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이 배태준의 곁에 다가가 단호하게 말했다. "적어도 전, 그에게 합당한 설명을 듣고 난 뒤에 떠날 거예요.""전 그쪽 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아요!" 배태준은 고집스러운 그녀를 보자, 머리가 복잡해졌다."당신은 말은 험하게 해도, 마음은 여린 사람이에요, 시준 씨도 그렇죠." 그녀의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비쳤다.그녀는 비록 납치되어 수모를 겪기는 했지만, 박시준의 속마음을 알게 되었다.박시준이 그녀에게 전혀 마음이 없다면, 왜 그녀를 위해 산이 오빠에게 부탁하러 왔겠는가?"낯간지럽기 짝이 없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배태준은 얼굴을 붉히며 거실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배태준의 경호원은 진아연을 호텔로 데려다준 뒤 떠났다.진아연은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그때, 그녀의 경호원이 곧바로 그녀를 따라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대표님! 드디어 돌아오셨네요! 정서훈 씨가 저에게 전화를 주셨어요, 대표님께서 납치당하셨다고요! 제가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아세요?!"이곳은 Y국이다. 경호원에게 이곳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이었고, 그래서 그는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그는 단지 호텔 로비에서 그녀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오늘 당신한테 휴가를 주지 말았어야 했나 봐요." 진아연이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놀란 가슴이 아직도 진정되지 않았다. "김성우는 전혀 거리끼는 것이 없어요! 길거리에서 곧장 저를 납치할 정도로요!""이곳은 김씨 가문의 구역이니, 그럴 만도 하죠! 그래도 대표님께서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 그렇지 않았으면 마이크 씨에게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막막했을 거예요! 두 아이에게는 또 어떻게 말하고요... 참, 누가 대표님을 구하러 간 거예요?""시준 씨요.""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박시준 씨가 아닌 다른 사람은 손쓸 방법도 없었을 거예요. 정서훈 씨는 저에게 전화로 엉엉 울기까지 하셨다고요." 여기까지 말한 뒤, 경호원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정말이지, 동창분께서 의리가 대단하세요.""서훈이는 지
성빈이 최은서를 스타팰리스 별장으로 데려다주었을 때, 한이는 막 나가려던 참이었다.한이는 오늘 오후 3시 비행기로 Y국으로 갈 계획이었다.하지만 최은서의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그의 계획은 엉망이 되었다."한이야, 고모 일은 미안해." 성빈이 한이에게 사과했다. "고모가 우리 집에 있기 싫다고 해서, 여기로 데려왔어. 너희 엄마한테는 나중에 전화로 설명할게."한이가 최은서를 바라보았다.그녀의 눈은 울어서 붓고 충혈되었고, 얼굴은 괴롭힘을 당해 억울한 듯한 모습이었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짐을 들고 예전에 묵었던 객실을 향해 걸어갔다."아이를 잃었어." 최은서가 자리를 떠난 뒤, 성빈이 한이에게 입을 열었다. "예전에 내 옆집에 살던 여자가 한 짓 같아."한이는 그 말을 듣자, 그가 하는 어떤 설명도 듣고 싶지 않아졌다. "가세요! 삼촌 보고 싶지 않아요."성빈의 얼굴에 죄책감이 가득했다.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든 그건 다 쓸데없는 말인 걸 잘 알고 있었다.성빈이 떠난 후, 한이는 책가방을 방으로 가져와 내려놓았다.그가 거실에 가자, 이모님이 그에게 물었다. "라엘한테 가는 거 아니었어? 안심하고 다녀와. 고모님은 내가 챙길게."라엘이는 김세연에게 이끌려 행사에 갔다.한이와 라엘이는 약속했었다. 라엘이가 거짓말을 해주면, 그가 몰래 Y국으로 가서 진아연을 만나기로.라엘이는 동의했다."내일 가려고요." 한이가 최은서의 방을 향해 걸어가며 대답했다.그는 박시준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박시준과 최은서가 친남매이긴 하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그는 최은서가 겪은 일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최은서에게 잘해주고 싶었다.한이가 문을 두드리려던 찰나, 때마침 최은서가 방문을 열었다."한이야, 그 사람은 갔니?""네.""내 아이를 잃었어." 최은서가 한이를 꼭 끌어안고 말했다.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지금 내가 아이를 낳으면, 그건 모두를 힘들게 할 뿐일 거야. 그렇게
