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언제 네 앞에서 그런 얘기 했어?" 박시준은 자신이 한 얘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진아연과 다투었을 때 했던 말이었다.조지운은 박시준의 엄숙한 표정을 보고 자신의 입이 가벼웠다는 걸 인식했다.사적인 자리였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문제는 지금 테이블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 곳에서! 상사의 사생활을 이렇게 말해버리면 체면이 어떻게 된단 말인가?"제가 잘못 기억한 거 같아요... 대표님께선 그런 얘기 하신 적 없습니다." 조지운은 이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해 보려 방법을 모색했다.진아연은 조지운이 놀란 것을 보고 도와줬다: "시준 씨 그런 말 한적 있어요. 그것도 여러 번요."진아연이 나서서 도와주니 조지운은 더 이상 당황하지 않았다.사실 박시준은 화나지 않았다.그는 자신이 심각한 신체적이나 심리적 질병을 앓고 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항상 자신 곁에 있는 진아연이 아깝다고 생각했다."다들 그만 웃어, 누가 연애할 때 충동적인 행동이랑 충동적인 말 한번 안 해봤겠어." 성빈은 박시준의 존엄을 되찾아주려 했다. "솔직히 말하면 최은서가 시준이보다 자신감이 넘치는걸."자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 최은서는 성빈에게 대꾸하기 어려웠다.그래도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성빈에게 소심하게 복수했다.성빈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자신감 있는 건 좋은 일이죠." 진아연은 말을 이었다. "전 은서 좋은데요. 맹목적으로 자신감 있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그럴 자격 있어요."최은서는 쑥스러웠다: "제가 그럴 자격이 어딨어요. 겨우 성빈 오빠한테 대드는 정도죠, 자꾸 절 귀찮게 하니까요.""널 걱정하는 거지, 내가 언제 귀찮게 했어?" 성빈은 서운해하며 말했다."제가 언제 걱정해 달라고 했나요? 부모님이나 더 챙기세요! 오빠 나이도 있으니 부모님도 젊지 않으실 거 아니에요.""내 부모님은 가정부가 돌보고 있어.""자식은 자식이고 가정부는 가정부죠. 가정부가 자녀를 대신할 수 있다면 자식을 낳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최은서는 진지하게
진아연은 그의 뜻을 알아채고 바로 여소정에게 말했다: "오후에 안 와도 돼. 준기 씨 데리고 가서 쉬어. 준기 씨 술 깨면 얘기도 잘 나눠보고. 이렇게 냉전 계속 유지하면 너 뿐만 아니라 아기한테도 안 좋아. 방법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게 최선이야.""말이 쉽지 해결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야." 여소정은 거침없이 말했다. "시어머니가 죽지 않는 한."하준기가 뒤에서 심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여소정은 즉시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즉시 경호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참나! 취해도 자기 엄마 뭐라 하는 건 못 참네! 참 효자 납셨네!" 여소정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였다.진아연은 그녀가 늘 마음이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계속해서 타일렀다: "준기 씨가 만약 효자가 아니라면 네 마음에 안 들어 할걸. 분명히 해결 방법이 있을 테니 일단 돌아가서 진정해.""어딜 돌아가라고? 저 사람 집에는 절대 안 가!""준기 씨가 먼저 너를 찾아온 거잖아? 그럼 너네 집으로 가." 진아연이 말했다. "일단 둘 사이의 문제를 정확히 해결한 다음 너랑 시어머니 사이의 문제를 해결해.""알겠어, 저렇게 취해 있는데 내버려 둘 수도 없지." 여소정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말하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아연아, 그만 돌아가. 경호원 있으니까 나 괜찮아.""응, 집에 도착하면 알려줘.""알았어."여소정과 하준기가 엘리베이터에 들어간 후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혔다.여소정은 일초만에 얼굴이 바뀌고, 손을 뻗어 하준기의 팔을 힘주어 꼬집었다: "취했어?""아아! 아파! 그만 꼬집어!" 하준기는 아파서 찬 공기를 들이마셨다. "언제 알아챘어?""기껏해야 두 잔 마셨잖아... 두 잔에 취한다고? 다른 사람은 속여도 나는 못 속여." 여소정은 말하며 당황한 경호원에게 입을 열었다. "감사했어요!"경호원: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걸어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소정아, 계속 나 지켜보고 있었어?"
