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웨이터는 이들이 주문한 밀크티 두 잔을 건네줬다."드셔보세요. 이 가게 밀크티, 맛 괜찮아요."한 모금 마신 최은서는 그저 일반 밀크티 가게의 밀크티와 비슷하다고 느꼈다.두 사람은 할 말이 없자 밀크티만 마셨고 최은서는 금세 다 마셨다."여기까지 어떻게 오셨어요?" 한참의 침묵 끝에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택시 타고 왔어요.""저 차 타고 왔는데. 모셔다드릴게요!" 여자는 가방을 들고 몸을 일으켰다."그러실 필요 없어요. 저 그냥 택시 타고 돌아갈게요. 진짜 이름이 뭔지 알려주지 않을 거예요?" 최은서도 그녀가 일어나자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별로 말하고 싶지 않네요. 성빈 오빠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그리 많은데, 저따위 마음에 둔 적 한 번도 없겠죠." 여자는 쿨한 척 웃으며 먼저 자리를 떠났다.최은서는 그녀가 떠나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진짜 이상한 여자네. 설마 밀크티만 마시려고 불러낸 건가?다시 택시 타고 성빈의 집으로 돌아온 최은서는 복부에서 전해지는 경련과 함께 너무 아픈 나머지바로 소파에 누워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냈다.이에 이상함을 감지한 가정부는 바로 다가와 그녀의 상황을 살폈다."아파요... 배가... 너무 아파요!" 최은서는 배를 끌어안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가정부는 현재 상황에 순간 당황했다. "지금 바로 성빈 씨에게 연락할게요!"최은서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고 등에 식은땀이 멈추질 않았다. 복통은 점점 심해졌고 격렬해졌으며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순간 그녀의 머릿속은 불길한 예감이 떠올랐다. 아이한테 문제 생기는 건 아니겠지?!밀크티... 이름도 알려주지 않은 그 여자가 사준 밀크티에 무조건 문제 있을 거야!성빈은 가정부의 연락에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고그는 집에 들어서자 회색 소파에 웅크려 앉아있는 최은서를 발견했다.그녀는 마치 큰 병이라도 앓은 듯 창백한 얼굴과 생기 잃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흠뻑 젖은 머리카락은 이마에 찰싹 달라붙었고 흰색 롱스커트에는눈부신 핏자국이 보였다."
검정 옷차림의 남자는 신속하게 다가가 진아연의 팔을 꽉 움켜쥐었고'탁' 소리와 함께 진아연이 들고 있는 휴대폰도 바닥에 떨어졌다!남자는 진아연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를 끌고 차 쪽으로 향했고정서훈은 급히 다가가 진아연의 손을 잡았다!"누구세요?! 이 손 놓지 못해요! 경찰 부를 거예요!" 정서훈은 검정 옷차림의 남자한테 소리 질렀지만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힘을 쓸 수 없어곧바로 그도 함께 차 쪽으로 끌려갔다.남자는 그의 위협을 무시하고 심지어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순간 정서훈의 안경이 어딘가로 날아갔고시력이 나쁜 그한테는 안경이 없으면 눈이 먼 것과 다를 바 없었다."정서훈, 그만 손 놔! 박시준 씨한테 찾아가서 나를 구해달라고 부탁해!" 진아연은 남자가 정서훈을 때리자 급히 말렸지만, 정서훈은 여전히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고진아연은 혹시 그를 더욱 다치게 할까 봐 힘껏 손을 뿌리쳤다.그녀는 정서훈의 손을 놓자 곧장 차 안으로 끌려들어 갔고차 문은 '쾅' 소리와 함께 닫혔다.검은색 자동차는 마치 질풍처럼 금세 시야 속에서 사라졌다.정서훈은 바닥에 주저앉아 힘겹게 비명을 질렀고바닥에 떨어져 깨진 안경을 찾아 꼈지만간신히 주위를 확인할 수 있을 즘, 차는 이미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었다!그는 급히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려 했다.이때 곁눈질로 땅에 떨어진 진아연의 휴대폰을 보자박시준한테 찾아가라는 진아연의 말이 떠올랐다!그는 재빨리 휴대폰을 들고 전원 버튼을 눌렀지만휴대폰은 얼굴 인식이 안 되어 비밀번호 입력 버튼 화면이 떴다.진아연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 수 있을 리가 없는 정서훈은 멍하니 휴대폰을 바라봤다!그는 진아연과 몇 년 동안 연락한 적 없었고 같은 학교에서 공부했지만, 서로의 비밀번호까지 알고 지낼 말한 사이는 아니었다.그는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이며 박시준을 어떻게 찾을지 고민했다.이제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네!그는 자기 휴대폰으로 경찰에게 신고했고전화가 통하자 방
