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은수는 차수현을 안고 총총히 밖으로 걸어갔는데, 이때 이은설은 마침 창가에 앉아 웨이터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이은설은 고개를 숙이자마자 아주 익숙한 그림자를 보았고, 그녀는 한눈에 그 남자가 온은수인 것을 알아차렸다. 이 남자는 아무리 변해도 그녀는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이은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온은수가 어떻게 여기에 나타났을까?이은설이 의혹을 느끼고 있을 때, 그녀는 그제야 온은수가 품에 사람을 안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치마의 색깔을 보니 그 사람이 바로 차수현이 아니겠는가?“젠방!” 이은설은 손에 든 술잔을 꼭 쥐었고, 하얀 손등에 핏줄이 불끈 솟아올라 그녀의 마음속의 분노를 드러냈다.의심을 피하기 위해 이은설은 감히 나타나지 못했고, 모든 것을 그 웨이터에게 맡겼는데 뜻밖에도 그가 이렇게 쓸모없는 사람일 줄이야. 약을 먹은 여자 하나 조차 지키지 못하고 도망가게 하다니.차수현이 이미 구조된 이상, 지금 온은서를 불러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기에 이은설은 즉시 웨이터에게 전화를 걸었다.웨이터가 군중 속을 힘겹게 뚫고 온은서를 찾으려 할 때, 휴대전화가 울렸고 그는 잠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차수현은 이미 다른 사람이 구해갔어. 너 이 병신 같은 놈, 어떻게 여자 하나를 놓칠 수 있는 거야!”웨이터는 안색이 변했다. 그는 전에 차수현이 이미 이성을 잃은 것을 보고, 그녀를 거기에 두고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그녀가 도망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번 일은 그 때문에 망쳤으니 남자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내가 반드시 방법을 생각할 테니까 제발 나의 가족에게 손을 대지 말아 줘요.”“흥, 일은 이미 실패했으니 너는 이제 쓸모가 없어. 만약 네 가족이 데이먼의 손에 죽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말한 대로 하고, 모든 죄를 짊어져. 그때 네가 죽으면 그 빚은 말끔히 청산될 것이고 네 부모님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거야.”남자는 손이 떨렸다. 비록 전에 마음의 준비는 했어도 자신이
이 상황을 보면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차수현이 도대체 어떤 일에 부딪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물며 전에 이런 일을 부딪친 온은수는 더욱 그렇다.온은수는 손을 내밀어 차수현의 이마를 살펴보았고, 지금 펄펄 끓고 있었다. 보아하니 그녀는 누군가에게 약을 먹인 것 같다.그러나 이 연회는 온은서가 주최한 것이기에 온은수는 그가 이런 일을 하리라 믿지 않았다. 그러나 차수현은 확실히 당했다…….생각해 보면, 주최 측은 차수현이 매우 신뢰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녀는 방비를 하지 않았고 이렇게 쉽게 당했던 것이다.차수현은 남자의 손이 그녀의 이마에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비록 온은수의 체온은 낮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 온몸에 열이 나는 차수현보다 훨씬 차가웠기에 차수현은 온은수의 손을 잡고 시원함을 얻으려 했다.“시원해요…….”온은수는 그녀의 애교 같은 목소리에 혈기가 솟구쳤다. 그러나 지금 차수현은 이성을 잃었기에 이런 그녀에게 손을 대는 것은 그야말로 짐승만도 못했다. 그래서 온은수는 마음을 모질게 먹고 손을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수현아, 진정해, 곧 병원에 도착할 거야.”차수현은 그가 손을 거두는 것을 보고 작은 입을 삐죽거리며 희미한 눈빛에 물빛이 감돌았다.“싫어요, 지금 너무 괴롭단 말이에요!”약물의 작용 때문에 차수현은 평소의 차분함과 냉정함을 잃고 마치 억울함을 당한 여자아이처럼 떼를 쓰기 시작했다.온은수는 처음으로 이런 차수현을 보았는데, 문득 골치가 아팠다. 문제는 차수현이 점차 가만히 있지 않았고, 말로만 떠들 뿐만 아니라 심지어 손을 내밀어 그의 몸을 마구 만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뜨거운 기운을 띤 손이 자신의 몸을 거침없이 만지는 것을 느끼자 온은수는 이마에 핏줄이 불끈 솟았다.그는 아직도 운전을 하고 있었으니 만약 집중하지 않는다면 아마 심각할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어쩔 수 없었던 온은수는 뒤에서 차가운 생수 한 병을 가져와 직접 차수현의 몸에 뿌렸다.“앗, 차가워!” 차수현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차
