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은 그의 짜증 나는 말투를 듣고 발걸음을 멈추었다.“이틀 후 나랑 같이 저녁 연회에 참석할 준비하고 있어.”은수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수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연회라니?그녀가 은수에게 시집갔을 때 비밀 결혼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이런 장소에 참가한 적이 없었고,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는데, 지금 그는 왜 갑자기 이런 요구를 제기하는 것일까?만약 온가네 사람들한테 자신이 은수와 이혼한 후에도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할까?“난…...”수현은 거절하려고 했지만 은수는 손에 든 잡지를 탁하고 접었다."난 너한테 통지하는 거지 너의 의견을 듣고 싶은 게 아니야, 네 주제를 파악해.”수현은 아랫입술을 꽉 물었다. 하긴, 그녀는 지금 은수와 계약 부부조차 아니었으니 그녀의 지위로 이 남자와 평등하게 지낼 수 없었다. 결국 이것도 그녀가 자초한 것이었다.“알았어요.”수현은 눈을 드리우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앞에 있는 여자가 순순히 대답하는 것을 보고 은수는 원하던 대답을 얻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불쾌했다.이 여자는 자신의 앞에서 항상 이런 식이었다. 날카롭게 자신과 맞서거나 아니면 억울하게 타협하거나.그녀는 은서 앞에서도 이럴까? 아니면 남김없이 그녀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까?그는 수현이 연회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한 무리의 재벌 집 아가씨들한테 둘러싸인 모습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점점 기대하고 있었다.수현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은수가 말을 다한 것을 보고 주방에 들어가 저녁을 준비하려 했다.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수상함을 느꼈다.은수는 무슨 일을 하든 그의 목적이 있었고 하물며 그의 신분으로 어떤 여자도 데리고 갈 수 있었으니 왜 굳이 신분이 복잡한 자신을 데리고 가려 하는 것일까? 생각만 해도 이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수현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채소를 썰었고 한순간 너무 몰입하여 자신의 손가락을 베며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쓰읍…...”수현은
수현은 손을 내밀어 옆에 있는 서랍을 가리켰다.은수는 가서 소독약과 반창고를 찾았다.“좀 아플 수 있으니까 참아." 은수의 말투는 그녀를 달래는 것처럼 어느새 부드러워졌다.수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녀는 그제야 언제부터인가 이 남자의 행동 하나하나에 그녀의 심금을 울렸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수현은 자신에게 절대로 현혹되지 말라고 경고하며 얼른 시선을 옮기며 그를 보려 하지 않았다."괜찮아요, 당신이 알아서 하면 돼요.”은수는 그녀의 상처를 깔끔하게 소독한 다음 반창고를 붙여주었다.“됐어, 앞으로 좀 조심해.”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방에 돌아가서 치우려 했다.은수는 눈살을 찌푸렸다."또 뭐 하려고?”‘이 여자는 손까지 다쳤는데 좀 얌전하게 있으면 어디 덧나나?’“주방이 좀 어지러워서 치우려고요.”수현은 말을 하며 방금 땅에 떨어진 채소를 주우려고 했고 그녀가 다친 손가락을 치켜들고 무척 불편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은수는 참을 수 없었다.“됐어, 내가 할게.”말이 끝나자 은수는 주방에 들어가서 떨어진 물건을 주워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또 피로 물든 곳을 깨끗이 닦았다.비록 아주 간단한 일이었지만 종래로 주방에 들어간 적이 없는 은수에게 있어 이는 다소 낯설었다.수현은 한쪽에 서서 남자가 모처럼 쩔쩔매며 심지어 좀 서투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녀도 마침내 은수가 당황한 모습을 본 셈이었다.그녀는 이 남자가 항상 척하면 척일 줄 알았다.은수는 눈살을 찌푸리고 마침내 정리를 다 한 뒤 고개를 들자 수현의 미소를 보았고, 그것은 평소에 자신을 비웃거나 음침한 웃음이 아니었으며 마음속으로 우러나오는 미소였다.그는 오랫동안 수현의 얼굴에서 이런 미소를 보지 못했다.은수는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잠시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헛기침을 하며 어색함을 숨기려 했다."당신 손 다쳤으니 우리 나가서 먹자.”수현은 원래 은수가 자신을 보는 것을 보고 이 남자가 자신이 사실 마음속으로 몰래 그를 비웃고 있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유예린이었다.