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은 내가 아이의 성을 박씨로 지은 것 때문에 화났어. 난 진아연의 친구 리스트에서 영영 지워졌겠지." 진아연의 화난 얼굴이 성빈의 머릿속에 떠올랐다.박시준은 이 말에 답할 수 없었다.성빈의 방에서 나왔을 때 그는 몸에 불이 붙은 것처럼 괴로웠다.어떤 선택을 하든 다 잘못된 선택 같았다.상처 주는 일은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이번 말고도 앞으로 무수히 많을 것이다..."박시준 씨! 여기서 뭐 해요? "화장실에서 나온 마이크는 의기소침한 박시준을 보고 궁금해했다. "시은이가 결혼해서 풀이 죽은 거예요? 설마? 그렇게 감성적인 사람이었어요?"박시준은 어깨동무하는 그의 팔을 밀어냈다. "아연이가 방금 안색이 안 좋아서 물었더니 속이 안 좋다고 하더라고. 거짓말을 하는 거야. 내가 시은이가 결혼해서 이러는 거라고 한다면 그것도 거짓말이지."마이크 얼굴의 편안한 표정은 사라졌고 진지하게 물었다. "또 무슨 일이에요? 오늘 시은이랑 위정 씨가 결혼하는 날인데 이럴 거예요? 그쪽 때문에 시은이 결혼식 망쳐서 앞으로 행복하지 못하면 책임질 거예요?"박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나랑 진아연에게 무슨 일이 있든 시은이는 행복할 거야!"마이크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닫고 즉시 자기 입을 때렸다. "개소리니까 신경 쓰지 마요! 그냥 인상 좀 펴라고 하는 말이에요. 아연이는요? 아까 점심 먹을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멀쩡한 척한 거지." 박시준은 마이크를 외부인 취급하지 않았다. "연기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걔가 연기력이 좋은 것도 모두의 감정에 영향을 미칠까 봐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누구처럼 얼굴에 대놓고 기분이 안 좋다고 쓰지는 않잖아요." 마이크는 그를 놀렸다. "둘 사이에 또 무슨 일이 생겼어요?""우리 둘 사이의 일은 아니야." 박시준은 바로 걸어가 샴페인 한 잔을 집어 들었다. "우리가 이러는 건 그 일밖에 더 있겠어?"그는 직접 얘기하지 않았지만 마이크는 이해했다."김영아가 여기 왔어요? 아니면
조지운은 곁눈질로 박시준의 점점 어두워지는 안색을 보고 바로 마이크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정신좀 들어요? 여기는 술집이 아니에요! 시은이랑 위정 씨의 결혼식이라고요!" 조지운은 한 대 맞고 멍해진 마이크를 끌고 방으로 돌아갔다.조지운이 마이크를 데려가자 위정의 부모가 박시준에게 걸어왔다."시준이 자네 괜찮은가? 왜 갑자기 말다툼한 건가?"박시준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마이크가 취했나 봅니다.""점심때 술을 많이 마시긴 했지." 위정 아버지가 말했다. "자네도 쉴 틈 없이 돌아다녔으니, 가서 좀 쉬게.""네."약 30분 후, 라엘이 깨어나자 진아연은 라엘을 데리고 연회장으로 가서 과일을 먹었다.위정이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까 마이크랑 박시준이 다퉜어. 약 30분 전에."아연은 어리둥절했다.오전에는 성빈과 다투더니 오후에는 마이크와 다퉜다?좀 평화롭게 결혼식을 치르면 안 되나?"박시준은 어디 갔어요?" 그녀가 물었다."지성이 방에 갔어." 위정이 답했다. "가서 알아봐. 너까지 다투진 말고. 아무래도 오늘 다들 이상한 거 같으니까.""위정 선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별일 아니니까. 그냥 술 마시고 좀 들떴나 본데요. 우리 집에 있을 때도 자주 다퉜어요." 진아연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그럼 라엘은 선배한테 부탁할게요."진아연은 지성의 방으로 갔다.지성은 잠에서 깨어나 젖병을 들고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박시준은 자상하게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 방금 말다툼한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시준 씨, 안 쉬었죠?" 그녀는 그의 옆으로 걸어가 그의 손을 잡았다. "잠시만 쉬고 있어요!"그녀는 그에게 묻지도 않고 바로 그를 방에서 끌어냈다."안 졸려." 박시준이 답했다. "방금 지성이가 깨자마자 날 보며 울더라고. 안아줘도 싫다고 하면서.""잠투정 부리는 거예요!" 진아연은 그를 데리고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마이크랑은 왜 다툰 거예요? 또 김영아 때문이죠?"그녀의 표정은 차분했고,
