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술을 먹고 싶어지면 술을 먹고,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싶어지면 바로 만나러 가는 사람이다.그녀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아연아, 우리 이러지 말자." 그가 인상을 쓰며 그녀가 방금 한 말에 불만을 나타냈다."우선 가서 좀 씻어요. 할 말이 있으면 내일 다시 하고요." 그녀는 더 이상 그와 이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두통이 몰려왔다. 더구나 지금 그는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다. 지금은 술이 좀 깼다고는 하지만, 맨정신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상태였다.지금은 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다.그는 침대 옆에 앉아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그녀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이미 눈을 감아버린 그녀를 보자 이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오늘 밤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정신은 조금 차렸지만, 몸은 여전히 술에 지배당한 상태였다.그는 머리가 몹시 어지러웠다.그녀의 숨소리가 점점 고르게 되자, 그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그녀의 옆에 몸을 뉘었다.눕고 난 다음에도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아,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진아연은 이미 잠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팔을 뻗어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술에 취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세게 끌어안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녀의 잠을 깨울 뿐만 아니라, 그녀가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말이다.그녀는 눈을 뜨고 창가에 비친 흐릿한 노란빛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뒤에서 그의 잠꼬대 소리가 들려왔다. "아연아... 날 떠나지 마... 제발 가지 마..."그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그의 몸이 너무나 뜨거워, 그녀는 몸이 곧바로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그녀는 허리에서 그의 팔을 떼어내려고 했다.그가 그녀를 이렇게 꼭 끌어안고 있는 탓에 그녀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몇 번의 시도에도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다행히 오후에 잠을 낮잠을 조금 잔 덕에, 머리에 전해지는 잔잔한 통
그녀는 여소정과 담소를 나눈 후 조지운과의 대화 창을 열었다. 지운 씨, 마이크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데, 언제쯤 돌아갈 생각이에요?조지운은 메시지를 보자마자 바로 답장했다. 저 내일 아침에 돌아갈 겁니다. 보통 많이 마시면 바로 자는 편이어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진아연: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조지운은 그녀가 보낸 축복 메시지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답장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보낼 수 없었다.그는 잠시 고민하다 그녀한테 답장했다. 아연 씨, 대표님과 이혼하는 건 아니죠? 이런 시기에 이런 말 하는 건 미안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아연 씨는 절대 괴로움을 꾹 참는 성격이 아니라서요.진아연: 저 아직 잘 모르겠어요.조지운: 그럼 신중하게 생각해 보세요. 진짜 신중하게 선택하기를 바랍니다. 만약 이혼을 원하신다면 아이들의 양육권을 포기하셔야 하며 아연 씨의 회사도... 요.조지운은 그녀를 위협하는 게 아니라 선의로 그녀에게 알려준 것뿐이다.진아연: 신중하게 고려해 볼게요.조지운: 아연 씨, 대표님과 어떤 결과를 이루든, 저희는 영원히 친구라는 것만큼은 변하지 않아요. 알고 있죠?진아연: 물론이죠. 그리고 그와 무조건 이혼할 거라고 결정한 것도 아니에요. 오늘 저한테 그 아이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 거라고 사과했는데, 며칠 후 다시 그와 얘기해 보려고요.조지운은 그녀의 답장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진아연은 머리가 너무 아파 휴대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은 후 휴식을 취했다.박시준이 숙면을 취하자 그녀는 허리를 감고 있는 그의 손을 떼고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왔다.진아연은 머리가 너무 아파 상처를 처리하려 했고만약 내일도 아프면 병원에 갈 생각이었다.아무래도 너무 세게 맞은 듯했다.그녀는 약 상자를 찾아 상처를 처리한 후 약 상자를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순간 마음이 울적해진그녀는 아픈 게 아닐까 싶었다. 혹시 다른 병에 걸린 건지, 전에 받은 수술이 잘못돼서 합병증이 생긴 건지 의심이 생겼다.그리고 머리뿐만 아니