이은설은 모든 일을 다 안배한 후, 연회장으로 돌아왔다.그녀가 나타나자마자 온은서가 찾아오더니 눈살을 찌푸렸다.“이 선생님, 수현을 봤나요? 그녀는 이미 오랫동안 보이지 않았는데.”온은서는 다른 사람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차수현이 적응 잘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만약 그녀가 심심하다면 먼저 떠날 수도 있었다.다만, 여기저기 찾아다녔지만 그는 차수현을 발견하지 못했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봤지만 모두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온은서는 차수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작별을 고하지 않고 떠날 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래서 차수현과 함께 온 이은설을 보자 온은서는 얼른 와서 상황을 물었다.이은설은 고개를 저었다.“네? 수현 씨가 없어졌다고요? 난 방금 치마가 더러워져서 화장실에 있었는데, 그녀가 어딨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녀는 문자 같은 거 남기지 않았나요?”“아니요, 내가 그녀에게 전화를 해도 아무도 받지 않네요.” 온은서는 이은설도 차수현의 행방을 모른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조급해졌다.그가 사람을 시켜 차수현을 찾으라고 말하려 할 때, 밖에서 갑자기 귀를 찌르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누군가가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했어요!”“어머, 피가 엄청 많아요.”뜻밖에도 누군가가 자살했다는 말을 듣고, 현장에 원래 매우 기뻐하던 사람들도 흥이 깨져 행여나 자신에게 무슨 일 생길까 봐 얼른 떠났다.엔젤라는 이 상황을 보고 표정이 심각해졋다. 원래 이 연회는 온은서를 기쁘게 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이런 의외의 사고가 나타났을까?사고가 생기자 온은서의 마음도 따라서 긴장하기 시작했고, 생각지도 않고 바로 뛰쳐나갔다. 그 자살한 사람이 한 남자이고 차수현이 아닌 것을 보고 그의 공포감은 겨우 사라질 수 있었다.만약 그 사람이 차수현이라면…… 그는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그런데 그 사람의 옷차림을 보니 오늘 연회의 웨이터인 것 같았다…….온은서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밖에서 경찰차의
전에 차수현을 급히 병원에 데려다 주었기 때문에 온은수는 도대체 누가 이런 일을 했는지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이제 마침내 여유가 생겼으니 그는 즉시 사람을 불러 앞으로의 조사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연회의 현장에 가서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 연회에 참여했는지 기록하라고 했다.그의 사람은 곧 도착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온은수는 현장에서 누군가가 뛰어내려 자살한 일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죽은 남자는 마침 연회의 웨이터였다.웨이터?이 신분은 무척 예민했다. 일반 사람들은 웨이터를 방비하지 않았으니, 남에게 약을 먹이려는 것도 아주 간단했다. 그러나 차수현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이렇게 큰 위험을 무릅쓰고 약을 탈 리가 없었다.분명히 그의 배후에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었고, 계획이 실패한 후 망설임 없이 그를 죽인 것이다.“즉시 CCTV 조사해, 그리고 경찰서에 가서 그 사람이 어떤 통신수단을 남겼는지 확인하고.”온은수는 즉시 명령을 내렸고, 부하들도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얼른 감시 카메라를 조달했다.다만, 사람이 죽었기 때문에 경찰도 이쪽에서 CCTV를 조사하며 단서를 찾으려 했지만, 요 며칠의 CCTV가 갑자기 고장나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이것도 미리 계획된 게 분명했다. 범인은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모든 카메라 네트워크를 파괴한 것이다.“…….”온은수도 이 소식을 들은 후 의외라고 느끼지 않았다. 배후의 사람이 웨이터를 죽이는 이런 흉악한 일을 해낼 수 있었던 이상, 틀림없이 치밀하고 악독한 사람일 것이다. 감시 카메라를 미리 파괴한 것도 그의 예상에 어긋나지 않았다.다만, 현재의 차수현은 완전히 평범한 사람이고, 그 어떠한 복잡한 투쟁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대체 누가 이렇게까지 하려 했단 말인가?온은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생각해보면 이 사람은 필연적으로 차수현에 대해 아주 강렬한 원한을 갖고 있을 테니 나중에 다시 손을 쓸지도 모른다.온은수는 순간 골치가 아팠다.“됐어, 가능한 한 증거를 찾아.