그녀는 비록 은수에게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그 남자의 태도는 시종 미적지근했다.비록 은수는 그녀를 태하는 태도가 이미 다른 여자들보다 훨씬 나았지만, 연인 사이와는 아직 거리가 멀었다.예린은 너무 짜증이 나서 친구 몇 명을 불러 기분 전환할 겸 이곳에 와서 밥을 먹었다.원래 그녀의 친구들이 자신을 엄청 아부하는 것을 듣고 예린의 기분은 좋아졌지만 고개를 돌리자 은수가 수현을 데리고 이곳에 와서 밥을 먹는 것을 보았고 그녀의 안색은 인차 어두워졌다.원래 그녀는 수현과 은수가 이혼해서 엄청 기뻐했다. 필경 수현을 자꾸 은수의 곁에 남겨두면 그녀는 늘 자신이 거짓말했다는 일이 들통날까 봐 불안했다.그러나 이혼해도 은수는 여전히 수현을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다니, 대체 왜?예린은 입맛이 없어졌고 일어나서 그들이 지금 무슨 상황인지 확인하러 가려고 했다. 마침 수현도 화장실을 찾으러 나오자 그녀는 바로 따라갔다.수현은 화장실에서 나와서 손을 닦고 있었는데 부주의로 다른 사람과 부딪혔다.“미안해요.”수현은 재빨리 사과하고 고개를 들자 예린이 불쾌한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고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뜻밖에도 여기서 그녀를 만나다니.예린을 보자 수현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가 자신을 사칭한 일을 떠올렸다.그러니 그녀도 예전처럼 그렇게 다정하게 예린을 대하지 않았다."공교롭게도 여기서 널 만나는군.”예린은 수현의 담담한 표정을 보고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이 빌어먹을 차수현은 항상 이렇게 자신의 앞에서는 담담하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경쟁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지만 뒤에선 또 몰래 은수를 유혹했다.‘정말 가식적인 년이야.’“수현아, 오랜만이야. 방금 네가 은수 씨랑 같이 오는 거 봤는데, 내가 기억한 게 맞더라면 너희들 이미 이혼했잖아?”수현은 원래 예린과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가 주동적으로 자신을 향해 도발하는 것을 보고 수현은 너무
“차수현, 너 무슨 뜻이야? 나…... 나한테 불리한 말이라니?”예린은 조급해지며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수현이 한 그 말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가장 두려운 일을 쿡 찔렀다.다만 애석하게도, 수현은 전혀 그녀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담담하게 예린을 한 번 보았다."내가 무슨 뜻인지는 너도 잘 알고 있을 텐데.”말을 마치자 수현은 바로 그녀를 밀어냈고 자신에게 매달리는 예린을 더 이상 아랑곳하지 않았다.예린은 안색이 하얗게 질렸고 입술을 떨며 수현의 손을 덥석 잡았다."말을 똑바로 해. 내가 왜 무서워해야 하는 거지? 넌 온가네에서 쫓겨난 여자일 뿐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설마 너 지금 아직도 은수 씨 곁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꿈 깨!”수현은 그녀를 뿌리치려 했지만 예린의 힘은 놀라울 정도로 셌다.예린이 눈을 붉히고 포악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수현은 조금 께름칙했다. 필경 그녀는 임신부였고 이런 미친년과 싸우면 손해만 볼 것이다.“온은수 씨, 당신이 왜 나왔어요!" 수현은 갑자기 한쪽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예린은 은수의 이름을 듣자마자 그 남자한테 자신의 이런 추태를 보여 의심을 살까 봐 재빨리 손을 놓고 급하게 도망쳤다.수현은 그제야 그녀한테서 빠져나오며 예린에게 잡혀 아픈 손목을 만졌다.비록 예린이 도망쳤고 말다툼에서도 그녀에게 밀리지 않았으며 심지어 예린을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수현은 여전히 우울했다.예린은 비록 화가 나서 막말을 했지만, 그녀가 말한 것도 사실이었다.은서와 은수의 관계가 있는 한, 온가네는 절대로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은수는 예린의 졸렬한 거짓말에 속아 자신을 한 번도 믿고 싶지 않았다.그와 그녀는 결국 아무런 가능성이 없었다.수현의 안색은 다소 어두워졌고 이때 은수는 룸에서 기다리다 그녀가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고 직접 그녀를 찾으러 나왔다.수현이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남자는 앞으로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왜 이렇게 오래
