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지금까지 몸의 이상이 두려웠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매번 박시준과 다퉈 불면증에 시달리고 업무에 지쳐 힘든 시기도 많았지만, 그녀는 꿋꿋이 이를 악물고 버텨냈었다.하지만 오늘처럼 몸이 곧 쓰러질 듯한 적은 없었다.진아연이 전화를 받자 위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연아, 최운석 씨가 깨어났어. 정신 상태는 이상 없어.""잘 됐네요. 그럼, 시은 씨는요?""시은 씨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어. 하지만 몸의 각종 지표는 정상 범위내야.""네. 지금 바로 병원에 갈게요."그녀가 전화를 끊자 마이크가 아이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라엘아, 일어나지 않으면 오빠한테 갈 수 없을 텐데. 그럼, 엄마와 집에 있을 거야?" 마이크는 위협하는 척 말을 이었지만라엘은 그래도 흥얼거리며 일어나지 않으려 했다.잠시 후, 진아연은 방문의 노크 소리를 듣자다가가 문을 열어줬고문 앞에 서 있는 한이의 모습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그녀는 마이크가 아이들을 깨우고 있다고 생각했었다!"엄마, 죄송해요. 어제 엄마한테 그런 말을 해서 죄송해요." 한이는 고개를 들고 진아연에게 사과했다.밤새 고민한 한이는 전날 엄마한테 했던 얘기가 과하다고 생각했고이제 곧 학교 갈 텐데 엄마한테 사과하지 않으면 엄마가 계속 슬퍼할 거라 생각했다."엄마는 화난 게 아니야. 그리고 엄마와 네 아빠의 일에 관해 엄마의 문제가 큰 건 확실해." 진아연은 솔직하게 한이한테 전부 말했다. "그리고 네 아빠도 엄마를 만나지 않았으면 이렇게 변하지 않았을 거야. 시은 씨의 상황이 좋아지면 바로 찾아갈 생각이야. 그리고 그를 찾기 전까지, 엄마는 아마 너와 동생들을 전처럼 돌볼 수 없을 거야."한이: "저를 돌봐줄 필요 없어요. 그리고 동생들은 다른 사람이 알아서 챙기고 있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한이야, 혹시 엄마한테 실망한 거야?" 진아연은 한이의 말에 죄책감을 느꼈다."엄마는 엄마예요. 저는 엄마가 건강하기만을 바랄 뿐이에요."한이의 대답에 감동한 진아연은 그제야 마음
얼마 지나지 않아 약효가 보이자 진아연도 바로 잠이 들었다.A국.성빈은 퇴근 후 바로 최은서가 지낸 곳으로 향했다.그녀가 살고 있는 단지 정문에 차를 세우자 우연히 최은서가 저녁을 들고 돌아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최은서는 휴대폰을 보고 있어 성빈이 정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지 몰랐다.그리고 그녀가 정문에 곧 도착할 때, 누군가에게 팔을 꽉 잡혀갑작스러운 놀라움에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나야." 성빈도 그녀의 비명에 놀라 식은땀을 흘렸고정문 쪽의 경비원들과 행인들도 이들을 주의했다.이에 성빈은 재빨리 최은서를 끌고 자기 차로 향했다.이를 본 경비원은 바로 다가와 소리쳤다. "그 여자를 놔!"성빈은 경비원의 외침에 손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아가씨, 혹시 아시는 분이십니까? 모르는 사람이면 제가 당장 경찰을 부를게요!" 경비원은 성빈을 경계하며 최은서에게 물었다.최은서는 성빈을 힐끗 보더니 모른 체 하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그가 화를 낼까 봐 두려웠다."고마워요. 경비원 아저씨. 아는 사람이에요."최은서의 설명을 들은 경비원은 그제야 마음이 놓여 정문으로 돌아갔다.최은서는 붉어진 얼굴로 성빈이 열어준 차 문을 틈타 재빨리 차 안으로 들어갔다.차가 출발하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한테 무슨 볼일이죠? 그리고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계속 속일 셈이야? 왜 내가 보낸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았어?""저한테 뭐 하냐고 물었잖아요. 저는 이런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아요." 최은서는 봉투를 열어 저녁 식사를 꺼내 차에서 먹기 시작했다."네가 임신해서 유산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아연 씨한테 들었어." 성빈은 싸늘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참 대단해! 안 본 지 며칠인데 애까지 생겼어? 이제 오빠도 없으니까 마음대로 하는 거야?""제가 낙태를 한다고요? 아연 씨가 알려줬어요?!" 최은서는 아직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할지 고민 중이고진아연한테는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그런 말은 아닌데, 아마 같은
