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물며 조지운마저도 한때 그를 나쁜 놈이라 생각했던 날들이 있었다.하지만 2년이 넘는 지난 시간 동안, 대표님의 일상에는 오직 일과 아이들뿐이었다. 나쁜 놈 같은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조지운의 마음은 또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그걸 들어서 뭐 하려고?" 박시준은 그런 사적인 것까지 공개하고 싶지는 않았다."확인하고 싶어서요. 지금까지 대표님을 믿고 의지한 저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요." 조지운은 그가 이렇게 사적인 부분을 공개하길 난처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대표님께서 아연 씨에게 매정하지 않으셨다는 거 전 믿어요.""하지만 진아연은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걸." 박시준은 이혼하던 날 차가웠던 진아연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미어졌다. "지운이 너는 나를 믿는데, 진아연은 왜 나를 믿지 못하는 거지?""대표님께 앞이 보이지 않게 된 걸 말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일부러 대표님을 욕되게 하려는 건 아닐 거예요. 아연 씨는 라엘이와 지성이의 양육권까지 포기했잖아요. 분명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을 텐데도 그런 결정을 한 걸 보면 말이에요." 조지운은 박시준이 매정한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진아연이 남편과 아이들을 버린 나쁜 여자라고는 더욱 생각하지 않았다.박시준이 서랍을 열어 서랍 안에서 USB를 꺼내 조지운에게 건넸다."녹음 파일은 그 안에 있어. 다 듣고 나면 돌려줘."조지운이 기쁜 듯 얼떨떨해하며 즉시 USB를 건네받았다. "네. 절대 새나갈 일 없도록 할게요."조지운은 USB를 들고 자기 사무실로 돌아갔다.사무실 문을 꼭 닫은 후, 조지운은 USB를 노트북에 연결해 드라이브를 클릭했다. 안에는 오디오 파일 하나뿐이었다. 바로 당시 통화 녹음 파일이었다.조지운이 이어폰을 끼고 재생 버튼을 클릭했다.조지운의 머릿속에 3년 전 공항의 장면이 생생하게 펼쳐졌다.잠시 후, 조지운이 USB를 박시준에게 돌려주었다."대표님, 다 들었어요. 그런데 뒷부분에는 왜 아연 씨의 목소리가
저녁.조지운은 한 와이너리를 지나던 중, 좋은 와인 하나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도착한 후 그는 마이크에게 전화해 얼른 술을 마시러 오라며 마이크를 불렀다.애주가인 마이크에게 술을 마시자고 부르는 친구는 언제나 거절하기 어려운 상대였다.30분 뒤, 마이크가 조지운의 집에 도착했다."오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요? 먼저 술을 다 먹자고 부르고!" 마이크가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보통 먼저 술을 마시자는 말을 꺼내는 건 마이크 쪽이었다. 조지운이 먼저 술 얘기를 꺼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나한테는 좋은 일이긴 한데, 마이크한테도 좋은 일일지는 모르겠네요." 조지운이 그에게 의자를 빼주고는, 단도직입적으로 입을 열었다. "줄곧 우리 대표님이 나쁜 놈이라고 했었죠? 하마터면 당신 말에 넘어가 나도 대표님이 나쁜 놈이라 생각할 뻔했어요. 그런데 오늘 우리 대표님이 증거를 들고 오셨어요!""무슨 증거요?" 마이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마이크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손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보여줘 봐요.""먼저 내기 하나 하죠." 조지운이 식탁 의자에 앉아 마이크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예전에 나한테 그런 말을 했었죠. 우리 대표님이 현이를 찾아 Y국에 갔을 때, 아연 씨가 대표님한테 전화로 자기 눈이 안 보이게 되었다는 걸 분명히 얘기했다고요. 그랬어요, 안 그랬어요?"마이크가 와인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며 대답했다. "그랬었죠.""현이는 우리 대표님과 아연 씨의 친딸이었어요.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죠?" 여기까지 말하자, 조지운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왜 나에게 말하지 않았어요?""여보세요, 조지운 씨. 이게 당신이 말한 증거예요?" 마이크가 와인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이게 무슨 증거예요? 아연이도 최근에서야 현이가 자기 친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요!""내가 말한 증거는 이게 아니에요!" 조지운도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이런 여우 같은 사람! 난 뭐든 제일 먼저 당신한테 말하는데, 당신은 머릿속에
