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에 잠시 서 있다가 수현은 그제야 자신이 또 은수와 관련된 일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수현은 눈썹을 찡그리며 이마를 두 번 두드렸다."그만 생각하자. 그 남자의 일은 나와 상관이 없잖아."......병원 병실 안.은수는 수현에게 전화를 끊긴 후 표정이 무척 싸늘해졌다.예린이 아첨하는 웃음을 지으며 물건을 내려놓으려고 하자 은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누가 오라고 했죠?"예린은 발걸음을 멈칫했다."나…... 난 은수 씨가 나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거 알아요. 그러나 은수 씨가 다쳤다는 것을 알고도 어떻게 오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은수 씨, 당신이 나를 싫어해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음식을 좀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나뿐만 아니라 아버님과 어머님 모두 걱정할 거예요."예린의 말은 애처롭지만 애석하게도 은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지난번에 그의 어머니가 오지 않았더라면 예린은 벌써 외국으로 보내졌을 텐데, 또 어찌 오늘 같은 일이 생기겠는가."내 일은 유예린 씨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지난번에 내가 말한 일을 설마 모두 잊은 건 아니죠? 당신이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짐을 싸서 출국할 준비를 하는 거예요."예린은 몸을 떨더니 당황한 눈빛으로 은수를 바라보았다."은수 씨......""당신이 가져온 물건 들고나가요."은수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차갑게 명령했다.예린은 제자리에 서서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물건을 들고 의기소침하게 떠났다.그녀는 은수의 성질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뻔뻔스럽게 여기에 남는다면 은수는 더욱 화가 날 것이고 심지어 직접 사람을 불러 그녀를 쫓아낼지도 모른다. 그때 가면 창피한 것은 그녀 자신일 뿐이다.다만 병실을 나서자 예린의 미소는 사라졌고 그녀는 손에 든 물건을 쓰레기통에 버리더니 표정은 유난히 일그러졌다."대체 왜? 내가 은수 씨 앞에서 잘 보이려고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 왜 항상 날 거절하는 거야?"예린은 감정을 발산하다가 잠시 후 천천히 냉정해지더니
유담은 은서의 목소리를 듣고 서둘러 주방에서 뛰어나갔다."은서 아빠, 난 괜찮아요, 아무 일 없어요.은서는 녀석을 부둥켜안고 자세히 검사했고, 그가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은 것을 보고 마침내 마음을 놓았다."그럼 됐어."은서는 유담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방 안을 살펴보았다."엄마는?""엄마는 주방에 있어요."유담은 주방을 가리킨 다음 소파로 돌아가 텔레비전을 보기 시작했다.은서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신발을 갈아 신은 뒤 주방으로 들어갔다."수현아, 오늘, 그 사람이 유담이 구한 것 맞지?"수현은 원래 채소를 썰고 있던 손이 살짝 떨렸다."응, 맞아."은서는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인터넷에 올라온 그 영상을 본 그는 가장 먼저 녀석의 상황을 걱정했고, 유담이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야 그를 구한 사람이 은수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이로 인해 은서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전전하며 불안해했다. 그는 수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고 은수가 지금 유담을 구한 이상, 그녀는 마음이 약해질 수 있었다.그는 가까스로 혜정의 권유를 통해 수현이 자신과 함께 외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갖게 했으니, 지금 수현이 다시 생각을 바꿀까 봐 걱정되었다."수현아, 너 혹시 이 일 때문에…..."은서는 말을 반쯤 하고는 더 이상 하지 않았다.그러나 두 사람은 모두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뜻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아니."수현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난 이미 그에게 고맙다고 말했어. 게다가......"오늘 전화에서 예린의 목소리를 들은 것을 생각하자 수현은 눈을 드리웠다."게다가, 그의 곁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챙겨주고 있으니 내가 쓸데없이 참견할 필요도 없는데 뭐. 이번에 유담이를 구한 것도 그냥 그가 전에 했던 일들을 위해 빚을 갚은 셈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난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고."수현이 정말 이 일로 흔들리지 않은 것을 보고 은서의 마음은 서서히 안정되었다."수현아, 너 여기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유담이랑 모두 많은 의