"응, 저번에 임신 정기검진 결과는 어땠어?" 하준기는 그녀를 부추기며 차에 태웠다.여소정: "아직 아기가 너무 작아서 아무것도 안 보여. 컬러 초음파 결과서 보니까 그냥 작은 점만 보였어.""의사 선생님은 뭐라고 하셨어?""의사 선생님께선 그냥 제때 검진받으래. 그리고 휴식을 취하면서 정서 안정에 주의하라고 하셨어." 여소정은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준기 씨, 혹시 성빈 씨가 이 아이디어를 알려주지 않았으면 계속 연락 안 하려고 했어?"하준기는 난감해하며 말했다: "방법 계속 생각하고 있었지. 좋은 방법이 생각나질 않는데 어떻게 감히 연락하겠어? 연락해도 당신 나한테 좋은 얘기 해줄 리가 없을 거고.""그렇긴 하지." 여소정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여보, 아기가 내 성을 따라도 정말 상관없어?""상관있지..." 하준기가 이렇게 말하자 여소정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그는 웃음을 참으며 계속 말했다. "내가 신경 쓰이는 건 당신이야.""나빠! 당신 방금 일부러 날 테스트한 거지!" 그녀는 그의 머리를 안고 그의 볼에 덥석 뽀뽀했다. "여보, 항상 나를 감싸줘서 고마워. 당신이 내게 잘해준 거 다 마음속으로 기억하고 있어. 다음에는 화가 나더라도 될수록 안 때릴게."하준기는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고마워 여보, 당신이 최고야."...연회장, 점심 식사가 끝난 후 한이는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라엘이는 오늘 한이의 껌딱지가 되어 같이 집에 따라가겠다고 했다.그래서 진아연은 아예 아이들 셋을 데리고 집으로 갔다.박시준은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연회장에 머물렀다."시준아, 한이 오늘 너랑 얘기했어?" 성빈이 물었다.박시준: "나랑 얘기하려고 했는 데 마침 전화가 걸려와서 얘기 못했어.""타이밍이 엇갈렸네. 하지만 더 이상 너를 원망하지 않으니 조만간 얘기할 거야." 성빈은 부러워하며 말했다. "예전에는 네가 부럽지 않았는데 아들이랑 딸이 다 이렇게 훌륭한 걸 보니 갑자기 부럽네.""너무 일찍 부러워하지 마. 날 미워하지 않는다고 한 적
박시준이 술잔을 받아 들고는 차분하게 말했다. "괜찮아. 내가 술을 마신 걸 아연이가 알게 되더라도,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거야."조지운이 그의 옆에 앉아 물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이세요.""오늘 아침에, 어떤 여자에게서 전화가 왔었어. 자기가 내 생모라더군." 박시준이 술 한 모금을 홀짝이고는, 기분이 가라앉은 이유를 꺼냈다. "최경규가 죽기 전에 그러더군. 내 생모는 무대 회장에서 술이나 따르는 술집 여자라고."조지운이 매우 놀라며 물었다. "그 여자가 왜 대표님께 연락한 거예요?""아직까지 최경규를 기억하고 있더군. 게다가 내 사진을 봤는데, 내가 자기가 젊었을 때와 많이 닮았다더군." 박시준이 술잔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열었다.통화를 마친 후, 그 여자는 그에게 자신이 젊었을 적의 사진을 보내왔다.사진 속의 여인은 수려한 이목구비에, 선명하고 아름다운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이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정말로 박시준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조지운이 깊게 심호흡한 뒤 물었다. "대표님, 그분이 대표님께 연락한 이유가 도대체 뭐랍니까? 돈이 필요하대요? 아니면 대표님과 만나고 싶답니까?""나에게 연락한 이유를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어. 다만 내가 자기 아들일지 모르니, 친자 확인 검사를 하고 싶다더군." 박시준이 또다시 술 한 모금을 홀짝였다. "그리고 난 그러겠다고 했어.""그러셨군요. 그 여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친자 확인 검사를 해보시는 게 좋겠어요. 사진을 보면 정말로 대표님과 이분이 조금 닮긴 했지만, 그래도 과학적인 증거가 필요하죠." 여기까지 말하고는, 조지운이 한 가지 중요한 문제를 떠올렸다. "그분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 무슨 일을 한대요?""물어보지 않았어. 최대한 빨리 귀국해서 나와 친자 확인 검사를 하러 가겠다고 하더군.""지금 해외에 있대요?" 조지운이 눈살을 찌푸렸다. "댄서가 어떻게 해외에 나가요?""보통 사람도 해외에 나가는 건 어렵지 않아. 해외에
