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일주일 후 성빈은 A국의 공항에서 출발하여 Y국 수도의 공항에 조용하게 나타났다.그는 이번 일정을 박시준에게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그가 박시준에게 전화하여 휴가를 가겠다고 했을 때 박시준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전에 시은의 결혼식에서 했던 말이 있어, 얘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그가 공항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자 바로 그의 앞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실례합니다, 성빈 씨 맞으십니까?" 한 중년 남성이 공손하게 물었다.성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아가씨께서 성빈 씨를 모셔 오라고 보냈습니다." 중년 남자가 말했다. "이쪽으로 가시죠."상대방의 겸손한 태도를 보고 성빈은 그의 뒤를 따랐다.그는 원래 도착 후 김영아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김영아는 계속 언제 올 것인지 캐물었다.그래서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그는 김영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30분 후, 차는 한 별장 앞에 멈췄다.성빈이 차에서 내리자 보모가 나와서 그를 집안으로 초대했다."우리 아가씨께서는 아직 산후조리 중이라 외출이 어려워서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보모가 설명했다."아이는 어때요?" 성빈은 아이에 대해 걱정했다."의사가 매일 보러 와요. 오늘 아침에도 왔었는데, 이제 큰 문제는 없다고 했어요. 한 달 안에 재발하지 않으면 된다네요." 유모는 성빈을 별장 안으로 안내했다.신발을 갈아신은 후 성빈은 거실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김영아를 볼 수 있었다."안녕하세요, 성빈 씨." 김영아는 성빈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인사했다. "저와 현이를 보러 와주셔서 고마워요. 현이가 크면 꼭 현이에게 성빈 씨가 이름을 지어줬다고 얘기해줘야겠네요. "성빈은 김영아의 품에 안긴 박현을 향해 보았다.녀석은 생각보다 더 작았다.그리고 두 눈을 꼭 감은 채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현이를 안아 보시겠어요?" 김영아가 물었다.성빈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아직 너무 어려요. 전 아기를 안을 줄을 잘 모르는데, 깨면 어떡해요?""안 깰 거예요. 현이는 하루 24시간에서 약 20
성빈은 충격에서 벗어나 제정신을 되찾았다."김영아 씨, 라엘이는 진아연 씨를 닮았어요. 시준이가 아니라.""라엘이 사진은 저도 본 적 있어요. 라엘이는 시준 씨와도 많이 닮았던걸요." 그의 말에 김영아가 반박했다. "그게 아니라면, 저와 시준 씨의 아이가 라엘이와 이렇게 닮은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요?"김영아의 물음에 성빈은 말문이 턱 막혔다.그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막막했다."의사 말로는 아이가 자라면서 저를 닮아갈 수도 있대요." 대답 없는 그를 향해 김영아가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전 아이가 저를 닮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아닌 시준 씨와 닮기를 바라요.""김영아 씨, 내가 아이한테 지어준 그 이름...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게 좋겠어요!" 성빈의 시선이 김영아를 향했다. "이번에 내가 온 이유는, 아이를 보러 온 것도 있지만 당신한테 시준이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서이기도 해."김영아는 가만히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시준이가 이 아이를 받아들이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 이 아이가 자기 성을 따르는 것도 원하지 않을 거고. 그러니 이 아이는 김씨 성을 따르는 게 좋겠어요!" 성빈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김현, 듣기에도 좋잖아요!"김영아의 눈이 붉어졌다: "꼭 그래야 할까요?""나라면 그렇게 하겠어요. 당신이 이 아이에게 기어코 박 씨 성을 준다면, 시준이는 아마 이 아이에게 더 반감을 가질 거예요. 하지만 당신 성을 준다면 그렇게까지 거부감을 느끼진 않을 수도 있다고요. 내 말 한번 믿어 봐요." 성빈이 대답했다. "이번 일 때문에 시준이가 며칠 전부터 기분이 별로 안 좋았어요. 내가 아이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이가 라엘이와 닮았다는 걸 알면서도, 진아연은 물론 그녀와의 결혼 생활에 충실하겠다는 마음을 바꿀 생각은 없어 보였어요."성빈의 말에 김영아는 비 맞은 강아지처럼 풀이 죽었다."시준 씨가 저와 아이를 보러 오지 않을 거라면... 그럼, 제가 아