진아연은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시준 씨, 난 그 아이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예전이든 지금이든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진아연은 두 손으로 그를 꼭 잡았다. "난 당신이 누군가를 죽이게 하고 싶지 않아요.""나도 네가 나한테 그런 걸 요구하지 않을 걸 잘 알아..." 박시준은 울대를 굴리며 붉어진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연아, 난 널 위해 뭐든 할 수 있어. 네가 예전부터 그 무엇보다도 날 사랑하는 걸 잘 아니까.""당연하죠. 시준 씨, 오늘 오전에는 그냥 내가 생각이 짧았어요. 사실 전 알고 있었어요. 김영아가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고, 당신을 찾아올 거라는 것도. 분명 모두 받아들였으면서도 이것 때문에 자꾸 화낼 필요는 없는데..."그녀는 속삭였다.박시준: "아연아, 이해해줘서 고마워.""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당신도 날 이해해주잖아요."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어요. 난 평생 당신과 함께할 거고, 죽어도 당신과 같이 묻히고 싶어요.""나도." 박시준은 그녀를 품에 꼭 안으며 말했다.Y국.밤 11시.박현의 울음소리는 새끼 양 같았다.그 소리에 김영아는 가벼운 잠에서 깨어났다."아가씨, 계속 주무세요. 제가 분유를 타서 먹일게요." 박현을 돌보는 보모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김영아는 손을 뻗어 눈을 비볐다. "내가 할게요! 현이를 잘 보살펴야 해요. 박시준을 다시 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다 얘한테 달렸어요."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에 놓인 젖병을 들고 가서 씻었다."아가씨가 이 아이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는 걸 박시준은 어차피 보지도 못하잖아요. 본다 해도 아가씨를 불쌍히 여기지 않을 거예요." 보모는 그녀를 위해 불평했다. "근데 아가씨는 왜 매정한 박시준에게 이렇게 집착하시는 거예요?"김영아는 잠시 멍해졌다.젖병을 소독한 후 그녀는 능숙하게 분유를 탔다."나는 박시준에게서 사랑받은 적이 없어요. 그래서 어떤 게 진정한 사랑인지 느껴보지 못했죠.
…약 일주일 후 성빈은 A국의 공항에서 출발하여 Y국 수도의 공항에 조용하게 나타났다.그는 이번 일정을 박시준에게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그가 박시준에게 전화하여 휴가를 가겠다고 했을 때 박시준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전에 시은의 결혼식에서 했던 말이 있어, 얘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그가 공항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자 바로 그의 앞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실례합니다, 성빈 씨 맞으십니까?" 한 중년 남성이 공손하게 물었다.성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아가씨께서 성빈 씨를 모셔 오라고 보냈습니다." 중년 남자가 말했다. "이쪽으로 가시죠."상대방의 겸손한 태도를 보고 성빈은 그의 뒤를 따랐다.그는 원래 도착 후 김영아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김영아는 계속 언제 올 것인지 캐물었다.그래서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그는 김영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30분 후, 차는 한 별장 앞에 멈췄다.성빈이 차에서 내리자 보모가 나와서 그를 집안으로 초대했다."우리 아가씨께서는 아직 산후조리 중이라 외출이 어려워서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보모가 설명했다."아이는 어때요?" 성빈은 아이에 대해 걱정했다."의사가 매일 보러 와요. 오늘 아침에도 왔었는데, 이제 큰 문제는 없다고 했어요. 한 달 안에 재발하지 않으면 된다네요." 유모는 성빈을 별장 안으로 안내했다.신발을 갈아신은 후 성빈은 거실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김영아를 볼 수 있었다."안녕하세요, 성빈 씨." 김영아는 성빈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인사했다. "저와 현이를 보러 와주셔서 고마워요. 현이가 크면 꼭 현이에게 성빈 씨가 이름을 지어줬다고 얘기해줘야겠네요. "성빈은 김영아의 품에 안긴 박현을 향해 보았다.녀석은 생각보다 더 작았다.그리고 두 눈을 꼭 감은 채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현이를 안아 보시겠어요?" 김영아가 물었다.성빈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아직 너무 어려요. 전 아기를 안을 줄을 잘 모르는데, 깨면 어떡해요?""안 깰 거예요. 현이는 하루 24시간에서 약 20
