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나저나 라엘이가 많이 화났어요." 한이가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저랑 엄마랑 같이 돌아올 거라 생각했었는데, 저 혼자만 돌아와서 저랑 말도 안 해요."진아연은 괴로워하며 말했다. "영상 통화하자!""안 받을 거예요." 한이가 말했다."그럼 엄마가 내일 전화할게." 그리고 진아연은 경고했다. "여기에 있던 일은 라엘이한테 말하면 안 돼. 알았지?""네." 한이 역시 똑같이 생각했다. "엄마, 박시준 씨가 저를 Y국에서 내보낸 이유로 엄청 맞았다고 들었어요."진아연은 정신이 아득해졌다."저번에 옷에 발자국이 찍혀 있었어요. 아마... 김형문 씨한테 맞은 거 같았어요." 한이가 계속 말했다. "... 제 목을 조를 때도 그렇게 밉지 않았는데."진아연은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아버지와 아들이 마침내 사이가 좋아진 것을 기뻐해야 할지, 박시준의 현재 상황을 그저 안타깝게 여겨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엄마, 언제 돌아와요? 아직 아무 말 없었어요?" 한이는 엄마가 아무 말이 없는 것에 자신이 계속해서 물었다."모르겠어. 김성우 장례식이 내일모레라고 하더구나.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는 아마 쉽게 움직이지 못할 거야." 진아연은 가벼운 주제로 화제를 전환하고자 했다. "한이가 은서 이모랑 B국에 도착한 다음에 엄마한테 바로 말해줘. 은서 이모의 큰 오빠도 B국에 있으니깐. 엄마는 그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알겠어요." 한이는 최운철에게 아무 관심이 없었다.시간이 빠르게 흘러 드디어 김성우의 장례식 날이 왔다.김형문의 집안은 Y국에서 아주 유명한 가문이라 김성우의 장례식 모습이 TV 뉴스에 생중계되었다.날씨가 유달리 우울하면서도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진아연은 호텔에서 장례식을 볼 수 있었지만 직접 가기로 결정했다.만에 하나 박시준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그녀는 한이를 이곳에서 내보내기 위해 어떠한 대가를 치렀는지 알고 싶었다.김형문의 성격대로라면 그를 정말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걱정이 됐다.
"마음이 아프세요?" 배태준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맞은 게 뭐 어때서요? 칼에 찔린 것도 총을 맞은 것도 아닌데."진아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산이 오빠... 시준 씨는 다른 사람이랑 다르잖아요. 시준 씨가 A국에서 어떤 신분이었는지..."배태준은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여긴 Y국이죠. 과거는 과거일 뿐. A국에서 얼마나 대단했건 지금은 아니잖아요."진아연은 더욱더 표정이 굳어졌다. "A국으로 돌아갈 거예요. 이곳의 일을 마무리한 다음에 말이에요.""그가 그렇게 말했어요?""네, 며칠 전에 말했어요!""김성우가 죽기 전... 맞죠?" 배태준이 차갑게 웃었다. "김성우가 죽던 날 밤, 김형문에게는 Y국을 절대로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어요."진아연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눈앞이 깜깜해졌다."왜요? 못 참겠습니까?" 배태준은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 의도는 없었다.게다가 이 일은 그녀도 조만간 알게 될 사실이었다.지금 그가 그녀에게 미리 말하는 것이 박시준의 입으로 직접 듣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흠, 또 하나 안 좋은 소식이 있긴 한데요. 말해드릴까요?" 배태준은 티슈를 꺼내 그녀의 손에 쥐여줬다. "울 거면 빨리 울어요. 차에서 내릴 때 그나마 괜찮아 보이게."배태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진아연의 두 눈에서는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대체... 더 안 좋은 소식이라는 게 뭐죠? 말해주세요!" 그녀는 티슈로 눈물을 닦으며 그를 바라보았다.배태준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다.말하고 싶지 않았다.말한다면 진아연을 벼랑 끝으로 내몬 사람이 되는 게 아니겠는가?"음... 박시준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어때요? 오늘 장례가 끝난 뒤, 시간이 있을 테니.""그냥 말해주세요." 그녀는 눈물 젖은 티슈를 꽉 쥐며 확고하게 말했다. "걱정 말아요. 마음의 준비는 끝났으니.""음... 그럼 당신도 알겠지만. 이곳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영아 씨와의 아이를 낳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은데." 배태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