제이 그룹이 상장 심사에 연루된 일련의 사건은 네티즌들에게 블랙 스완 사건이라 불렸다.이렇게 큰 회사가 순식간에 망해버릴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더구나, 제이 그룹은 그냥 망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훨씬 심각한 경제 범죄에 연루되어 있었다.심지어 이번 사건에는 박시준도 연루되어 있었다.진명 그룹의 기자 회견에서 기자들이 일제히 손을 들어 진아연에게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진 대표님, 항간에 제이 그룹은 진명 그룹에 의해 무너진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에 관해 덧붙일 말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자가 물었다.진아연이 침착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이 그룹이 진명 그룹에 의해 무너진 것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그 사람에게 물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에 관해선 저도 아는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희 팀원들도 아는 바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기자가 계속해서 질문했다. "진 대표님, 이번에 출시 한 신제품이, 원래는 제이 테크놀로지에서 출시하려던 제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이 테크놀로지에서 신제품 출시를 앞둔 시점에 제이 테크놀로지의 연구 개발팀을 스카우트 하셨다고요.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요?"진아연: "여기 계신 분 중, 이직 경험이 있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이직 경험이 있는 분이시라면, 다른 사람의 이직 활동도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진 대표님, 지금 진명 그룹은 ST 그룹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진명 그룹의 사업은 ST 그룹의 소관입니까, 아니면 진명 그룹이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까?""지금, 이 시각까지도 진명 그룹의 경영권은 기존 팀에게 있습니다.""진 대표님, 제이 그룹의 법인인 하수연 씨가 1심에서 5년 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리고 하수연 씨는 정말로 박시준 씨의 생모가 맞습니까? 두 모자의 관계는 별로 원만하지 못한 겁니까? 인터넷에 떠도는 말로는 박시준 씨는 현재 모함당한 것이라고 하던데, 박시준 씨 본인이 한 일이 아니라면, 박시준 씨는 왜 하수연 씨를
그녀의 말이 마이크의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알겠어. 너만 행복하다면 나도 그렇게 좀스럽게 굴 필요 없지.""나 정말 행복해. 시준 씨는 나와 아이들 모두에게 잘하는걸." 진아연은 지금까지 박시준과 함께 걸어온 길을 떠올리며,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내가 하수연 씨를 만나러 가는 일은, 당분간 시준 씨한텐 얘기하지 않으려고. 괜히 기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그래. 이건 다 사소한 일이니까."점심 식사를 마친 후, 진아연은 차를 몰아 교도소로 향했다.그녀를 본 하수연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시준이가 보냈나요?" 하수연은 두 손에 수갑을 찬 채, 기대감에 가득 차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진아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주머니, 시준 씨는 요즘 좀 바빠서요. 여유가 생기면 시준 씨도 함께 올게요.""시준이는 바쁜 사람이죠. 저도 잘 알아요. 괜히 저 때문에 왔다 갔다 할 것 없어요. 저를 별로 보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것도 잘 알는 걸요. 우리 애들은 하나같이 저를 부끄러워해요. 한 번도 저를 만나러 온 적이 없죠." 하수연이 씁쓸한 말투로 말했다. "자업자득이에요. 애들이 그러는 것도 당연해요."진아연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아주머니, 아직 감형의 기회가 있잖아요. 감형받을 수 있다면, 앞으로는 더 신중해지셔야 해요. 또다시 낯선 사람에게 속는 일이 없도록 말이에요.""위로 고마워요." 하수연은 감동에 마음이 뭉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앞으로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저에게 전화로 알려주세요. 제가 보내드릴게요." 진아연이 말했다. "이런 소소한 일 외에는 저로서도 딱히 도와드릴 방법이 없네요.""이렇게 신경 써주니 감동이에요."면회 시간은 금세 끝이 났다.끌려가는 하수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아연은 마음이 착잡하고 복잡했다.젊은 사람들에게 5년이란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릴 테지만, 하수연은 이미 나이가 있었다. 교도소에서 5년을 보낸 뒤 세상에 나왔을 때는, 이미 많은 것