"알고 있어요. 알고 있지만, 당신이 앞으로 변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요. 일단 앞으로의 일들은 생각하지 말고 오늘부터 넘기고 봐요." 진아연은머리가 너무 아파 말하는 것조차 힘들었다.위층으로 올라가던 박시준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한테 물었다."혹시 시은이 본 적 없어?" 박시준은 말하면서 그녀의 팔을 놔줬다. "오늘 하루 종일 보이지 않네."진아연: "저녁에 연락오지 않았어요?"그녀는 시은이가 박시준에게 연락하고 집에 돌아오지 않은 줄 알았다."아니." 박시준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내 휴대폰은 어딨지?"두 사람은 방으로 돌아가 휴대폰을 찾았지만아무리 방을 샅샅이 뒤져도 휴대폰을 찾을 수 없었다."제가 전화해 볼게요." 진아연은 자기 휴대폰으로 전화했지만방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휴대폰이 방에 없는 게 분명했다.이들은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왔고진아연은 전화를 끊지 않았다. 결국 휴대폰은 소파 밑에서 발견되었고이는 아마 마이크와 싸울 때 떨어진 듯했다.다만 이들은 서로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박시준은 휴대폰을 켜 시은이가 연락했는지 확인했지만, 시은이는 그한테 전화도 아니고 달랑 메시지 한 통만 보냈었다.——오빠, 아줌마가 오늘 밤 집에서 자라고 해서 오늘 밤은 위정 씨 집에서 잘게!문자를 확인한 박시준의 낯빛은 순간 어두워졌다."시은이가 위정 씨 집에서 하룻밤을 묵겠다고 문자 남겼어." 그의 믿을 수 없다는 말투와반대로 진아연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시은 씨는 당신의 애완동물이 아니에요. 언젠가는 자기 집을 마련해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현실은 일찍 받아들이는 게 좋죠."박시준은 그녀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박시준 씨, 지금 새벽 3시에요. 졸리지 않으면 혼자 잠깐 쉬고 있어요. 저는 너무 피곤해요." 진아연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시간을 확인한 후 한숨을 내쉬며 그한테 말했다."가서 자! 난 객실에서 잘게." 그는 몸에서 풍기는 술 냄새에 이대로
위정 어머니: "컥컥! 배고프지? 아줌마가 좁쌀죽을 끓였는데, 대추, 구기, 용안까지 넣어서 맛있을 거야.""위정 씨가 나오면 같이 먹을게요." 시은이는 위정 어머니와 함께 주방으로 가며 말했다."그럼 일단 삶은 달걀이라도 먼저 먹어. 위정이 전날 밤에 네가 배고플까 봐 아침밥을 해달라고 했거든." 위정 어머니는 삶은 달걀을 그녀한테 건네며 냄비에 있는 군만두도 꺼냈다. "면도 삶았는데, 먹고 싶은 음식 있으면 마음껏 먹어. 네가 먹고 싶은 대로 먹으렴.""아줌마, 저 진짜 안 배고파요. 아침 준비하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일단 쉬세요!" 시은이는 아주머니가 힘들어할까 봐 냉큼 말했다."시은아, 넌 정말 착하고 심성이 고운 아이야. 위정이 왜 너를 그리도 좋아하는지 이제 알겠어." 위정 어머니는 그녀를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어제 집에 돌아가지 않아서 오빠한테 혼나지 않았어?""아니요. 저와 위정 씨의 관계를 알고 있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시은이는 식탁 옆에 앉아 삶은 계란의 껍질을 벗겼다. "아주머니, 위정 씨와 초이렛날에 결혼증 받으러 가려 했었는데, 혹시 아주머니한테 얘기하셨나요?""그래? 나한테는 얘기하지 않았어." 위정 어머니는 그녀의 곁에 앉아 물었다. "그럼 이제 결정한 거야?""네. 저 가족 관계 증명서도 가지고 왔어요." 그녀가 말을 마치자 방금까지 옷을 씻던 위정이 방에서 나왔다."무슨 얘기하고 있어요?" 위정도 식탁 옆에 앉아 웃으며 물었고시은이는 껍질을 벗긴 달걀을 그한테 건네며 답했다. "방금 아주머니한테 초이렛날 결혼증 받으러 간다고 얘기했어요."위정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한테 얘기했다. "엄마, 그럼 저도 엄마한테 정식으로 말씀드릴게요. 저 시은 씨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어요.""나와 네 아버지는 괜찮지만, 박시준 씨가 어떻게 생각할지..." 위정 어머니는 아무래도 박시준의 태도가 걱정이었다."아줌마, 괜찮아요. 아연이와 얘기했어요. 만약 오빠가 화내면 아연이가 도와줄 거예요."
