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은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시준 씨, 난 그 아이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예전이든 지금이든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진아연은 두 손으로 그를 꼭 잡았다. "난 당신이 누군가를 죽이게 하고 싶지 않아요.""나도 네가 나한테 그런 걸 요구하지 않을 걸 잘 알아..." 박시준은 울대를 굴리며 붉어진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연아, 난 널 위해 뭐든 할 수 있어. 네가 예전부터 그 무엇보다도 날 사랑하는 걸 잘 아니까.""당연하죠. 시준 씨, 오늘 오전에는 그냥 내가 생각이 짧았어요. 사실 전 알고 있었어요. 김영아가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고, 당신을 찾아올 거라는 것도. 분명 모두 받아들였으면서도 이것 때문에 자꾸 화낼 필요는 없는데..."그녀는 속삭였다.박시준: "아연아, 이해해줘서 고마워.""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당신도 날 이해해주잖아요."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어요. 난 평생 당신과 함께할 거고, 죽어도 당신과 같이 묻히고 싶어요.""나도." 박시준은 그녀를 품에 꼭 안으며 말했다.Y국.밤 11시.박현의 울음소리는 새끼 양 같았다.그 소리에 김영아는 가벼운 잠에서 깨어났다."아가씨, 계속 주무세요. 제가 분유를 타서 먹일게요." 박현을 돌보는 보모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김영아는 손을 뻗어 눈을 비볐다. "내가 할게요! 현이를 잘 보살펴야 해요. 박시준을 다시 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다 얘한테 달렸어요."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에 놓인 젖병을 들고 가서 씻었다."아가씨가 이 아이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는 걸 박시준은 어차피 보지도 못하잖아요. 본다 해도 아가씨를 불쌍히 여기지 않을 거예요." 보모는 그녀를 위해 불평했다. "근데 아가씨는 왜 매정한 박시준에게 이렇게 집착하시는 거예요?"김영아는 잠시 멍해졌다.젖병을 소독한 후 그녀는 능숙하게 분유를 탔다."나는 박시준에게서 사랑받은 적이 없어요. 그래서 어떤 게 진정한 사랑인지 느껴보지 못했죠.
…약 일주일 후 성빈은 A국의 공항에서 출발하여 Y국 수도의 공항에 조용하게 나타났다.그는 이번 일정을 박시준에게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그가 박시준에게 전화하여 휴가를 가겠다고 했을 때 박시준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전에 시은의 결혼식에서 했던 말이 있어, 얘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그가 공항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자 바로 그의 앞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실례합니다, 성빈 씨 맞으십니까?" 한 중년 남성이 공손하게 물었다.성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아가씨께서 성빈 씨를 모셔 오라고 보냈습니다." 중년 남자가 말했다. "이쪽으로 가시죠."상대방의 겸손한 태도를 보고 성빈은 그의 뒤를 따랐다.그는 원래 도착 후 김영아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김영아는 계속 언제 올 것인지 캐물었다.그래서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그는 김영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30분 후, 차는 한 별장 앞에 멈췄다.성빈이 차에서 내리자 보모가 나와서 그를 집안으로 초대했다."우리 아가씨께서는 아직 산후조리 중이라 외출이 어려워서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보모가 설명했다."아이는 어때요?" 성빈은 아이에 대해 걱정했다."의사가 매일 보러 와요. 오늘 아침에도 왔었는데, 이제 큰 문제는 없다고 했어요. 한 달 안에 재발하지 않으면 된다네요." 유모는 성빈을 별장 안으로 안내했다.신발을 갈아신은 후 성빈은 거실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김영아를 볼 수 있었다."안녕하세요, 성빈 씨." 김영아는 성빈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인사했다. "저와 현이를 보러 와주셔서 고마워요. 현이가 크면 꼭 현이에게 성빈 씨가 이름을 지어줬다고 얘기해줘야겠네요. "성빈은 김영아의 품에 안긴 박현을 향해 보았다.녀석은 생각보다 더 작았다.그리고 두 눈을 꼭 감은 채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현이를 안아 보시겠어요?" 김영아가 물었다.성빈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아직 너무 어려요. 전 아기를 안을 줄을 잘 모르는데, 깨면 어떡해요?""안 깰 거예요. 현이는 하루 24시간에서 약 20
