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국.박시준이 이곳에 온 지 벌써 일주일이 다 되었다.김형문은 박시준에게 현재 관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산업에 대해 알려준 후, 술을 마시며 그에게 속마음을 터놓았다."요즘 국내에서 연락해 온 사람 없지?" 김형문이 말하는 '국내의 사람' 은 진아연이었다."휴대폰을 잃어버렸어요." 박시준은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지난번에 얘기했었죠.""그래, 잊지 않았어. 사람을 보내 별장을 여러 번 뒤지기도 하고, 공항에 사람을 보내기도 했지만 찾지 못했어." 김형문이 솔직하게 터놓았다. "아마 휴대폰을 두고 비행기를 탄 것 같아.""아까 하신 질문에 답할게요." 박시준은 술잔을 내려놓고, 테라스 멀리 펼쳐진 야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누구와도 연락하지 못했어요.""하하하! 그거야 네가 마음만 먹으면, 까짓거 휴대폰 하나 잃어버려도 국내에 있는 사람과 연락할 방법은 많았겠지. 내가 사람을 보내 새 휴대폰을 사 오게 하지 않았던가? 진아연 씨 번호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을 테고. 연락하려면 언제든 할 수 있었겠지." 김형문이 그를 놀리며 말했다.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진아연 씨가 지금 널 찾고 있어.""형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박시준은 그의 잘생긴 눈썹을 잔뜩 찡그렸다.그는 사생활을 침해받는 것도 싫지만, 뒷조사를 당하는 건 더 싫었다.김형문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네 사생활은 뒷조사한 적 없어. 단지 성빈 씨에게 전화해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이야. 성빈 씨가 네 걱정을 많이 하더라. 그리고 널 만나지 않았냐고 나를 떠보길래, 만난 적 없다고 했지. 그리고 내가 진아연 씨가 최운석이라는 멍청이와 함께 도망이라도 갔느냐고 물었더니..."여기까지 말하곤, 김형문은 일부러 시간을 끌어 그의 궁금증을 자아내었다.박시준은 그가 술잔을 잡는 것을 보고는, 술잔을 들어 그와 함께 술잔을 부딪혔다."성빈 씨 말로는, 진아연 씨가 널 찾고 있고, 만회하길 바란다더군." 김형문은 깊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박시준을 바라보았다. "시
"물 한 잔 주세요." 박시준은 소파에 앉았다.집사는 곧바로 물 한 컵을 가져다가 그에게 건넸다.그는 컵을 받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수술 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이전에, 그는 이런 생각을 전혀 해보지 않았다.오늘 밤 김형문이 그에게 한 말은, 이미 절망으로 가득 찬 그의 마음에 증오의 불을 붙였다.그는 원래 이 정도로 몰락할 일이 없었다.도대체 그는 왜 이토록 무너져내린 것인가?그의 인생은, 정말 이렇게 아무런 의미도 없이 낭비되고 마는 것인가?그는 내키지 않았다.그가 박시준이든 최경규의 사생아이든, 누구도 그의 인생을 망가뜨리거나, 함부로 정의할 수는 없다.그는 누군가의 존중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감히 올려다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그는 물잔을 내려놓은 뒤, 집사에게 말했다. "펜 한 자루와 메모장 좀 주세요."집사는 즉시 그에게 펜과 메모장을 가져다주었다.그는 펜과 메모장을 들고 침실로 돌아와 방문을 잠갔다.침실의 불을 켠 후, 그는 책상 옆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만약 이 수술을 하게 된다면, 그는 몇 가지 주요 정보들을 기록해둬야 한다.만에 하나 수술 후에 정말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훗날, 이 메모장이 어떤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글을 쓰기 전, 그는 몇 초간 망설였다.그리고 어떤 것들을 기록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정리한 뒤, 빠른 속도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나에게는 세 아이가 있다. 진지한, 라엘, 지성.부모님은 두 분 다 돌아가셨고, 아끼는 사람도 모두 세상을 떠났다.여기까지 쓰고는, 그는 갑자기 멈칫했다.가슴에 날카로운 통증에 전해졌다.마치 더 이상 기록할 것이 남지 않은듯했다.세 아이 외에, 그가 가장 아끼는 사람은 바로 시은이다. 하지만 시은은 이미 죽었다.그리고 진아연... 그는 그녀의 이름을 떠올리기도 싫었고, 그 이름을 기록하는 것은 더욱 싫었다.그녀의 얼굴을 떠올리거나 그녀의 이름을 보면, 그는 마치
