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준은 아들의 귀여운 모습에 참을 수 없는지 미소를 보였다.지성이는 어릴 때부터 라엘이의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녔고나이 차이가 많은 이유 때문인지 지성이는 누나가 자기와 놀지 않을까 봐 항상 누나한테 아첨하는 태도를 보였다."그럼 다음에 엄마 만나면 네가 말해보렴!" 박시준은진아연이 분명 거절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일부러 아들한테 이리 말한 것이었다."네!" 지성이는 아빠를 따라 내려오면서 엄마와의 만남에 기분이 좋은지 바로 물었다. "아빠, 누나는 언제 와요?""그럼 우리 영상 통화하자!" 박시준도 딸과 너무 오래 보지 못한 듯해 아이가 매우 보고 싶었다.그는 지성이를 안고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 영상 통화를 걸었지만라엘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이제 저녁 7시쯤인데 설마 아직도 끝나지 않은 거야?그는 김세연한테서 라엘이의 촬영 일정표를 확인했고 라엘이의 촬영 일정은 대부분 낮에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그는 이런 생각에 바로 김세연에게 연락했고전화를 받은 사람은 의외로 김세연의 매니저였다."박 대표님, 세연이한테 무슨 볼일이죠?""제 딸은 어디에 있죠? 왜 전화를 받지 않은 거죠? 딸한테 전화받으라고 하세요." 박시준은 바로 그한테 물었다.이에 매니저는 난감한 듯 답했다. "박 대표님, 라엘이가 지금 울고 있어 전화를 받을 수 없어요."박시준은 그의 말을 듣자, 순간 온몸의 피가 들끓었다.그는 지성이를 옆에 앉힌 후, 휴대폰을 들고 급히 밖으로 뛰어갔다."라엘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죠? 어떻게 된 일이에요?!"아무것도 모르는 지성이는 그런 아빠의 모습에 바로 따라갔다."지성아, 밖에 비가 와서 뛰어다니면 안 돼!" 이를 본 이모님은 바로 다가가 지성이를 품속에 안았다.이에 박시준은 뒤따라온 조급한 아들의 모습에 바로 다가가 조용히 설명했다. “아빠가 누나 데리고 올게. 지성이는 집에 얌전히 있어.”지성이는 아빠의 말을 듣더니 그제야 안심했고이모님은 박시준에게 바로 우산을 건넸다.박시준은 우산을 받고 바로 빗
어릴 때부터 똑똑했고 뭐든지 한 번에 터득할 수 있는 아이였기 때문에 좌절을 겪은 적이 별로 없었고연기 또한 주위 사람들한테 재능이 있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었다.물론 라엘이한테 첫 촬영은 아니었고 우는 신들도 잘 소화했었지만, ‘엄마’에 대한 증오와 원한에 관한 연기 부분은 아무래도 아이한테 많이 힘든 듯했다.지난 몇 년 동안 이런 좌절을 겪어보지 못한 라엘이는아마 이번 촬영을 도저히 이어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라엘이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엄마였고 아무리 연기라고 해도 도저히 입을 뗄 수가 없었다.하지만 이대로 포기하면 세연 삼촌이 실망할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비웃을 거라 생각한 라엘이는 이 때문에 마음이 더욱 괴로웠다."라엘아, 미안해. 진심으로 그런 소리를 한 게 아니야. 그리고 네 연기 실력이 별로라는 뜻이 아니야... 그래, 물론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겠지만,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었어... 나도 아역 출신이지만, 어릴 적의 연기 실력이 너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었다고 말하고 싶었어." 비비는 무심코 한 말 때문에 라엘이가 맥을 못 추게 될거라 생각하지도 못했다.물론 그녀는 작업 진행이 지체될까 봐 걱정이었던 거다. 라엘이가 계속 우울해 하면 김세연은 옆에서 라엘이를 달래줘야 하고 그러면 두 사람의 연기를 진행할 수 없으니 말이다.물론 이것뿐만 아니라 박시준이 알게 될까 두려운 점도 있었다.박시준이 라엘이를 끔찍히 여기는 것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박시준과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뒷담이 아닌 바로 라엘이 앞에서 프로페셔널하지 못하고 연기 실력이 부족하다고 질책했을 것이다."저리 가세요!" 김세연은 어두운 표정으로 비비를 쫓아냈고이에 당황한 비비는 바로 매니저한테 끌려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박시준이 현장에 도착했다.그는 라엘이의 곁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김세연을 끌어내고 바로 라엘이한테 말했다. "라엘아, 아빠 왔어. 아빠랑 같이 집에 가자."라엘이는 아빠의 목소리에 바로 고개를 들었고박시준은 아이의 붉