...한참을 달리던 검은색 차량은 교외의 폐공장 정문 앞에서 멈췄고밤 11시에 가까운 시간이라 가로등도 설치되지 않은 교외는 그야말로 손을 내밀어도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유일하게 보이는 노란 불빛은 폐공장 안에서괴이하고 스산한 느낌을 안겨줬다.차에서 내린 진아연은 주위 환경에 간담이 서늘했고멀지 않은 폐공장 안에 서 있는 큰 키의 그림자를 유심히 지켜봤다.남자는 그녀와 등지고 서 있는 탓에 진아연은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진아연은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이들은 박시준과 김영아의 결혼식장에서 만났었고유람선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도 그가 배후에서 진행했던 거다.진아연은 그가 낮에 박시준을 죽이지 못했으니 그녀를 목표로 삼았다고 생각했다.검정 옷차림의 남자는 그녀를 끌고 폐공장 안으로 향했고공장으로 들어가자 철문을 쾅 닫았다."김성우 씨, 왜 저를 이런 곳으로 데려온 거죠?" 진아연은 차가운 말투로 침착하게 그한테 물었다. "박시준 씨는 저를 기억하지 못해요. 저를 이용해 그를 위협할 생각이라면 소용없어요! 저를 죽여도 눈 깜빡할 사람이 아니에요!"김성우는 손가락 사이의 담배를 바닥에 떨어트려 밟아 끄고그녀의 말에 몸을 돌렸다.타이트한 흰색 러닝셔츠를 입은 그는 건장한 근육질 몸매를 보였다.김성우는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보이며 진아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턱을 꽉 쥐었다. "박시준 때문에 진아연 씨를 찾은 건 아니에요."진아연은 그녀를 상품처럼 여기는 그의 느끼한 눈빛에 황급히 팔을 밀어내려 했지만전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오늘 낮에 진아연 씨가 박시준과 우리 김씨 집안사람들이 있는 유람선에서 파렴치한 일을 벌였었네요. 방안에 설치된 CCTV에 찍혔어요." 김성우는 턱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더했고 경박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전 박시준보다 더 강해요. 앞으로 그를 찾지 말고 제가 대신 만족시켜드릴게요!"그의 뜻을 알아챈 진아연은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김성우 씨, 저랑 장난할 생각하지 마세요! 저와
김형문의 말은 그가 진아연을 납치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큰 형, 진아연을 저한테 넘겨주세요. 바로 Y국을 떠나라고 할게요."현재 진아연이 김형문한테 잡혔으니 어떤 고문을 당하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그래! 그런데 오늘은 안돼. 내일 얘기하자!" 김형문은 음흉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여자한테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하지 않았어? 절대 죽이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돌아가서 쉬어!""왜 오늘은 안되는 거죠?" 박시준은 그의 말에서 엄청난 위험이 숨겨져 있음을 감지했다."김성우가 너와 진아연 씨가 영아의 생일 파티에서 벌인 일들을 알게 됐고 화가 많이 났어. 그래서 진아연 씨에게 교훈을 주기로 했어." 김형문은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이었다. "김성우한테 죽이지 말라고 당부했어. 그러니까 기껏해야 밤새 노는 것뿐이야. 이제 아내도 아닌 사람인데, 다른 남자들과 놀 수 있는 거 아니야? 맞지?"그의 말을 듣던 박시준은 이마에 핏발을 세웠고 손을 꽉 움켜쥐었다."큰 형, 오늘 일은 제가 잘못했어요. 화나시면 저를 벌하세요. 대신 진아연은 보내주세요!" 박시준은 뻣뻣한 몸을 세우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 "진아연은 세 아이의 엄마예요. 이런 굴욕을 안겨줄 수 없어요.""아이 중 네 성을 따르지 않는 아이가 둘이잖아!" 김형문은 그런 박시준을 보며 비웃었다."나중에 A국으로 돌아가면 아이들의 성을 바꿀게요!""그런데 진아연이 스스로 김성우와 몸을 나누고 싶어 하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김형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말을 이었다.진아연을 위해 무릎까지 꿇다니!그의 마음속에 진아연이 없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그럼 제가 직접 가서 물어볼게요! 만약 진짜 그녀 스스로 원하는 거라면 더는 관여하지 않을게요!""시준아! 영아보다 그녀한테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네! 영아가 너를 위해 몸을 날려 총알을 막아도 넌 전처만을 생각하는구나! 만약 내가 그녀를 망가트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영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이제 안심되네요!" 