다만,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온은수는 의사에게 약물의 구체적인 이름을 달라고 생각한 뒤, 육무진에게 보내 다른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그에게 해독제 있을지도 모르니까.이 약을 풀 수만 있다면, 아무리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온은수는 해독제를 구해올 것이다.애석하게도 육무진은 문자를 받은 후, 즉시 이 약에는 해독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물건은 원래 가장 더러운 수단에 쓰이는 약이었기에 또 누가 특별히 해독제를 연구할 수 있겠는가?온은수는 이 말을 듣고 이마에 핏줄이 뛰었다.“알았어.”“왜, 누가 이 약을 먹은 거야? 설마…… 차수현 씨?” 육무진도 궁금해했다. 이런 약은 평소에 보기 드문 것이라 일반인이 당했더라도 온은수는 이렇게 조급해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라면 너도 그렇게 하면…… 에헴……”육무진은 의사로서 너무 분명하게 말하기 어려워 온은수를 암시할 수밖에 없었다.자신의 좋은 친구가 차수현에 대한 감정을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 육무진은 이것이 하나의 좋은 계기라고 생각했다.온은수는 초조하면서도 화가 났다.“꺼져, 나는 이러고 싶지 않아. 나도 남을 강요하는 그런 취미가 없어.”만약 차수현 자신이 그와 자길 원한다면 온은수는 자연히 미친 듯이 기뻐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분명히 약물의 작용에 이성을 잃었으니, 그는 비록 당당하지 못한 일을 많이 했어도 이렇게 비열하길 원하지 않았다.그리고 차수현이 깨어나면 틀림없이 자신을 증오하겠지.“그럼 어쩌려고? 진정제를 계속 주사하는 것도 나름 방법이지만 결국엔 한계가 있어. 너 설마 다른 남자가 도와주길 바라는 거야?”“그럴 리가 없어.” 온은수는 즉시 부인했다. 만약 다른 남자를 찾아 차수현과 관계를 맺으라 하면, 그는 또 뭐가 된 것인가? 자신에게 스스로 바람 당한 남자란 호칭을 준 게 아닌가?육무진도 사실 온은수의 마음을 대충 알고 있었다.“너도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네가 그녀에게 약을 쓴 것도 아니잖아. 지금은 사람을 구하기 위한 것이니 그
온은수는 재빨리 차수현에게 물을 가져다 주었고, 또 조심스럽게 침대에 있는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물을 좀 마신 후에도 여전히 입이 바싹 말라 무척 불편했고 이렇게 나른하게 남자에게 기대었다.“수현아, 좀 어때?” 차수현이 이렇게 풀이 죽은 모습을 보고 온은수는 마음이 아팠다.가능하다면, 그는 차수현을 대신해서 이 고통을 감당하고 싶었다.“더워요…….”차수현은 여전히 불편함을 느끼며 몸에 있는 옷을 잡아당겼다.온은수는 재빨리 차수현의 손을 잡고 그녀에게 지금의 상황을 똑똑히 말하려 했지만 그녀는 지금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수현아, 당신을 괴롭지 않게 할 방법이 있는데, 한 번 들어볼래?” 남자의 목소리는 악마의 유혹처럼 낮고 유혹적이었다.차수현은 눈을 부릅뜨다 잠시 후에야 온은수의 말에 약간의 반응을 보인 것 같았다.“그럼요. 빨리요, 나 정말…… 너무 괴로워요.”말하면서 그녀는 참지 못하고 온은수의 옷을 벗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온은수의 셔츠는 그녀에 의해 너저분하게 찢겨 안의 탄탄한 복근을 드러냈다.“그럼 먼저 나 봐봐, 난 누구야?” 온은수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비록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러 더 이상 후회할 여지가 없었지만 온은수는 여전히 차수현이 자신이 누군지 똑똑히 알아보기를 바랐으며 얼떨결에 자신과 관계를 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는 다른 그 누구의 대체품이 되고 싶지 않았고, 또 이때 차수현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했다.차수현은 눈을 깜박이다가 잠시 후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은 온은수 씨잖아요. 다른 사람 더 있나요?”온은수는 순간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문득 차수현이 위험에 부딪쳤을 때, 가장 먼저 연락한 사람 역시 온은서가 아닌 자신이란 것을 떠올렸다.그는 원인을 잘 몰라 차수현이 온은서가 주최한 연회의 분위기를 깨뜨리려 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이는 여전히 그의 마음속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안겨주었다.
