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너한테 이 얘기를 하기 위해 찾아온 거야." 위정은 차분하게 자기 생각을 그녀에게 알렸다. "박한 씨는 박 씨 일가의 인맥으로 A국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갖추고 있어. 만약 최운석 씨를 A국으로 데려간다면 손쓸 방법이 없을 테니 일단 최운석 씨를 A국으로 데려가는 일정을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아."진아연: "그럼 시은 씨는요?""박시준 씨를 찾기 전까지, 시은 씨는 B국에서 회복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위정은 마치 모든 일들을 고려하고 있는 듯했다. "박시준 씨를 찾으려는 거잖아? 박한 부자도 너를 찾지 못하면 어쩔 수 없잖아. 그럼 박시준 씨를 찾아 함께 귀국하고 나중에 최운석 씨한테 지분을 돌려주라고 하면 되잖아."진아연은 그의 말에 감동해 감사를 전했다. "위정 선배, 이런 것들까지 신셩 써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선배 말대로 하면 괜찮을 것 같아요. 솔직히 최운석 씨와 함께 귀국하면 박한 부자를 이길 자신이 없어요.""지금 너무 초췌해 보여. 이틀 동안 살이 너무 빠졌어. 이대로는 안 돼. 힘든 것보다 해결 방법이 많기 마련이잖아." 위정은 그녀를 위해 모든 걸 생각했고 진아연이 가능한 한 빨리 슬픔에서 벗어나기만을 바랐다."네. 오늘 아침에 한이도 사과했어요." 진아연은 아들 생각에 미소를 보였다. "아들이 사과하니 그제야 정신을 차렸어요. 이제 잘 챙길게요.""아직 저녁 안 먹었지? 내가 가서 냉장고에 뭐 있는지 볼게." 위정은 말하면서 몸을 일으켰고진아연은 이내 그를 말리며 난처한 모습을 보였다. "위정 선배, 냉장고에 아무것도 없을 거예요. 제가 주문할게요!"아직 저녁도 먹지 못한 위정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쓴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럼 2인분 주문해 줘."진아연은 그의 말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 "선배, 설마 시은 씨 따라 병원에 입원한 거예요?""그건 아니야. 병원 근처에 집을 구했어.""위정 선배, 저 진짜 궁금한 게 있어요. 부모님과 연락하고 싶지 않으세요?" 진아연은 사실 박시준이 갑자
최은서의 말을 들은 성빈은 그저 어이가 없었다.순간 머릿속은 지난 수십 년의 삶을 헛되이 살았다는 생각과 최은서처럼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여자가 처음이라는 생각밖에 없었다."못 배워 먹지 않고서야 이런 말을 할 수 없지."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어떻게 하면 임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설마 아무 관계없이 그냥 임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아니면 네 팔을 잡았다고 임신할 수 있어?"성빈은 말할수록 기가 찼고최은서는 그의 말에 어찌 대답할 생각만 하고 있었다."최은서, 고등학교는 졸업했지? B국의 교육 환경이 꽤 괜찮은 걸로 알고 있는데, 중학생도 알고 있는 지식을 고등학교 졸업한 넌 모르는 거야? 놀음을 좋아하는 여자애들은 더 일찍 알게 되지 않아?"성빈은 그녀를 무시할 뿐만 아니라 경멸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이에 최은서도 참지 못해 목소리를 높였다. "하긴. 당신 같은 늙은이가 아이가 어디 있겠어요? 제 생각이지만, 당신 같이 나이 많은 사람은 힘이 없어 여자가 있어봤자 아이를 얻기 힘들걸요.""최은서!""왜요? 저를 무시하는 말을 듣고 가만히 있으라고요? 저는 시준 오빠의 동생이지, 당신 동생이 아니에요. 저를 무시하고 욕할 자격 없다고요!" 최은서는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돈만 준다면야, 욕을 하든 말든요."성빈은 그녀의 뻔뻔한 모습에 어이가 없어 물을 벌컥 들이마셨다."별일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최은서는 속이 시원했는지 가방을 들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잠깐!" 성빈은 바로 다가가 그녀를 꽉 잡았다. "아직 설명도 하지 않았는데, 가긴 어딜 가!""그럼 빨리 물어봐요. 저 돌아가서 잘 거예요. 전날 밤 성빈 씨 집에서 잘 수 있어야 말이죠.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 생각하면 아주 불편해 죽겠어요." 최은서는 일부러 그를 약 올렸다.성빈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쾅' 소리와 함께 물잔을 테이블에 던졌다."아이 아빠는 누구야?!""쯧쯧, 전에는 아빠 없는 아이라면서요?""최