B국.병원, 입원 병동.최운석은 잠에서 깨어 눈을 뜨고는 병실 안의 박우진을 발견했다. 그러자 따뜻했던 최운석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진아연은 그에게 박우진을 공기처럼 대하라고 말했었다.지금 그는 환자이니, 그가 박우진을 무시하더라도 박우진은 그에게 화를 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삼촌, 일어났어?" 최운석이 눈을 뜬 것을 발견한 박우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우리 삼촌을 위해 보양식을 사 왔어. 보온 도시락에 넣어뒀는데, 지금 가져다줄게. 혼자 먹을 수 있겠어? 아니면... 먹여줘야하나?"박우진은 당연히 먹여주고 싶지 않았다.박우진이 보기에 최운석은 단지 신장 한쪽을 제거했을 뿐, 두 손은 멀쩡하니, 먹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최운석은 냉랭한 눈으로 박우진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배 안 고파?" 박우진이 딱딱하게 웃으며 최운석을 설득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자느라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 어떻게 배가 안 고프겠어, 그렇지? 식사를 거르면 회복이 늦어질 거야."박우진은 최운석이 이른 시일 내 퇴원하길 바랐다. 그래서 그를 잘 돌봐줘야 했다.최운석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정말로 배가 고프지 않은 거야, 아니면 내가 먹여주는 게 싫은 거야?" 박우진은 수척한 모습의 최운석을 보며 방법을 고민했다. "아니면, 진아연을 불러서 좀 먹여달라고 할까?"최운석이 고개를 끄덕였다.박우진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머저린 줄 알았더니, 시중들어줄 사람 고를 줄도 아네.'박우진은 보온 도시락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들어 진아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아연이 병실로 돌아왔다."넌 우선 나가 있어." 그녀가 병상 옆에 앉으며 박우진에게 말했다. "네가 여기 있으면 내가 불편해.""하하하! 진아연, 넌 정말 재밌어. 삼촌에게 지분을 양도한 건 박시준 본인이야. 내가 칼로 협박이라도 한 게 아니라고." 박우진이 이 일을 꺼낸 건, 일부러 그녀의 신경을 긁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또 나한테 그렇게 쌀쌀맞게
그는 휴대폰을 가지고 성큼성큼 문으로 걸어갔다. 인터폰 스크린 속의 최은서의 얼굴을 보자, 불화가 치밀어,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그는 이미 대문의 비밀번호를 바꿨는데, 최은서는 도대체 어떻게 그의 마당 안에 들어와 있단 말인가?!벽을 넘은 것 외에 다른 가능성은 생각할 수 없었다!그는 이 부분을 확실히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그녀는 곧바로 캐리어를 들고 그의 집 거실 안으로 들어왔다.성빈: "!!!"그녀가 이토록 서슴없이 그의 집에 다짜고짜 난입하는 걸 지켜보며,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최.은.서!" 성빈이 분노해 소리쳤다. "너 이게 뭐 하는 짓이야?!""저 방 뺐어요." 그녀는 소파에 앉아 두 손으로 캐리어를 안은 채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어젯밤에 누군가 계속 우리 집 문을 두드렸어요. 오늘 아침에 CCTV를 확인해보니 어떤 남자더라고요, 게다가 변태였어요... 그래서 더 이상 그 집에서 살 수가 없겠더라고요."성빈은 순간적으로 화를 거두고 그녀 곁에 다가가 물었다. "경찰에 신고는 했어?"최은서가 고개를 저었다. "이미 방을 빼버린걸요. 생각해 봤는데...""일단 울지 마. 새집을 구해줄게." 성빈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애원했다. "이 미모에, 어디서 살던 다 그런 변태랑 마주치지 않겠어요? 안 그래도 어려서부터 변태가 자주 꼬였다고요."성빈: "...""생각해 봤는데, 당신이 너무 싫긴 하지만, 당신 집은 큰 편이고 치안도 좋으니, 여기서 살면 괜찮겠다 싶었죠." 그녀는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았다. "안심해요. 월세는 낼 테니. 우리 오빠가 매달 저에게 주는 생활비, 저한테 줄 필요 없어요. 월세인 셈 쳐요."성빈은 어리둥절했다. "아니... 언제는 둘째 오빠가 주는 돈은 필요 없다며?""지금 제 상황이 이런데, 우리 둘째 오빠가 주는 제 생활비를 그렇게 깐깐하게 굴 생각이 들어요?" 최은서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내가 깐깐하기는 무슨... 아이를 낳기로