마이크는 박시준이 무슨 헛소리를 해도 조지운은 그저 좋게만 받아들일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조지운이 휴대폰을 꺼내 녹음 파일을 열었다...."왜 뒷부분에는 아연이의 목소리가 안 들리는 거죠?" 녹음 파일을 다 들은 뒤 마이크가 물었다."저도 이상해서 대표님한테 물어봤어요. 대표님 말씀으론 당시 아연 씨가 통화를 듣고 있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하셨어요.""당신 대표 말만 듣고 판단할 순 없어요. 나한테 그 녹음 파일 좀 보내줘요. 나중에 아연이한테 들려주고 수정된 부분이 있는지 물어봐야겠어요." 마이크가 말했다.조지운이 망설이며 대답했다. "사실 이것도 몰래 복사해 온 거예요. 대표님은 다른 사람이 이 녹음 파일을 듣는 걸 원치 않으셨거든요."조지운의 대답에 마이크가 삐죽거리며 말했다. "녹음 파일에 문제가 없으면, 다른 사람한테 공개하는 걸 꺼릴 이유가 어디 있어요? 이 녹음 파일이 진짜고, 정말 뒷부분의 아연이 말을 삭제한 게 아니라면, 아연이도 박시준을 그렇게까지 원망하진 않을 거예요."마이크의 말은 조지운의 충동심을 불러일으켰다.그가 녹음 파일을 마이크에게 전송했다."내일 아연 씨한테 가서 들려줘요. 난 우리 대표님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니까.""내 생각에 당신 대표는 지금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뒷부분에 아연이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잖아요, 그건 말이 안 되죠!" 마이크가 반박했다."대표님은 당시 통화 상황 자체가 그랬다고 하셨어요!""당신 대표 말이면 무조건 다 맞아요?" 마이크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자기 주관을 좀 가질 순 없어요?""이 얘기는 이쯤 해두죠." 조지운이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먹으며 말을 이었다. "일단 녹음 파일을 아연 씨한테 들려줘요. 아연 씨가 뭐라고 말하는지 보자고요.""알았어요.""그나저나 이번에 돌아온 게, 그 아이를 찾으려고 온 거였어요? 다른 계획은 없어요?" 조지운이 물었다. "아이를 찾는 데 굳이 두 사람이 직접 발로 뛸 필요는 없잖아요. 돈 들여
"하하하! 당신 정말 웃겨 죽겠네요!" 마이크는 그의 말에 진심으로 웃음이 터져, 탁자를 두드리면서 눈물을 훔치며 웃어댔다. "진명 그룹은 B국의 새 건물에 있어요. 예전 앤 테크놀로지가 있던 자리의 바로 건너편에요!"조지운이 민망함에 진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나도 알아요. 당시 강민 씨가 총 세 개의 건물을 선택했는데, 모두의 투표로 결정한 곳이 바로 지금의 건물이에요. 그곳 위치가 제일 좋았거든요.""지난 2년 동안 아연이가 받았던 자극이 작을 것 같아요? 아연이 걱정할 시간에 당신 대표님 걱정이나 해요." 마이크가 농담조로 말했다."우리 대표님을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조지운은 마이크의 사고 회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젯밤 만났던 진아연의 모습을 떠올리자, 진아연이 풍겼던 평온함과 여유로움은 이혼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사람 같아 보였다. "그나저나, 아연 씨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보여요.""맞아요! 그러니 아연이 걱정할 시간에 당신 대표 걱정이나 하라는 거죠." 마이크가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는 흥미진진해하며 말했다."우리 대표님 얘기는 그만하고, 당신 얘기나 좀 해요!" 조지운이 말했다. "정말 앞으로 더는 일을 안 할 생각이에요?""맞아요!" 마이크의 옅은 푸른빛의 눈에 미소가 넘실거렸다. "왜요, 나한테 일자리라도 마련해 주려고요?"조지운이 깊게 한숨 쉬며 울며 겨자 먹기로 대답했다. "이건 어때요, 저한테 매일 밥과 집안일을 해주면, 제가 매달 당신한테 월급을 줄게요."'푸흡' 하는 소리와 함께 마이크가 입 안의 와인을 거의 뿜을 뻔했다.“농담이에요, 뭘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요?” 마이크의 반응에 조지운은 웃음이 터졌다.마이크가 티슈로 입가를 닦으며 대답했다: "나도 장난이었어요.""뭐라고요?""될 대로 되라죠.""아, 그거 말곤 다른 계획이 없나 보죠?" 조지운이 물었다. "지난 2년 동안 뭐했어요? 내가 물어볼 때마다 당신은 아무 대답도 안 했죠. 뭐가 그렇게 비밀스러워요? 설마 예전에 하던 일을 다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으니, 위에 경련이 나는 것도 당연했다.