그녀가 이곳을 떠나는 순간 김형문은 그녀를 다시는 이곳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막을 것이다.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김형문의 집안사람들은 관을 들고나왔다.그리고 박시준의 모습도 같이 보였다.이제 그는 정말 김형문의 집안사람이 된 것처럼 보였다.그렇지 않으면 김형문이 김성우의 상주 역할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그리고 수많은 인파 속에서 관이 차에 실렸다.그리고 그의 가족들이 탄 고급 세단들이 뒤를 따랐고,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그녀는 우산을 든 채로 인파 속에서 조용히 떠났다.그녀는 택시도 타지 않고 천천히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다.경호원과 정서훈은 호텔 1층 로비에서를 차를 마시다 진아연의 모습을 보고 놀라 뛰쳐나왔다.두 사람은 진아연이 호텔 방에서 쉬고 있다고 생각했다."대표님!" 경호원이 큰 소리로 그녀를 불렀다.그녀는 잠시 멈칫했지만 그들을 무시한 채, 그대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정서훈은 분명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을 직감하고 그녀를 붙잡았다."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얼빠져 있어? 너 설마... 김성우 장례식에 간 거 아니지?"그리고 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아... 내가 왜 여기에 있지?""나갈 때, 왜 우리한테 말하지 않았어?" 정서훈은 그녀를 끌고 와 로비 소파에 앉혔다. "잘못되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어?""오늘 아무도 내게 관심 없었어." 그녀가 정신을 차릴 때마다 마음은 점점 식어갔다. "한이를 여기서 내보내기 위해 박시준 씨가 김형문의 조건에 동의했어. 김영아의 아이를 가지는 걸로. 이곳에 영원히 남기로."정서훈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침착했다.경호원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제길! 그럼 저희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대체 김형문 씨는 저희를 왜 보내지 않는 거죠?!""아마 박시준 씨가 김아연에게 관심을 보여서 그런 게 아닐까요?" 정서훈은 말했다. "김형문에게는 일종의 김아연이 박시준을 통제시킬 수 있는 퀸이라고 생각하겠죠."경호원: "오, 김형문 씨의 생각을 꿰뚫어
김영아는 Y국에 박시준을 보기 위해 찾아온 진아연의 행동에서 박시준의 좋아하는 유형을 짐작할 수 있었다.그녀 자신은 비교적 수동적인 여자였다.그래서 오늘 밤 그녀는 자신이 먼저 주동적으로 나갈 생각이었다.하지만 예기지 찮게 박시준이 그녀의 손을 막았다."영아, 너한테 한 가지 말하는 걸 잊었어." 그는 재빨리 잠옷을 입었다. "그쪽에 문제가 좀 있어."김영아는 멈칫했다.그녀는 잘못 들은 거라 생각하다 인상을 찌푸렸다.사실 예전에도 유모와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유모가 말하기를 진아연이 세 아이나 가졌기 때문에 절대 그쪽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녀는 당황해하며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럼... 예전에는...""예전에는 아무 문제 없었어. 남자가 서른 되면 체력이 예전 같지 않거든." 그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문제를 말했다. "좀 심각해. 사실 이렇게까지 내가 직접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부탁할게. 이 일에 대해서는 비밀로 했으면 좋겠어. 다른 남자랑 아이를 가져도 돼. 난 상관없어."김영아: "..."그녀는 잠시 얼어붙었고, 그러다 고개를 내저었다."직접 찾는 게 그렇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 박시준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음, 경호원은 어때? 게다가 네 아버지 사람이고, 똑똑하고. 그에게 부탁한다면 소문날 문제도 없고 말이야."김영아는 기절할 뻔했다.얼굴이 점점 창백해지더니 마지못해 말했다. "그럼 진아연 씨랑은 대체 어떻게...? 왜 저랑은 안 된다는 거죠?""누가 그래. 내가 그녀와 관계를 맺었다고?" 박시준은 차갑게 반박했다. "네가 봤어?"김영아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천천히 내저었다. "직접 보지 못했지만... 항상 당신이 정상이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진아연 씨와... 세 아이를 가졌으니깐요...""다 옛날 일이야. 정말 내가 평범한 남자였다면, 지금 이런 미인을 보고 몸이 틀림없이 반응할 텐데." 그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녀의 여린 뺨을 쓰다듬었다.