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담은 원래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걱정했다. 그의 생명의 은인한테 절대로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됐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평생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다.이때 사람들이 이것이 은수의 차라고 말할 때, 녀석은 표정이 멍해졌다.‘그 나쁜 남자가 날 구해줬다고?’그의 마음은 순간 더없이 복잡해졌다……먼 곳에 있는 다른 한 사람도 마찬가지로 심란했다.예린은 망원경 앞에 서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원래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며 이 녀석을 해치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갑자기 나타난 한 사람 때문에 그녀의 계획을 망쳤다니.예린은 즉시 마음속으로 이 쓸데없이 참견하는 사람이 즉시 죽었으면 좋겠다고 저주했지만 그 차를 자세히 보더니 갑자기 당황해졌다.이 차는 글로벌 한정판인데, 전 s시에서도 단 한 대밖에 없는, 은수의 차였다.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이 온은수라니?‘은수 씨는 이미 무엇을 알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는 아무것도 모르더라도 수현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조차 아끼지 않았단 말인가?’이런 가능성을 생각하자 예린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더니 더는 이곳에 머물지 못하고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몇 분 후, 소방대와 병원의 사람들이 모두 도착했다.힘겨운 구조 끝에 변형된 차 문은 마침내 열렸고, 은수는 구조원에 의해 안에서 구출되었다.사람을 매혹하는 남자의 얼굴은 지금 온통 피투성이였고, 얼굴은 창백했으며 평소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비켜봐요."의료진은 은수인 것을 보고 망설이지 않고 서둘러 사람을 구급차에 태웠다.구급차가 떠나려는 것을 보고 유담은 얼른 달려갔다."나도 갈래요!""이 아저씨는 나를 구하기 위해 다쳤으니 나도 데리고 가요. 만약 경찰 아저씨가 물어보면 내가 대답할 수 있으니까요!"유담은 조리 있게 의료진을 설득했고, 그들도 그를 구급차에 태웠다.유담은 차에 오른 후 줄곧 은수의 곁을 지켰다.녀석의 손과 다리는 방금 넘어지는 바람에 상처가 생겨 줄곧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병원?!수현은 계속 묻고 싶었지만 그쪽은 무척 바쁜 듯 병원 주소와 응급실 층수만 말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수현은 그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 유치원에 잘 있어야 할 유담이 어떻게 병원에 있을까?그것도 응급실에?도대체 무슨 사고이길래?수현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심각한 부상이 아니었다면 응급처치를 하지 않았을 텐데…...잠시 후, 수현은 애써 차분해지려고 노력했고 사람을 불러 사무실의 난장판을 정리하라고 한 뒤 테이블 위의 차 키를 들고 미친 듯이 밖으로 뛰어나갔다.수현은 가장 빠르게 운전하며 병원을 향해 질주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병원의 주차장에 세워졌고 차가 멈추자마자 수현은 바로 문을 열고 내려와서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수현은 엘리베이터를 눌렀고 문이 열리자 창백한 얼굴로 들어가서 층수를 눌렀다.엘리베이터의 변화하는 숫자를 보면서 수현은 두 손을 꽉 잡고 제발 큰일이 아니길 속으로 기도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수현은 재빨리 나갔고, 한눈에 응급실 입구에 앉아 손과 다리에 두꺼운 거즈를 싸맨 유담을 보았다.수현의 잔뜩 긴장한 마음은 그제야 천천히 안정을 되찾았다.유담이는 별일 없었고 그냥 찰과상을 입은 것뿐이었다!그러나 수현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재빨리 달려갔다."유담아, 왜 그래, 어떻게 병원에 온 거야?"유담은 고개를 숙인 채 수술실 안에 있는 은수를 생각하고 있었고 수현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그는 사색을 멈추었다."엄마…... 난 괜찮아요…..."유담은 일어서서 수현의 품에 안기며 꾹 참던 눈물을 흘렸다."나 유치원 밖에서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했는데, 온은수 아저씨가 나타났어요. 아저씨는 자신의 차로 그 차를 박아서 지금도 응급실에 있고요……."병원으로 온 유담은 상처를 싸맨 뒤 줄곧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그 남자가 무사히 나오는 것을 보지 못한다면 그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은수는 이렇게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리가 없었다.다른 의료진들은 녀석을 데