성빈은 충격에서 벗어나 제정신을 되찾았다."김영아 씨, 라엘이는 진아연 씨를 닮았어요. 시준이가 아니라.""라엘이 사진은 저도 본 적 있어요. 라엘이는 시준 씨와도 많이 닮았던걸요." 그의 말에 김영아가 반박했다. "그게 아니라면, 저와 시준 씨의 아이가 라엘이와 이렇게 닮은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요?"김영아의 물음에 성빈은 말문이 턱 막혔다.그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막막했다."의사 말로는 아이가 자라면서 저를 닮아갈 수도 있대요." 대답 없는 그를 향해 김영아가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전 아이가 저를 닮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아닌 시준 씨와 닮기를 바라요.""김영아 씨, 내가 아이한테 지어준 그 이름...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게 좋겠어요!" 성빈의 시선이 김영아를 향했다. "이번에 내가 온 이유는, 아이를 보러 온 것도 있지만 당신한테 시준이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서이기도 해."김영아는 가만히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시준이가 이 아이를 받아들이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 이 아이가 자기 성을 따르는 것도 원하지 않을 거고. 그러니 이 아이는 김씨 성을 따르는 게 좋겠어요!" 성빈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김현, 듣기에도 좋잖아요!"김영아의 눈이 붉어졌다: "꼭 그래야 할까요?""나라면 그렇게 하겠어요. 당신이 이 아이에게 기어코 박 씨 성을 준다면, 시준이는 아마 이 아이에게 더 반감을 가질 거예요. 하지만 당신 성을 준다면 그렇게까지 거부감을 느끼진 않을 수도 있다고요. 내 말 한번 믿어 봐요." 성빈이 대답했다. "이번 일 때문에 시준이가 며칠 전부터 기분이 별로 안 좋았어요. 내가 아이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이가 라엘이와 닮았다는 걸 알면서도, 진아연은 물론 그녀와의 결혼 생활에 충실하겠다는 마음을 바꿀 생각은 없어 보였어요."성빈의 말에 김영아는 비 맞은 강아지처럼 풀이 죽었다."시준 씨가 저와 아이를 보러 오지 않을 거라면... 그럼, 제가 아
제이 그룹이 상장 심사에 연루된 일련의 사건은 네티즌들에게 블랙 스완 사건이라 불렸다.이렇게 큰 회사가 순식간에 망해버릴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더구나, 제이 그룹은 그냥 망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훨씬 심각한 경제 범죄에 연루되어 있었다.심지어 이번 사건에는 박시준도 연루되어 있었다.진명 그룹의 기자 회견에서 기자들이 일제히 손을 들어 진아연에게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진 대표님, 항간에 제이 그룹은 진명 그룹에 의해 무너진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에 관해 덧붙일 말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자가 물었다.진아연이 침착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이 그룹이 진명 그룹에 의해 무너진 것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그 사람에게 물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에 관해선 저도 아는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희 팀원들도 아는 바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기자가 계속해서 질문했다. "진 대표님, 이번에 출시 한 신제품이, 원래는 제이 테크놀로지에서 출시하려던 제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이 테크놀로지에서 신제품 출시를 앞둔 시점에 제이 테크놀로지의 연구 개발팀을 스카우트 하셨다고요.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요?"진아연: "여기 계신 분 중, 이직 경험이 있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이직 경험이 있는 분이시라면, 다른 사람의 이직 활동도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진 대표님, 지금 진명 그룹은 ST 그룹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진명 그룹의 사업은 ST 그룹의 소관입니까, 아니면 진명 그룹이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까?""지금, 이 시각까지도 진명 그룹의 경영권은 기존 팀에게 있습니다.""진 대표님, 제이 그룹의 법인인 하수연 씨가 1심에서 5년 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리고 하수연 씨는 정말로 박시준 씨의 생모가 맞습니까? 두 모자의 관계는 별로 원만하지 못한 겁니까? 인터넷에 떠도는 말로는 박시준 씨는 현재 모함당한 것이라고 하던데, 박시준 씨 본인이 한 일이 아니라면, 박시준 씨는 왜 하수연 씨를