"위정 선배, 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 시은 씨가 어떻게 임신을 해요?" 진아연이 박시준의 앞을 가로막으며 위정에게 물었다."아연아, 내가 그런 거야... 내가 다 알고서 저지른 일이야." 시은이 눈물로 붉어진 눈으로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아이가 갖고 싶어서 그랬어... 너희 아이들을 볼 때마다 너무 부러워서... 그래서..." 시은은 여기까지 말하고는 목 끝까지 울음이 차올라 더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위정이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말을 이었다: "어디서 배운 건진 몰라도, 콘돔에 구멍을 냈더라고."진아연은 침묵했다.시은이 이런 대담한 일을 벌일 줄이야.지금 그녀는 몸이 약해, 건강상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시은은 분명 똑똑히 알고 있었다.그 사실을 박시준과 진아연 모두 그녀에게 강조하기도 했다.더군다나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들은 항상 매우 진지했다.그녀는 이야기를 들을 땐 알았다고 대답하고서는, 등 뒤에선 이런 일을 꾸민 것이다!"그런 건 어디서 배운 거야?" 박시준이 주먹을 꽉 쥐고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며 소리쳤다. "누가 너한테 그런 걸 가르쳐 줬냐고?!""가르쳐 준 사람 없어... 휴대폰에서 본 거야..." 시은이 위정의 팔을 끌어안은 채 공포에 질린 얼굴로 박시준을 바라보았다. "잘못했어, 오빠... 또 내 멋대로 행동해서 미안해... 그렇지만 난 진심으로 위정 씨한테 아이를 안겨주고 싶어...""절대 안 돼!" 박시준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아이가 더 자라기 전에 얼른 가서 수술해! 그래야 네가 받을 고통도 최소화할 수 있어!"시은이 엉엉 울기 시작했다.위정이 티슈를 가져와 눈물을 닦아주며 그녀를 위로했다: "시은아, 오빠 말 들어. 이번 일은 내 잘못이야. 아이를 지우고 나면, 바로 가서 정관 수술을 할게.""애초에 잠자리를 갖지 말았어야지!" 박시준이 불같이 화를 냈다. "이전에 두 사람을 반대한 게 바로, 이 때문이야! 위정, 너는 지금 시은이를 전혀 돌보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넌 조금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그래, 네가 죽게 되더라도 넌 후회하지 않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박시준의 표정이 갈수록 붉으락푸르락해졌다.시은의 말을 거들어야 마땅했지만, 진아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지금 시은은 박시준의 감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고 있었다.박시준은 지금까지 그녀를 보호하고 보살펴 왔다. 그런 그가, 제 발로 죽을 길을 찾아가는 그녀를 어떻게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있겠는가?그건 마치 스스로 칼을 심장에 꽂아 넣는 것과 비슷한 기분일 것이다."오빠, 난 이 아이를 잘 낳을 수 있을 거야. 보다시피 지금까지 별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잖아. 나도 이제 다른 사람들과 별로 다를 바 없어." 시은은 도박을 해보고 싶었다.사실 그녀가 이런 도박을 고집하는 건, 아이를 향한 자신의 집념이 아닌, 위정의 아이를 낳아달라는 위정 어머니의 부탁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얘기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다른 사람과의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사람이다.그렇지 않으면 양심에 걸려 마음이 불편한 사람이다."도대체 네 어디가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거야? 넌 아직 보통 사람들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박시준은 지금까지 그녀에게 화를 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화를 내지 않고 넘어간다면 시은이 고집대로 행동할 것이 분명했다. "보통 사람들에겐 생각이란 게 있어, 하지만 지금 널 봐! 생각을 하기는 하는 거야? 일부러 죽으려 드는 사람은 없어, 그런데 지금 넌 어떠냐고!""그만 하세요!" 더는 듣고 있기 힘들어진 위정이 화가 난 목소리로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잘 대처하지 못한 탓이에요. 시은이는 아무 잘못 없어요!"위정의 이마에 솟아오른 핏대가 진아연의 눈에 들어왔다.이렇게 화를 내는 그의 모습은 처음 보았다."시준 씨, 위정 선배가 시은 씨를 잘 설득할 거예요. 우린 우선 가요! 두