현장에 도착한 진아연은 의자에 앉아 울고 있는 유명 여배우의 모습에 깜짝 놀랐고 여배우 눈동자의 눈물 또한 하얀 조명 아래서 유난히 선명했다.의사는 곁에서 여배우 얼굴의 상처에 연고를 발라줬고박시준과 라엘이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라엘이는 울진 않았지만, 시무룩한 모습을 보였고이에 진아연은 바로 딸아이한테 다가가 손을 꽉 잡아줬다."라엘아, 너무 울어서 눈까지 부었네." 진아연은 딸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엄마한테 일찍 연락하지 그랬어? 엄마가 귀국할 때 세연 삼촌한테 얘기했었는데, 세연 삼촌이 알려줬지?"“엄마, 안아줘요.” 라엘이는 속상한지 말하면서 바로 엄마 품에 안겼다. “엄마, 저 도저히 잘 할 수 없어요... 몇 번을 했는데 도저히 소화할 수가 없어요.”진아연은 아이의 말을 듣더니 토닥이며 격려했다. "네 연기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라 방법이 틀려서 그런 거야."곁에서 지켜보던 박시준의 시선은 온전히 진아연에게만 집중했다.3년 가까이 보지 못한 사이 그녀는 전보다 훨씬 성숙해 보였다.머리를 기른데다 펌 때문에 그래 보일 수도 있었다."일단 먼저 라엘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 박시준은 진아연이 라엘이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가르치려 하자 바로 말렸다. "설마 라엘이한테 계속 연기하라고 부추길 생각이야?""뭐가 문제죠?" 진아연은 그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딸이 포기한다고 하지 않았어요."이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분위기는 화약 냄새가 가득했지만촬영 현장에 사람들도 많아두 사람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고 딸 앞에서 싸우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진정시켰다."딸이 이런 연기를 소화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미 멘탈이 나간 모습 안 보여?" 박시준은 방금 감독님과 얘기했고 감독님은 만약 라엘이가 계속 연기할 생각이라면 작가한테 부탁해 대본을 바꿀 수 있다고 알렸다.박시준은 딸을 위해 감독님한테 부탁할 수 있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왜냐면 그는 라엘이가 연기를 하지 않기를 원했고 딸이
직원은 바로 라엘이를 데리고 메이크업 수정을 진행했고촬영 현장 또한 분주해졌다.진아연은 김세연과 함께 라엘이의 촬영을 보러 갈 생각이었지만박시준이 갑자기 그녀의 길을 막았다.그의 몸은 마치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벽과도 같았다.진아연은 그의 어두운 표정을 보며 말했다. "저는 딸한테 당신을 미워하라고 부추기지 않았어요. 방금 그런 방법을 얘기한 것도 딸이 순조롭게 촬영할 수 있기 위해 말한 거예요."박시준은 그녀의 말에 답하지 않고 갑자기 다른 얘기를 꺼냈다. "나 Y국에 가서 배태준 씨를 만났어."진아연은 그의 말에 왜 갑자기 길을 막고 있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이에 그녀는 김세연을 보며 말했다. "일단 가서 라엘이 촬영 잘 하고 있는지 지켜봐 줘요!"김세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왜 갑자기 현이를 찾는 거야?" 박시준은 김세연의 뒷모습을 보면서 진아연에게 물었다."제가 누구를 찾든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현이는 내 딸이야. 내 딸을 찾는데 당연히 상관있지 않을까?" 박시준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왜 아이가 네 딸이라고 의심하는 거지? 단지 현이가 나와 닮은 이유 때문에?""저한테 무슨 답을 원하는 거죠?" 진아연은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현이를 찾으면 제가 이유를 알려 줄게요.""만약 내가 현이의 행방을 알고 있다면 이미 찾았을 거야. 하지만 아마 이 세상을 떠난 것 같아.""아버지라는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딸이 살아 있어 봤자 죽은 것과 차이가 있을까요?" 진아연은 그의 말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실망에 가득 찼다."계속 찾고 있어. 부하들을 세계 각국으로 보내 계속 찾고 있다고.""그럼 A국에 가서 아이를 찾아봤어요?"박시준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바로 반문했다. "내가 그러지 않았을 것 같아?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아 실종됐어. 갓 태어난 아이가 얼마나 어리고 연약한데, 그런 아이를 찾는 건 바다에 빠진 바늘을 찾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바