그녀의 말이 마이크의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알겠어. 너만 행복하다면 나도 그렇게 좀스럽게 굴 필요 없지.""나 정말 행복해. 시준 씨는 나와 아이들 모두에게 잘하는걸." 진아연은 지금까지 박시준과 함께 걸어온 길을 떠올리며,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내가 하수연 씨를 만나러 가는 일은, 당분간 시준 씨한텐 얘기하지 않으려고. 괜히 기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그래. 이건 다 사소한 일이니까."점심 식사를 마친 후, 진아연은 차를 몰아 교도소로 향했다.그녀를 본 하수연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시준이가 보냈나요?" 하수연은 두 손에 수갑을 찬 채, 기대감에 가득 차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진아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주머니, 시준 씨는 요즘 좀 바빠서요. 여유가 생기면 시준 씨도 함께 올게요.""시준이는 바쁜 사람이죠. 저도 잘 알아요. 괜히 저 때문에 왔다 갔다 할 것 없어요. 저를 별로 보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것도 잘 알는 걸요. 우리 애들은 하나같이 저를 부끄러워해요. 한 번도 저를 만나러 온 적이 없죠." 하수연이 씁쓸한 말투로 말했다. "자업자득이에요. 애들이 그러는 것도 당연해요."진아연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아주머니, 아직 감형의 기회가 있잖아요. 감형받을 수 있다면, 앞으로는 더 신중해지셔야 해요. 또다시 낯선 사람에게 속는 일이 없도록 말이에요.""위로 고마워요." 하수연은 감동에 마음이 뭉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앞으로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저에게 전화로 알려주세요. 제가 보내드릴게요." 진아연이 말했다. "이런 소소한 일 외에는 저로서도 딱히 도와드릴 방법이 없네요.""이렇게 신경 써주니 감동이에요."면회 시간은 금세 끝이 났다.끌려가는 하수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아연은 마음이 착잡하고 복잡했다.젊은 사람들에게 5년이란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릴 테지만, 하수연은 이미 나이가 있었다. 교도소에서 5년을 보낸 뒤 세상에 나왔을 때는, 이미 많은 것
"위정 선배, 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 시은 씨가 어떻게 임신을 해요?" 진아연이 박시준의 앞을 가로막으며 위정에게 물었다."아연아, 내가 그런 거야... 내가 다 알고서 저지른 일이야." 시은이 눈물로 붉어진 눈으로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아이가 갖고 싶어서 그랬어... 너희 아이들을 볼 때마다 너무 부러워서... 그래서..." 시은은 여기까지 말하고는 목 끝까지 울음이 차올라 더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위정이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말을 이었다: "어디서 배운 건진 몰라도, 콘돔에 구멍을 냈더라고."진아연은 침묵했다.시은이 이런 대담한 일을 벌일 줄이야.지금 그녀는 몸이 약해, 건강상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시은은 분명 똑똑히 알고 있었다.그 사실을 박시준과 진아연 모두 그녀에게 강조하기도 했다.더군다나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들은 항상 매우 진지했다.그녀는 이야기를 들을 땐 알았다고 대답하고서는, 등 뒤에선 이런 일을 꾸민 것이다!"그런 건 어디서 배운 거야?" 박시준이 주먹을 꽉 쥐고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며 소리쳤다. "누가 너한테 그런 걸 가르쳐 줬냐고?!""가르쳐 준 사람 없어... 휴대폰에서 본 거야..." 시은이 위정의 팔을 끌어안은 채 공포에 질린 얼굴로 박시준을 바라보았다. "잘못했어, 오빠... 또 내 멋대로 행동해서 미안해... 그렇지만 난 진심으로 위정 씨한테 아이를 안겨주고 싶어...""절대 안 돼!" 박시준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아이가 더 자라기 전에 얼른 가서 수술해! 그래야 네가 받을 고통도 최소화할 수 있어!"시은이 엉엉 울기 시작했다.위정이 티슈를 가져와 눈물을 닦아주며 그녀를 위로했다: "시은아, 오빠 말 들어. 이번 일은 내 잘못이야. 아이를 지우고 나면, 바로 가서 정관 수술을 할게.""애초에 잠자리를 갖지 말았어야지!" 박시준이 불같이 화를 냈다. "이전에 두 사람을 반대한 게 바로, 이 때문이야! 위정, 너는 지금 시은이를 전혀 돌보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넌 조금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그래, 네가 죽게 되더라도 넌 후회하지 않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박시준의 표정이 갈수록 붉으락푸르락해졌다.