그는 말을 마친 뒤 성큼성큼 병실을 떠났다.그가 병실에서 나오자, 멀지 않은 곳에 앉아있는 박시준이 보였다.그는 창가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예상 외로 그는 이미 병원에 돌아와 있었다!하지만 그는 병실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정서훈은 그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박시준 앞의 쌓인 담배꽁초 더미를 발견했다."아연이는 무사한가요?" 정서훈이 물었다."네. 잠이 드셨길래 깨우지 않았습니다." 박시준이 손가락 사이의 담배를 쓰레기통에 던졌다. "이제 그만 가시죠!""네, 안 그래도 돌아가려던 참이었습니다. 김영아 씨가 깨셨으니, 병실로 돌아가 보시죠."박시준은 그의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병동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정서훈은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박시준을 보면 웬지 무시무시한 느낌이 들었다.박시준의 얼굴은 차분하고 평온했지만, 그의 눈빛에는 어두운 기운이 일렁였다.어쩐지, 그는 언제든 다시 깨어나 공격할 수 있는 한 마리의 잠든 맹수 같았다.어느덧 아침이 밝았다.진아연이 정서훈의 방으로 다가와 초인종을 눌렀다.정서훈은 문을 열고는, 그녀를 보자마자 곧바로 그녀를 방으로 들였다."서훈아, 너 눈이 왜 이렇게 부었어? 얼른 약을 타와야겠어." 진아연이 그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염제 먹었어." 정서훈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참, 네 휴대폰 나한테 있어. 근데 배터리가 나갔더라. 내 충전기는 맞지 않더라고."그가 그녀에게 휴대폰을 돌려주었다."어젯밤에 언제 돌아왔어?""내가 돌아왔을 땐 거의 한 시였어. 그래서 널 찾아가지 못했고. 넌?" 진아연이 휴대폰을 건네받았다."난 3시가 넘어서야 돌아왔어." 정서훈은 물 한 병을 가져와 뚜껑을 열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어젯밤에 너무 졸려서, 김영아 씨의 병실에서 잠이 들어버렸지 뭐야.""서훈아, 어제는 정말 고마웠어." 진아연은 어젯밤 잠을 거의 한숨도 이루지 못했지만, 그런데도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어
"그 문제의 답은 시준 씨만 알고 있어요." 진아연은 마음이 복잡했다.그녀는 박시준이 이미 그녀에 대한 기억을 되찾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박시준이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상, 그녀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그가 어젯밤에 그녀를 구하러 온 것은, 어쩌면 어제 정오에 둘 사이에서 있었던 친밀한 행동 때문일지도 모른다."그럼, 다음 계획이 뭐죠?" 성빈이 물었다. "내 도움이 필요해요? 시준이가 당신은 잊어버렸지만, 저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어요.""그에게서 연락이 왔었나요?" 진아연이 물었다."아니요." 성빈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이전에 Y국에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 통 왔었는데, 받지 못했어요. 제가 다시 걸었더니, 이번엔 그쪽이 받지 않았고요.""제가 그 사람의 Y국 번호를 알고 있어요." 진아연은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 "그 번호를 알려주시면, 그 사람인지 제가 확인해 볼게요.""알겠어요." 성빈은 통화창을 최소화한 뒤, 주소록을 열어 그때 걸려 온 그 이름 없는 낯선 번호를 찾았다.그가 번호를 불러주자, 진아연은 숨이 가빠졌다. "그 사람이에요! 성빈 씨! 그 번호는 지금 시준 씨가 사용 중인 번호예요!""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시준이는 당신에 대한 기억만 잊어버리고 저는 기억하고 있었던 거죠. 더군다나 내 번호도 기억하고 있었고요." 성빈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렇지만 지금은 내 전화를 받지 않아요! 당신에 대한 마음을 끊어내는데, 저랑 시준이의 우정까지 저버릴 필요는 없지 않나요?"진아연 역시 지금 박시준의 심리 상태를 헤아리기 어려웠다."내가 가서 시준이를 만나 볼까요?" 성빈은 지금 어느 때보다도 박시준을 만나 직접 이야기하고 싶었다.그가 진아연과의 대화를 거부한다 해도, 성빈이라면 그와 ST그룹에 관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지금 그의 주식 지분이 최운석의 명의로 되어 있긴 하지만, 회사의 전 직원들은 여전히 그만을 사장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안 돼요." 진아연은 조금의 망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김형문은 딸을 찾아갔다.김영아는 기분이 좋았다.박시준이 줄곧 그녀의 곁에 있으니, 모든 것이 아름답게 느껴졌다."아빠, 저 집에 가서 쉬고 싶어요." 김영아가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 "시준 씨가 저 때문에 병원에서 고생하는 게 싫어요.""그래. 그럼, 의료진을 집으로 보낼게.""고마워요, 아빠." 김영아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지만, 눈빛은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아빠, 큰오빠는요? 