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말을 듣자, 마이크는 맥이 탁 풀렸다.그녀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시준의 성격에, 시은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안다면, 이성을 잃을 것이 분명했다. 최운석을 잡아다 수술대에 묶어, 시은에게 신장을 이식한다 해도 말이다.게다가 수술이 실패해, 그가 두 눈으로 시은의 죽음을 목격하기라도 한다면, 그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인단 말인가?"지금 네가 말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야." 마이크가 마음을 가라앉힌 후 말했다. "시은 씨의 성공이 수술한 후에, 네가 시은 씨를 그의 눈앞에 데려다 놓는 거지."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아. 난 항상 시은 씨를 살려서 데려오고 싶었어. 시준 씨가 시은 씨를 보면 분명 엄청나게 기뻐할 거야.""하지만 지금 시준 씨는 너를 오해하고 있잖아!" 마이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시준 씨뿐만 아니라, 시준 씨 주변의 사람들까지 다 너를 아니꼽게 보고 있어! 성빈 씨와 지운 씨마저도 말이야...""소정이 말해줬어." 아연은 마음이 아팠지만, 그들의 생각에 신경 쓰지 않았다. "위정 오빠는 내가 너무 힘들까 봐, 시은 씨 일은 신경 쓰지 말라고 하더라고. 하지만 내가 어떻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겠어. 시은 씨는 지성이 때문에 그렇게 된 건데. 신경 쓰지 않으면 난 평생 양심에 가책을 느낄 거야.""몰랐다면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겠지만, 알게 된 이상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지." 마이크는 그녀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 둬야 해. 만약 시은 씨가 결국 사망한다면, 그땐 너랑 시준 씨 관계는 완전히 끝장날 거야. 지금까지 두 사람이 많은 이별과 재결합을 해왔다고 해서, 매번 행복하게 끝낼 수 있을 거란 생각 마."그녀가 의기소침하게 말했다.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다시 돌아갈 방법도 없어.""걱정하지 마. 네가 어떤 결정을 하던, 난 영원히 널 응원할 거야. 네가 시은 씨 때문에 회사를 다 말아먹는다고 해도, 아무 말 하지 않을게.""시준 씨가
"그런 말은 왜 한 거야?" 마이크가 불만스러워했다. "나를 두고 멀리 떠나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너, 설마 또 무슨 계획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지?""없어. 그냥 너 볼 면목이 없는 것 같아서." 그녀가 말했다. "넌 원래 사업 같은 거 별로 안 좋아했잖아. 나한테 끌려와 얼떨결에 대단한 사업가가 되긴 했지만.""네 말대로면, 내가 너한테 감사해야 하는 게 맞지. 괜히 감성적으로 굴지 마. 설사 정말로 회사를 팔게 되더라도, 우린 맨주먹만으로도 꿋꿋하게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이 있잖아. 좋게 좋게 생각하자. 우선 시은 씨가 잘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기도하자고!""이번 일, 지운 씨한테도 얘기했어?" 그녀가 사무실 의자에 앉았다."아니." 마이크가 대답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하겠어. 시은 씨 수술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서 시은 씨를 데리고 돌아오면, 그때 깜짝 놀라게 해 줄 거야.""너 점심 뭐 먹고 싶어? 내가 살게.""방금 막 아침 먹었는데, 벌써 무슨 점심 타령이야. 네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밥을 사려하니, 점심 메뉴를 열심히 고민해봐야겠다! 생각해보고 알려줄게." 말을 마친 마이크가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대략 한 시간이 지난 뒤, 마이크가 메뉴 리스트를 한가득 보내왔다.아연은 메뉴들을 살펴본 후, 회사 근처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어 예약했다.예약을 마친 후 아연은 마이크에게 식당 이름을 보내주었다.정오가 되어 막 퇴근하려던 찰나, 마이크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연아, 먼저 식당에 가 있어. 아직 할 일이 남아서 퇴근이 좀 늦어질 것 같아.""알았어, 식당에서 기다릴게. 일 끝나면 와.""응. 배고프면 먼저 먹고 있어.""배 안 고파. 이따 보자!" 아연이 전화를 끊고, 핸드백을 챙겨 퇴근하려던 순간, 박우진에게서 온 새 메시지를 보았다.