 사람들한테 조용히 하라고 알렸다."다들 조용히 하세요! 저 전화받을게요." 성빈은 박시준이 언젠가는 알게 될 거라 생각했었고 이에 본인 욕먹을 거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박시준이 뭐라고 할지 궁금한 최은서는 바로 그의 휴대폰을 스피커폰으로 바꿨고성빈은 그녀의 행동에 난감한 표정을 보였다. "은서야, 내 체면은 좀 세워줘야 하지 않을까?"최은서: "체면은 무슨 체면이에요. 오빠가 욕하면 제가 대신 욕할게요
"두 사람 혹시 싸우는 거 아니겠죠?" 마이크는 문밖에서 통화하고 있는 진아연이주먹을 꽉 쥔 모습에 걱정인지 입을 열었다."아마도요! 시준이는 자기 동의 없이 하고 보는 일 처리 방식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오늘 제가 지성이를 데리고 올 때 시준이한테 얘기하지 않아 화가 났을 거예요." 성빈은 바로 그에게 설명했다."그래도 진아연한테 화풀이하면 안 되죠!" 마이크는 말하면서 술잔을 내려놓고 진아연의 편을 들어주려고 밖에 나가려 했다.이에 곁에 있던 조지운은 급히 그를 말렸다."두 사람이 다투는데, 당신이 끼어 들어서 뭐해요? 그리고 저는 진아연 씨가 질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대표님은 말다툼에 서투른 편이라는 걸 알잖아요." 조지운은 마이크가 나서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전에는 아마 아이들과 어떻게 만나야 할지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을 거예요. 지금 결론을 짓지 않으면 앞으로 더 힘들 거예요."마이크는 그의 말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연이가 손해볼까 봐 걱정하는 거잖아요.""당신이 도와준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조지운은 바로 그를 비웃었다. "오히려 방해만 될걸요?"마이크는 조지운의 말에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귀에 거슬리네요.""당신 귀에 거슬리든 말든 사실은 사실이에요. 진아연 씨가 도와달라고 말하지 않은 이상 두 사람의 일에 신경 쓰지 마세요." 조지운은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하루 종일 의리 있는 척은”“두 사람이 갑자기 왜 싸우는 거죠?” 최은서는 바로 이들을 말렸다. “두 사람 일단 기다려 보세요. 저 할 말 있어요.”마이크와 조지운은 최은서의 말에 바로 입을 다물었고성빈은 최은서의 목표가 왠지 자신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성빈 씨, 방금 거짓말할 때 눈 깜빡하지 않네요. 이제 당신이 했던 말 중에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의심되네요." 최은서는 바로 화제를 성빈한테로 돌렸다.이에 성빈은 붉어진 얼굴로 답했다. "그렇다고 네 둘째 오빠한테 사실대로 얘기할 수 없잖아? 아니면 일부
박시준은 진아연이 바로 사과할 줄 몰랐는지 충격을 받아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방금 천둥 번개가 번쩍이는 찰나, 그는 진아연한테 지성이를 만나려면 그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얘기했지만진아연은 이에 바로 동의했다.박시준의 별장.전화를 마친 박시준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바로 욕실로 향했다.박시준은 지난 하루 동안 이곳저곳 돌아다녔었고진아연 때문에 하루 시간을 낭비했지만, 이는 진아연한테 나무라 할 수 없었다. 모두 스스로 심란한 탓에 Y국으로 갔기 때문이니 말이다.방금 그녀와 연락할 때 현이의 상황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머릿속 이성이 그한테 물어봤자 아무 결과도 없을 거라는 걸 알렸다.그래서 박시준은 만약 진아연이 또 지성이와 만나고 싶다면 지성이와 함께 만날 생각이었다.샤워를 마치고 침실에서 나온 그는지성이가 바로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 몰랐다.저녁을 먹은 지성이는 손에 들고 있는 로봇을 박시준에게 보여주며 자랑했다."지성아, 오늘 엄마와 만나서 기분 좋아?" 박시준은 아들의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향했다.지성이는 박시준의 말에 입을 삐죽거리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생각했다."엄마가 무슨 얘기 해줬어?" 박시준은 계속 아이한테 물었지만지성이는 사실 엄마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엄마 휴대폰에 누나들이 엄청 많았어요..." 지성이는 고개를 들고 엄마 휴대폰에서 본 누나들에 대한 그리움을 알렸다."엄마가 누나 영상 외에 다른 것들은 보여주지 않았어?"지성이는 이에 잠깐 생각하더니 바로 고개를 저었다."그럼 지성이는 엄마가 좋아?" 오늘은 어찌 보면 지성이가 자란 후로 처음 엄마와 만난 날이기에 박시준은 아들의 생각이 궁금했다.이에 지성이는 붉어진 얼굴로 부끄러운지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기로 했다.그는 로봇을 들고 중얼거리면서 장난감을 노는 시늉을 보였고박시준은 아들이 질문을 피하자 바로 다음 질문을 물었다. "지성이는 강민 이모가 좋아?"강민은 한두 달에 한 번씩 지성이를 보러 왔고매번 지성이를 볼 때