정서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이 얼마나 흉한지 모르실 거예요! 제 안경도 박살 났단 말이에요!"박시준은 그의 붉어진 눈을 보더니 진아연이 처한 험난한 상황이 걱정되었다!그는 주먹을 꽉 쥐고 문 쪽으로 걸어갔고정서훈은 그를 따라나섰다.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담배 피우려고요. 같이 가실래요?" 박시준은 예의상 그한테 물었다."저 담배 안 펴요..." 정서훈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가슴이 답답한지 말을 바꿨다. "같이 가시죠!"잠시 후, 경호원은 박시준에게 담배와 라이터를 건넸다.박시준은 담배를 받고 흡연 구역으로 갔고정서훈은 그의 뒤를 따라갔다.두 사람이 입에 담배를 물고 피우기 시작하자 주위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며 이들을 감쌌다."박시준 씨, 진짜 진아연을 잊으신 거예요? 아연이 경호원한테서 들었는데, 전에 엄청 사랑하는 사이라고 하던데요." 정서훈이 먼저 입을 열어 그와 얘기를 나눴다."오늘 경호원이 함께 따라가지 않았나요?" 박시준은 그의 말을 되물었다."아니요. 오늘 김영아 씨의 생일 파티에 갔잖아요? 산이 형이라는 분이 경호원을 보내줬는데, 결국 먼저 떠났어요." 정서훈은 말하면서 마음이 더욱 답답했다. "다 제 잘못이에요. 곁에 경호원이 있으면 이렇게 납치당하는 일도 없었을 거예요!"박시준은 정서훈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고바로 담배를 끊은 후 휴대폰을 꺼내 산이 형한테 연락했다!폐공장 안.진아연은 김성우가 옷을 찢기 시작하자 손을 들어 그의 뺨을 후려쳤다!"김성우 씨, 저한테 이러시면 안 돼요! 왜냐면..." 그녀는 서러움이 가득한 눈물을 머금고 말을 잇지 못했다.김성우가 박시준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김성우는 얼얼한 뺨을 어루만지며 목소리를 높여 화냈다. "왜요?! 감히 저를 때려요! 당신 이제 죽었어요!""전 배태준 씨의 여자예요! 배태준 씨! 알고 있겠죠?! 바로 당신 아버님의 셋째 동생이에요! 그리고
저택에서 박시준과 함께 있는 배태준은 그를 힐끗 보더니 담담하게 답했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녀가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김성우는 마치 파리라도 먹었는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셋째 어르신, 진아연 씨와는 어떤 관계인 거죠?""오늘 나 대신 영아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라고 부탁했었잖아? 바보 같은 질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배태준은 더는 참을 수 없는지 소리 높였다. "방금 너한테 물었잖아.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냐고?!""아... 그런 건 아니에요. 다만 진아연 씨와 박시준이 유람선에서 벌어진 일들을 알게 됐어요. 물론 이 때문에 아버님과 저도 화나서...""네가 무슨 낯짝으로 화를 내? 영아는 너 때문에 총 맞고 입원한 거잖아?" 배태준은 소리 높여 면박 줬다. "그녀와 박시준 씨의 일은 알고 있어. 두 사람한테 아이가 셋인데 그런 일이 뭐가 어때서?"김성우: "???"그는 혼나는 것보다 셋째 어르신이 알고 있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 제일 불편했다. 이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그가 알고 있는 셋째 어르신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말이다."셋째 어르신, 박시준이 알게 되면 문제 될 거라 생각하지 않으세요?""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배태준은 말하면서 박시준을 힐끗 쳐다봤다. "너 따위가 알 수 있을 리가 있겠어. 난 박시준이 아마 전부터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말이야."김성우: "..."그는 배태준의 말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그는 셋째 어르신이 박시준과 한 여자를 공유할 줄 몰랐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성우는 급히 사과했다. "아버님도 그냥 혼내주려고 그런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전 절대 건드리지 않았어요!""내가 볼 때 말이야. 네 아빠도 참,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전처럼 똑똑하지 않네!" 배태준은 비꼬는 말만 늘어놓고 전화를 끊었다.배태준은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놓고 박시준에게 입을 열었다. "진아연 씨는 괜찮아. 그런데 이 밤중에 갑자기 그녀 때문에 나를 찾아