젠장!이런 우연이?그는 마치 그녀에게 약점이라도 잡힌 듯, 순간 맥이 탁 풀렸다."내 동료 말로는, 당신은 글렀대요." 최은서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울그락불그락 달아오른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거 말고도, 팁도 주지 않았대요. 더럽게 치사해서 정말.""그 동료 이름이 뭐야! 그 사람 연락처 줘 봐!" 성빈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미칠 지경이었다."그 사람한테 팁이라도 주게요?""너...!""팁은 됐어요. 제가 이 얘기를 한 건, 제 동료를 파는 게 아니라, 그저 당신한테 알려주려는 것뿐이거든요. 난 나쁜 여자예요. 그쪽도 딱히 좋은 남자가 아니고요. 앞으로 당신이 또다시 도덕이니 뭐니, 운운하면서 나한테 따지고 들면, 난 바로 이번 일을 꺼내 들 거예요." 최은서는 협박을 마치고는 즐거운 마음으로 성빈의 집을 떠났다.B국.위정을 배웅한 후, 진아연은 침실로 돌아와 베개 아래의 종이를 꺼냈다.그녀는 처음으로 박시준의 카카오톡에 로그인했다.로그인하자, 아직 확인하지 않은 수많은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그녀가 박시준에게 보낸 메시지도 있었고, 조지운에게서 온 메시지도 있었다.그는 어느 것도 읽지 않았다.그녀는 깊게 심호흡을 한 뒤, 무거운 마음으로 카카오톡을 종료한 다음, 이어서 그의 이메일에 로그인했다.메일 수신함에 들어가자, 그가 마지막으로 로그인했던 시간과 IP가 보였다.그는 주식을 양도했던 바로 전날 로그인을 했었다.그가 로그인했던 시간을 바라보며, 그녀는 뜨거운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주식 지분이 넘어가던 순간, 그의 마음은 절망으로 찢어질 듯 아팠을 것이다. 그가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자, 그녀는 괴로움에 숨을 쉬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같은 시각, Y국, 박시준은 문득 자신의 휴대폰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그의 휴대폰은 이미 며칠째 꺼져있었다.최근 며칠 동안 휴대폰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휴대폰을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비행기를 타기 전에 잃어버린 걸까, 아니면 비행기에
다음 날 아침.진아연은 아침에 일어나 병원으로 갔다.오늘 최운석은, 컨디션이 어제보다 훨씬 좋았다.그는 진아연을 보자마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연 씨, 제 동생은 좀 어때요?"진아연은 그의 병상 옆에 앉아, 아침 식사로 사 온 죽을 떠주며 말했다. "어제 잠깐 깨긴 했는데, 금방 다시 잠들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자고 있고요.""그렇군요. 괜찮아질까요?""그럴 거예요." 진아연은 죽 한 숟가락을 떠,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 "운석 씨, 우선 당분간 B국에 남는 게 어때요? 시은 씨가 퇴원한 후에, 시은 씨와 같이 있어요. 위정이 두 분을 돌봐줄 거예요.""그럼, 아연 씨는요?" 최운석이 물었다."전 시준 씨를 찾으러 갈 거예요. 시준 씨를 찾으면 함께 다시 A국으로 돌아갈 거예요. 괜찮죠?" 진아연이 최운석에게 그의 의견을 물었다."네, 동생과 함께이니, 지루하진 않을 거예요." 최운석은 미래에 대한 환상을 갖기 시작했다.진아연은 그의 얼굴에 걸린 미소를 바라보며, 함께 미소를 지었다.아침 식사가 끝난 후, 그녀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그녀는 휴대 전화를 꺼내 들었다. 이내, 화면에 떠 있는 '박우진' 의 이름 세 글자를 보자,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박우진은 어제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었다. 하지만 그녀가 답장하지 않자, 조급한 마음에 전화한 것이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베란다로 걸어갔다.전화를 받자마자 박우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아연! 어제 왜 내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은 거야? 킥킥, 설마 어디로 잠적해버릴 생각은 아니겠지?!""잠적할 생각이었으면, 네 전화도 받지 않았겠지." 그녀는 창밖의 눈 부신 햇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아직 약속한 기한이 되지 않았을 텐데?""네가 어제 내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는 바람에, 내가 어젯밤 비행기 타고 급하게 날아왔잖아." 여기까지 말하고는 박우진이 물었다. "어느 병원에 있어? 지금 갈게, 가는 김에 삼촌도 돌봐주고."진아연은 긴장감에 가슴이 죄어