그녀가 메시지를 누르자,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박우진이 최운석의 사진을 보냈다.사진 속 운석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위치 보내줄 테니, 네가 직접 와!" 박우진이 말했다. "나머지는 만나서 다시 얘기하자고."박우진이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아연은 온몸이 얼어붙고,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시준은 최근 며칠 동안 잠적하면서, 이런 일을 꾸미고 있었단 말인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내 마음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시준이 동의하지 않는 이상, 누가 그의 지분을 가져갈 수 있단 말인가?순식간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시준 주변의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그를 싫어한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이미 이번 일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시준은 주식 지분을 내어주고도, 어째서 화를 내지도, 욕을 퍼붓지도 않는 걸까?그녀는 자신이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들은 분명 그녀가 시준에게 이렇게 하도록 강요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직 그녀가 시준에게 이야기할 기회가 없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꼭 그에게 이번 일에 관해 이야기했어야 했다.과정을 생략해도, 결과는 같았다.그가 미리 알게 되었거나, 그녀가 그를 찾아와 이야기하길 며칠 동안이나 기다렸다고 해도, 어쨌든 그는 분명 화가 났을 것이다.그녀가 그의 수익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적지 않은 수익을 말이다.더군다나 그녀가 다른 남자를 위해 이렇게까지 그를 밀어붙였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핸드폰 화면이 밝아지면서, 박우진이 보낸 위치가 나타났다.그녀는 손을 들어 얼굴의 눈물을 닦고, 빠르게 표정을 가다듬고는, 가방을 손에 들고 성큼성큼 사무실을 나섰다.30분 후, 그녀는 차를 몰아 박우진과 최운석이 있는 식당에 도착했다.최운석은 그녀를 보자마자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그의 눈은 여느 때처럼 너무나도 맑고 깨끗했다. 순결무구 그 자체였다.그녀는 그의 팔을 잡고서, 그를 데리고 곧바로 자리를 뜨려 했다."진아연, 뭘 그렇게 서둘러? 우리 고모는 언제 수술할 수 있대? 수술 시간은 얼마나 걸려?" 박우진이 최운석의 다른 팔을 꽉 붙잡았다. "이런 문제는, 내가
그녀가 최운석을 데리고 식당에서 나올 때휴대폰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진아연은 최운석을 차에 태운 후, 휴대폰을 꺼냈다.마이크의 연락임을 확인했다.마이크는 진아연이 예약한 식당에 도착했지만, 그녀를 찾지 못해 연락했던 거다."마이크, 나 지금 최운석 씨와 식당에서 나왔어. 미리 주문했으니까 다른 사람과 식사해." 진아연은 슬픈 마음을 억누르고 태연한 척 말을 이었다."지금 최운석 씨와 함께 있어?"진아연은 그의 말에 멘탈이 순간 무너졌다. "시준 씨가 지분을 전부 최운석 씨에게 줬어. 전부 넘겨줬다고! 마이크, 내가 얼마나 미웠으면 이런 식으로 나에게 상처를 주는거야!"마이크는 그녀의 말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다.박시준의 이런 결정 때문에 성빈과 조지운이 진아연을 미워했던 거구나!이는 박시준한테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박시준이 이런 결정을 내릴 줄 알았다면, 마이크는 진아연과 박한 부자의 얘기를 절대 그한테 알려주지 않았을 거다.마이크는 자신한테 화가 나고 모든 것이 후회스럽지만, 진아연에게 사실을 알리기 두려웠다."아연아, 미안해. 사실 며칠 전에 박시준 씨와 만난 적 있어." 마이크는 지금의 상황 때문에 머리가 몹시 아팠다."나도 대충 알고 있었어." 진아연은 그의 말에 놀라지 않았다. 사실 이런 지경까지 이르기에는 타인과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네가 그를 찾지 않아도 언젠가 부닫칠 문제였어. 그와의 감정이 견고한 듯하지만, 사실 매번의 다툼으로 인해 유리 같은 관계와 다를 바 없거든.""그러면 이제 어떡하지? 지분을 넘기면 ST그룹과 선을 긋는 것과 다름없잖아. 앞으로 어쩔 생각이야?" 마이크는 그녀의 말을 듣더니 한숨을 내쉬었다."나도 모르겠어! 마이크, 나 지금 너무 힘들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번 주에 찾아올 줄 알았는데, 이제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 같아." 진아연은 말할수록 겁이 났다."울지 마! 일단 최운석 씨를 데리고 시은 씨의 수술