진아연이 배태준의 곁에 다가가 단호하게 말했다. "적어도 전, 그에게 합당한 설명을 듣고 난 뒤에 떠날 거예요.""전 그쪽 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아요!" 배태준은 고집스러운 그녀를 보자, 머리가 복잡해졌다."당신은 말은 험하게 해도, 마음은 여린 사람이에요, 시준 씨도 그렇죠." 그녀의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비쳤다.그녀는 비록 납치되어 수모를 겪기는 했지만, 박시준의 속마음을 알게 되었다.박시준이 그녀에게 전혀 마음이 없다면, 왜 그녀를 위해 산이 오빠에게 부탁하러 왔겠는가?"낯간지럽기 짝이 없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배태준은 얼굴을 붉히며 거실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배태준의 경호원은 진아연을 호텔로 데려다준 뒤 떠났다.진아연은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그때, 그녀의 경호원이 곧바로 그녀를 따라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대표님! 드디어 돌아오셨네요! 정서훈 씨가 저에게 전화를 주셨어요, 대표님께서 납치당하셨다고요! 제가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아세요?!"이곳은 Y국이다. 경호원에게 이곳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이었고, 그래서 그는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그는 단지 호텔 로비에서 그녀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오늘 당신한테 휴가를 주지 말았어야 했나 봐요." 진아연이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놀란 가슴이 아직도 진정되지 않았다. "김성우는 전혀 거리끼는 것이 없어요! 길거리에서 곧장 저를 납치할 정도로요!""이곳은 김씨 가문의 구역이니, 그럴 만도 하죠! 그래도 대표님께서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 그렇지 않았으면 마이크 씨에게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막막했을 거예요! 두 아이에게는 또 어떻게 말하고요... 참, 누가 대표님을 구하러 간 거예요?""시준 씨요.""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박시준 씨가 아닌 다른 사람은 손쓸 방법도 없었을 거예요. 정서훈 씨는 저에게 전화로 엉엉 울기까지 하셨다고요." 여기까지 말한 뒤, 경호원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정말이지, 동창분께서 의리가 대단하세요.""서훈이는 지
성빈이 최은서를 스타팰리스 별장으로 데려다주었을 때, 한이는 막 나가려던 참이었다.한이는 오늘 오후 3시 비행기로 Y국으로 갈 계획이었다.하지만 최은서의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그의 계획은 엉망이 되었다."한이야, 고모 일은 미안해." 성빈이 한이에게 사과했다. "고모가 우리 집에 있기 싫다고 해서, 여기로 데려왔어. 너희 엄마한테는 나중에 전화로 설명할게."한이가 최은서를 바라보았다.그녀의 눈은 울어서 붓고 충혈되었고, 얼굴은 괴롭힘을 당해 억울한 듯한 모습이었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짐을 들고 예전에 묵었던 객실을 향해 걸어갔다."아이를 잃었어." 최은서가 자리를 떠난 뒤, 성빈이 한이에게 입을 열었다. "예전에 내 옆집에 살던 여자가 한 짓 같아."한이는 그 말을 듣자, 그가 하는 어떤 설명도 듣고 싶지 않아졌다. "가세요! 삼촌 보고 싶지 않아요."성빈의 얼굴에 죄책감이 가득했다.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든 그건 다 쓸데없는 말인 걸 잘 알고 있었다.성빈이 떠난 후, 한이는 책가방을 방으로 가져와 내려놓았다.그가 거실에 가자, 이모님이 그에게 물었다. "라엘한테 가는 거 아니었어? 안심하고 다녀와. 고모님은 내가 챙길게."라엘이는 김세연에게 이끌려 행사에 갔다.한이와 라엘이는 약속했었다. 라엘이가 거짓말을 해주면, 그가 몰래 Y국으로 가서 진아연을 만나기로.라엘이는 동의했다."내일 가려고요." 한이가 최은서의 방을 향해 걸어가며 대답했다.그는 박시준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박시준과 최은서가 친남매이긴 하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그는 최은서가 겪은 일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최은서에게 잘해주고 싶었다.한이가 문을 두드리려던 찰나, 때마침 최은서가 방문을 열었다."한이야, 그 사람은 갔니?""네.""내 아이를 잃었어." 최은서가 한이를 꼭 끌어안고 말했다.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지금 내가 아이를 낳으면, 그건 모두를 힘들게 할 뿐일 거야.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