오빠 혼내셨어요?" "그럼, 혼을 내야지, 안 내니? 네가 시준이와 결혼했는데, 그 녀석은 시준이를 죽이려 했어...""오빠가 잠깐 충동적으로 그랬던 걸 거예요. 오빠랑 잘 얘기해보세요. 혼만 내시지 마시고요. 전 오빠랑 시준 씨가 적이 되는 걸 원하지 않아요. 그렇게 되면 정말 마음 아플 거예요." 김영아가 애원했다."아이고, 이 바보 같은 것아! 이번 일은 넌 걱정하지 말거라!" 김형문은 말을 함과 동시에 박시준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눈짓했다.두 사람이 병실 밖으로 나오자, 김형문이 박시준의 어깨를 두드렸다."어젯밤에 너에게 작은 벌을 준 건, 네가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걱정되는 마음에 그런 거야! 넌 A국에서 잃어버린 것 중 단 하나도 되찾지 못했어! 난 네가 또다시 진아연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네." 박시준의 태도는 마치 어젯밤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김형문보다 더 덤덤했다. "곧 둘째, 넷째 형과 협상하러 가려고 합니다. 정말 저랑 같이 가실 건가요?""그 말은, 너 혼자 가겠다는 뜻이야?" 김형문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였다. "내가 어젯밤에도 생각해봤는데, 안 그래도 내가 가게 되면 두 사람이 차분하게 너와 협상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우선 저 혼자 가게 해주시죠! 제가 협상에 실패하면, 그때 나서주세요.""그래, 알았다. 그날 경호원을 몇 명 더 붙여줄게. 협상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너의 안전이 우선이야.""네.""어젯밤에는 잠을 잘못 잤어?" 김형문이 붉게 충혈된 그
한이는 박시준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거의 반사적으로 다른 엘리베이터를 향해 재빨리 걸어갔다.박시준과 그의 일행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호텔 정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는 한이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그게 아니라면, 한이를 보고도 한이가 자기 아들이라는 걸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어쨌든, 이번 만남은 놀라긴 했지만, 다행히 별다른 위험은 없었다.박시준이 떠난 뒤, 한이 앞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한이는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돌아서 프론트로 돌아가 체크 아웃을 했다.오늘 박시준과 마주친 이상, 다음에도 이 호텔에서 그와 다시 마주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이 호텔은 Y국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었다. 한이가 이곳을 예약한 건, 이곳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이 호텔의 대표는 바로 김형문이었다....박시준이 오늘 호텔에 온 건, 김형문으로부터 호텔을 한 번 시찰하고 오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김형문은 자기 사업들을 박시준에게 넘겨줄 마음이 있었다.김성우는 매사에 너무 저돌적인 탓에, 안팎으로 적이 많았다. 김형문이 그를 대신해 저지하지 않았다면, 김성우는 오래전에 이미 없어졌을 것이다.그래서 김형문은 재작년에 그를 다른 지역으로 보내,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도록 했다.사업 개발을 위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위험으로부터 그를 피신시키기 위함이었다.그러나 김성우는 외지에서 몇 년 동안이나 사업을 개발해왔음에도,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그래서 김형문은 자기 이익을 위해 박시준을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그저께 발생한 진아연과의 해프닝으로, 두 사람 사이에 약간의 마찰이 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것이 둘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박시준은 호텔에서 나와 주차장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경호원이 한 걸음 나아가 그에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갑자기 그가 차 문 앞에서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전화 한 통 해야겠어." 그는 경호원에게 말한 뒤 호텔 분수대를 향해 걸어갔다.같은 시각, 진아연