시은의 말을 거들어야 마땅했지만, 진아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지금 시은은 박시준의 감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고 있었다.박시준은 지금까지 그녀를 보호하고 보살펴 왔다. 그런 그가, 제 발로 죽을 길을 찾아가는 그녀를 어떻게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있겠는가?그건 마치 스스로 칼을 심장에 꽂아 넣는 것과 비슷한 기분일 것이다."오빠, 난 이 아이를 잘 낳을 수 있을 거야. 보다시피 지금까지 별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잖아. 나도 이제 다른 사람들과 별로 다를 바 없어." 시은은 도박을 해보고 싶었다.사실 그녀가 이런 도박을 고집하는 건, 아이를 향한 자신의 집념이 아닌, 위정의 아이를 낳아달라는 위정 어머니의 부탁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얘기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다른 사람과의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사람이다.그렇지 않으면 양심에 걸려 마음이 불편한 사람이다."도대체 네 어디가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거야? 넌 아직 보통 사람들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박시준은 지금까지 그녀에게 화를 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화를 내지 않고 넘어간다면 시은이 고집대로 행동할 것이 분명했다. "보통 사람들에겐 생각이란 게 있어, 하지만 지금 널 봐! 생각을 하기는 하는 거야? 일부러 죽으려 드는 사람은 없어, 그런데 지금 넌 어떠냐고!""그만 하세요!" 더는 듣고 있기 힘들어진 위정이 화가 난 목소리로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잘 대처하지 못한 탓이에요. 시은이는 아무 잘못 없어요!"위정의 이마에 솟아오른 핏대가 진아연의 눈에 들어왔다.이렇게 화를 내는 그의 모습은 처음 보았다."시준 씨, 위정 선배가 시은 씨를 잘 설득할 거예요. 우린 우선 가요! 두
"우리 어머니였구나... 너한테 아이를 낳으라고 한 게... 너한테 콘돔에 구멍을 뚫으라고 가르쳐준 게 바로 우리 어머니였어... 너한테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한 게 우리 어머니였다니..."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위정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자기도 모르게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지금 당장 어머니를 만나러 가야 했다!정말로 어머니께서 시은에게 그런 압박을 하신 거라면, 그는 주저 없이 어머니와의 관계를 끊어버릴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시은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을 막을 것이다."위정아." 시은이 곧바로 그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어머니를 찾아가면 안 돼... 어머니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야. 너에게 아이를 안겨주고 싶다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야... 그저 너한테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나 혼자 벌인 일이야...""네 보답 같은 거 바라지 않아!" 위정이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해버렸다. "나한테 뭘 보답하려고 나와 결혼한 거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이혼해!""싫어... 이혼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시은이 또다시 그를 껴안고 울기 시작했다. "위정아, 누구나 자기만의 소원이나 꿈이 있잖아. 나도 마찬가지야! 내 소원과 꿈은 바로 너의 아이를 낳는 거야. 그걸 이루지 못한다면 난 아마 평생 마음에 걸릴 거야..."진아연과 박시준은 위정의 집에서 나와 차에 올랐다.그의 냉정하고 단호한 얼굴과, 동시에 그의 눈에 어렴풋이 비낀 눈물을 바라보며, 진아연은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시준 씨,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요. 내가 시은 씨를 잘 설득해 볼게요." 그녀는 그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시은이는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거야. 시은이가 한번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누구도 말릴 수 없어." 박시준이 잔뜩 쉰 목소리로 대답하며 차에 시동을 걸어 길을 나섰다. "집에 데려다줄게""당신은요?" 그녀가 물었다."회사에 일이 있어. 오늘 좀 늦을 거야." 사실 오늘 그는 매우 바빴다. 그런데도 위정의 전화에 열 일을 제치고 급히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