"그래도 미리 말하면 앞으로 불필요한 다툼을 피할 수 있잖아요. 이제 모든 게 늦었어요. 오늘은 일단 돌아가시는 게 어때요? 라엘이가 촬영을 마치면 제가 곁에 있어주면 돼요." 진아연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박시준은 딸의 촬영이 끝나는 대로 함께 집에 돌아가려 했지만방금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자기라는 딸의 말에 마음이 착잡해질 수밖에 없었다.그는 딸이 자신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한이는 어때?" 박시준은 아들의 근황이 궁금한지 떠나기 전에 진아연에게 물었다."잘 지내고 있어요. 잘 자라고 있고 공부도 잘하고 있죠. 만약 궁금하면 언제든지 B국에 가서 만날 수 있어요. 새로 입학한 학교는 알고 있겠죠?" 진아연은 쿨하게 박시준의 질문에 답해줬고박시준은 진아연의 대범함에 어쩔 수 없었다.박시준도 한이와 만나고 싶지만, 진아연이 반대하지 않아도 한이가 원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부자의 관계는 Y국에서 함께 지낼 때 그나마 나아졌지만, 그 후로 한이는 줄곧 그를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B국으로 돌아가면 알려줘. 함께 가자." 박시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기 생각을 알렸다. "네가 없으면 아마 나와 만나려 하지 않을 거야.""저 당분간 B국으로 돌아갈 계획 없어요. 라엘이와 지성이와 만나는 걸 동의했으니까 한이와 만날 수 있게 도와줄게요." 진아연도 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고박시준은 그녀의 요구를 잠시 고민하더니 바로 동의했다.아무래도 그녀에 대한 미움이 이혼 초반 때보다 덜했기 때문이었다.진아연이 애당초 이혼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몸이 아프다는 이유인 걸 알게 되었고 그 때문에 그녀에 대한 증오 또한 많이 옅어졌다.다만 두 사람은 이제 할 말 못 할 말 다 한 사이로 과거에 돌아갈 수 없는 건 분명했다.아이에 관한 얘기를 끝낸 후, 두 사람 모두 입을 다물었고분위기는 순간 어색해졌다."먼저 돌아가요!" 진아연은 왠지 숨 쉬는 것마저 불편한 듯했다."라엘이가 촬영을 마친 후 잠깐 얘기하고 갈게. 그
만약 라엘이가 박시준의 집에서 부당한 대우라도 받았다면 가출할 게 뻔했다.박시준이 만약 다른 여자와 재혼하면 무조건 아이를 낳을 거고 나중에 다른 여자와 아이가 생기면 아마 라엘이와 지성이한테 신경을 쓸 수 없게 되므로 진아연은 이때 아이들의 양육권을 다시 가져올 생각이었다.혹시 양육권을 가져올 수 없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으면 그걸로도 충분했다.박시준은 자기 생각에 잠겨있는 진아연을 차갑게 바라보며 물었다."내 결혼에 그렇게 관심이 많아?""저는 제 아이만 신경 쓰일 뿐이에요." 진아연은 여전히 담담하게 답했다."내가 재혼하면 라엘이와 지성이를 너한테 넘겨주길 바라는 것 같은데?" 박시준은 그녀의 생각을 한눈에 꿰뚫어 보았다. "진아연, 그런 생각은 접는 게 좋을 거야. 나중에 마음이 맞는 여자와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도 라엘이와 지성이를 너한테 넘길 생각은 없어."진아연은 그의 말을 듣더니 순간 표정이 굳었다.이때 촬영을 마친 라엘이가 이들에게 달려왔다."엄마! 저 촬영 끝났어요!" 라엘이는 진아연의 손을 잡고 자기가 노력한 성과를 보여주려 했다. “감독님이 잘했다고 말했어요. 엄마도 같이 가서 봐요.”"그래."엄마와 딸은 박시준을 제치고 자리를 떠났고김세연이 박시준에게 다가가 물었다. “방금 무슨 얘기 했어요? 설마 아연 씨를 만나서 또 다른 마음을 품은 건 아니죠?”이에 박시준은 바로 반박했다. "제가 전처와 무슨 얘기를 하든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건 당신인 것 같은 데요?""그녀한테 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전부터 깨달았어요." 김세연은 멀지 않은 곳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진아연을 보면서 목소리를 낮췄다. "박시준 씨, 당신도 사실을 인정했으면 하네요. 아니면 앞으로 힘들어지는 건 본인이에요."박시준은 김세연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먼저 돌아가세요! 라엘이는 내일도 촬영이 있어서 오늘은 호텔에서 쉬어야 할 겁니다. 