성빈은 충격에서 벗어나 제정신을 되찾았다."김영아 씨, 라엘이는 진아연 씨를 닮았어요. 시준이가 아니라.""라엘이 사진은 저도 본 적 있어요. 라엘이는 시준 씨와도 많이 닮았던걸요." 그의 말에 김영아가 반박했다. "그게 아니라면, 저와 시준 씨의 아이가 라엘이와 이렇게 닮은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요?"김영아의 물음에 성빈은 말문이 턱 막혔다.그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막막했다."의사 말로는 아이가 자라면서 저를 닮아갈 수도 있대요." 대답 없는 그를 향해 김영아가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전 아이가 저를 닮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아닌 시준 씨와 닮기를 바라요.""김영아 씨, 내가 아이한테 지어준 그 이름...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게 좋겠어요!" 성빈의 시선이 김영아를 향했다. "이번에 내가 온 이유는, 아이를 보러 온 것도 있지만 당신한테 시준이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서이기도 해."김영아는 가만히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시준이가 이 아이를 받아들이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 이 아이가 자기 성을 따르는 것도 원하지 않을 거고. 그러니 이 아이는 김씨 성을 따르는 게 좋겠어요!" 성빈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김현, 듣기에도 좋잖아요!"김영아의 눈이 붉어졌다: "꼭 그래야 할까요?""나라면 그렇게 하겠어요. 당신이 이 아이에게 기어코 박 씨 성을 준다면, 시준이는 아마 이 아이에게 더 반감을 가질 거예요. 하지만 당신 성을 준다면 그렇게까지 거부감을 느끼진 않을 수도 있다고요. 내 말 한번 믿어 봐요." 성빈이 대답했다. "이번 일 때문에 시준이가 며칠 전부터 기분이 별로 안 좋았어요. 내가 아이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이가 라엘이와 닮았다는 걸 알면서도, 진아연은 물론 그녀와의 결혼 생활에 충실하겠다는 마음을 바꿀 생각은 없어 보였어요."성빈의 말에 김영아는 비 맞은 강아지처럼 풀이 죽었다."시준 씨가 저와 아이를 보러 오지 않을 거라면... 그럼, 제가 아
제이 그룹이 상장 심사에 연루된 일련의 사건은 네티즌들에게 블랙 스완 사건이라 불렸다.이렇게 큰 회사가 순식간에 망해버릴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더구나, 제이 그룹은 그냥 망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훨씬 심각한 경제 범죄에 연루되어 있었다.심지어 이번 사건에는 박시준도 연루되어 있었다.진명 그룹의 기자 회견에서 기자들이 일제히 손을 들어 진아연에게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진 대표님, 항간에 제이 그룹은 진명 그룹에 의해 무너진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에 관해 덧붙일 말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자가 물었다.진아연이 침착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이 그룹이 진명 그룹에 의해 무너진 것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그 사람에게 물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에 관해선 저도 아는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희 팀원들도 아는 바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기자가 계속해서 질문했다. "진 대표님, 이번에 출시 한 신제품이, 원래는 제이 테크놀로지에서 출시하려던 제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이 테크놀로지에서 신제품 출시를 앞둔 시점에 제이 테크놀로지의 연구 개발팀을 스카우트 하셨다고요.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요?"진아연: "여기 계신 분 중, 이직 경험이 있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이직 경험이 있는 분이시라면, 다른 사람의 이직 활동도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진 대표님, 지금 진명 그룹은 ST 그룹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진명 그룹의 사업은 ST 그룹의 소관입니까, 아니면 진명 그룹이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까?""지금, 이 시각까지도 진명 그룹의 경영권은 기존 팀에게 있습니다.""진 대표님, 제이 그룹의 법인인 하수연 씨가 1심에서 5년 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리고 하수연 씨는 정말로 박시준 씨의 생모가 맞습니까? 두 모자의 관계는 별로 원만하지 못한 겁니까? 인터넷에 떠도는 말로는 박시준 씨는 현재 모함당한 것이라고 하던데, 박시준 씨 본인이 한 일이 아니라면, 박시준 씨는 왜 하수연 씨를