그리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시은이의 수술이다."최운석 씨, 일단 B국으로 가서 동생과 만납시다!" 진아연은 운전석에 올라타 최운석과 함께 공항으로 향했고도중 이모님에게 연락했다."이모님, 저 급한 일이 있어서 지금 B국으로 가고 있어요. 언제 돌아올지 아직 몰라요."이모님: "네. 그런데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니요? 라엘한테 여름 방학 때 함께 B국으로 가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요?""괜찮아요. 때가 되면 마이크한테 부탁해 B국으로 데려오면 돼요.""네. 혹시 급한 일이 있나요? 라엘이 돌아오면 분명 물어볼 거예요.""환자의 수술 때문이에요." 진아연은 잠시 생각하고 간략하게 답했다."알겠어요. 그럼 조심히 갔다 오세요! 집안일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이모님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어두운 낯빛을 하고 소파에 앉아있는 박시준을 바라봤다."대표님, 아연 씨가...""그녀에 관한 일은 저한테 알리지 않으셔도 돼요." 박시준은 단호하게 이모님의 말을 끊었다. "그녀가 어디 가든 그녀의 자유입니다."이모님은 그의 말에 그저 속상할 뿐이다. "대표님이 집에 있다는 걸 알면 분명 찾아오실 겁니다.""저와 만날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박시준은 말을 다 하자 소파에서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갔다.이모님은 그의 외로운 뒷모습을 지켜보며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그럼 아연 씨는 언제 출국하시는 거예요?" 이때 홍 아줌마가 다가와 물었다. "대표님이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아연 씨가 떠나네요. 두 사람 설마 약속이라도 한 건 아니죠?"이모님은 말을 이었다. "아닐 거예요. 아연 씨가 해외에 예약 잡힌 수술이 있다고 했어요.""아, 그러면 언제 돌아오는 거죠?""언제 돌아올지 확정할 수 없다고 하네요." 이모님은 말하면서 자기 생각도 알렸다. "두 사람 만나지 않기로 약속한 건 아니겠죠? 어떤 수술이든 정한 시간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왜 확정할 수 없다는 거죠?""아이들만 마음고생할 뿐이죠.""그래도 한이 도련님은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그의 말은 들은 진아연은 다시금 상처를 받게 되었다."박시준 씨는 자기의 지분을 전부 최운석 씨에게 넘겨줬어요."위정은 그녀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최운석 씨에게 넘겨줘도 괜찮지 않아? 때가 되면 최운석 씨한테 다시 돌려주라고 하면 되잖아?""박한 씨와 박우진이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 진아연은 계속해 말을 이었다. "최운석 씨의 보호자는 지금 이들의 명하에 있어요.""아연아, 최운석 씨를 일반 사람으로 대한다면 이리 머리 아픈 일이 아니지 않을 거야" 위정은 담담하게 자기 생각을 알렸다. "난 최운석 씨는 이들의 감독 보호가 필요 없다고 봐. 시은 씨가 지성이에게 헌혈하기로 결정할 수 있는 것처럼, 그도 자기 의지대로 모든 일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해."위정의 말은 진아연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아연 씨, 제가 무엇을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돌려드릴 수 있어요. 당신의 말이라면 전부 따를게요. 앞으로 아연 씨의 말만 들을 거예요." 최운석은 이들의 대화를 알아듣기 위해 노력했다.최운석은 최경규로부터 박한에게 넘겨졌고 이 모든 걸 겪고 나서야 그를 챙겨주는 사람은 진아연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최운석 씨, 고마워요. 나중에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다시 생각해 볼게요." 진아연은 그런 최운석의 말에그저 감동받을 뿐이다.이들은 병원에 도착하자 바로 시은이의 병실로 향했다.진아연은 마음의 준비를 했었지만, 시은이를 보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지금의 시은이는 뼈만 남아 심전도의 표시가 아니라면 살아 있는 사람이라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아연아, 울지 마. 오랜 병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어. 애당초 최운석 씨를 찾지 못해 박시준 씨와 다툴 수 있을 것 같아 너한테도 그만하라고 한 거야. 시은 씨는 이미 포기하고 죽으려 하지만, 내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거야." 위정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는 계속 기적을 기다리고 있어. 혹시라도 기적이 있을지도 모르잖아?"함께 병실로 들어온 최운석은 그저 멍하니 병상에
