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천으로 덮인 시신이 두 구가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무릎을 꿇은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있었다.박시준의 시선 역시 두 구의 시체에 떨어졌다.하나는 김성우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집사일 것이다.김형문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자욱한 담배 연기로 그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김영아는 쪼그리고 앉아 현장을 바라보다 김성우 곁으로 다가가 절규했다. "큰 오빠... 큰 오빠, 죽지 마! 제발 죽지 마! 아빠랑 나는 어떻게 해?!"김영아의 슬픔이 모두에게 전달되었다.그녀는 비록 박시준의 아내였지만, 큰 오빠와의 20년을 같이 자라온 세월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비록 자신의 큰 오빠가 그녀에게 상처를 입혔지만 그녀는 자신의 큰 오빠가 박시준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박시준은 김형문의 곁에 다가갔고 그가 말을 하기도 전에 김형문은 그에게 자료 하나를 건넸다."봐." 김형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담배 연기를 뿜으며 말했다.박시준은 건네받은 자료에서 한이의 얼굴이 보였다.한이가 Y국에 올 때 사용했던 가짜 신분 정보. 다른 정보는 다 거짓이었지만 프로필 사진은 한이였다."이 아이... 네 아들과 많이 닮지 않았나?" 김형문은 그가 침묵하는 것을 보고 비웃었다. "소문에 네 아들 아주 대단하던데. 서대 영재반 1등?""제 아들과는 관련 없습니다." 박시준은 자료를 내려놓고 말했다. "고작 10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아니! 10살이지만 아주 똑똑하지!" 김형문은 김성우의 휴대폰을 가져와 전원을 켰다. 그리고 기존에 있던 카운트다운 화면은 사라지고 화면에는 한 문구가 써져있었다ㅡ Game Over.게임... 끝!한이의 게임이 끝났다.하지만 김형문의 게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내가 늙긴 했지만... 아직 정정하지!" 김형문의 눈빛은 메말랐지만 목소리는 아주 강인함이 느껴졌다. "영아와 함께 왔다니... 네 아들이 걱정되지 않나 보군?"박시준은 두려웠다!그가 가장 두려워했던 일이 일어났다."자.
별장에서는 한이가 짐을 싸고 있었다.책가방을 들고 의자에 앉아 떠날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오늘 내로 박시준이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박시준의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짐은 다 챙겼어?""네. 오래전에 다 챙겼어요." 한이는 의자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이제 가는 거예요?""응." 박시준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오늘은... 너 먼저 가.""엄마는요?" 한이가 발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엄마도 같이 돌아가겠다고 말했어요!""그건 좀 어려울 거 같아." 박시준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한이야, 먼저 가. 그 뒤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볼게."한이는 그의 차분한 표정을 보며 단번에 이유를 짐작했다."설마... 제가 김성우 씨를 죽였다고 해서 그러는 건가요?"박시준은 고개를 저었다. "만약 내가 너였어도 똑같이 했을 거야. 그러니까 걱정 마.""하지만 엄마가 지금 떠날 수 없잖아요..." 한이는 불안했다."아니. 어떡해서든 보낼 거야." 박시준은 그의 팔을 붙잡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돌아간 뒤에는 절대로 이곳에 오지 마. 같이 나가면 위험하니까. 한이, 너부터 보내는 거야."한이는 고개를 숙였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박시준은 자신의 행동에 비난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고, 박시준의 말에서 확실한 것은.그는 오늘 밤 이곳을 떠날 것이고, 박시준, 그의 아버지가 그를 구해냈다는 것을.어머니의 원수를 갚을 수 있던 점은 통쾌했지만 이런 식으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엄마를 부탁해요..." 한이는 차에 올라타기 전에 박시준에게 말했다.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다시는 아버지를 보지 않을 거예요."박시준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응... 최선을 다할게."그리고 처음으로 한이가 그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그는 복잡한 심정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는 혹시라도 생길 상황에 대비해 바로 차 문을 닫았다.산이 형님은 별장 밖에서 기다리고