박우진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운석 씨를 돌보러 오겠다고 한 건 당신이잖아, 고작 이 정도도 감수하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 진아연이 비웃었다."그냥 신장 조금 뗀 거 아니었어? 근데 소변줄까지 필요해?" 박우진이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네 신장을 좀 떼다가 실험해보는 건 어때?" 진아연이 빈정거렸다. "못 하겠으면 그냥 호텔로 돌아가. 일주일 후에 퇴원할 때 그때 다시 오던지."박우진은 굳이 고생스럽게 최운석을 돌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진아연이 이토록 자기를 보내려는 걸 보자, 남아서 최운석을 돌보기로 결심했다.박우진이 끝까지 고집을 부리자, 진아연은 병실에서 나왔다.최운석은 퇴원하기 전까지는 안전할 것이다.이제 박우진에게 최운석을 빼앗기지 않을 확실한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그녀는 병원 사무실에서 위정을 만나, 모든 상황을 위정에게 말했다."박우진 이제 자기의 야심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네.""맞아요. 저한테 직접 말했어요. 운석 씨를 데리고 돌아가면, ST그룹은 이제 자기 손바닥 안이라고요. 절대 그 사람이 운석 씨를 데려가게 두진 않을 거예요." 진아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박우진 말로는, A국에서 경호원을 여럿 데려왔대요. 지금 병원 근처에 있을 거예요.""아연아, 걱정하지 마. 여기는 병원이야, 그의 경호원이 함부로 들어올 순 없어." 위정이 진아연을 안심시켰다. "B국에는 접근 금지 명령 제도가 있어. 우린 이 제도를 활용하는 수밖에. 접근 금지 명령이 떨어지면, 박우진이 운석 씨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어.""접근 금지 명령에 대해선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죠?" 진아연의 머리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위정이 대답했다. "박우진이 최운석 씨를 해치려 한다는 증거를 판사에게 제출하기만 하면 돼.""하지만 박우진은 운석 씨를 해치려 하지 않을 텐데요.""그럼, 우리가 그 증거를 만들면 돼." 위정이 침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박우진
전화를 걸었지만, 당연하게도, 차가운 시스템 안내음만 들려왔다.그녀는 순간 마음이 아팠지만,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시은 씨, 시준 씨가 지금 바쁜가 봐요. 이따가 다시 전화해 볼게요." 진아연은 차마 시은에게 진실을 알려줄 수 없었다.단 하루만이라도, 시은의 건강이 조금이라도 더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나을 듯싶었다.위정은 그런 진아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는 진아연이 시은에게 진실을 알려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알았어." 시은의 눈빛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곤 곧이어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오빠가 나를 탓할까? 나한테 화를 낼까?""그렇지 않아요. 시은 씨, 시준 씨는 시은 씨에게 화가 나지 않았어요, 오히려 아주 그리워했죠." 진아연이 시은의 손을 꼭 잡았다. "저를 믿으세요."시은은 일시에 마음이 놓였다. "내가 가장 믿는 사람은 바로 아연이와 위정 씨야. 그리고 우리 오빠도.""잘 회복해서 퇴원하게 되면, 깜짝 놀랄 일이 있을 거예요." 진아연은 시은이 퇴원한 후에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응. 나 조금 졸려. 좀 자야겠어. 오빠가 오면 꼭 깨워줘." 시은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졌다.시은이 다시 잠이 든 후, 위정과 진아연은 병실에서 나왔다."아연아, 이 문제를 시은 씨가 퇴원할 때 숨기기는 어려울 거야." 위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은 씨는 적어도 보름은 입원해야 해. 일주일이 지나도 시준 씨를 보지 못하면, 분명 의심하기 시작할 거야.""그럼, 일주일 후에 얘기할게요. 지금 시은 씨는 너무 쇠약해요. 이 일로 충격받아, 컨디션 회복에 해가 될까 걱정이 돼서요." 진아연이 자기 생각을 말했다. "저희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사람이 아플 때 기분이 좋지 않으면, 무의식적으로 병이 낫는 걸 원하지 않게 된대요. 그럴 경우, 회복이 아주 더뎌지겠죠. 하지만 환자가 기분이 좋고 긍정적이면, 회복 속도도 훨씬 빨라질 거래요.""그래. 그럼, 지금은 우선 비밀로 해두