그녀가 배를 움켜쥐고 방에서 나오자,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그녀가 현관으로 가 문을 열었다.여소정이 자신의 귀한 딸 지민이와 지성이를 데리고 왔다!"아연아, 네가 돌아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로 달려왔어!" 여소정이 두 아이를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온 다음 진아연을 살폈다. "넌 어쩜 이렇게 항상 날씬하니? 먹어도 찌지 않는 체질이라니 정말 너무 부럽다니까. 지금 머리 색은 지난번에 내가 추천했던 그 색이야?""지난번에 네가 추천했던 것과 다른 색이야. 하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아." 기분이 좋아진 덕에 진아연은 위의 통증이 많이 가라앉았다."지금 색이 더 예쁘다." 여기까지 말하고 난 다음 여소정은 그제야 두 아이를 데리고 왔다는 것이 떠올랐다. "내가 지성이를 여기에 데리고 온 걸 이모님도 알고 계셔. 별말씀 없으셨고.""어젯밤에 시준 씨를 만났어." 진아연이 지성이와 지민이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네가 올 줄 진작 알았으면 내가 식사라도 제대로 차려 놓고 기다렸을 텐데.""우린 이미 저녁 먹었어! 그냥 너를 만나러 온 거야." 여기까지 말하고는 여소정이 화제를 돌렸다. "너 갑자기 왜 난데없이 염색을 한건지 나한테 얘기해주지 않았잖아!"여소정은 염색을 자주 하는 편이었다. 해보지 않은 색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진아연은 달랐다.진아연은 머리에 손을 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기억하기에 그녀는 항상 검은 머리였다."어느 날 마이크가 내 머리에서 흰 머리를 발견했거든." 진아연이 솔직하게 말했다. "염색도 해본 적이 없는 내가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다니.""사실 흰머리가 나는 건 나이랑 별로 상관이 없어. 예전에 동창 중에 나이가 어린데도 백발인 친구가 있었는데, 완전 멋있어 보였어! 그리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심적으로 많이 긴장하면 흰머리가 나기도 한대." 여소정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준기 씨도 흰머리가 나거든. 나는 그
"엄마..." 지성이가 곧바로 진아연에게 걸어가, 고개를 들어 크고 반짝이는 검은 눈으로 지민이를 노려보았다. "우리 엄마야! 너희 엄마 아니야!""방금 엄마가 너한테 말을 걸었을 땐, 네가 지민이 뒤에 숨어놓고선!" 여소정이 다가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엄마가 지민이를 안아주는 게 싫으면, 너도 앞으로 엄마한테서 숨으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엄마가 다른 친구들을 안아주러 가버릴 거야!"여소정은 지성이가 울음을 터뜨릴까 봐 진아연의 품에서 지민이를 데리고 왔다.지성이가 이렇게나 질투할 줄은 진아연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분명 지성이는 엄마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기 때문이었다."지성아, 엄마가 우리 지성이를 한 번 안아봐도 될까?" 진아연이 지성이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다정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엄마는 너무 너를 안아주고 싶어. 지민이 엄마가 지민이를 안아주는 것처럼 말이야."지성이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들어 여소정과 지민이를 흘끗 보고는 그제야 조그만 팔을 뻗었다.그런 지성이를 본 진아연이 곧바로 아들을 안아 들었다.이 순간, 진아연은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오늘은 그녀가 귀국한 이후 두 사람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예상외로 두 번째 만남 만에 지성이가 그녀를 안아준 것이다.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 진전이었다."아연아, 앞으로 지성이가 보고 싶으면 말만 해. 내가 바로 데리고 올 테니까." 여소정이 딸을 내려놓고는 바닥에 있던 봉지를 들어 올렸다. "한동안 계속 있을 거라고 했잖아. 그래서 내가 찌개용 조미료를 좀 가져왔어."진아연은 여소정이 조미료를 봉지에서 꺼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만약 찌개를 끓이는 게 싫고 번거로우면, 그냥 요리를 해주는 가정부를 불러도 돼." 여소정이 말했다. "참, 마이크는? 두 사람, 함께 돌아오지 않았어? 마이크는 벌써 간 거야?""아니야. 지운 씨 집에 술 마시러 갔어.""그랬구나, 너 밥은 먹었어?" 여소정이 주방으로 걸어가며 말했다.차가운 냄