그녀의 말이 마이크의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알겠어. 너만 행복하다면 나도 그렇게 좀스럽게 굴 필요 없지.""나 정말 행복해. 시준 씨는 나와 아이들 모두에게 잘하는걸." 진아연은 지금까지 박시준과 함께 걸어온 길을 떠올리며,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내가 하수연 씨를 만나러 가는 일은, 당분간 시준 씨한텐 얘기하지 않으려고. 괜히 기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그래. 이건 다 사소한 일이니까."점심 식사를 마친 후, 진아연은 차를 몰아 교도소로 향했다.그녀를 본 하수연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시준이가 보냈나요?" 하수연은 두 손에 수갑을 찬 채, 기대감에 가득 차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진아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주머니, 시준 씨는 요즘 좀 바빠서요. 여유가 생기면 시준 씨도 함께 올게요.""시준이는 바쁜 사람이죠. 저도 잘 알아요. 괜히 저 때문에 왔다 갔다 할 것 없어요. 저를 별로 보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것도 잘 알는 걸요. 우리 애들은 하나같이 저를 부끄러워해요. 한 번도 저를 만나러 온 적이 없죠." 하수연이 씁쓸한 말투로 말했다. "자업자득이에요. 애들이 그러는 것도 당연해요."진아연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아주머니, 아직 감형의 기회가 있잖아요. 감형받을 수 있다면, 앞으로는 더 신중해지셔야 해요. 또다시 낯선 사람에게 속는 일이 없도록 말이에요.""위로 고마워요." 하수연은 감동에 마음이 뭉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앞으로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저에게 전화로 알려주세요. 제가 보내드릴게요." 진아연이 말했다. "이런 소소한 일 외에는 저로서도 딱히 도와드릴 방법이 없네요.""이렇게 신경 써주니 감동이에요."면회 시간은 금세 끝이 났다.끌려가는 하수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아연은 마음이 착잡하고 복잡했다.젊은 사람들에게 5년이란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릴 테지만, 하수연은 이미 나이가 있었다. 교도소에서 5년을 보낸 뒤 세상에 나왔을 때는, 이미 많은 것
"위정 선배, 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 시은 씨가 어떻게 임신을 해요?" 진아연이 박시준의 앞을 가로막으며 위정에게 물었다."아연아, 내가 그런 거야... 내가 다 알고서 저지른 일이야." 시은이 눈물로 붉어진 눈으로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아이가 갖고 싶어서 그랬어... 너희 아이들을 볼 때마다 너무 부러워서... 그래서..." 시은은 여기까지 말하고는 목 끝까지 울음이 차올라 더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위정이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말을 이었다: "어디서 배운 건진 몰라도, 콘돔에 구멍을 냈더라고."진아연은 침묵했다.시은이 이런 대담한 일을 벌일 줄이야.지금 그녀는 몸이 약해, 건강상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시은은 분명 똑똑히 알고 있었다.그 사실을 박시준과 진아연 모두 그녀에게 강조하기도 했다.더군다나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들은 항상 매우 진지했다.그녀는 이야기를 들을 땐 알았다고 대답하고서는, 등 뒤에선 이런 일을 꾸민 것이다!"그런 건 어디서 배운 거야?" 박시준이 주먹을 꽉 쥐고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며 소리쳤다. "누가 너한테 그런 걸 가르쳐 줬냐고?!""가르쳐 준 사람 없어... 휴대폰에서 본 거야..." 시은이 위정의 팔을 끌어안은 채 공포에 질린 얼굴로 박시준을 바라보았다. "잘못했어, 오빠... 또 내 멋대로 행동해서 미안해... 그렇지만 난 진심으로 위정 씨한테 아이를 안겨주고 싶어...""절대 안 돼!" 박시준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아이가 더 자라기 전에 얼른 가서 수술해! 그래야 네가 받을 고통도 최소화할 수 있어!"시은이 엉엉 울기 시작했다.위정이 티슈를 가져와 눈물을 닦아주며 그녀를 위로했다: "시은아, 오빠 말 들어. 이번 일은 내 잘못이야. 아이를 지우고 나면, 바로 가서 정관 수술을 할게.""애초에 잠자리를 갖지 말았어야지!" 박시준이 불같이 화를 냈다. "이전에 두 사람을 반대한 게 바로, 이 때문이야! 위정, 너는 지금 시은이를 전혀 돌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