그녀는 그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미동 없이 계속 이런 상태였다.그녀는 마음속으로 계속 자문했다. 정말로 막다른 길에 도착한 것일까? 앞으로 그녀에게는 절망밖에 남지 않은 것일까?그녀의 물음에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지금 상황에서는 자기 스스로를 지킬 수 없을뿐더러 박시준의 사랑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박시준이 기억을 되찾은 뒤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그녀 자신이라고 말해도 전혀 도움 되지 않았다!삶과 죽음 앞에서 모든 것들이 다 부질없어 보였다.새벽 2시가 돼서야 불을 끄고 애써 잠을 청하려는 그녀의 핸드폰 화면이 빛났다.박시준에게서 온 메시지라는 것을 안 그녀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그는 그저께 그녀가 보낸 메시지에 "잠시 기다려." 라고 답장을 보냈다.그녀는 메시지를 10분 동안 가만히 쳐다보았다.그의 메시지에 답장을 해야 할지 망설였고, 1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그리고 그녀가 그에게 다음 계획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기로 결심할 때는 이미 30분이라는 시간이 지나있었다.새벽 3시인데 자고 있지 않을까?지금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건 너무 늦은 게 아닐까.너무 늦었다.그녀가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했다면 그가 Y국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Y국에 오지 않았다면 김형문 밑에서 그가 있지 않아도 되었다.또... 그녀가 처음부터 그의 말을 들었더라면. 일찍 Y국을 떠났더라면, 한이가 김성우를 죽일 계획을 세우지 않았을 것이고 박시준 역시 이곳에 붙잡혀 남은 여생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잘못된 시작으로 모든 것을 망쳤다.그리고 그녀는 머리가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다. 거친 숨을 내쉬며 그녀는 서랍을 열고 진통제를 찾아서 약을 먹었다.박시준은 그녀에게 기다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아마 그녀는 이곳에서 먼저 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었다.박시준은 A국에 돌아갈 수도 없을 것이고, 그녀는 살아서 세 아이들을 키워야 할 것이다.
여자가 남성 비뇨기과에 혼자 오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김영아는 옆에 있던 경호원에게 눈짓하자 경호원은 물러났다."그러는 당신은 왜 병원에 오셨죠?" 김영아는 정서훈에게 반문했다. "혹시 그쪽도 남성 비뇨기과에?"정서훈은 당황해하며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니요, 전 그냥 당신이 보이길래 온 것입니다.""저를 미행하셨나요?" 김영아는 눈살을 찌푸렸다."아,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오늘 병원에 일이 좀 있어서 온 겁니다. 제가 저번에 말씀드렸을 텐데요. 진아연과 같은 학교였다고요. 저도 의사입니다! 여기 유 부원장님과 저녁 약속이 있어서 온 겁니다!"그의 말을 듣자 김영아는 경계심을 풀었다."제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좀 상담할 게 있어서 온 거예요." 김영아는 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미 자신의 곁에 없던 박시준을 생각했다.유모는 그가 아침 일찍 집에서 나갔다고 말했다.그가 어디를 갔는지, 언제 돌아올지는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김영아는 눈을 뜨마자다 괴로워 바로 남성 비뇨기과를 찾았다. 그래서 그가 말한 문제와 치료 방법에 대해서 물었다.그녀는 매우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았다. 왜냐하면 그녀의 가족들은 모두 엄격했으며 박시준과 결혼하기 전에도 이성과의 어떠한 접촉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녀 역시 강요받지 않았다면 남성 비뇨기과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근데 남성 비뇨기과에는 무슨 일로?" 정서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환자가 많은데 아니면 제가 상담을 해드릴까요?"김영아는 남성 비뇨기과 안내판을 흘끗 바라보며 물었다.그녀 신분으로는 굳이 줄을 설 필요가 없었다.그저 밖에 줄을 서있는 남성 환자가 너무 많아서 당황했을 뿐이었다.그녀는 약간 머뭇거리다가 남성 비뇨기과에서 나와 정서훈에게 상담을 받기로 결정했다. 만약 정서훈이 잘 모른다면 그 뒤에 다시 찾아와 상담을 받아도 늦지 않았다.두 사람은 병원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왔다.정서훈은 아침을 먹었기 때문에 마실 것을 주문했다.김영아는 아무것도