수현은 말을 마친 후, 마음속의 슬픔을 참으며 몸을 돌려 떠났다.은수는 답답함을 참으며 더 이상 그녀를 막지 않았다.수현의 뒷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남자는 앞의 쓰레기통을 발로 세게 걷어찼다.“젠장!”은수는 그동안 줄곧 여자한테 관심이 없었고 수현은 그가 유일하게 다가가고 싶은 여자였다.하지만 그가 무엇을 하든 그저 헛수고였고 심지어 그는 그녀가 다친 손으로 주방에서 밥하게 하고 싶지 않아 특별히 그녀를 데리고 나와 밥을 먹으려 해도 그녀는 자신의 호의를 완전히 거절했다.은수도 더는 입맛이 없어서 화가 난 채로 스스로 떠났다.......수현은 레스토랑에서 나온 후 혼자 거리에서 서성거렸다.그녀는 마음이 독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잘해 주면 그녀는 항상 몇 배로 보답하려 했다.방금 은수한테 그렇게 말할 때, 그녀는 이미 최선을 다했다.일반인이라도 이런 말을 들으면 참을 수 없을 것이다. 하물며 도도한 은수도 한동안은 그녀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겠지?어쩌면, 이게 좋은 결과일지도.......그 후 며칠, 그녀의 생활은 유난히 잠잠했다.수현은 지금 임신한 몸으로 일자리를 찾으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을 알고 아예 생각을 바꾸어 집에서 컴퓨터로 디자인 주문을 받기로 했다.그녀는 전에 알고 지냈던 고객들한테 연락했는데, 뜻밖에도 정말 그녀와 합작하고 싶은 고객을 찾았다. 비록 돈은 회사에서 출근하는 것보다 적지만, 다행히 시간이 자유로워서 그녀는 여기저기 뛰어다닐 필요가 없었다.저녁 무렵, 수현은 설계도를 고객에게 보낸 다음 기지개를 켰고 시간이 이미 늦은 것을 보고 주방에 가서 먹을 거 만들려고 할 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울렸다.수현은 다가가서 문구멍을 통해 밖을 보았고, 윤찬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수현은 문을 열고 물었다."무슨 일이죠, 윤 비서님?”“도련님께서 저더러 아가씨를 데리러 오라고 하셨습니다. 연회장에 가셔야죠.”수현은 연회를 듣자마자 좀 의아해했다.그날 은수와 다툰 후,
윤찬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여기에요. 도련님께선 위에서 기다리고 계시니 얼른 가시죠.”수현은 윤찬의 뒤를 따라 유람선에 올라갔다. 그녀는 들어간 후 또 한 번 충격에 빠졌다. 이렇게 큰 유람선은 정성 들인 장식에 무척 화려했다. 눈부신 크리스털 등 아래에는 샴페인 타워가 있었고 주위에는 값비싼 수입 샴페인이 가득 놓여 있었다. 게다가 여러 가지 정교한 배치는 사람들의 눈을 어지럽게 만들었다.수현은 늦게 온 셈이라서 손님들은 이미 거의 입장했고 멀리서 매우 정교하고 화려하게 차려입은 재벌 집 아가씨와 도련님들이 얘기를 나누며 얘기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수현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입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드레스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원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이렇게 입었지만 뜻밖에도 이렇게 소박한 차림새는 이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유일하게 다행인 것은 은수는 연회장 센터가 아닌 2층에 있다는 것이었고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수현은 그저 불안한 감정을 안고 윤찬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잠시 걷다 윤찬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2층 옥상의 한 방 앞에 서 있었다."여기에요.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두드렸고 은수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수현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그녀는 그제야 은수가 있는 곳은 전 연회장을 볼 수 있는 큰 창문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창문을 통해 연회장의 모든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은수는 눈을 들어 수현이 오는 것을 보고 입가에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무척 싸늘해서 수현은 이 남자가 지금 무슨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했다.“거기 서서 뭐해, 이리 와.”은수는 수현이 문 앞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고 입을 열었다.수현도 그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라서 다가갔다."당신은 나한테 할 말이 있어서 여기로 부른 거죠?”그녀는 은수가 자신더러 이 방에 있게 하려고 특별히 자신을 여기까지 데려올 정도로 심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은수는 이 말을 듣고 시