"엄마가 너희 집에서 식사하는 걸 아빠가 싫어하면 어떡하려고?" 여소정이 배를 잡고 깔깔 웃으며 말했다. "그랬다가, 아빠한테 엉덩이라도 맞으면 어떡하려고! 무섭지도 않아?""아니에요!" 지성이가 조그만 얼굴을 찌푸리며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빠는 날 때리지 않을 거예요!""하지만 아빠는 네가 엄마를 집에 데려와서 식사하는 걸 원하지 않을걸?""아니에요! 아빠도 원해요!" 지성이는 자기의 바람이 곧 아빠의 바람이라고 생각했다. 어젯밤에 아빠와 이야기했을 때, 아빠는 이미 엄마가 그들 집에 와서 자고 가도 된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니 식사 한 끼 정도는 반대할 리가 없었다.여소정이 박장대소하며 진아연을 바라보았다: “아연아, 전남편의 집에서 식사하고 가라는 아들의 초대를 받아들일 거니? 너도 가고 싶은 거면 이 배달은 취소해도 돼.”진아연은 고민도 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지성아, 엄마는 네가 너희 집에 식사하러 오라고 초대해 줘서 정말 고마워. 그런데 아까 소정 이모가 음식을 주문했는걸" 그녀가 지성이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지성이가 바닥을 바라보며 고민하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면 누나가 돌아오면 그때 우리 집에 가요!"아까까지만 해도 엄마를 무서워하던 지성이가 지금은 엄마를 이렇게 데리고 가고 싶어 할 줄은 여소정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것도 고작 30여 분 만에 말이다."지성아, 누가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니? 아빠가 그렇게 말하라고 했어?" 여소정이 물었다."아니요!""아! 이제 알겠다! 누나가 엄마를 집으로 다시 데려오고 싶어 하는 걸 돕고 있는 거구나!" 여소정이 문득 깨달은 듯 말했다.누나의 말이라면 지성이는 뭐든 따른다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라엘이가 집에 있으면, 지성이는 절대 이모님과 박시준의 곁에 있지 않았다.온 가족을 통틀어 지성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누나 라엘이었다.속마음을 들켜버린 지성이의 조그만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진아연은 부끄러워하는 귀여운 아들을 바라보
"누구야?" 휴대폰에 정신이 팔린 진아연을 본 여소정이 진아연의 코앞에 다가가 휴대폰 화면을 슬쩍 보았다.'박시준'이라는 세 글자를 본 여소정이 혀를 차며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은 이제 아무 상관 없는 사이 아니었어? 돌아온 뒤부터 연락하기 시작한 거야?”"정확히 말하면 지금부터야.""하하하, 내가 마침 현장 검거를 한 거구나. 보여줘 봐, 박시준 씨가 뭐래?" 여소정은 마치 자신이 당사자라도 된 듯 적극적으로 나섰다.진아연 또한 그녀를 제삼자 취급하지 않았다.여소정이 휴대폰을 가져와 박시준에게서 온 두 개의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여소정 역시 어안이 벙벙해져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난데없이 왜 갑자기 양육비를 주겠다는 거야? 어제 이 얘기 하려고 만난 거였어?"진아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어제는 라엘이 일에 작은 문제가 생겨서 만났었어. 그 문제 외에 다른 이야기는 하지도 않았고.""그러면 갑자기 양심이 생기기라도 한 거야, 뭐야? 아니면 네가 초라해 보인다고 생각한 걸까? "여소정이 진아연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진아연은 집에서 입는 편한 옷을 입고 있었다. 머리는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돌돌 말아 머리 뒤로 묶은 상태였다. 피부가 하얀 편이라, 맨얼굴에 차려입지 않아도 전혀 초라해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여소정은 진아연을 향한 자신의 관점이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어쩌면 박시준이 보기에는 달리 보일지도 몰랐다.여소정의 말에 진아연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지금 자기의 모습을 확인했다."아무리 초라해 보였다 해도, 굳이 돈으로 모욕을 줄 필요는 없지 않아?" 진아연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박시준에게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기왕 돈을 주겠다는데 그냥 받아! 받고 싶지 않으면 차라리 엄청난 액수를 불러버려!" 여소정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백억을 내놓으라고 해봐. 그것도 한번에. 분명 화나서 미칠걸."진아연은 지금 자신과 박시준의 관계가 이런 장난을 하기에 적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