수현은 그렇게 밖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마침내 응급실 문이 열렸다.수현은 재빨리 가서 의사를 붙잡았다."의사 선생님, 그이는 어떻게 됐나요?""환자분은 생명의 위험이 없어요. 에어백이 대부분의 충격을 막았지만 팔은 여전히 골절됐고 이마도 부딪혀 상처가 생겨서 경미한 뇌진탕이 있을 수 있어요. 전체적으로 상태가 심각하진 않아서 잘 휴식하면 회복될 수 있을 거예요."이 말을 듣고 수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옆에 있던 유담도 줄곧 찌푸렸던 미간을 마침내 좀 풀었다.‘다행이야, 그 아저씨한테 별일 없어서. 그렇지 않으면 난 평생 양심의 가책을 느낄 텐데.’"환자분은 지금 병실에 있으니 얼른 가봐요. 마침 몸에 있는 핏자국도 좀 정리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혀 주고요."의사는 수현이 은수에게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당연하게 그녀를 그의 가족으로 여기고 그녀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는 자리를 떠났다.수현은 망설였다. 지금 그녀는 은수와 거리를 두어야 했지만 그 남자는 유담을 구하기 위해 상처를 입었으니 그녀도 그를 이대로 내버려 둘 수 없었다.수현은 결국 녀석을 데리고 병실로 갔고, 문에 들어서자마자 은수가 병상에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남자의 두 눈은 굳게 감겨 있었고, 옷에는 여전히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그의 이마는 거즈가 겹겹이 싸여 있었고, 왼손에는 두꺼운 깁스를 했으며 수현이 종래로 본 적이 없는 낭패한 모습이었다.수현은 유담더러 한 쪽에 있으라고 하고는 화장실에 가서 깨끗한 수건을 적신 후 은수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주었다.차가운 수건이 피부에 닿자 은수는 자극을 받아 미간을 찌푸렸고 힘겹게 눈을 떴다.그는 눈을 뜨자마자 바로 수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위해 몸을 닦고 있는 것을 보았다. 지금 그녀의 눈에는 그 혼자만 보였고 이는 은수로 하여금 몸의 상처에서 전해온 통증까지 잊게 만들었다.은수는 아픔을 참으며 어둡고 그윽한 눈빛으로 수현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이런 기회는 너무 적었기에 그는 심지어 입을 열 엄두조차 내지
유담은 그의 큰 손에서 전해온 온도를 느끼며 다소 불편해서 피하려 했지만 은수가 왼손에 두꺼운 깁스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억지로 참았다.다만 하얗고 보들보들한 녀석의 얼굴은 어느새 홍조가 띠었다.수현은 녀석의 표정을 보고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이것이 바로 혈연관계의 힘이란 말인가.유담은 줄곧 체면을 중시하고 조숙해서 평소에 자주 어른처럼 행동했기에 그녀는 그가 이렇게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수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유담아, 너 먼저 나가봐. 엄마는 이 아저씨한테 하고 싶은 말이 좀 있어."유담은 이 말을 듣고 영문 몰라 하며 수현을 바라보았고, 그녀가 매우 진지한 것을 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걸어 나갔다.유담이 나가고 문도 잘 닫힌 것을 보고 수현은 그제야 간곡하게 입을 열었다."당신 몸은 좀 어때요? 상처는 아직도 아파요?""당신 지금 나 관심하는 거야?" 수현이 자신을 관심하는 것을 보고 은수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수현은 멈칫했다. 그녀는 당연히 그를 관심했다.필경 은수는 유담을 구하기 위해 상처를 입었고 만약 유담에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녀도 살아갈 용기를 잃을 것이다.그러므로 전에 어떤 원한이 있었든, 이 일에 있어 수현은 그의 은혜를 기억할 것이다."당신은 유담의 생명의 은인이니까 나도 자연히 당신의 상처를 관심해야죠. 오늘 일 정말 고마웠어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유담은 정말 사고가 났을 지도 모르니까요."은수는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았고, 입가의 미소는 짙어졌다."고마워할 필요 없어. 필경 그 아이는 당신이 아끼는 사람이니까. 당신이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나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잘 지켜줄 거야."수현은 가슴이 설렜고 눈을 들자 은수의 진지한 눈빛과 눈이 마주쳤다. 그 눈빛은 이 세상 어느 여자의 마음도 움직이게 할 수 있었다.수현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얼른 시선을 돌려 더 이상 은수의