"시준아, 그냥 사인해!" 김형문이 그의 옆에 서서 부추겼다. "이미 300번의 임상 실험이 있었고, 모두 성공했어.""김 대표님, 정확히 말하면 301건의 성공 사례가 있습니다. 대표님께서도 이 수술을 받으셨다는 거, 잊으셨습니까?" 의사가 미소를 지었다.박시준이 김형문을 바라보았다.김형문이 큰 소리로 웃었다. "물론 잊지 않았죠. 얘기하고 싶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는 말을 하면서 박시준을 바라보았다. "혹시 키미라고, 아나? 나와 20년을 함께한 골든 레트리버라고 하더군.""압니다. 병으로 죽었다죠.""맞아,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더군. 난 수술로 키미에대한 기억을 모두 지워버렸어. 그래서 지금은 키미에대한 감정조차도 기억나지 않아." 여기까지 말하더니, 김형문은 약간 얼굴을 붉혔다. "내가 강아지 한 마리에게 이렇게 깊은 감정을 가지게 될 줄 몰랐어. 말을 하자니 영 체면이 안 서서, 나도 수술받았다는 이야기를 너에게 굳이 꺼내지 않은 거야.""정말 키미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십니까?" 박시준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김형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렇게 밝게 웃는 게 연기 같나? 난 이제 개를 아주 싫어해. 절대 개를 기르지 않을 거야. 개한테 느꼈던 감정에 관한 이야기도 꺼내지 않을 거고."박시준은 그의 얼굴에 걸린 미소를 바라보았다. 연기 같아 보이진 않았다.뒤이어, 박시준은 위험 고지서에 서명했다.시간이 흘러 3일이 지났다.하루만 더 지나면 이제 최운석은 퇴원할 수 있었다.박우진은 정신이 맑고 의기만만했다. 박우진은 오늘 최운석에게 호화로운 점심을 대접했다.점심이 병원으로 배달되자, 그는 곧바로 진아연을 불러 최운석에게 먹여주도록 했다.박우진은 이제 최운석의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았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일수록, 최운석의 안전을 더욱 확보해야 했다.그는 진아연이 최운석을 자신에게 돌려보내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더욱이 진아연으로부터 최운석을 지켜내야 했다."아연 씨, 방금
그녀의 몸은 매우 허약했지만 그녀의 정신만은 지난 며칠보다 훨씬 더 맑았다.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본 위정은 즉시 문으로 걸어갔다. "방금 잠들었어. 나가서 이야기해."진아연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의사 당직실로 와서 문을 닫았다."오늘 밤은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진아연이 말했다. "오늘 밤에 꼭 성공해야 해요. 아니면 박우진이 최운석을 데리고 갈거예요.""응.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준비 해놨어. 문제 없을 거야.""집은 최대한 빨리 결정해야 해요." 라며 "그저께 말씀하신 곳은 안전하지 않은 것 같아요." 라고 그녀가 말했다."그럼 네 뜻대로 하지 뭐." 위정이 말했다. "좀 번거롭겠지만 네가 선택한 그 곳이 좀 안전하긴 하지.""네."진아연은 노경민 교수의 고택을 선택했다.노경민 교수가 돌아가신 후 그의 고택은 계속 방치되어 있었다.그의 고택은 의대 근처에 지역 경찰서 바로 옆이였다.진아연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그녀는 엊그제 노경민 교수의 아들에게 전화로 연락을 했다. 그는 최운석을 아버지의 고택에 살게 하는 데 동의했다.저녁.최운석은 갑자기 꿈에서 놀라 깨어 소리를 질렀다.박우진은 바로 보호자 침대에서 일어나 그의 침대 옆으로 걸어갔다.다음날 아침 눈을 뜬 박우진은 두 명의 경찰이 그를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박우진은 자신이 악몽을 꾸고 있는 줄 알고 손을 뻗어 눈을 비볐다."박우진 씨, 저희와 함께 경찰서에 다녀오시죠."낮설고 진지한 목소리에 박우진은 소름이 끼쳤다."뭐하는 거야, 당신들?" 박우진은 침대에서 일어나 최운석의 침대가 텅 비어 있는 것을 보고 갑자기 식은 땀을 흘리며 말했다. "이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는 어디 있어? 어디로 갔냐고?"그가 큰 소리로 묻자 '탈칵' 하는 소리가 나더니 차가운 수갑이 그의 손목을 묶었다."당신은 고의 상해죄 혐의를 받고 있으며 지금 체포되었습니다."박우진은 놀라서 멍해졌다.그가 누구를 고의로 다치게 한 걸까?도대체