진아연은 식욕이 없었지만 긴 싸움을 위해 견뎌내야 했다. "샌드위치랑 우유 부탁해요.""아니, 매일 그거 먹고 괜찮으세요?" 경호원은 투덜거렸다."부탁할게요."전화 통화를 마친 뒤, 진아연은 씻으러 화장실로 향했다.경호원이 그녀에게 아침 식사를 가져왔을 때,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그리고 경호원과 함께 정서훈이 같이 왔다."문 닫아줘." 진아연이 말했다.정서훈은 문을 닫고 어젯밤에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문제가 좀 심각해. 아니면 둘이 먼저 돌아가는 게 좋을 거 같아!" 진아연은 아침 식사를 먹으며 말했다. "너희들한테까지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경호원과 정서훈은 서로를 바라보다 경호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런 순간에 혼자 여길 두고 가면 그게 남자입니까?"정서훈: "내가 널 수술해 주기로 했으니 떠나도 같이 떠나."진아연은 그들의 대답을 듣고 감동했다. "박시준 씨한테 연락했는데 아직 답이 없어. 지금쯤 아마 장례식으로 김형문의 집안은 난리가 났겠지. 그러니깐 이틈을 타 빨리 가!"경호원은 소파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대표님께서 위험한데 제가 어딜 갑니까? 김형문 씨의 마지막 아들이 죽었습니다. 딸은 박시준 대표님과 결혼하셨고요. 그럼 지금 김형문의 집안은... 모두 박시준 대표님의..."정서훈은 팔꿈치로 경호원의 옆구리를 쳤고, 경호원은 말을 멈췄다."박시준 씨가 여기 남아... 김영아 씨와 살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진아연은 입맛이 다 떨어졌다.경호원은 바로 말했다. "아, 물론 그런 뜻은 아닙니다. 제가... 걱정이 많아서 그런 겁니다... 박시준 대표님께서 아직 김형문의 집안에 남아계시니깐... 그냥 전 걱정 돼서.""절 기억도 못 하잖아요!""하지만 아이들의 친엄마라는 건 알죠!"정서훈은 두 사람을 흘끗 쳐다보다 말했다. "자자, 다들 그만 싸우고. 싸워서 해결될 일이 아니야."진아연은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었다.경호원이 매일 아침으로 샌드위치를 먹는다고 불평했지만 그래도 매일같이 사다 주
박시준은 죽을 때까지 Y국에 머무는 조건과 동시에 해당 조건을 달았다. 박시준은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김형문은 교활하면서 자기방어에 아주 뛰어난 사람이었다.박시준의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족으로 들이는 것 이외에도 이곳에 뿌리를 두게 만들 속셈이었다.뿌리. 가문의 후손을 만드는 것.박시준은 Y국에 아이를 낳는다면 그는 A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김성우 장례식을 끝내고 이야기하자." 넷째 형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튼 네 아들...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해냈어. 정말 대단해!""김성우, 자신이 자초한 일이야." 박시준은 재떨이에 담배를 떨구며 말했다. "그가 진아연을 괴롭히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거야.""아무튼 네 아들 진짜 대단하다. 우리 애는 5살이나 많으면서 맨날 하루 종일 게임만 해. 볼 때마다 머리가 다 아프다. 비결이 뭐야?"화제는 갑자기 아이들의 교육 문제로 전환되었다."한이는 알아서 자랐어." 박시준은 지성이의 탄생 순간에만 함께 했다.지성이의 1살 생일까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네, 다섯 살 때부터 왔다고 하지 않았어?""계속 진아연과 함께 했어. 내가 관리하지 않았지." 박시준은 말했다. "마이크가 키웠다고 볼 수 있지.""쯧, 그런 거는 다 기억하면서!""진아연 빼고는 다 기억나." 박시준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으며 말했다. "김형문이 말하는 것처럼 진아연은 그렇게 나쁜 여자는 아닌 거 같아.""푸하하! 만약 진아연이 나쁜 여자였다면 네가 쌍둥이에 셋째까지 갖지 않았겠지!" 둘째 형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너무 진아연을 고생시킨 건 확실하지. 여자의 몸으로 그런 큰 사업을 맡았으니!""맞아." 박시준은 Y국에 왔을 때,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다.순간의 충동은 마음을 편하게 만들지는 몰라도 하지만 삶은 변하지 않았다.절대 권력과 부를 장악해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는 것과 말이다.오후, 진아연은 정