언뜻 봐도 보기 흉한 상처였다."어젯밤에 색이 진한 약을 발라서 상처가 보기 흉한 거예요." 진아연은 아무렇지 않은 척 휴대폰을 박시준에게 건넸다. "전날보다 많이 괜찮아졌어요.""그래도 병원에 가서 진찰받는 게 좋을 거야." 박시준은 여전히 걱정 가득한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래도 집에서 약을 바르는 게 불편하잖아.""전 불편하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그리고 엄마가 새해부터 병원 찾아다니면 안 좋다고 했어요." 진아연은 얼렁뚱땅 아무 이유나 둘러대고 넘어가려 했다.박시준: "..."가정 주치의: "???"그의 기억대로라면 진아연도 의사인데 왜 이런 미신적인 발언을 하는 거지?아프면 언제든지 찾아가야 할 곳이 병원이지만박시준은 그녀의 말에 아무 의심조차 없었다."약 가져왔어요?" 그는 바로 가정 주치의한테 물었고가정 주치의는 자기가 가져온 약을 바로 꺼냈다."지금 다시 처리해주세요." 가정 주치의는 박시준의 부탁에바로 답했다. "네." 그리고 진아연을 보며 말을 이었다. "진 아가씨, 제가 앞으로 매일 와서 약을 발라드릴게요. 머리가 가려워도 감지 마시고 어디 멀리 가지도 마세요. 구정을 보내고 병원에 가서 검사받는 게 좋을 거예요. 맞다. 머리는 어떻게 다치신 거예요?"그의 질문에 분위기는 순간 얼어붙었고박시준은 머뭇거리다가 답하려 했지만, 진아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실수로 넘어졌어요.""아! 진짜 심하게 다치셨네요. 혹시 화장실에서 넘어졌어요?" 가정 주치의는 요오드포를 꺼내 상처 소독을 시작했다. "넘어졌다고 후유증이 없을 거라 생각하면 안 돼요. 넘어져서 반신불수가 된 사람도 있고 골절 한 사람들도 많아요. 일단 몇 달 동안 충분히 휴식하시고...""집안 어르신들이 설날에 꺼림칙한 말들은 하지 말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진아연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설날에 그런 불길한 소리를 하시면 안 되죠."가정 주치의: "..."박시준은 그녀의 담담한 모습에 오히려 궁금했다. "진짜 아프지 않아?"이에 진아연은
진아연은 오랜만에 혼자 밥을 먹으니 낯선 느낌이 들었다."최운석 씨는 새해 인사하러 나갔나요?"홍 아줌마는 그녀의 말에 바로 답했다. "시은 아가씨와 위정 씨가 아침에 데리고 나갔어요.""시은 씨와 위정 씨가 왔었어요?""네. 두 사람 오늘 스키 타러 간다고 최운석 씨도 함께 불렀어요." 홍 아줌마는 최운석 생각에 그저 불쌍히 여길 뿐이었다. "최운석 씨 혼자 있으면 괜히 외롭고 불쌍하죠.""한이와 함께 새해 인사하러 가도 되잖아요."홍 아줌마: "오늘 어디 갔는지 아세요?""어디 갔어요?" 진아연은 그녀의 질문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마이크 씨한테 갔어요." 홍 아줌마는 웃고 있지만, 눈가의 슬픔을 가릴 수 없었다. "그분한테 친인이 어디 있겠어요. 아연 씨도 친척들과 연락하고 지내지 않죠?"진아연은 홍 아줌마의 말에 어리둥절했다."최운석 씨한테 친형은 있지만, 큰 형이라는 사람이 참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어서 말이죠." 방금까지 웃고 있던 홍 아줌마의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래도 주제 파악은 할 줄 알아서 대표님이 돌아오신 후,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네요."이에 진아연은 대답하고서는 뭔가 떠올랐는지 말을 이었다. "어젯밤 마이크가 많이 마셨잖아요. 오늘 마이크한테 새해 인사하러 가면...""어차피 아이들은 집에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 라엘 아가씨는 밖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고 한이 도련님은 동생을 챙겨야 하잖아요. 그래도 이모님이 곁에 있으니까 밥은 챙길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홍 아줌마는 그녀가 걱정할까 봐 타일렀다."응.""그리고 내일은 세연 씨 집에 가서 인사할 거예요. 오늘 아침 라엘 아가씨가 세연 씨와 통화했었어요. 혹시 내일 아이들과 함께 가실 거예요?" 홍 아줌마의 질문에진아연은 머리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생각했다.솔직히 머리도 감을 수 없고 약까지 발라서 약 냄새가 심한 탓에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내일 얘기하죠!""네. 그런데 머리의 상처는 괜찮으세요?""괜찮아요.""아연 씨, 대표님도