박시준은 전에 모든 계정 비밀번호를 그녀한테 적어준 적이 있었고종이는 그녀의 가방 안에 있었다.진아연은 B국으로 올 때 종이도 함께 챙겼었다.참으로 슬픈 건, 이는 박시준이 유일하게 그녀한테 남겨준 물품이었다.물론 그녀한테 사준 물건은 많고도 많지만, 돈으로 산 물건은 그의 온기가 담을 수 없었다.진아연은 재빨리 얼굴을 닦고 욕실에서 나와종이를 꺼내 위에 적은 글씨를 보며 당시의 장면을 떠올랐다.박시준이 그녀한테 준 건, 그의 계좌와 비밀번호뿐만 아니라그의 모든 걸 그녀한테 가져다준 거다.이 때문에 그는 더더욱 진아연의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진아연은 이런 생각에 고개를 들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고슬픔에 젖은 진아연은 종이를 베개 밑에 놓고 침실에서 나왔다.현관에 설치된 모니터링 화면에서 위정의 얼굴을 보자그녀는 바로 문을 열어줬다."아연아, 괜찮아?" 위정은 저녁에 그녀한테 전화했지만, 진아연은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해서 확인하지 못했다."괜찮아요. 저한테 전화했죠? 방금 확인해서 연락하려 했어요!" 진아연은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보이며 그를 방으로 안내했다. "아침에 수면제를 먹어서 계속 잤어요. 그리고 방금 잠에서 깼어요.""불면증이 많이 심해?" 위정은 과일 바구니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말을 이었다. "양을 천천히 줄여서 먹어.""걱정하지 마세요. 저 괜찮아요." 진아연은 그에게 물잔을 건네며 말했다. "위정 선배도 이제 푹 쉬세요. 오늘 밤은 제가 가서 지킬게요.""그냥 집에서 쉬어. 최운석 씨도 수술 때문에 몸이 많이 쇠약해. 수술이 끝나고 계속 자고 있어." 위정은 상황을 말하고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박시준 씨의 행방에는 소식 있어?"이에 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가 남겨준 소셜네트워크 계정과 이메일에 로그인해 전에 로그인한 시간과 주소를 찾아볼 생각이에요.""그래. 그리고 의사분들과 만났었어. 시은 씨의 수술도 성공적이야. 시은 씨가 정신을 차리고 문제
"나도 너한테 이 얘기를 하기 위해 찾아온 거야." 위정은 차분하게 자기 생각을 그녀에게 알렸다. "박한 씨는 박 씨 일가의 인맥으로 A국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갖추고 있어. 만약 최운석 씨를 A국으로 데려간다면 손쓸 방법이 없을 테니 일단 최운석 씨를 A국으로 데려가는 일정을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아."진아연: "그럼 시은 씨는요?""박시준 씨를 찾기 전까지, 시은 씨는 B국에서 회복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위정은 마치 모든 일들을 고려하고 있는 듯했다. "박시준 씨를 찾으려는 거잖아? 박한 부자도 너를 찾지 못하면 어쩔 수 없잖아. 그럼 박시준 씨를 찾아 함께 귀국하고 나중에 최운석 씨한테 지분을 돌려주라고 하면 되잖아."진아연은 그의 말에 감동해 감사를 전했다. "위정 선배, 이런 것들까지 신셩 써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선배 말대로 하면 괜찮을 것 같아요. 솔직히 최운석 씨와 함께 귀국하면 박한 부자를 이길 자신이 없어요.""지금 너무 초췌해 보여. 이틀 동안 살이 너무 빠졌어. 이대로는 안 돼. 힘든 것보다 해결 방법이 많기 마련이잖아." 위정은 그녀를 위해 모든 걸 생각했고 진아연이 가능한 한 빨리 슬픔에서 벗어나기만을 바랐다."네. 오늘 아침에 한이도 사과했어요." 진아연은 아들 생각에 미소를 보였다. "아들이 사과하니 그제야 정신을 차렸어요. 이제 잘 챙길게요.""아직 저녁 안 먹었지? 내가 가서 냉장고에 뭐 있는지 볼게." 위정은 말하면서 몸을 일으켰고진아연은 이내 그를 말리며 난처한 모습을 보였다. "위정 선배, 냉장고에 아무것도 없을 거예요. 제가 주문할게요!"아직 저녁도 먹지 못한 위정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쓴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럼 2인분 주문해 줘."진아연은 그의 말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 "선배, 설마 시은 씨 따라 병원에 입원한 거예요?""그건 아니야. 병원 근처에 집을 구했어.""위정 선배, 저 진짜 궁금한 게 있어요. 부모님과 연락하고 싶지 않으세요?" 진아연은 사실 박시준이 갑자