"우리 어머니였구나... 너한테 아이를 낳으라고 한 게... 너한테 콘돔에 구멍을 뚫으라고 가르쳐준 게 바로 우리 어머니였어... 너한테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한 게 우리 어머니였다니..."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위정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자기도 모르게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지금 당장 어머니를 만나러 가야 했다!정말로 어머니께서 시은에게 그런 압박을 하신 거라면, 그는 주저 없이 어머니와의 관계를 끊어버릴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시은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을 막을 것이다."위정아." 시은이 곧바로 그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어머니를 찾아가면 안 돼... 어머니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야. 너에게 아이를 안겨주고 싶다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야... 그저 너한테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나 혼자 벌인 일이야...""네 보답 같은 거 바라지 않아!" 위정이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해버렸다. "나한테 뭘 보답하려고 나와 결혼한 거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이혼해!""싫어... 이혼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시은이 또다시 그를 껴안고 울기 시작했다. "위정아, 누구나 자기만의 소원이나 꿈이 있잖아. 나도 마찬가지야! 내 소원과 꿈은 바로 너의 아이를 낳는 거야. 그걸 이루지 못한다면 난 아마 평생 마음에 걸릴 거야..."진아연과 박시준은 위정의 집에서 나와 차에 올랐다.그의 냉정하고 단호한 얼굴과, 동시에 그의 눈에 어렴풋이 비낀 눈물을 바라보며, 진아연은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시준 씨,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요. 내가 시은 씨를 잘 설득해 볼게요." 그녀는 그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시은이는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거야. 시은이가 한번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누구도 말릴 수 없어." 박시준이 잔뜩 쉰 목소리로 대답하며 차에 시동을 걸어 길을 나섰다. "집에 데려다줄게""당신은요?" 그녀가 물었다."회사에 일이 있어. 오늘 좀 늦을 거야." 사실 오늘 그는 매우 바빴다. 그런데도 위정의 전화에 열 일을 제치고 급히
"현이야, 빨리 여기 보렴! 너희 아빠란다!" 김영아가 침대에서 현이를 안아 들고는 카메라를 전면 카메라로 바꾸어 자신과 아이를 비췄다. "현이야, 아빠 모습을 잘 기억해 둬! 너희 아빠는 아주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이란다..."그런 김영아의 말이 박시준의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오로지 김영아의 품에 안긴 아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지금 현이는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저 천진난만한 현이의 조그만 얼굴이 그의 차갑고 굳게 닫힌 문을 벌컥 열어버렸다.그는 라엘이가 막 태어났을 때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현이의 얼굴에서 분명히 라엘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시준 씨, 우리 딸은 아주 착해요. 태어난 직후에 몸이 약해서 폐렴에 걸렸었어요. 일주일이 다 되도록 의사가 면회를 허락하지 않았죠. 그런데 의사가 저한테 그러더군요. 우리 현이는 정말 순해서 별로 울지도 않는다고요, 그래서 회복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요."여기까지 말하고는 김영아가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 "우리 현이는 정말 착하고 순해요... 시준 씨, 저도 시준 씨가 현이를 만나러 올 수 없다는 것 잘 알아요. 그렇지만 가끔씩 영상 통화로라도 현이가 당신을 볼 수 있도록 해주면 안 될까요""안 돼." 박시준은 생각도 하지 않고 그녀의 말을 단칼에 거절했다."그래요... 저도 다 알아요... 성빈 씨가 말해줬어요. 진아연이 당신이 저는 물론 현이도 만나지 못하게 한다고요. 당신이 이렇게 하도록 진아연이 시킨 거라고요..."김영아의 눈물이 아이의 얼굴에 떨어졌다. 그러자 아이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시준 씨, 전 강요하지 않을게요. 성빈 씨도 저한테 괜히 A국에 가서 당신을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건 그저 당신을 곤란하게만 할 뿐이라고요. 그러니 제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찾아가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박시준의 표정은 차갑고 진지했다. "아연이는 나한테 그런 강요한 적 없어. 모든 것은 내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