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 "난 아직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 몰라요. 어디를 가야 그 사람을 찾을 수 있는지도 모르고요. 시은이가 아직 고비를 벗어난게 아니여서 시은이가 걱정돼요. 시은이가 퇴원하면 그때 다시 봐야 겠어요."위정: "넌 박시준 계정에 로그인할 수 있지 않아? 박시준 친구한테 물어봐봐."진아연: "그 사람 계정으로 그 사람 친구들한테 물어보라고 하는 거예요?"위정: "네 계정으로 물어봐도 되지. 살아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이리저리 알아보다 보면 그에 관한 소식을 알 수 있을 거야."진아연: "사실 지금처럼 그에 대한 소식이 없는 것도 좋은 소식이예요.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분명히 뉴스에 나올 거니까요. 지금 그에 대한 소식을 찾을 수 없다는 건 그가 아직 살아 있다는 거죠.""자아위로는 잘하네." 위정은 마지못해 미소를 지었다."처음엔 너무 찾고 싶었고 너무 불안해서 미칠 뻔 했어요. 하지만 이젠 알았죠. 내가 미친다해도 소용없다는 걸." 그녀는 요즘 몸에 문제가 생겼다. 그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버티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에게 너무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박시준을 찾기도 전에 쓰러질 것이다."평생 그를 찾지 못하더라도 늘 그렇듯 살아야지." 위정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한이는 곧 방학인데 넌 아이들이랑은 뭘 할 계획이야?""아이들 방학은 제가 계획할 필요는 없죠."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한이의 공부계획은 선생님께서 해주시니까요. 선생님께서 한이한테 기대가 아주 커요. 그래서 한이가 하루 24 시간 공부에 전념하기를 바라시거든요. 라엘은 세연 씨가 봐주니까 전혀 걱정할 필요 없고요.""지성이는 보고싶어?" 위정이 물었다.진아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제일 걱정되는 게 지성이에요. 예전엔 지성이 주변에 사람도 많았는데 지금은 다들 없으니까 좀 불쌍하네요.""이제 맛있는 거 먹고 재밌게 놀고 잠도 잘 잘수 있으니 행복할거야. 불쌍하지 않아.""그런
최은서가 끼니마다 배달음식을 시켜 먹어서 그는 늘 그녀가 요리를 못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가 야채를 썰때의 그 물 흐르듯한 움직임을 보면 그녀가 요리를 자주 하는 사람임이 분명하다."요리하고 있잖아요!" 최은서는 얇게 썬 오이를 접시에 담으며 말했다. "당신이 구한 파트타임 알바는 집안일만 하고 요리는 안해요.""배달을 시키면 되잖아!" 성빈은 비웃었다. "넌 하루도 빠짐없이 배달음식을 시켜먹지 않아?""제가 매일 배달음식을 먹는지 어떻게 알아요?" 최은서는 며칠째 집에 머물러 밖에 나가지 않았다.그러나 그녀가 매일 배달음식을 먹을 때 그는 집에 없었다."쓰레기를 수거하는 아줌마가 알려줬어." 성빈이가 비웃으며 말했다. "배달음식이 질려서 직접 요리한 거 아니야?"최은서는 고개를 저었다. "맛있는 배달음식이 왜 질려요? 전 인터넷에서 임산부가 배달음식을 먹으면 아이한테 좋지 않다고 해서 혼자 해먹으려는 거에요."성빈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점심 다 차리면 같이 먹어요! 당신한테 할 말이 있어요." 최은서가 진지하게 말했다.성빈은 관자놀이가 아프기 시작했다."무슨 일인데? 지금 말해.""저 지금 백수잖아요...""응. 나더러 일자리를 구해달라고 하는 거지?""아니요." 최은서는 그의 독선적 인 표정을 보고 그의 말을 끊었다. "당신이 전에 저 학교 계속 다니라고 하지 않았었나요? 제 학비 내줘요. 저 학교 갈거에요!"성빈: "..."그는 침울한 얼굴로 아무 말 없이 거실에 들어섰다.최은서는 바로 그를 쫓아 나섰다."최은서, 아이를 낳을 생각인거면 왜 아이 아빠한테 가서 네 인생 책임지라고 하지 않는 거야?" 성빈의 심장은 격렬하게 뛰었고 그는 속마음을 웨쳤다. "넌 나한테 매달려서 뭘 하고 싶은 건데? 내가 널 감히 어떻게 못하니까 오냐오냐 아빠 노릇이나 하라고?!""저한테 학비 빌려주는 걸로 해요. 나중에 돈 벌면 돌려줄게요.""왜 진아연한테 가서 돈 빌려달라고는 안해?""쪼잔하시네요, 참!" 합의를 보지 못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