은수는 수현의 손을 잡고 있었고, 그 연약하고 작은 손은 굳은살이 조금 있었는데, 그것은 그녀가 그동안 외국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며 남긴 흔적이었다.은수는 수현의 손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무척 흡족해했다.비록 마취제의 약효가 점점 사라지며 몸의 상처가 은근히 아프기 시작했지만, 그는 지금 무척 만족하고 있었고 적어도 이렇게나마 수현을 자신의 곁에 남게 할 수 있었다.은수의 손은 힘을 주어서 살짝 땀을 흘렸지만 그는 조금도 놓으려 하지 않았다. 다만 수현이 이렇게 순순히 자신의 앞에 있는 것을 보고 그의 마음은 또다시 싱숭생숭하기 시작했다.곁에 있는 여자가 수현이라면 그는 이런 스킨십이 자꾸만 부족하다고 느꼈다.수현은 은수의 곁에 잠시 앉아 있다가 유담이도 밖에서 자신과 함께 집에 돌아가길 기다리고 있었으니 일어서서 입을 열었다."온은수 씨, 이제 이 손 놔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은수는 갑자기 수현을 힘껏 당기더니 자신의 품 속으로 끌어들였다.수현은 은수가 이렇게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바로 남자의 가슴에 부딪쳤다. 병원의 은은한 소독수 냄새 외에 그녀는 은수의 몸에서 나는 좋은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수현은 또 은수의 상처를 걱정했다.수현은 이 남자가 일부러 이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그의 상처를 걱정하는 마음을 정확히 파악해서 수작을 부렸다.수현은 속눈썹을 가볍게 떨더니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놀란 가슴을 달랬다."왜 갑자기 이러는 거죠?"은수는 수현의 몸이 경직해진 것을 알아차리며 눈빛에 웃음기가 스쳤고 고개를 숙여 수현의 하얀 어깨에 묻혀 탐욕스럽게 숨을 들이마셨다."몸이 좀 아파서…... 에너지 좀 보충하려고."수현은 한동안 말문이 막히더니 순간 이 남자가 지금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럼 이제 됐죠? 아프면 내가 의사 선생님 불러줄게요!"수현은 은수의 가슴을 밀어내며 그가 손을 놓길 기다렸지만 그녀를 안고 있던 남자는 갑자기 흥얼거리더니 다소 고통스러워
수현은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입술에 부드러운 촉감을 느꼈다.수현은 눈을 크게 뜨고 지척에 있는 은수의 준수한 얼굴을 보면서 멍해졌다.수현이 반응하며 반항하려 할 때, 은수는 이미 입술을 옮기고 가벼운 키스를 멈추었다.이 키스는 짙은 욕망이 대신 매우 가벼웠고, 마치 눈송이가 그녀의 입술에 떨어진 것처럼 약간 차가우면서도 가려워 그녀의 마음도 따라서 약간 떨렸다.수현의 이런 모습을 보고 은수는 눈빛이 그윽해지더니 그녀를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그녀의 머리카락과 볼을 가볍게 쓰다듬었다."만약 한 번의 부상으로 당신이 조용하게 나의 품에 안길 수 있다면, 난 그걸로 충분해."수현은 은수의 눈에 비친 뜨거운 열기를 보며 자신의 가슴이 점점 빠르게 뛰며 마치 가슴에서 뛰쳐나오려는 것 같았다.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얼른 침대에서 일어났다."이런 바보 같은 소리 그만해요. 나 먼저 갈게요."수현은 이 말 한마디를 남기며 바로 도망쳤다.은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손가락으로 방금 수현의 입술에 키스한 입술을 가볍게 만지며 마치 자신을 빠지게 하는 그 냄새를 음미하고 있는 것 같았다.수현은 병실을 나서자 복도의 온도는 에어컨을 켠 병실보다 조금 낮았지만 여전히 그녀의 뜨거운 뺨을 식힐 수 없었다.유담은 밖에서 기다리다 지쳐서 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서둘러 좌석에서 뛰어내렸다."엄마, 왜 이제야 나왔어요."수현은 가볍게 응답하며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는 녀석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유담은 고개를 들어 수현의 얼굴을 보았다."엄마, 얼굴이 너무 빨간데요. 지금 부끄러워하는 거 아니에요?"수현은 순간 어색해지더니 이 녀석의 눈치가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다."어, 방 안이 너무 더워서 그래."수현은 얼버무리며 설명을 했고 유담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전혀 그녀를 믿지 않은 모양이었다.‘병실이 아무리 더워도 목까지 빨개지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분명 그가 없는 틈을 타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만약 예전 같았으면 유담은