수현은 그들과 저녁을 먹은 후 좀 피곤해서 일찍 쉬었다.이튿날은 비록 주말이라 쉬는 날이었지만, 수현은 여전히 일찍 깨어났고 마음속에 고민이 있어서 그런지 그녀는 더 이상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개를 돌리자 옆에 있는 유담이 아직 달콤하게 자고 있는 것을 보거 수현도 그를 깨우지 않았다.녀석의 얼굴에 가볍게 뽀뽀를 한 수현은 이렇게 조용히 그의 귀여운 잠자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수현이 조용한 이 시간을 즐기고 있을 때 휴대전화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자고 있던 녀석은 깜짝 놀라더니 깨어날 듯 중얼거렸다.수현은 재빨리 음소거를 누르고 또 녀석의 등을 살짝 두드렸다."유담아, 계속 자. 괜찮아."수현의 목소리를 들은 녀석은 잠결에 망연히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뒤척이더니 계속 잤다.수현은 그제야 휴대전화를 쥐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누가 이렇게 이른 아침에 그것도 주말에 그녀에게 전화를 했을까?수현은 나가서 전화를 받자 맞은편에서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저기 온은수 씨의 아내 맞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자기 남편이 다쳐도 병원에 와서 돌보지 않고, 밥을 가져다주는 사람도 없고 말이에요. 위병까지 도졌는데, 당신은 한 번도 보러 오지 않는 거예요? 정말 당신 같은 아내를 본 적이 없네요."수현은 간호사가 자신을 은수의 아내라고 부르는 것을 듣자마자 즉시 반박하려 했지만 뒤이어 은수가 위병이 도졌다는 말에 다른 것일 신경 쓰지 않았다."어떻게 된 거죠?"수현은 걱정스럽게 물었다."병원에 혼자 있으면서 아무도 보러 오지 않았으니 당연히 이렇게 된 거 아니겠어요? 빨리 와서 한 번 봐봐요."간호사는 짜증을 내며 말을 마친 뒤 바로 전화를 끊었다.수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어제 은수가 보낸 문자를 떠올렸다. 그는 예린이 보낸 음식을 건드리지 않았다고 말했다.설마 그때부터 그는 줄곧 아무것도 먹지 않고 지금까지 버텼단 말인가?수현은 문득 은수가 미쳤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간호사까지 이렇게 말한 마당에 그녀는 병원의 사람
은서는 싸늘하게 웃었다.상태가 안 좋아?아마 온은수가 일부러 그런 거겠지?만약 아픈 척해서 수현의 관심을 살 수만 있다면 은서는 그 남자가 절대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수현아, 셋째 작은아버지는 여태껏 관심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야, 너 설마 지금 그가 일부러 이러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단 말이야? 이번에 네가 그를 찾아가면 앞으로 그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어. 너 설마 아예 여기에 계속 남아서 그를 돌보고 떠나려 하지 않는 건 아니겠지?""난…..."수현은 은서가 이렇게 까다로운 말투로 자신과 말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병원 쪽에서 또 전화가 걸려왔다."이봐요 아가씨, 당신은 내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건가요? 당신의 남편은 지금 거의 쓰러질 것 같은데, 당신이 더 이상 오지 않으면, 내가 보기에 그냥 그의 상처에 염증이 생기고 고름이 지며 불구로 되는 것을 지켜보면 될 거 같네요."은수가 치료를 거부해서 간호사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에 수현에 대한 그녀의 말투도 그리 좋지 않았다.은수는 어떤 신분인가? 만약 그가 어느 병원에서 사고라도 났다면, 온가네는 아마 그 병원을 모두 뒤집어엎을 수 있을 것이다......"알았어요, 금방 갈게요."수현도 이 상황을 듣자 더 이상 꾸물거리지 않았다."미안, 그쪽은 상황이 복잡해서 내가 한 번 가야 할 거 같아. 그리고 굳이 가야 하는 이유는 내가 아직 온은수 씨를 잊을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가 유담이를 구하기 위해 다쳤기 때문이야. 그래서 나는 그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어. 병원에 누워 있는 사람이 만약 온은수 씨가 아니라 만난 적이 없는 낯선 사람이라도 나는 돌봤을 거야."수현은 말을 마치고 더는 은서의 얼굴을 보지 않은 채 곧장 떠났다.은서는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는 그가 무슨 말을 해도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내가 같이 가줄게."은서는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따라갔다."그래도 나의 작