휴대폰을 켜자 수많은 메시지가 튀어나왔고그는 쓸데없는 정보를 모두 필터링한 후 브라우저를 클릭해 헤드라인에 떠 있는 자기 사진을 확인했다.이로써 과거의 모든 것을 마무리 짓게 되었고그와 진아연도 지금 이 순간부터 끝을 맺었다.그는 전날 집으로 돌아온 라엘의 차갑고 두려움이 섞인 시선을 잊을 수 없었다.딸아이와 가깝게 지내고 싶지만, 아이의 반응에 아무 말도 못 하고 무작정 다가갈 수도 없었다.오늘 아침도 마찬가지였다.이모님이 아이의 머리를 빗겨줄 때 그는 조용히 옆에서 지켜봤고라엘은 머리를 빗고 바로 책가방을 메고 밖으로 도망치 듯 뛰쳐나갔다.아이는 아침 내내 그를 보지도 않고 말도 건네지 않았으며 마치 괴물이라도 대하는 듯했다.유일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지성이만 그에게 안겨 미소를 보이며 아빠라고 애교를 부렸다.안타깝게도 그는 이제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박시준이 아니었다.그는 회사를 포함한 모든 것을 최운석에게 넘겼고 남은 거라곤 '박시준' 이라는 이름뿐이었다.박시준은 지금의 그는 아이한테 별다른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이때 휴대폰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고그는 휴대폰 화면의 번호를 보자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시준아, 그 여자 때문에 모든 걸 잃었지. A국 사람들이 너를 뭐라고 비웃는지 알아? 네가 잘 나갈 때야, 사람들은 너를 존경하고 두려워하지. 그런 사람들은 전부 너에게 알랑거리고 비위를 맞춰주는 사람들뿐이야.""이제 ST그룹 회장도 아니니 사람들은 너를 물독에 빠진 생쥐로 여길 뿐이야. 사람들은 네가 물에 빠져서 죽을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라 물에 빠진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보는 것뿐이라고..."전화 저편에서 전해지는 목소리에박시준은 그저 어두운 눈빛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시준아, 사람들이 너를 무시하더라도 난 절대 너를 포기하지 않아. 나한테 와! 좋은 술과 네가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게." 김형문은 담배를 피우며 의자에 기대어 말을 이었다. "전에 만날 때, 진아연 씨는 절대 착한 여자가 아
진아연은 시은이의 병실로 들어가 바로 시은이의 손을 잡았다."시은 씨, 지금 무지 힘들다는 거 알고 있어요. 그래도 포기하면 안 돼요. 이제 적합한 신장도 찾았으니까 곧 수술할 수 있어요. 수술만 잘 받으면 곧 나아질 거예요."시은이는 그녀를 보자 밝은 미소를 보였고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얼마 전에 시은 씨의 행방을 알게 됐어요. 시은 씨의 오빠도 시은 씨가 죽지 않았을 거라 굳게 믿고 있어요. 그러니까 수술이 끝날 때까지 꿋꿋이 버티고 같이 만나러 가요. 알았죠?" 진아연은 눈물을 꾹 참고 시은이를 격려했다."나중에 괜찮아지면 바로 오빠 만나러 가서 깜짝 놀라게 해줄 거야..." 시은이는 오빠 만날 생각에 환한 미소를 보였다. "오늘처럼 기쁜 게 너무 오랜만이야.""앞으로 행복한 일들이 더 많을 거예요. 한이와 라엘도 시은 씨를 잊지 않았어요. 지성이도 건강하게 자라고 이제 엄마 아빠도 부를 줄 알아요. 그리고 걸음마도 배우기 시작했어요.""아연아, 적합한 신장을 찾느라 애 많이 썼지?" 시은이는 그녀를 바라보며 감사했다. "위정 씨가 계속 찾아봤지만, 적합한 신장이 없었어. 나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는 거 같아 이제 버티고 싶지 않아...""그런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마요. 이제 고생 안 해도 돼요. 앞으로 마음 편한 날들만 남았어요.""그래... 집이 너무 그리워. 오빠도 너무 보고 싶어." 시은이의 눈동자는 갑자기 초점을 잃기 시작했고 낮은 목소리로 계속 중얼거렸다. "오빠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뭐든 괜찮아..."시은이의 의식은 점점 흐릿해졌고 말을 마치자 다시 혼수상태로 돌아갔다.위정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진아연에게 말을 건넸다. "너를 만나기 전까지, 이런 말들을 한 적이 없었어. 널 보니까 박시준 씨가 생각났나 봐.""위정 선배, 수술 날짜는 언제 정하나요?" 진아연은 시은이의 상태를 보니 더는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금 상태가 불안정해서 갑자기 돌아갈까 봐 걱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