최은서의 말을 들은 성빈은 그저 어이가 없었다.순간 머릿속은 지난 수십 년의 삶을 헛되이 살았다는 생각과 최은서처럼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여자가 처음이라는 생각밖에 없었다."못 배워 먹지 않고서야 이런 말을 할 수 없지."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어떻게 하면 임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설마 아무 관계없이 그냥 임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아니면 네 팔을 잡았다고 임신할 수 있어?"성빈은 말할수록 기가 찼고최은서는 그의 말에 어찌 대답할 생각만 하고 있었다."최은서, 고등학교는 졸업했지? B국의 교육 환경이 꽤 괜찮은 걸로 알고 있는데, 중학생도 알고 있는 지식을 고등학교 졸업한 넌 모르는 거야? 놀음을 좋아하는 여자애들은 더 일찍 알게 되지 않아?"성빈은 그녀를 무시할 뿐만 아니라 경멸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이에 최은서도 참지 못해 목소리를 높였다. "하긴. 당신 같은 늙은이가 아이가 어디 있겠어요? 제 생각이지만, 당신 같이 나이 많은 사람은 힘이 없어 여자가 있어봤자 아이를 얻기 힘들걸요.""최은서!""왜요? 저를 무시하는 말을 듣고 가만히 있으라고요? 저는 시준 오빠의 동생이지, 당신 동생이 아니에요. 저를 무시하고 욕할 자격 없다고요!" 최은서는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돈만 준다면야, 욕을 하든 말든요."성빈은 그녀의 뻔뻔한 모습에 어이가 없어 물을 벌컥 들이마셨다."별일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최은서는 속이 시원했는지 가방을 들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잠깐!" 성빈은 바로 다가가 그녀를 꽉 잡았다. "아직 설명도 하지 않았는데, 가긴 어딜 가!""그럼 빨리 물어봐요. 저 돌아가서 잘 거예요. 전날 밤 성빈 씨 집에서 잘 수 있어야 말이죠.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 생각하면 아주 불편해 죽겠어요." 최은서는 일부러 그를 약 올렸다.성빈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쾅' 소리와 함께 물잔을 테이블에 던졌다."아이 아빠는 누구야?!""쯧쯧, 전에는 아빠 없는 아이라면서요?""최
젠장!이런 우연이?그는 마치 그녀에게 약점이라도 잡힌 듯, 순간 맥이 탁 풀렸다."내 동료 말로는, 당신은 글렀대요." 최은서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울그락불그락 달아오른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거 말고도, 팁도 주지 않았대요. 더럽게 치사해서 정말.""그 동료 이름이 뭐야! 그 사람 연락처 줘 봐!" 성빈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미칠 지경이었다."그 사람한테 팁이라도 주게요?""너...!""팁은 됐어요. 제가 이 얘기를 한 건, 제 동료를 파는 게 아니라, 그저 당신한테 알려주려는 것뿐이거든요. 난 나쁜 여자예요. 그쪽도 딱히 좋은 남자가 아니고요. 앞으로 당신이 또다시 도덕이니 뭐니, 운운하면서 나한테 따지고 들면, 난 바로 이번 일을 꺼내 들 거예요." 최은서는 협박을 마치고는 즐거운 마음으로 성빈의 집을 떠났다.B국.위정을 배웅한 후, 진아연은 침실로 돌아와 베개 아래의 종이를 꺼냈다.그녀는 처음으로 박시준의 카카오톡에 로그인했다.로그인하자, 아직 확인하지 않은 수많은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그녀가 박시준에게 보낸 메시지도 있었고, 조지운에게서 온 메시지도 있었다.그는 어느 것도 읽지 않았다.그녀는 깊게 심호흡을 한 뒤, 무거운 마음으로 카카오톡을 종료한 다음, 이어서 그의 이메일에 로그인했다.메일 수신함에 들어가자, 그가 마지막으로 로그인했던 시간과 IP가 보였다.그는 주식을 양도했던 바로 전날 로그인을 했었다.그가 로그인했던 시간을 바라보며, 그녀는 뜨거운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주식 지분이 넘어가던 순간, 그의 마음은 절망으로 찢어질 듯 아팠을 것이다. 그가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자, 그녀는 괴로움에 숨을 쉬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같은 시각, Y국, 박시준은 문득 자신의 휴대폰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그의 휴대폰은 이미 며칠째 꺼져있었다.최근 며칠 동안 휴대폰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휴대폰을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비행기를 타기 전에 잃어버린 걸까, 아니면 비행기에