수현은 은수를 한번 훑어보았고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상황보다 좀 나았지만 안색은 여전히 창백해 보여서 배가 고파서인지 아니면 상처가 아파서인지 몰랐다.그녀는 문득 어이가 없었다. 이 남자는 머릿속에 대체 무엇이 들었을까? 어제 유예린이 그에게 특별히 먹을 거 보내지 않았나?그가 환자라는 것을 생각하며 수현은 욕하고 싶은 충동을 참았고 묵묵히 보온병을 열어 만든 음식을 내놓았다."밥 먹어요."은은한 향기는 수현의 움직임에 따라 확산됐고, 은수는 또 거의 하루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니 바로 밥 향기에 매료되며 위도 간간이 아팠다.다만 수현의 그 무뚝뚝한 표정을 보고 은수는 눈살을 찌푸렸다."당신 설마 내가 왜 밥을 먹지 않는지에 대해 조금도 궁금하지 않는 거야?"수현은 은수를 힐끗 보았다."당신 머릿속에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누가 알겠어요. 그런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빨리 밥 먹어요."수현의 태도가 이렇게 냉담한 것을 보고, 은수는 눈살을 더욱 세게 찌푸렸다. 이 여자는 어쩜 이렇게 냉혹하는 걸까? 그가 죽든 말든 그녀는 조금도 관심이 없단 말인가?"그냥 굶어 죽게 내버려 둬, 어차피 당신도 나 신경 쓰지 않으니까."말이 끝나자 은수는 고개를 돌려 수현이 테이블 위에 놓은 음식을 건드리려 하지 않았다.수현은 한동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고 지금의 은수가 완전히 억지를 부리는 꼬맹이 같다고 생각했다.그는 지금 단식으로 자신을 협박하고 있는 것일까?"그럼 굶어요, 그때 가서 괴로운 사람이 누군지 볼게요."수현도 성질이 올라오더니 아예 은수를 상대하지 않았다.‘이 남자가 언제까지 참을 수 있나 보자.’수현이 생각지도 못한 것은 은수가 뜻밖에도 정말 병상에 누워 눈을 감고 음식들을 보지도 않고 손으로 위를 가리며 가끔 연약하게 신음 소리를 몇 번 냈다는 것이었다.수현은 언제 이런 상황을 본 적이 있겠는가? 그녀는 은수의 안색이 갈수록 보기 흉해지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다소 당황했다.‘이 남자, 밥 안 먹으려고 억지로 버티는 건
한참이 지나서야 수현은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더 이상 은수의 눈을 보지 않고 말했다."알았어요."그러나 은수는 이대로 그만두려 하지 않았다."그럼 당신 정말 내 말 믿는 거야?"수현이 대답하지 않자 은수는 쓴웃음을 지었다."난 당신이 나를 믿게 하는 게 엄청 어렵다는 거 알지만, 나도 최선을 다해서 당신에게 내가 당신을 속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거야. 당신이 더 이상 나를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 않는다면 말이야."남자의 말투에는 소홀히 할 수 없는 슬픔이 묻어 있었고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가 정말 잘못했다고 느꼈다.정신을 차리자 수현은 가볍게 기침을 했다."그렇게 많은 말 하지 말고 얼른 먹어요. 더 이상 먹지 않으면 식겠어요. 만든지 꽤 됐어요."은수의 질문에 그녀는 대답할 수 없었다. 과거를 잊고 그의 말을 믿게 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웠으니까.더군다나 그녀는 이미 떠나기로 마음먹었으니 믿거나 말거나 또 뭐가 달라지겠는가. 그들은 결국 같은 차원의 사람이 아니었으니 수현은 화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은수는 그녀가 직접 음식을 만들었다는 말에 얼른 일어나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음식들을 바라보았다."이거, 당신이 나를 위해 만든 거야?"은수는 원래 수현이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려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좌절감을 느끼며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그러나 수현이 뜻밖에도 그를 위해 요리를 했다는 것을 듣고, 그는 문득 자신에게 아직 희망이 있다고 느꼈다."맞아요. 당신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싫으면 다른 거 사줄게요…..""아니야, 좋아." 은수는 수현이 치울까 봐 방금 전의 무관심한 태도를 싹 바뀌고 탁자 앞에 앉아 고분고분 말 들었다.이 남자가 마침내 말을 듣는 것을 보고 수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식기를 꺼내 은수에게 건네주었다."먹어요, 다 식겠어요."은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곳에 앉아 그녀가 직접 만든 음식을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수현은 오기 전에 이미 먹었으니 그냥 옆에서 지켜보았