박시준은 아들의 귀여운 모습에 참을 수 없는지 미소를 보였다.지성이는 어릴 때부터 라엘이의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녔고나이 차이가 많은 이유 때문인지 지성이는 누나가 자기와 놀지 않을까 봐 항상 누나한테 아첨하는 태도를 보였다."그럼 다음에 엄마 만나면 네가 말해보렴!" 박시준은진아연이 분명 거절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일부러 아들한테 이리 말한 것이었다."네!" 지성이는 아빠를 따라 내려오면서 엄마와의 만남에 기분이 좋은지 바로 물었다. "아빠, 누나는 언제 와요?""그럼 우리 영상 통화하자!" 박시준도 딸과 너무 오래 보지 못한 듯해 아이가 매우 보고 싶었다.그는 지성이를 안고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 영상 통화를 걸었지만라엘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이제 저녁 7시쯤인데 설마 아직도 끝나지 않은 거야?그는 김세연한테서 라엘이의 촬영 일정표를 확인했고 라엘이의 촬영 일정은 대부분 낮에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그는 이런 생각에 바로 김세연에게 연락했고전화를 받은 사람은 의외로 김세연의 매니저였다."박 대표님, 세연이한테 무슨 볼일이죠?""제 딸은 어디에 있죠? 왜 전화를 받지 않은 거죠? 딸한테 전화받으라고 하세요." 박시준은 바로 그한테 물었다.이에 매니저는 난감한 듯 답했다. "박 대표님, 라엘이가 지금 울고 있어 전화를 받을 수 없어요."박시준은 그의 말을 듣자, 순간 온몸의 피가 들끓었다.그는 지성이를 옆에 앉힌 후, 휴대폰을 들고 급히 밖으로 뛰어갔다."라엘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죠? 어떻게 된 일이에요?!"아무것도 모르는 지성이는 그런 아빠의 모습에 바로 따라갔다."지성아, 밖에 비가 와서 뛰어다니면 안 돼!" 이를 본 이모님은 바로 다가가 지성이를 품속에 안았다.이에 박시준은 뒤따라온 조급한 아들의 모습에 바로 다가가 조용히 설명했다. “아빠가 누나 데리고 올게. 지성이는 집에 얌전히 있어.”지성이는 아빠의 말을 듣더니 그제야 안심했고이모님은 박시준에게 바로 우산을 건넸다.박시준은 우산을 받고 바로 빗
어릴 때부터 똑똑했고 뭐든지 한 번에 터득할 수 있는 아이였기 때문에 좌절을 겪은 적이 별로 없었고연기 또한 주위 사람들한테 재능이 있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었다.물론 라엘이한테 첫 촬영은 아니었고 우는 신들도 잘 소화했었지만, ‘엄마’에 대한 증오와 원한에 관한 연기 부분은 아무래도 아이한테 많이 힘든 듯했다.지난 몇 년 동안 이런 좌절을 겪어보지 못한 라엘이는아마 이번 촬영을 도저히 이어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라엘이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엄마였고 아무리 연기라고 해도 도저히 입을 뗄 수가 없었다.하지만 이대로 포기하면 세연 삼촌이 실망할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비웃을 거라 생각한 라엘이는 이 때문에 마음이 더욱 괴로웠다."라엘아, 미안해. 진심으로 그런 소리를 한 게 아니야. 그리고 네 연기 실력이 별로라는 뜻이 아니야... 그래, 물론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겠지만,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었어... 나도 아역 출신이지만, 어릴 적의 연기 실력이 너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었다고 말하고 싶었어." 비비는 무심코 한 말 때문에 라엘이가 맥을 못 추게 될거라 생각하지도 못했다.물론 그녀는 작업 진행이 지체될까 봐 걱정이었던 거다. 라엘이가 계속 우울해 하면 김세연은 옆에서 라엘이를 달래줘야 하고 그러면 두 사람의 연기를 진행할 수 없으니 말이다.물론 이것뿐만 아니라 박시준이 알게 될까 두려운 점도 있었다.박시준이 라엘이를 끔찍히 여기는 것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박시준과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뒷담이 아닌 바로 라엘이 앞에서 프로페셔널하지 못하고 연기 실력이 부족하다고 질책했을 것이다."저리 가세요!" 김세연은 어두운 표정으로 비비를 쫓아냈고이에 당황한 비비는 바로 매니저한테 끌려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박시준이 현장에 도착했다.그는 라엘이의 곁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김세연을 끌어내고 바로 라엘이한테 말했다. "라엘아, 아빠 왔어. 아빠랑 같이 집에 가자."라엘이는 아빠의 목소리에 바로 고개를 들었고박시준은 아이의 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