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은 바로 라엘이를 데리고 메이크업 수정을 진행했고촬영 현장 또한 분주해졌다.진아연은 김세연과 함께 라엘이의 촬영을 보러 갈 생각이었지만박시준이 갑자기 그녀의 길을 막았다.그의 몸은 마치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벽과도 같았다.진아연은 그의 어두운 표정을 보며 말했다. "저는 딸한테 당신을 미워하라고 부추기지 않았어요. 방금 그런 방법을 얘기한 것도 딸이 순조롭게 촬영할 수 있기 위해 말한 거예요."박시준은 그녀의 말에 답하지 않고 갑자기 다른 얘기를 꺼냈다. "나 Y국에 가서 배태준 씨를 만났어."진아연은 그의 말에 왜 갑자기 길을 막고 있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이에 그녀는 김세연을 보며 말했다. "일단 가서 라엘이 촬영 잘 하고 있는지 지켜봐 줘요!"김세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왜 갑자기 현이를 찾는 거야?" 박시준은 김세연의 뒷모습을 보면서 진아연에게 물었다."제가 누구를 찾든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현이는 내 딸이야. 내 딸을 찾는데 당연히 상관있지 않을까?" 박시준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왜 아이가 네 딸이라고 의심하는 거지? 단지 현이가 나와 닮은 이유 때문에?""저한테 무슨 답을 원하는 거죠?" 진아연은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현이를 찾으면 제가 이유를 알려 줄게요.""만약 내가 현이의 행방을 알고 있다면 이미 찾았을 거야. 하지만 아마 이 세상을 떠난 것 같아.""아버지라는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딸이 살아 있어 봤자 죽은 것과 차이가 있을까요?" 진아연은 그의 말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실망에 가득 찼다."계속 찾고 있어. 부하들을 세계 각국으로 보내 계속 찾고 있다고.""그럼 A국에 가서 아이를 찾아봤어요?"박시준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바로 반문했다. "내가 그러지 않았을 것 같아?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아 실종됐어. 갓 태어난 아이가 얼마나 어리고 연약한데, 그런 아이를 찾는 건 바다에 빠진 바늘을 찾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바
"그래도 미리 말하면 앞으로 불필요한 다툼을 피할 수 있잖아요. 이제 모든 게 늦었어요. 오늘은 일단 돌아가시는 게 어때요? 라엘이가 촬영을 마치면 제가 곁에 있어주면 돼요." 진아연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박시준은 딸의 촬영이 끝나는 대로 함께 집에 돌아가려 했지만방금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자기라는 딸의 말에 마음이 착잡해질 수밖에 없었다.그는 딸이 자신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한이는 어때?" 박시준은 아들의 근황이 궁금한지 떠나기 전에 진아연에게 물었다."잘 지내고 있어요. 잘 자라고 있고 공부도 잘하고 있죠. 만약 궁금하면 언제든지 B국에 가서 만날 수 있어요. 새로 입학한 학교는 알고 있겠죠?" 진아연은 쿨하게 박시준의 질문에 답해줬고박시준은 진아연의 대범함에 어쩔 수 없었다.박시준도 한이와 만나고 싶지만, 진아연이 반대하지 않아도 한이가 원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부자의 관계는 Y국에서 함께 지낼 때 그나마 나아졌지만, 그 후로 한이는 줄곧 그를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B국으로 돌아가면 알려줘. 함께 가자." 박시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기 생각을 알렸다. "네가 없으면 아마 나와 만나려 하지 않을 거야.""저 당분간 B국으로 돌아갈 계획 없어요. 라엘이와 지성이와 만나는 걸 동의했으니까 한이와 만날 수 있게 도와줄게요." 진아연도 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고박시준은 그녀의 요구를 잠시 고민하더니 바로 동의했다.아무래도 그녀에 대한 미움이 이혼 초반 때보다 덜했기 때문이었다.진아연이 애당초 이혼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몸이 아프다는 이유인 걸 알게 되었고 그 때문에 그녀에 대한 증오 또한 많이 옅어졌다.다만 두 사람은 이제 할 말 못 할 말 다 한 사이로 과거에 돌아갈 수 없는 건 분명했다.아이에 관한 얘기를 끝낸 후, 두 사람 모두 입을 다물었고분위기는 순간 어색해졌다."먼저 돌아가요!" 진아연은 왠지 숨 쉬는 것마저 불편한 듯했다."라엘이가 촬영을 마친 후 잠깐 얘기하고 갈게. 그