"은서 씨, 생각은 해 봤어요?" 진아연이 물었다.이전에, 최은서는 결정을 내리면 그녀에게 말해주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 말이 없었다."진아연 씨, 왜 성빈 씨에게 말했죠? 성빈 그 늙은 망나니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알아요? 나한테 쌍욕을 퍼부었다고요, 어이가 없어서 정말!" 최은서는 잠시 뒤척거리더니 이내 침대에서 일어났다. "게다가 나한테 아이를 지우라고 강요했어요. 자기가 뭔데, 나한테 그런 강요를 하냐고!"진아연은 잠깐 얼이 빠졌다. "제가 성빈 씨한테 전화했어요. 은서 씨 혼자 수술하러 가면, 제가 영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요.""좋은 마음으로 그랬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아연 씨의 좋은 마음이 나쁜 결과를 낳았어요. 아연 씨의 절친을 보내줬어도, 성빈 씨 보단 훨씬 나았을 거예요!" 최은서가 투덜거렸다."그래요." 사실 진아연에게는 다른 생각이 있었다.그녀가 성빈에게 가장 먼저 이 소식을 전한 건, 최은서의 아이가 성빈의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최은서는 어리고, 생각도 성숙하지 못하니, 성빈에게 이 일을 알려 두 사람이 함께 결정하게 하면, 훨씬 좋을 것 같았다."됐어요, 아연 씨 절친한테도 말할 필요 없어요. 난 다른 사람의 도움 따윈 필요 없어요." 최은서는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전 아직 이 아이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못했어요.""아이를 지우고 싶지 않으면, 지우지 않아도 돼요." 진아연이 말했다. "시준 씨가 매달 생활비를 보내주지 않나요? 부족하면 저도 보태줄게요."진아연의 말을 듣자, 최은서는 마음이 풀렸다. "아연 씨는 왜 이렇게 저한테 잘해주는 거예요? 박시준은 이제 더 이상 ST그룹의 대표도 아니고, 제가 박시준의 동생이긴 하지만, 박시준은 인정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은서 씨가 시준 씨의 동생이라는 사실은, 시준 씨의 신분이나 지위와는 전혀 상관없어요. 말했듯이, 전 힘이 닿는 데까지 최대한 은서 씨를 도울 거예요.""알았어요, 아연 씨 탓은 하지 않을게요." 최은서는 유치
Y국.박시준이 이곳에 온 지 벌써 일주일이 다 되었다.김형문은 박시준에게 현재 관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산업에 대해 알려준 후, 술을 마시며 그에게 속마음을 터놓았다."요즘 국내에서 연락해 온 사람 없지?" 김형문이 말하는 '국내의 사람' 은 진아연이었다."휴대폰을 잃어버렸어요." 박시준은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지난번에 얘기했었죠.""그래, 잊지 않았어. 사람을 보내 별장을 여러 번 뒤지기도 하고, 공항에 사람을 보내기도 했지만 찾지 못했어." 김형문이 솔직하게 터놓았다. "아마 휴대폰을 두고 비행기를 탄 것 같아.""아까 하신 질문에 답할게요." 박시준은 술잔을 내려놓고, 테라스 멀리 펼쳐진 야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누구와도 연락하지 못했어요.""하하하! 그거야 네가 마음만 먹으면, 까짓거 휴대폰 하나 잃어버려도 국내에 있는 사람과 연락할 방법은 많았겠지. 내가 사람을 보내 새 휴대폰을 사 오게 하지 않았던가? 진아연 씨 번호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을 테고. 연락하려면 언제든 할 수 있었겠지." 김형문이 그를 놀리며 말했다.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진아연 씨가 지금 널 찾고 있어.""형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박시준은 그의 잘생긴 눈썹을 잔뜩 찡그렸다.그는 사생활을 침해받는 것도 싫지만, 뒷조사를 당하는 건 더 싫었다.김형문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네 사생활은 뒷조사한 적 없어. 단지 성빈 씨에게 전화해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이야. 성빈 씨가 네 걱정을 많이 하더라. 그리고 널 만나지 않았냐고 나를 떠보길래, 만난 적 없다고 했지. 그리고 내가 진아연 씨가 최운석이라는 멍청이와 함께 도망이라도 갔느냐고 물었더니..."여기까지 말하곤, 김형문은 일부러 시간을 끌어 그의 궁금증을 자아내었다.박시준은 그가 술잔을 잡는 것을 보고는, 술잔을 들어 그와 함께 술잔을 부딪혔다."성빈 씨 말로는, 진아연 씨가 널 찾고 있고, 만회하길 바란다더군." 김형문은 깊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박시준을 바라보았다.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