은서는 비록 그들과 가식을 떨며 얘기할 기분이 아니었지만, 어르신과 부모님이 모두 자신의 뒤에 있었고, 그도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니 그저 억지로 웃으며 그녀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은비는 아들이 정말 변한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수현은 2층에 서서 연회에서 이런저런 사람들과 얘기하는 은서를 바라보았다.그녀도 이제야 알아차렸다. 이번 연회는 비록 은서가 귀국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열린 환영회였지만 더욱이는 그가 집안이 비슷한 아가씨들을 더 많이 알게 하려고 하는 소개팅이었다.그녀는 마침내 은수가 굳이 자신을 여기로 부른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깨달았다.이 남자는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은서의 자식인 줄 알고 있었으니 그녀가 울고불고 하는 모습이 보고 싶은 거겠지?하지만 은서가 그 여자애들과 얘기하는 것을 보며 수현은 아무런 추태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사랑했던 사람이 지금 다른 여자와 맞선을 보는 것을 보면 그래도 슬퍼할 줄 알았는데, 그녀의 마음은 뜻밖에도 무척 평온했다. 심지어 그녀 자신도 그다지 믿지 않을 정도로 평온했다.비록 그녀도 그를 원망한 적이 있었다. 왜 은서는 자신이 가장 힘들어할 때 그녀의 곁에 없었고, 그녀로 하여금 그렇게 많은 고통과 시련을 겪게 했냐고.그러나 뱃속의 아이가 하루하루 자라면서 그녀도 더 이상 원망을 하지 않았다.은서가 외국에 남아있는 것은 일부러 그녀를 버렸던 것이 아니었고 그녀도 그가 귀국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약속을 일부러 어긴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들은 인연이 여기까지였다.누구도 서로를 놓쳤다고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힐 필요는 없었다.서로를 놓아주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은수는 수현의 옆모습을 보았고, 그녀는 조용히 아래층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지켜보며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그는 갑자기 마음이 답답해졌고 바로 그녀를 비웃었다."왜, 당신 뱃속의 아이의 생부가 당신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시시덕거리는 것을 보니까 마음이 아픈 거야?”수현은 시선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
수현은 모처럼 도피하지 않고 남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조금도 피하지 않았다.그녀는 오늘 이 모든 일 때문에 정말 화가 났다. 그러니까 은수의 눈에는 자신이 무엇을 하든 모두 잘못인 것이었다.그녀는 바로 앙큼하고 마음씨가 나쁜 여자라서 조금도 믿을 만한 가치가 없었다.은수는 수현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여자의 눈동자는 아주 맑고 예뻤고 마치 수정처럼 투명했으며 지금은 이렇게 태연하게 그를 보고 있었다.은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수현의 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이렇게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며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은수는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설마 정말로 무엇이라도 오해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는 수현의 눈에서 조금의 거짓말을 한 흔적도 찾을 수 없는 것일까?남자가 입을 열어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 때,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 어르신께서 지금 도련님을 찾고 계십니다.”어르신을 언급하자 수현은 시선을 홱 돌렸다."그럼 빨리 가봐요.”수현이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바로 어르신이었다. 그때 그녀는 깔끔하게 떠날 것이라고 그와 약속했지만, 지금은 또 이렇게 은수와 얽히고 있었다.비록 이 일은 그녀의 본의가 아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약속을 어겼다.은수는 서두르지 않고 말했다."먼저 가볼 테니까 당신은 여기에 있어. 그 어디에도 가지 말고.”말이 끝나자 은수는 황급히 떠났다.수현은 은수가 방을 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여기저기 돌아다닐 마음도 없었다.지금 이 유람선은 이미 출발했고 아래는 연회가 있어서 사람이 많았기에 그녀도 당연히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아 가만히 이 방에 있을 것이다.......은수는 아래층으로 내려간 후 곧 어르신을 찾았다.그가 온 것을 보자 어르신은 흐뭇하게 웃었다."은수야, 이번 연회를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완벽하게 준비하다니, 정말 수고했어.”은수는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요.”어르신은 재벌 집 아가씨와 한창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