"네, 거부해요." 김영아는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진아연 씨는 괜찮았지만 저는...""그러면 저희를 보내주는 건 어떨까요?" 정서훈이 그녀를 따라온 이유도 이런 이유가 있어서였다.A국에 가던 B국에 가던 상관없었다. 그저 여기만 벗어날 수만 있다면.김영아는 차갑게 웃었다. "정 선생님, 절 미행한 이유가 있었네요?""잘 아시겠지만, 박시준 씨 마음에 진아연이 있다는 거 아실 겁니다. 진아연이 이곳을 떠날 수만 있다면 당신과 박시준의 관계도 좋아질 겁니다. 이것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어디 있습니까?!""하... 제가 정말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진아연 씨를 보냈을 거예요!" 김영아는 씁쓸하게 말했다. "... 아이를 낳을 수 없다면 아버지께서는 분명 저를 비난하실 거예요. 정말... 다른 남자와 아이를 가지는 방법밖에 없을까요?"정서훈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설마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져서 박시준의 아이라고 말씀하실 계획인가요?""그건 시준 씨의 생각이에요. 하지만 전 정말 원치 않아요! 끔찍해요... 다른 남자들과 해야 하는 건...!" 김영아는 혐오했다."음, 그럼 시험관 아기는 어떠실까요?" 정서훈이 말했다."그가 순순히 따라줄 까요?" 김영아는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절 사랑하지도 않는 그가...""음..." 정서훈은 갑자기 엄청난 생각이 떠올랐다. "영아 씨, 혹시 박시준 씨의 아이라면 다 상관 없나요? 당신이 친모가 아니더라도...?"김영아: "..."그녀는 마치 꿈을 꾸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박시준의 아이를 임신할 수 있지만, 친모는 그녀가 아니다?그녀는 꿈과도 같은 그의 말에 괴리감이 느껴졌다."영아 씨, 제 말 들리십니까?" 정서훈은 손을 내밀어 그녀 눈앞에 흔들었다.그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정 박사님, 방금 말씀하신 게 정말 사실이에요? 제가 정말 시준 씨의 아이를 임신할 수 있어요?""정확히 말하면 그의 아이를 잉태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아이를 당신
비록 정서훈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김영아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성공만 한다면 박시준을 붙잡을 수 있었다.박시준의 친모가 진아연이라는 것을 모른다면 그 아이는 그녀의 것이다!정서훈은 입원 절차를 마친 뒤, 호텔로 들어가 진아연을 바로 찾지 않았다.진아연의 아이를 김영아에게 주기로 은밀히 결정했기 때문에 이 사실을 만약 진아연이 알게 된다면 그녀는 분명 분노할 것이다.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뱃속에 있는 그녀의 아이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삶과 죽음 사이에서 정서훈은 아이를 살릴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그의 머릿속에 한이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뱃속의 아이가 태어난 뒤, 한이처럼 똑똑하고 능력이 있다면 어떨까?아이가 크고 난 뒤, 모든 사실을 알려준 뒤 아이의 선택에 맡기면 될 것이다.그는 생각하면 할수록 이 계획에 대해 자신이 생겼다.그들은 지금 이곳에 갇혀 떠날 수 없었지만 아이가 김영아에게 이식되는 순간 그들은 이곳을 떠날 수 있었다.진아연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다음, 이곳을 나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했다.호텔로 돌아온 그는 방으로 돌아갔다.그는 속으로 결심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었다.이런 일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그는 테이블로 걸어가 노트북을 켰다.그는 진아연의 수술 방법에 대해 꼼꼼히 다시 확인했다.확신이 생긴 다음, 그는 메일함을 열었다.그는 진아연에게 직접 이 사실을 알릴 용기가 없어서 진아연에게 보낼 이메일을 쓰기로 결정했다.물론 이 메일은 바로 전송되지 않을 것이다.그는 예약 메일을 클릭했다.예약 시간 설정이 보였고, 그는 망설였다.1년, 3년, 5년 뒤... 아이가 몇 살이 되는 날이 좋을까?그는 한동안 고민했고, 긴 고민 끝에 그는 18년 뒤로 예약 시간을 설정했다.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진아연이 아이를 찾고 친모와 함께 살 것인지 양모와 함께 살 것인지 선택할 수 있었다.그는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메일 내용을 쓰기 시작했다ㅡTo.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