만약 라엘이가 박시준의 집에서 부당한 대우라도 받았다면 가출할 게 뻔했다.박시준이 만약 다른 여자와 재혼하면 무조건 아이를 낳을 거고 나중에 다른 여자와 아이가 생기면 아마 라엘이와 지성이한테 신경을 쓸 수 없게 되므로 진아연은 이때 아이들의 양육권을 다시 가져올 생각이었다.혹시 양육권을 가져올 수 없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으면 그걸로도 충분했다.박시준은 자기 생각에 잠겨있는 진아연을 차갑게 바라보며 물었다."내 결혼에 그렇게 관심이 많아?""저는 제 아이만 신경 쓰일 뿐이에요." 진아연은 여전히 담담하게 답했다."내가 재혼하면 라엘이와 지성이를 너한테 넘겨주길 바라는 것 같은데?" 박시준은 그녀의 생각을 한눈에 꿰뚫어 보았다. "진아연, 그런 생각은 접는 게 좋을 거야. 나중에 마음이 맞는 여자와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도 라엘이와 지성이를 너한테 넘길 생각은 없어."진아연은 그의 말을 듣더니 순간 표정이 굳었다.이때 촬영을 마친 라엘이가 이들에게 달려왔다."엄마! 저 촬영 끝났어요!" 라엘이는 진아연의 손을 잡고 자기가 노력한 성과를 보여주려 했다. “감독님이 잘했다고 말했어요. 엄마도 같이 가서 봐요.”"그래."엄마와 딸은 박시준을 제치고 자리를 떠났고김세연이 박시준에게 다가가 물었다. “방금 무슨 얘기 했어요? 설마 아연 씨를 만나서 또 다른 마음을 품은 건 아니죠?”이에 박시준은 바로 반박했다. "제가 전처와 무슨 얘기를 하든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건 당신인 것 같은 데요?""그녀한테 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전부터 깨달았어요." 김세연은 멀지 않은 곳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진아연을 보면서 목소리를 낮췄다. "박시준 씨, 당신도 사실을 인정했으면 하네요. 아니면 앞으로 힘들어지는 건 본인이에요."박시준은 김세연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먼저 돌아가세요! 라엘이는 내일도 촬영이 있어서 오늘은 호텔에서 쉬어야 할 겁니다. 아연이가 곁에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이에 라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빠는 동생을 데리고 엄마와 만나면 안 된다고 한 적이 없어요. 동생이 엄마와 만나기를 원하지 않았던 거예요. 아무래도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진아연은 라엘이의 말에 마음이 복잡했다.귀국 후, 진아연은 지성이를 B국으로 보내 그녀와 만날 수 없게 만든 사람이 줄곧 박시준이라 생각했었지만, 지성이의 생각일 줄 예상 못 했다."엄마, 저는 아빠가 싫지만, 그래도 제 말은 잘 들어줘요." 라엘이는 일부러 아빠 편을 든 게 아니었지만 전달하려는 의미는 분명했다.물론 진아연도 박시준이 아이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두 사람의 관계가 아무리 나빠도 아이는 결국 그의 친자식이고 그 또한 어찌 자기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까?"라엘아, 아빠가 싫지 않으면 왜 방금 아빠 앞에서 그런 말을 한 거야?" 진아연은 라엘이 아빠가 싫다는 말할 때 박시준의 슬픈 표정을 기억하고 있었다."저는 그냥 아빠를 열받게 하고 싶었어요. 엄마, 저 왠지 반항기에 들어선 것 같아요." 라엘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라엘아, 그래도 아빠를 화나게 하면 안 돼요!" 진아연은 차분하게 아이를 타일렀다."왜요? 저와 동생한테 잘해주지 않을까 봐 걱정이에요?""아니. 네 아빠도 이제 나이가 많은데 만약 네 말 때문에 몸이 아프면 어떡해?" 진아연 붉어진 얼굴로 말했고라엘이는 엄마의 말에 멍했다.라엘이 마음속 아빠의 이미지는 항상 같은 모습이었다. 아빠는 항상 위대하고 산처럼 듬직한 모습이었기에 엄마가 아빠도 늙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라엘이는 아마 아빠의 나이를 전혀 생각헤 본적이 없었을 것이다.사람은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아이지만, 엄마와 아빠도 늙을 거라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라엘아, 왜 그래?" 진아연은 갑자기 우울해진 딸의 모습에 바로 위로했다. "혹시 엄마가 한 말 때문에 놀란 거야?"이에 라엘이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엄마, 저는 엄마와 아빠가 늙지 않았으면 해요.""사람은 누구나