진아연은 이 문제를 마음에 두지 않았다.생모에 대한 박시준의 태도가 어떠하던, 그녀는 그의 결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일 생각이었다.그가 그런 선택을 했을 때는, 분명 신중하게 고민한 후에 내린 결정임이 틀림없다고 믿기 때문이었다.연회장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여전히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최은서는 호텔에서 묵고 있었기 때문에, 연회장에 남아 휴대폰을 하고 있었다.그녀가 혼자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린 성빈이 그녀의 앞에 다가갔다."지금 나 기다리는 거야?"성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최은서가 곧바로 고개를 들고는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제가 뭣 하러 당신을 기다려요?""농담이야. 네가 인상 쓸 줄 알았어." 성빈이 혼자 즐거워하며 말했다."저를 화나게 하는 게 그렇게 즐거워요?" 최은서가 휴대폰을 집어넣고 의자에서 일어났다."진짜 화난 건 아니지? 정말 농담이었어!" 성빈이 그녀를 따라 걸으며 말했다. "어디서 지내? 내가 데려다줄게.""됐어요. 이 호텔에서 지내는데요, 뭘.""아, 그래서 서두르지 않은 거였구나." 성빈이 그녀를 따라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돌아온 지 얼마나 됐어? B국에는 언제 돌아갈 거야? 그 큰 오빠라는 사람이 당신이 B국에 있는 걸 알고서 찾아오지는 않았고?""궁금한 게 뭐가 그렇게 많아요?" 최은서가 곁눈질로 그를 흘끗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밥 많이 먹고 배가 부르니 괜히 쓸데없는 소리 하는 거예요?""당신이 며칠 더 머물렀으면 하는 마음에 하는 말이지." 성빈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리고 당신을 유산시킨 사람이 당신 앞에서 직접 사과했으면 해서...""됐어요! 정말로 그럴 필요 없어요! 어차피 처음부터 원했던 아이도 아니었던걸요. 오히려 그 여자가 저를 도와준 셈이에요. 그 덕에 저도 제 일에 전념할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오히려 그 여자한테 고마운 마음이에요." 최은서는 전혀 지난 일에 연연해하지 않았다.그녀가 유산했을 때, 아이가 이제 막 생겨난 상태였기 때문에, 그녀와 아이 모두 피해
두 사람은 차례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최은서가 가방에서 카드 키를 꺼냈고, 성빈은 그런 그녀의 뒤를 천천히 따라왔다."은서야, 난 너의 성격이 정말 좋아...""아, 제가 한이의 고모가 아니었을 땐 저를 그렇게 못마땅해하고 무시하더니, 이제 한이의 고모가 되고 나니 제 성격이 좋아졌어요?"성빈: "..."최은서가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계속 제 원망을 듣고 있어도 상관없다면 들어와요." 그녀가 방 안에 서서 도발적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성빈은 몇 초 동안 망설이더니, 이내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쾅' 소리와 함께 최은서가 방문을 닫았다."내가 무섭지 않아?"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성빈이 웃으며 말했다."무서울 게 뭐 있어요?" 최은서가 가방을 소파에 내려놓고는, 작은 냉장고 안에서 물 한 병을 꺼내 열며 말했다. "우리가 정말로 싸우기라도 하면, 당신은 내 상대가 안 될걸요."성빈은 어쩐지 굴욕적이었다.그가 그녀와 띠동갑이긴 하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었다.최은서가 혼란스러워하는 그를 보고는 물 한 모금을 마신 후, 가방에서 냉큼 호신용 스프레이를 꺼내 들었다."이 스프레이, 얼마나 효과가 좋은지 알아요?" 최은서가 호신용 스프레이를 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B국에 있을 때, 어떤 늙은 변태가 제 엉덩이를 만지길래, 이 스프레이를 꺼내서 얼굴에 뿌려버렸어요. 그랬더니 곧바로 바닥에 주저앉아서는 이리저리 구르면서 대성통곡을 하더라고요."성빈은 표정이 급격하게 변하며, 뻣뻣하게 굳은 채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하하하하! 놀란 것 좀 봐. 허튼짓하지 않으면, 저도 이 스프레이를 쓰는 일 없을 거예요." 그녀가 스프레이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는 침대 옆에 앉아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제 성격 말고, 또 찾아낸 제 장점 있어요? 아니면 저의 어떤 점이 좋은 거예요?" 최은서는 이 어르신한테서 자신감을 되찾고 싶었다.성빈은 지금 그녀가 자신을 외로울 때 찾는 심심풀이 장난감 정도로 대하고 있다는 게 느