다음 날 아침.진아연은 아침에 일어나 병원으로 갔다.오늘 최운석은, 컨디션이 어제보다 훨씬 좋았다.그는 진아연을 보자마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연 씨, 제 동생은 좀 어때요?"진아연은 그의 병상 옆에 앉아, 아침 식사로 사 온 죽을 떠주며 말했다. "어제 잠깐 깨긴 했는데, 금방 다시 잠들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자고 있고요.""그렇군요. 괜찮아질까요?""그럴 거예요." 진아연은 죽 한 숟가락을 떠,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 "운석 씨, 우선 당분간 B국에 남는 게 어때요? 시은 씨가 퇴원한 후에, 시은 씨와 같이 있어요. 위정이 두 분을 돌봐줄 거예요.""그럼, 아연 씨는요?" 최운석이 물었다."전 시준 씨를 찾으러 갈 거예요. 시준 씨를 찾으면 함께 다시 A국으로 돌아갈 거예요. 괜찮죠?" 진아연이 최운석에게 그의 의견을 물었다."네, 동생과 함께이니, 지루하진 않을 거예요." 최운석은 미래에 대한 환상을 갖기 시작했다.진아연은 그의 얼굴에 걸린 미소를 바라보며, 함께 미소를 지었다.아침 식사가 끝난 후, 그녀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그녀는 휴대 전화를 꺼내 들었다. 이내, 화면에 떠 있는 '박우진' 의 이름 세 글자를 보자,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박우진은 어제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었다. 하지만 그녀가 답장하지 않자, 조급한 마음에 전화한 것이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베란다로 걸어갔다.전화를 받자마자 박우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아연! 어제 왜 내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은 거야? 킥킥, 설마 어디로 잠적해버릴 생각은 아니겠지?!""잠적할 생각이었으면, 네 전화도 받지 않았겠지." 그녀는 창밖의 눈 부신 햇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아직 약속한 기한이 되지 않았을 텐데?""네가 어제 내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는 바람에, 내가 어젯밤 비행기 타고 급하게 날아왔잖아." 여기까지 말하고는 박우진이 물었다. "어느 병원에 있어? 지금 갈게, 가는 김에 삼촌도 돌봐주고."진아연은 긴장감에 가슴이 죄어
박우진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운석 씨를 돌보러 오겠다고 한 건 당신이잖아, 고작 이 정도도 감수하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 진아연이 비웃었다."그냥 신장 조금 뗀 거 아니었어? 근데 소변줄까지 필요해?" 박우진이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네 신장을 좀 떼다가 실험해보는 건 어때?" 진아연이 빈정거렸다. "못 하겠으면 그냥 호텔로 돌아가. 일주일 후에 퇴원할 때 그때 다시 오던지."박우진은 굳이 고생스럽게 최운석을 돌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진아연이 이토록 자기를 보내려는 걸 보자, 남아서 최운석을 돌보기로 결심했다.박우진이 끝까지 고집을 부리자, 진아연은 병실에서 나왔다.최운석은 퇴원하기 전까지는 안전할 것이다.이제 박우진에게 최운석을 빼앗기지 않을 확실한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그녀는 병원 사무실에서 위정을 만나, 모든 상황을 위정에게 말했다."박우진 이제 자기의 야심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네.""맞아요. 저한테 직접 말했어요. 운석 씨를 데리고 돌아가면, ST그룹은 이제 자기 손바닥 안이라고요. 절대 그 사람이 운석 씨를 데려가게 두진 않을 거예요." 진아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박우진 말로는, A국에서 경호원을 여럿 데려왔대요. 지금 병원 근처에 있을 거예요.""아연아, 걱정하지 마. 여기는 병원이야, 그의 경호원이 함부로 들어올 순 없어." 위정이 진아연을 안심시켰다. "B국에는 접근 금지 명령 제도가 있어. 우린 이 제도를 활용하는 수밖에. 접근 금지 명령이 떨어지면, 박우진이 운석 씨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어.""접근 금지 명령에 대해선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죠?" 진아연의 머리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위정이 대답했다. "박우진이 최운석 씨를 해치려 한다는 증거를 판사에게 제출하기만 하면 돼.""하지만 박우진은 운석 씨를 해치려 하지 않을 텐데요.""그럼, 우리가 그 증거를 만들면 돼." 위정이 침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박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