"그러니까 당신, 나랑 같이 있어줄 거야?"은수가 기뻐하자 수현은 그제야 자신이 잠시 무슨 멍청한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수현은 방금 자신이 단지 일시적인 충동에 말을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었었지만 은수는 또 유유히 입을 열었다."내 생각엔 당신도 부상을 입은 사람을 속이지 않겠지?"수현은 순간 할 말이 없어 말문이 막혔다.은수는 그녀의 정말 마음을 간파했다"당신이 낫기 전까지 함께 있어줄게요."수현은 이미 은수의 수단을 꿰뚫어 보았다. 이 남자는 그녀가 유담의 생명의 은인을 혼자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닌가?"하지만 너무 기뻐할 필요 없어요. 당신이 나은 후, 더 이상 날 협박할 만한 것도 없겠죠. 우리는 각자의 생활을 하며 서로에게 빚지지 않는 거예요."수현은 한 쪽에 앉아 은수를 보면서 몇 마디 말로 자신의 마음을 밝혀냈다.은수는 눈빛이 어두워졌다. 수현은 역시 멍청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그동안 기꺼이 자신의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이걸로 충분했다.은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음식을 먹었다.수현은 한쪽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다가 잠시 후 은수가 다 먹고서야 일어나 치우기 시작했다.그릇들을 치우려던 참에 간호사가 들어와서 은수의 손에 약을 갈아주었다.간호사는 은수의 상처를 검사하고 약을 갈아준 다음 또 목소리를 낮추어 그에게 물었다."아내분하고 화해했어요?”은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고 간호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 젊은 부부는 대체 무엇 때문에 이토록 다투는 것일까?의료진으로서 그녀는 오늘 이런 난장판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생각하다가 그녀는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약을 바꾼 후 간호사는 은수의 체온을 측정했고 온도가 좀 높은 것을 보고 그녀는 알코올 한 병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환자분 지금 열이 좀 있으니까 아가씨가 알코올로 몸을 닦아 주면서 온도 좀 낮춰줘요."수현은 멍하니 있다가 거절하려고 했다."이건 좀…...""내숭 떨지 마요, 이 정도는 아주 간단해요
수현은 처음으로 은수의 두꺼운 낯가죽에 탄복했다. 그녀는 자신을 오게 만들기 위해 은수가 뜻밖에도 이런 수작을 부릴 줄은 몰랐다.수현이 그곳에 멍하니 있으며 한참 동안 꼼짝도 하지 않자 은수는 눈살을 찌푸렸다."아, 머리 어지러워. 내가 열이라도 났나 봐, 상처도 아프고…..."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엄살 부리긴.’방금 간호사가 말했듯이, 그는 단지 미열일 뿐, 큰 병이 아니었으니 이 남자는 지금 불쌍한 척해서 자신의 동정을 얻고 싶을 뿐이었다.수현이 무뚝뚝한 것을 보고 은수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상처를 한 번 보았다."만약 당신이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군. 내가 나중에 어떤 후유증이라도 생겨 불구가 된다면 당신에게 평생 의지할 수밖에 없으니까. 지금 당신도 유명한 디자이너였으니까 날 먹여 살릴 순 있을 거 아니야."수현은 남자의 뻔뻔스러운 말을 듣고 하마터면 화를 낼 뻔했다.그는 아직도 자신에게 평생 매달리려고 하다니? 그녀가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게다가 평범한 디자이너인 그녀가 은수 같은 재벌 집 상속자를 먹여 살릴 수 있을 리가 없잖아?수현은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고 굳은 얼굴로 걸어가서 책상 위의 약을 집어 들었다."됐어요, 그런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요."은수는 그녀가 타협하는 것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상의를 천천히 벗고 완벽한 근육의 상반신을 드러내며 침대에 누웠다.수현은 알코올을 들고 걸어가서 이 화면을 보고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비록 은수가 부상을 입었지만 이 정도의 상처는 그의 거의 완벽한 몸매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의 보기 좋은 복근과 치골이 이렇게 그녀 앞에 드러나니 수현은 좀 쑥스러웠다.그녀는 그제야 간호사가 말한 아주 간단한 일이 전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은수는 그녀가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입을 열어 재촉했다."왜 아직 시작하지 않는 거지? 당신은 내가 감기에 걸리는 것도 두렵지 않나 봐?”수현은 그제야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됐어. 어색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