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아연아, 기회가 있다면 돌아가고 싶어?" 그는 살짝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진아연 역시 그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들 여기가 위험하다고 할 때,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근데 지금 보니 죽음이 가장 무서운 거 같아. 그냥 내 목숨만 건다면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까지 연루시킬 수 없으니까."그녀가 정서훈과 경호원을 이곳으로 불렀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여기서 데리고 나가고 싶었다.만약 떠날 기회가 다시 있다면 더 이상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네 목숨을 함부로 걸어서는 안돼." 정서훈은 말했다. "분명 같이 나갈 방법이 있을 거야.""응."오늘은 평소보다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햇살은 좋지만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엄숙함이 느껴졌다."누가 절 몰래 따라오고 있다는 거예요?"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그들의 뒤에서 따르던 경호원은 차분하게 말했다. "대표님, 김형문 씨가 통제하고 싶다면 그냥 공항을 막았겠죠! Y국을 떠나시려면 공항밖에 없으니까요!"경호원의 말을 듣고 진아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저녁, 방으로 돌아온 정서훈은 휴대폰을 켜서 김영아의 번호를 찾았다.그리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전화를 걸었다.김영아는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를 하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마침 김영아는 침실에서 쉬고 있었다.새벽 3시부터 점심때까지 기다렸고, 그렇게 버티다 잠을 참을 수 없어 쉬기로 했다.정서훈에게 걸려온 전화에 그녀는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전화를 받은 뒤, 관자놀이를 문질렀다."김영아 씨, 정서훈입니다. 오늘 가족분의 소식을 듣고 이렇게 연락드렸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정서훈은 조심스럽게 말했다."제게 전화를 한 이유는 뭔가요?" 김영아는 목이 많이 쉰 상태였다."진아연과 이곳에서 나가고 싶은데, 도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정서훈이 말했다.김영아는 차갑게 말했다. "제가 그렇게 떠나달라고 간청했을 때는 가지 않더니... 큰 오빠가 그렇게
정서훈이 그녀게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는 그녀가 아기를 정말 낳을 생각을 가질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그 생각은 정말 위험했다.왜냐하면 이 아이는 태어나기에는 너무 위험했다.아이를 낳으려면 뇌 수술을 9개월 뒤로 미뤄야 했다. 그녀의 뇌에 있는 종양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판단할 수 없었다.혹은... 9개월조차 전혀 버텨내지 못할 수도 있었다.물론 운이 좋다면 9개월 뒤, 출산을 한 다음 수술이 가능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수술의 성공에 대해서는 확답을 할 수 없었다.그는 진아연이 혹여나 이 가능성에 도전을 할까 봐 두려웠다.그녀가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한다면 두 가지의 가능성밖에 없었다.첫 번째, 아이를 출산한 뒤 그녀의 삶이 끝나는 것. 두 번째, 두 사람의 삶이 끝나는 것.그래서 그녀의 삶을 위해서라도 이 소식을 말할 수 없었다.지난 이틀 동안 그는 혼자 뱃속의 아이를 어떻게 유산시켜야 할지 방법을 고민했다.하지만 결국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알다시피 진아연은 보통 여자가 아니다. 천재 의사라는 말을 듣는 그녀를 속이긴 쉽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진아연은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방법을 강구할 시간은 아직 충분했다.그때, 진아연은 한이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한이는 돌아간 뒤, 시차로 인해 바로 전화를 걸지는 못했다.그녀는 한이가 이런 일을 벌인 것에는 그녀 자신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 확실해 비난할 수 없었다.김성우가 그날 밤 그녀를 납치해 치욕스러운 짓을 하지 않았다면 한이가 김성우를 살해하지 않았을 것이다."B국에 가는 게 맞아. 아빠 엄마 일로 네 공부에 영향이 가선 안 돼." 그녀는 엄숙하게 말했다. "엄마도 곧 Y국에서 나갈 거야. 그러니깐 걱정 마.""최은서 씨랑 같이 B국에 갈게요." 한이는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왜?"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B국으로 데려가려고 하는 거야?""최은서 씨가 A국에 남아 있어봤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요." 한이가 말했다. "성빈 삼촌도 전혀 신경