이 아이는 5살 정도로 보였고, 시간을 계산해 보면 그때 수현의 뱃속에 있던 그 아이가 분명했다.‘이 아이의 생김새를 보면, 설마 온은서의 아이란 말인가? 그럼 애초에 이 여자가 은수에게 시집간 것도 그가 식물인간인 틈을 타서 남의 자식을 은수의 자식으로 바꾸려 했던 것이겠지?’은수가 이번에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설마 그들 모자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미자의 안색은 서서히 어두워지더니 문득 수현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느꼈다.그동안 줄곧 외국에서 잘 지내왔는데, 지금 갑자기 이 아이를 데리고 돌아왔으니 미자는 그녀가 앙심을 품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설마 그녀는 여전히 그때의 그 생각을 가지고 은서와 낳은 잡종을 은수에게 덮어씌우려는 것은 아니겠지?예린은 미자가 이미 의심을 품은 것을 보고 그제야 입을 열었다."어머님, 저도 이 일을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네요.”"무슨 일?""은수 씨가 이번에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그 아이를 구하기 위한 것 같아요. 지금 인터넷에는 관련 영상이 도처에 널려 있는데, 외부인들은 모두 은수 씨가 정의 때문에 그를 구한 거라 생각하지만...... 저는 그게 아닌 것 같아요.""그럼 네 생각은 뭔데?" 미자는 이 말을 듣자 눈살을 찌푸렸다."저는...... 차수현이 이 아이를 은수 씨의 아들이라고 말한 것 같아요."미자는 손에 든 가방을 꽉 쥐었다."그럴 리가 없어. 만약 그녀가 은수더러 이 아이를 인정하게 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친자 확인을 속일 수 있겠어? 그때 가면 바로 들통날 게 뻔한데, 이런 거짓말을 하는 의미가 있겠는가?""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은수 씨는 분명 쉽게 속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 상대는 차수현이잖아요. 은수 씨는 그녀에게 홀린 것 같다니까요. 그녀의 아이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걸다니, 그럼 그는 차수현에게 명분을 주기 위해 이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인정할 수 있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거 같아요."예린은 인내심 있게 분석을 하면서 수현
수현은 차를 몰고 유담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냉장고에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수현은 녀석을 데리고 마트에 갔다.유담도 다쳤기 때문에 이번에 수현은 그가 좋아하는 요리를 몇 개 만들어 녀석의 마음을 달래려 했다.식재료를 고르고 있을 때 수현의 휴대전화가 울렸고, 은수에게서 온 전화였다.수현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떠난 지 얼마 됐다고 이 남자는 또 전화까지 하는 것일까?그러나 그녀는 확실히 은수에게 신세를 졌기에 수현도 전처럼 직접 끊지 않고 그냥 전화를 받았다.전화가 연결되자 은수의 약간 억울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하, 혼자 병원에 있으니까 정말 불쌍하다. 먹을 것도 없지, 엄청 춥고 배도 고프지."수현은 어이없어하며 온몸에 소름이 돋을 뻔했다.평소에 사람을 도도하게 거절하는 은수의 모습에 익숙해져서 그가 갑자기 이렇게 불쌍한 척하기 시작하자 수현은 정말 익숙하지 않았다.만약 은수의 이런 모습이 그의 다른 직원들에게 알려지면, 그들은 아마도 그가 귀신에 씌였다고 생각할 텐데......"온가네 집안에 그렇게 많은 셰프가 있는데, 당신을 배고프게 할 리가 없잖아요."수현은 조금도 봐주지 않고 그대로 받아쳤다.은수는 핸드폰을 보면서 수현이 이 말을 할 때의 표정을 상상하며 입가에 웃음은 점점 짙어졌다. 그가 계속 말을 하려고 할 때, 예린이 도시락을 들고 들어왔다."은수 씨, 다쳤다면서요? 내가 은수 씨 좋아하는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 좀 사 왔어요…..."예린의 목소리를 듣자 수현의 표정은 즉시 냉담해졌다.그녀의 소리를 못 들었으면 수현은 은수가 정말 예린을 쫓은 줄로 알았을 것이다.지금 보면 그녀는 그의 곁에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지위도 그대로였다.수현은 순간 은수가 정말 가식적이라고 느꼈다. 그녀를 사랑한다며, 그녀밖에 안 된다고 하면서 또 다른 여자와 꼭 붙어 다녔다."이미 누군가가 당신에게 먹을 거 갖다 준 것 같은데, 그럼 나도 방해하지 않을 게요."수현은 담담하게 말을 마친 뒤 바로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