"앞으로 이들과 관련된 일들은 피할 수 없으면 네가 나서서 해결해 줘." 박시준은 밤새 고민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김영아와 그 아이한테 애정을 쏟는 건 진아연과 세 아이한테 무정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사실 진아연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니 구제할 수 있지만만약 한이와 라엘이가 알게 되면 그를 미워할 게 뻔했다.물론 박시준은 아이들이 그를 미워하는 것보다 진아연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두려웠다.진아연은 그와 단 하루만 냉전을 벌였을 뿐인데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고통스러웠고 만약 그녀가 진짜 사라진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진아연은 그의 대답에 마음이 놓이는지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그가 새해 전날에 이런 결정을 내렸어도 진아연은 절대 화내지 않았을 것이고어제 이런 대답을 알려줬어도 계속 화내지는 않았을 것이다."결정한 거예요?" 진아연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그한테 물었다."결정했어." 박시준의 단호한 대답에진아연은 순간 짜증이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졌다.다만 이 모든 게 사실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고박시준이 자고 일어나면 후회할까 봐 두려웠다."일단 자요! 자고 다시 얘기해요.""내 대답을 아직 믿을 수 없는 거야?""믿을 수 없는 게 아니라 일단 자고 정신을 차리면 그때 얘기해요." 진아연은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닫았다. "오늘 별일도 없는데다 머리도 이런 상태라 집에 있을 거예요.""그럼 나랑 같이 자자." 박시준은 그녀와 함께 자고 싶었지만누워있기 싫은 진아연은 바로 거절했다. "잠을 너무 많이 자서 머리 아파요. 상처가 아니라 잠을 너무 많이 자서 그런 거예요. 일단 자고 있어요. 저는 잠깐 내려가 있을게요."아래층으로 내려간 진아연은시은이 방에서 짐 싸고 있는 홍 아줌마의 모습에 어리둥절했다."홍 아줌마, 뭐 하세요?"홍 아줌마는 그녀의 질문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시은 아가씨가 곧 위정 씨와 결혼하잖아요? 그래서 자주 쓰던 물
"아연 씨 말이 맞아요. 그래도 사모님께서는 자기만의 생각이 있었을 거예요. 대표님은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뛰어났어요.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다른 어린 친구들보다 똑똑하고 성숙했었죠. 사모님의 자랑일 뿐만 아니라 박준구 씨의 자랑이기도 했죠. 그때부터 집안 분위기도 많이 좋아졌어요. 다만 박준구 씨가 세상을 떠나고 대표님도 컸지만, 대표님이 과연 자기의 진짜 실체를 알게 됬다면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요? 당연히 받아들이기 힘들었겠죠. 사모님께서는 아마 힘들게 갖춰진 평화를 잃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사모님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홍 아줌마의 설명을 들은진아연도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박시준과 Y국에 있는 그의 아이를 갈라놓는 건 잔인한 일이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었다.이런 그녀가 무슨 자격으로 박 사모님의 무정함을 탓할 수 있다는 걸까?저녁, 이모님은 아이들과 함께 돌아왔고한이와 라엘이는 진아연에게 간식과 특산품을 사줬다."이 특산들은 지운 씨가 고향에서 가지고 온 거예요. 그리고 오늘 아침과 저녁도 지운 씨가 만들었어요. 요리 솜씨도 괜찮았지만, 플레이팅도 예술이었어요." 이모님은 진아연을 만나자 조지운에 대한 칭찬만 늘어놨다."원래부터 요리 솜씨가 훌륭했어요. 마이크는요?""마이크 씨는 지운 씨를 도와 요리했죠. 저희가 도착했을 때 지운 씨가 마중 나왔고 마이크 씨는 자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성 도련님이 넘어져 울음보를 터뜨리는 바람에 잠에서 깨게 된 거죠. 밥은 드셨어요?" 이모님은 일과를 알려주며 그녀한테 물었다."저는 먹었어요." 진아연은 계단 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직 자고 있어요.""왜 아직도 자고 있나요? 제가 가서 깨울까요? 지금 이대로 계속 자면 밤에 또 잠들지 못 하실 거예요." 이모님은 내심 박시준이 또 밤을 샐까 봐 걱정이었다."제가 가서 볼게요." 진아연은 저녁 먹기 전에 올라가 봤지만, 전혀 깰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깨우지 않았다.하지만 이제 밤이 되어가니 이대로 자게 놔둘 수는 없었다.그녀는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