그는 마저 처리해야 할 다른 일이 있어, 이곳에 계속 머무를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진아연이 돌아와 반드시 한이를 찾아낼 것이라 믿었다.그녀가 한이를 찾아내기만 하면, 한이를 이곳으로부터 멀리 보낼 수 있을 것이다.전화를 끊고 나서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진 진아연을 보고는, 정서훈이 물었다. "무슨 일이야? 숨쉬기 힘들어 보이는데.""서훈아, 나 지금 급한 일이 생겨서 어디 좀 갔다 와야겠어!" 진아연은 초조하고 불안해 보였고, 그에게 설명할 시간조차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중에 설명할게!"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엘리베이터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정서훈은 그녀를 쫓아가고 싶었지만, 그녀의 CT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이곳에 남아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움직이자마자 경호원이 곧바로 그녀를 따라왔다.납치 사건 이후, 경호원은 한시도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경호원이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방금 시준 씨한테 전화가 왔는데, 한이를 봤대요!" 진아연이 초조해하며 대답했다. 그리고 갑자기 머리속에 무언가 떠올랐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어 김세연의 번호를 찾았다.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그녀는 재빨리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전화를 걸었다.김세연이 전화를 받았다."세연 씨, 이모님 말로는 한이가 세연 씨랑 라엘이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던데, 지금 한이와 함께 있나요?" 진아연이 물었다.김세연이 조금 난처해하며 흘끗 라엘을 바라보았다.라엘이가 그에게 거짓말을 해달라고 부탁하긴 했지만, 그는 도저히 진아연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왜 대답이 없어요? 한이, 지금 거기에 없어요?" 진아연은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한이가 지금 Y국에 와있어요!""한이가 아연 씨를 찾아갔다고요?" 김세연은 한이와 라엘이의 계획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진아연이 전화하지 않았다면, 그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아뇨! 저를 찾아오진 않았어요!" 진아연이 머리가 아픈 것도 이
그녀는 전화를 받기는 했지만, 떨리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시준 씨, 한이를 못 찾았어요. 호텔에 와서 물어봤는데, 프런트 직원 말로는 한이가 이 호텔에 묵지 않는대요."그녀는 목이 메여,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한이가 찾아온 곳이 Y국이 아닌 다른 나라였다면, 이렇게까지 불안하진 않았을 것이다."이 호텔에서 한이를 본 게 확실해요?" 그녀가 쉰 목소리로 물었다."확실해." 박시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당신은 한이를 잊은 적이 없는 거죠, 그렇죠?" 그녀가 추궁했다. "당신은 라엘이, 그리고 지성이도 잊지 않은 거예요..."박시준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난 한이가 Y국에 있다고 확신해. 이런 쓸데없는 걸 물을 시간에, 얼른 가서 한이나 찾아.""찾을 수가 없어요!" 그녀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한이가 어디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전화도 안 되고요. 한이가 먼저 저한테 연락하지 않는 한, 달리 찾을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한이는 더 이상 두세 살의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한이는 유학을 하는 6개월 동안, 여러모로 크게 성장했다. 더 이상 그녀가 알던 어린 한이가 아니었다.그녀의 울음소리를 듣자, 그는 잘생긴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내가 찾아낼 거야!"그는 지금 김형문과 밖에서 점심 식사 중이었다.한이가 걱정되는 마음에 화장실에 와서 그녀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전화를 끊은 뒤 진아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박시준이 나설 필요가 없도록, 가능한 한 빨리 한이를 찾아내고 싶었다.그렇지 않으면, 김형문이 한이가 여기에 온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가 한이를 붙잡아 박시준을 협박하지는 않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그녀는 눈가의 눈물을 닦고는, 마이크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이크는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우스갯소리로 피곤함을 숨겼다. "네가 나한테 전화를 하는지 안 하는지 보려고, 요 며칠 일부러 너한테 전화를 안 했지!""한이가 Y국에 왔어. 지금 한이랑 연락이 안 돼. 한이한테 연락할 방법 있어?!" 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