아연이가 곁에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이에 라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빠는 동생을 데리고 엄마와 만나면 안 된다고 한 적이 없어요. 동생이 엄마와 만나기를 원하지 않았던 거예요. 아무래도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진아연은 라엘이의 말에 마음이 복잡했다.귀국 후, 진아연은 지성이를 B국으로 보내 그녀와 만날 수 없게 만든 사람이 줄곧 박시준이라 생각했었지만, 지성이의 생각일 줄 예상 못 했다."엄마, 저는 아빠가 싫지만, 그래도 제 말은 잘 들어줘요." 라엘이는 일부러 아빠 편을 든 게 아니었지만 전달하려는 의미는 분명했다.물론 진아연도 박시준이 아이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두 사람의 관계가 아무리 나빠도 아이는 결국 그의 친자식이고 그 또한 어찌 자기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까?"라엘아, 아빠가 싫지 않으면 왜 방금 아빠 앞에서 그런 말을 한 거야?" 진아연은 라엘이 아빠가 싫다는 말할 때 박시준의 슬픈 표정을 기억하고 있었다."저는 그냥 아빠를 열받게 하고 싶었어요. 엄마, 저 왠지 반항기에 들어선 것 같아요." 라엘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라엘아, 그래도 아빠를 화나게 하면 안 돼요!" 진아연은 차분하게 아이를 타일렀다."왜요? 저와 동생한테 잘해주지 않을까 봐 걱정이에요?""아니. 네 아빠도 이제 나이가 많은데 만약 네 말 때문에 몸이 아프면 어떡해?" 진아연 붉어진 얼굴로 말했고라엘이는 엄마의 말에 멍했다.라엘이 마음속 아빠의 이미지는 항상 같은 모습이었다. 아빠는 항상 위대하고 산처럼 듬직한 모습이었기에 엄마가 아빠도 늙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라엘이는 아마 아빠의 나이를 전혀 생각헤 본적이 없었을 것이다.사람은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아이지만, 엄마와 아빠도 늙을 거라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라엘아, 왜 그래?" 진아연은 갑자기 우울해진 딸의 모습에 바로 위로했다. "혹시 엄마가 한 말 때문에 놀란 거야?"이에 라엘이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엄마, 저는 엄마와 아빠가 늙지 않았으면 해요.""사람은 누구나
"라엘아, 여동생이 있었으면 좋겠어?"라엘: "왜요? 엄마가 하나 낳아주려고요? 아니면 아빠가?"진아연이 계속해서 물었다. "만약 이 세상에 라엘이 너와 아주 닮은 여자애가 있는데, 그게 네 여동생이라면 어떨 것 같니??""아, 현이 말씀이세요?" 라엘이는 현이의 사진을 본 적 있었다.갓 태어났을 때의 자기 사진과 지금 현이의 사진을 함께 두면, 누가 누군지 분간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라엘아, 사실 현이는 네 여동생이야." 진아연이 망설임 끝에 딸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엄마가 이번에 돌아온 건, 그 아이를 찾기 위해서란다.""엄마!" 라엘이가 고개를 돌려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진아연에게 말했다. "걔는 아빠랑 김영아의 딸이잖아요! 전 그런 여동생 없어요!""라엘아, 현이가 김영아의 딸이라면, 어떻게 너하고 그렇게 똑 닮았겠니?" 진아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현이는 엄마 아빠의 아이야. 중간에 오해가 있었단다.""아! 현이가 엄마 아빠의 아이였어요?" 라엘이가 곧바로 의자에서 뛰어 내려와 잔뜩 신이나 소리치며 온 방 안을 뛰어다녔다. "그럼 제 친동생이네요? 내 친동생이었다니! 와아!""맞아, 라엘아. 현이는 네 친동생이란다." 진아연이 딸을 다시 의자에 데려와 앉히고는 머리카락을 빗겨주며 말했다. "오빠한테는 아직 얘기하지 않았어. 오빠가 요즘 많이 바쁘거든.""그럼, 제가 이따가 오빠한테 영상 통화로 알려줄래요!" 라엘이는 한껏 들떠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엉덩이를 들썩였다. "엄마, 아빠도 알고 있어요? 현이가 김영아 그 나쁜 아줌마의 딸이 아니라면, 그럼, 엄마랑 아빠가...""엄마가 아빠랑 이혼한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단다." 진아연이 딸에게 머리를 묶어준 다음, 화장실에서 데리고 나왔다. "지금 엄마한테 가장 중요한 문제는 현이를 찾아내는 거야. 정말로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포기할 순 없어.""아빠하고 오빠한테도 같이 찾아보자고 해요!" 라엘이가 조그만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현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