"라엘아, 여동생이 있었으면 좋겠어?"라엘: "왜요? 엄마가 하나 낳아주려고요? 아니면 아빠가?"진아연이 계속해서 물었다. "만약 이 세상에 라엘이 너와 아주 닮은 여자애가 있는데, 그게 네 여동생이라면 어떨 것 같니??""아, 현이 말씀이세요?" 라엘이는 현이의 사진을 본 적 있었다.갓 태어났을 때의 자기 사진과 지금 현이의 사진을 함께 두면, 누가 누군지 분간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라엘아, 사실 현이는 네 여동생이야." 진아연이 망설임 끝에 딸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엄마가 이번에 돌아온 건, 그 아이를 찾기 위해서란다.""엄마!" 라엘이가 고개를 돌려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진아연에게 말했다. "걔는 아빠랑 김영아의 딸이잖아요! 전 그런 여동생 없어요!""라엘아, 현이가 김영아의 딸이라면, 어떻게 너하고 그렇게 똑 닮았겠니?" 진아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현이는 엄마 아빠의 아이야. 중간에 오해가 있었단다.""아! 현이가 엄마 아빠의 아이였어요?" 라엘이가 곧바로 의자에서 뛰어 내려와 잔뜩 신이나 소리치며 온 방 안을 뛰어다녔다. "그럼 제 친동생이네요? 내 친동생이었다니! 와아!""맞아, 라엘아. 현이는 네 친동생이란다." 진아연이 딸을 다시 의자에 데려와 앉히고는 머리카락을 빗겨주며 말했다. "오빠한테는 아직 얘기하지 않았어. 오빠가 요즘 많이 바쁘거든.""그럼, 제가 이따가 오빠한테 영상 통화로 알려줄래요!" 라엘이는 한껏 들떠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엉덩이를 들썩였다. "엄마, 아빠도 알고 있어요? 현이가 김영아 그 나쁜 아줌마의 딸이 아니라면, 그럼, 엄마랑 아빠가...""엄마가 아빠랑 이혼한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단다." 진아연이 딸에게 머리를 묶어준 다음, 화장실에서 데리고 나왔다. "지금 엄마한테 가장 중요한 문제는 현이를 찾아내는 거야. 정말로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포기할 순 없어.""아빠하고 오빠한테도 같이 찾아보자고 해요!" 라엘이가 조그만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현이는
현이는 그와 진아연의 딸이었다.어젯밤 진아연의 반응에 그는 이 결과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당시 그가 진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와 진아연은 결코 이혼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한동안 마음 아플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를 온종일 마음 아프게 했다.업무 보고를 위해 사무실에 들어온 조지운이 그의 책상에 놓인 커피잔을 보고는 그의 안색을 살폈다."대표님, 어젯밤에 잘 못 쉬셨어요?" 빨갛게 충혈된 그의 눈을 보고 조지운이 물었다. "댁에 돌아가셔서 좀 쉬시는 게 어떠세요?""집에는 가고 싶지 않아."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집으로 돌아가면, 진아연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떠오를 것 같았다.그건 마치 형체 없는 고문과도 같았다."지운 씨, 현이가 나랑 진아연의 딸이었어." 박시준이 밤새도록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이유를 털어놓았다. "진아연이 이번에 돌아온 것도, 현이를 찾기 위해서야."조지운이 너무 놀라 횡설수설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마이크도 별말 없었는데... 전 그저 아연 씨가 박사 학위를 마치고 아이들을 보려고 돌아오신 줄 알았어요...""어젯밤에 아연이를 만났어." 박시준이 그의 얇은 입술을 오므리며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미간을 문질렀다. "현이 일이 아니었으면 그녀가 돌아오는 일도 없었을 거야." "예전에 마이크에게 물어본 적 있어요. 마이크 말로는 진아연 씨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말을 한 적은 없었다고 했어요." 조지운이 여기까지 말하고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이었다. "대표님, 진아연 씨를 다시 만나니 기분이 어떠셨어요?""내 기분이 어땠어야 하는데?" 박시준이 조지운에게 되물었다."이를테면, 더 예뻐진 것 같다거나 그런 것 있잖아요... 제가 보기엔 갈수록 더 우아해지시는 것 같아요." 조지운이 진아연을 칭찬했다."그건 파마를 해서 그런 걸걸.""아..." 조지운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현이가 두 분의 아이라는 게 밝혀졌으니 그러면 이제 두 분은...""그 부