"엄마, 그나저나 라엘이가 많이 화났어요." 한이가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저랑 엄마랑 같이 돌아올 거라 생각했었는데, 저 혼자만 돌아와서 저랑 말도 안 해요."진아연은 괴로워하며 말했다. "영상 통화하자!""안 받을 거예요." 한이가 말했다."그럼 엄마가 내일 전화할게." 그리고 진아연은 경고했다. "여기에 있던 일은 라엘이한테 말하면 안 돼. 알았지?""네." 한이 역시 똑같이 생각했다. "엄마, 박시준 씨가 저를 Y국에서 내보낸 이유로 엄청 맞았다고 들었어요."진아연은 정신이 아득해졌다."저번에 옷에 발자국이 찍혀 있었어요. 아마... 김형문 씨한테 맞은 거 같았어요." 한이가 계속 말했다. "... 제 목을 조를 때도 그렇게 밉지 않았는데."진아연은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아버지와 아들이 마침내 사이가 좋아진 것을 기뻐해야 할지, 박시준의 현재 상황을 그저 안타깝게 여겨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엄마, 언제 돌아와요? 아직 아무 말 없었어요?" 한이는 엄마가 아무 말이 없는 것에 자신이 계속해서 물었다."모르겠어. 김성우 장례식이 내일모레라고 하더구나.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는 아마 쉽게 움직이지 못할 거야." 진아연은 가벼운 주제로 화제를 전환하고자 했다. "한이가 은서 이모랑 B국에 도착한 다음에 엄마한테 바로 말해줘. 은서 이모의 큰 오빠도 B국에 있으니깐. 엄마는 그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알겠어요." 한이는 최운철에게 아무 관심이 없었다.시간이 빠르게 흘러 드디어 김성우의 장례식 날이 왔다.김형문의 집안은 Y국에서 아주 유명한 가문이라 김성우의 장례식 모습이 TV 뉴스에 생중계되었다.날씨가 유달리 우울하면서도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진아연은 호텔에서 장례식을 볼 수 있었지만 직접 가기로 결정했다.만에 하나 박시준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그녀는 한이를 이곳에서 내보내기 위해 어떠한 대가를 치렀는지 알고 싶었다.김형문의 성격대로라면 그를 정말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걱정이 됐다.
"마음이 아프세요?" 배태준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맞은 게 뭐 어때서요? 칼에 찔린 것도 총을 맞은 것도 아닌데."진아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산이 오빠... 시준 씨는 다른 사람이랑 다르잖아요. 시준 씨가 A국에서 어떤 신분이었는지..."배태준은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여긴 Y국이죠. 과거는 과거일 뿐. A국에서 얼마나 대단했건 지금은 아니잖아요."진아연은 더욱더 표정이 굳어졌다. "A국으로 돌아갈 거예요. 이곳의 일을 마무리한 다음에 말이에요.""그가 그렇게 말했어요?""네, 며칠 전에 말했어요!""김성우가 죽기 전... 맞죠?" 배태준이 차갑게 웃었다. "김성우가 죽던 날 밤, 김형문에게는 Y국을 절대로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어요."진아연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눈앞이 깜깜해졌다."왜요? 못 참겠습니까?" 배태준은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 의도는 없었다.게다가 이 일은 그녀도 조만간 알게 될 사실이었다.지금 그가 그녀에게 미리 말하는 것이 박시준의 입으로 직접 듣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흠, 또 하나 안 좋은 소식이 있긴 한데요. 말해드릴까요?" 배태준은 티슈를 꺼내 그녀의 손에 쥐여줬다. "울 거면 빨리 울어요. 차에서 내릴 때 그나마 괜찮아 보이게."배태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진아연의 두 눈에서는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대체... 더 안 좋은 소식이라는 게 뭐죠? 말해주세요!" 그녀는 티슈로 눈물을 닦으며 그를 바라보았다.배태준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다.말하고 싶지 않았다.말한다면 진아연을 벼랑 끝으로 내몬 사람이 되는 게 아니겠는가?"음... 박시준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어때요? 오늘 장례가 끝난 뒤, 시간이 있을 테니.""그냥 말해주세요." 그녀는 눈물 젖은 티슈를 꽉 쥐며 확고하게 말했다. "걱정 말아요. 마음의 준비는 끝났으니.""음... 그럼 당신도 알겠지만. 이곳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영아 씨와의 아이를 낳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은데." 배태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