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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8화

연설은 곁눈질로 시우의 분노한 표정을 보고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

시우는 좀 단순한 사람이라서,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을 보면 틀림없이 마음속으로 불만을 품을 것이다. 그녀는 나이가 어려서 직설적으로 무슨 말을 하면 은수도 그녀를 탓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은수는 시우가 자신을 돌보기를 바라고 있었으니 그녀를 쫓아낼 가능성은 더욱 없었다.

이렇게 되면 그녀 자신이 말하기 어려운 말이 마침내 누군가가 대신 말해줄 수 있었다.

연설은 시우를 한 번 바라보았는데, 비록 그녀가 자신에 대한 숭배를 이용한 셈이지만, 일이 성사된 후 그녀도 이 사촌 여동생을 박대하지 않을 것이다.

......

은수와 수현은 회사에서 바삐 돌아쳤고 일에 몰두하니 시간은 아주 빨리 지나갔다.

퇴근 시간이 되자 은수는 수현의 문을 두드렸고, 여자의 부드러운 소리를 듣고서야 문을 밀고 들어갔다.

문에 들어서자 그는 수현이 참고서 한 무더기 뒤에서 방안을 열심히 고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은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는 이미 충분히 일중독이었고 평소에 야근을 한다면 아무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수현은 그보다 더 일에 미칠 줄이야. 그가 시간을 기억하고 그녀를 찾으러 오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도 밥 먹을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

"수현아, 이미 퇴근 시간이야. 그만 하고 좀 쉬어."

"음...알았어요..."

비록 이렇게 말했지만 수현의 눈빛은 여전히 앞의 컴퓨터 스크린에 있었고, 옮기려 하지 않았다.

은수는 다가가서 그녀의 눈을 가렸다.

"자, 당신 지금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으니 허리와 눈에 부담이 생길 거라고. 빨리 정리하고 퇴근하자. 난 너희들에게 줄 서프라이즈가 있단 말이야."

수현은 눈앞이 캄캄했지만 은수의 손바닥에서 익숙한 온도를 느끼며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남자가 말한 서프라이즈에 대해 매우 궁금해했다.

"그래요, 내가 이것만 보존하고 우리 돌아가요."

은수는 손을 내려놓았고, 수현은 서류를 보존한 다음 또 약간 어지러운 책상을 정리하고서야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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