하물며 조지운마저도 한때 그를 나쁜 놈이라 생각했던 날들이 있었다.하지만 2년이 넘는 지난 시간 동안, 대표님의 일상에는 오직 일과 아이들뿐이었다. 나쁜 놈 같은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조지운의 마음은 또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그걸 들어서 뭐 하려고?" 박시준은 그런 사적인 것까지 공개하고 싶지는 않았다."확인하고 싶어서요. 지금까지 대표님을 믿고 의지한 저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요." 조지운은 그가 이렇게 사적인 부분을 공개하길 난처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대표님께서 아연 씨에게 매정하지 않으셨다는 거 전 믿어요.""하지만 진아연은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걸." 박시준은 이혼하던 날 차가웠던 진아연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미어졌다. "지운이 너는 나를 믿는데, 진아연은 왜 나를 믿지 못하는 거지?""대표님께 앞이 보이지 않게 된 걸 말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일부러 대표님을 욕되게 하려는 건 아닐 거예요. 아연 씨는 라엘이와 지성이의 양육권까지 포기했잖아요. 분명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을 텐데도 그런 결정을 한 걸 보면 말이에요." 조지운은 박시준이 매정한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진아연이 남편과 아이들을 버린 나쁜 여자라고는 더욱 생각하지 않았다.박시준이 서랍을 열어 서랍 안에서 USB를 꺼내 조지운에게 건넸다."녹음 파일은 그 안에 있어. 다 듣고 나면 돌려줘."조지운이 기쁜 듯 얼떨떨해하며 즉시 USB를 건네받았다. "네. 절대 새나갈 일 없도록 할게요."조지운은 USB를 들고 자기 사무실로 돌아갔다.사무실 문을 꼭 닫은 후, 조지운은 USB를 노트북에 연결해 드라이브를 클릭했다. 안에는 오디오 파일 하나뿐이었다. 바로 당시 통화 녹음 파일이었다.조지운이 이어폰을 끼고 재생 버튼을 클릭했다.조지운의 머릿속에 3년 전 공항의 장면이 생생하게 펼쳐졌다.잠시 후, 조지운이 USB를 박시준에게 돌려주었다."대표님, 다 들었어요. 그런데 뒷부분에는 왜 아연 씨의 목소리가
저녁.조지운은 한 와이너리를 지나던 중, 좋은 와인 하나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도착한 후 그는 마이크에게 전화해 얼른 술을 마시러 오라며 마이크를 불렀다.애주가인 마이크에게 술을 마시자고 부르는 친구는 언제나 거절하기 어려운 상대였다.30분 뒤, 마이크가 조지운의 집에 도착했다."오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요? 먼저 술을 다 먹자고 부르고!" 마이크가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보통 먼저 술을 마시자는 말을 꺼내는 건 마이크 쪽이었다. 조지운이 먼저 술 얘기를 꺼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나한테는 좋은 일이긴 한데, 마이크한테도 좋은 일일지는 모르겠네요." 조지운이 그에게 의자를 빼주고는, 단도직입적으로 입을 열었다. "줄곧 우리 대표님이 나쁜 놈이라고 했었죠? 하마터면 당신 말에 넘어가 나도 대표님이 나쁜 놈이라 생각할 뻔했어요. 그런데 오늘 우리 대표님이 증거를 들고 오셨어요!""무슨 증거요?" 마이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마이크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손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보여줘 봐요.""먼저 내기 하나 하죠." 조지운이 식탁 의자에 앉아 마이크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예전에 나한테 그런 말을 했었죠. 우리 대표님이 현이를 찾아 Y국에 갔을 때, 아연 씨가 대표님한테 전화로 자기 눈이 안 보이게 되었다는 걸 분명히 얘기했다고요. 그랬어요, 안 그랬어요?"마이크가 와인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며 대답했다. "그랬었죠.""현이는 우리 대표님과 아연 씨의 친딸이었어요.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죠?" 여기까지 말하자, 조지운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왜 나에게 말하지 않았어요?""여보세요, 조지운 씨. 이게 당신이 말한 증거예요?" 마이크가 와인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이게 무슨 증거예요? 아연이도 최근에서야 현이가 자기 친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요!""내가 말한 증거는 이게 아니에요!" 조지운도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이런 여우 같은 사람! 난 뭐든 제일 먼저 당신한테 말하는데, 당신은 머릿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