그가 휴대폰을 집어 들자, 어제 그 번호가 보였다.그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전화를 받았다."시준아, 나 벌써 A국에 도착했는데, 언제 시간 되니? 우리 만나자꾸나!" 전화기 너머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어디세요?" 박시준이 시간을 확인했다.오전 10시였다."호텔이야. 점심에 같이 식사 어떠니?" 여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냥 바로 감정센터에서 만나죠." 박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위치를 보내 드리겠습니다."전화기 너머의 여성은 2초간 침묵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알았어."그녀는 '알았다'라는 말 외에, 다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마치 그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렵기라도 한 것처럼.전화를 끊은 후, 박시준은 감정센터의 위치를 전송한 뒤, 몸을 일으켜 서재에서 나와 외출 준비를 했다.그가 외출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이모님이 물었다. "대표님, 어디 가세요? 아연 씨가 집에서 쉬고 계시라고 하지 않았던가요?""이따가 제가 얘기할게요." 박시준이 신발장 앞에서 신발을 갈아 신으며 대답했다. "이따 가족들을 만나러 갈 겁니다.""네, 알았어요."박시준이 나간 후, 이모님은 곧바로 진아연에게 전화를 걸어 그가 외출했음을 알렸다.이모님의 마음속에 진아연은 이 집의 여주인이므로,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그녀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네, 그렇군요. 아직 연락 없었어요. 점심에 연락이 올지 기다려 보죠." 진아연은 옷 가게에서 두 아이가 옷을 입어보는 것을 보고 있었다."응."통화를 마친 후, 진아연은 두 아이가 있는 쪽을 향해 사진을 찍은 뒤, 박시준에게 보냈다.그녀는 박시준이 외출한 이유를 바로 그녀에게 이야기할지 알고 싶었다.사진을 보낸 다음 그녀는 두 아이에게 다가갔다."엄마, 누구랑 전화했어요?" 라엘이 물었다."이모님한테서 온 전화였어. 아빠가 외출하셨대." 진아연이 사실대로 말했다."아빠는 왜 외출하신 거래요? 엄마가 집에서 쉬라고 했잖아요! 아
그의 마음속에 강렬한 예감이 차올랐다. 어쩌면 이 여자가 정말로 자신의 생모일지도 모른다는 강렬한 예감이.만약 그게 아니라면, 그와 함께 친자 확인 검사를 하겠다며 감정센터에 나타나지도 못했을 것이다.여자가 빠르게 로비 안으로 들어왔다.박시준을 보자마자 그녀는 곧바로 그에게 다가갔다. "안녕, 시준아. 난... 하수연이라고 한단다. 최경규한테서 얘기를 들었을지 모르겠구나."박시준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정확하게 말했다. "아니요. 들은 적 없습니다."최경규는 수많은 여인과 놀아나며 수많은 사생아를 낳았다.그런 그가 그 많은 여자들의 이름을 어떻게 다 기억할 수 있겠는가.그가 최운철과 최은서를 키운 것이 오히려 그에게는 큰 자비를 베푼 셈이나 마찬가지였다."그럴 만도 하지, 그 사람한테는 여자가 정말 많았으니까. 기억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야." 하수연이 자조적으로 말했다. "그 사람이 밉지? 그가 사형을 선고받았을 때 그를 돕기 위해 나서지 않더구나. 네 능력이면 충분히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하수연의 질문에 박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해외에서 지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하수연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하수연이 안절부절못하며, 떨리는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나, 나는... 네가 내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후부터 그 사람의 상황을 알아보고 있었단다...""우선 검사부터 하러 가죠!" 박시준이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하수연은 이목구비가 아주 아름다웠다. 젊었을 때 분명 굉장한 미인이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현재 몇 살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얼굴의 주름은 약간 깊었고, 명품 옷을 입고 명품 가방을 들었지만, 어딘가 아파 보였다.일반적으로, 부유한 여성들은 자기 관리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하수연은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있기는 했지만, 얼굴에는 관리받은 흔적이 전혀 없었다.하수연은 박시준의 뒤를 따라 검사 샘플을 받으러 갔다.샘플 채취는 금방 끝났다. 직원이 그들에게 결과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