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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8장

"그래도 미리 말하면 앞으로 불필요한 다툼을 피할 수 있잖아요. 이제 모든 게 늦었어요. 오늘은 일단 돌아가시는 게 어때요? 라엘이가 촬영을 마치면 제가 곁에 있어주면 돼요." 진아연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박시준은 딸의 촬영이 끝나는 대로 함께 집에 돌아가려 했지만

방금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자기라는 딸의 말에 마음이 착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딸이 자신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한이는 어때?" 박시준은 아들의 근황이 궁금한지 떠나기 전에 진아연에게 물었다.

"잘 지내고 있어요. 잘 자라고 있고 공부도 잘하고 있죠. 만약 궁금하면 언제든지 B국에 가서 만날 수 있어요. 새로 입학한 학교는 알고 있겠죠?" 진아연은 쿨하게 박시준의 질문에 답해줬고

박시준은 진아연의 대범함에 어쩔 수 없었다.

박시준도 한이와 만나고 싶지만, 진아연이 반대하지 않아도 한이가 원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부자의 관계는 Y국에서 함께 지낼 때 그나마 나아졌지만, 그 후로 한이는 줄곧 그를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B국으로 돌아가면 알려줘. 함께 가자." 박시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기 생각을 알렸다. "네가 없으면 아마 나와 만나려 하지 않을 거야."

"저 당분간 B국으로 돌아갈 계획 없어요. 라엘이와 지성이와 만나는 걸 동의했으니까 한이와 만날 수 있게 도와줄게요." 진아연도 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고

박시준은 그녀의 요구를 잠시 고민하더니 바로 동의했다.

아무래도 그녀에 대한 미움이 이혼 초반 때보다 덜했기 때문이었다.

진아연이 애당초 이혼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몸이 아프다는 이유인 걸 알게 되었고 그 때문에 그녀에 대한 증오 또한 많이 옅어졌다.

다만 두 사람은 이제 할 말 못 할 말 다 한 사이로 과거에 돌아갈 수 없는 건 분명했다.

아이에 관한 얘기를 끝낸 후, 두 사람 모두 입을 다물었고

분위기는 순간 어색해졌다.

"먼저 돌아가요!" 진아연은 왠지 숨 쉬는 것마저 불편한 듯했다.

"라엘이가 촬영을 마친 후 잠깐 얘기하고 갈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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