하룻밤의 광기가 지나간 후, 두 사람은 깊이 잠들었고, 온은수는 차수현을 품에 꼭 안았지만, 마음은 오히려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비록 방금 차수현은 확실히 스스로 요구했고, 심지어 자신에게 매우 영합했지만, 그는 그것이 주로 약물의 작용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가 깨어나면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온은수는 잘 몰랐다. 아마도 이로 인해 그를 더욱 싫어할지도 모른다.그러나 온은수는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 충동적일 수도, 그녀가 이성을 잃은 틈을 탄 비겁함일 수도, 또 이 일을 그르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결코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지 않았다.생각하다 온은수는 차수현을 안고 천천히 눈을 감고 잠들었다.……다음날새벽햇빛이 바닥에 쏟아지며 잠들어 있던 차수현을 천천히 깨웠다.차수현은 눈을 뜨자마자 온몸에서 이따금 전해오는 시큰시큰한 통증을 느꼈고, 그 말하기 쑥스러운 부위는 더욱 불편했다.약물의 작용에 그녀는 자신이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 느꼈다. 다만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의 일만이 조금 뚜렷했다. 그녀는 그 웨이터에 의해 약을 먹은 후, 호텔 방으로 갔고, 도망쳐 나와 온은수에게 도움을 청하는 전화를 한 후 기절했다!차수현은 순간 두피가 저렸다. ‘그래서 온은수 씨는 도대체 온 거야, 안 온 거야? 나 설마 낯선 사람과…….’마침 온은수도 차수현의 인기척에 잠이 깼다.“수현아, 깼어? 몸은 좀 어때?”차수현은 익숙한 소리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온은수는 제때에 와서 그녀는 낯선 사람에게 당하지 않았다.그러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반응한 후, 그녀는 갑자기 또 화가 나서 생각지도 않고 온은수에게 따귀 한 대를 날렸다.“비겁해요!”차수현은 전에 무엇을 말했는지,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가 보기에 온은수가 자신을 발견한 후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왔고, 그녀가 정신을 잃은 틈을 타서 자신과 그런 일을 한 것이었다.이런 행위는 너무나도 비겁했다.“수현
그러나 일은 이미 발생하였고, 짧은 충격과 분노가 지나간 후, 차수현도 차츰 평온해졌다.‘됐어, 온은수 씨는 어쨌든 내가 아는 사람이니 나가서 함부로 말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이 남자가 나에게 무슨 더러운 병 같은 거 옮길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고.’아무튼 온은수의 몸매와 얼굴은 말할 것도 없으니 그녀는 자신이 모르는 상황에서 공짜로 호스트와 하룻밤 잤다고 생각하면 됐다.차수현은 자신을 위로한 다음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욕실에 가서 샤워를 했다.그러나 전에 온은수는 이미 그녀에게 씻겨주었기에 그녀의 몸은 나름 깨끗하고 상쾌한 편이었다. 그래서 차수현은 몸에서 난 땀만 씻어내고 나왔다.다만 거울 앞에서 몸의 여러 가지 흔적을 보았을 때, 그녀는 짜증이 났다.차수현이 거울을 보고 멍하니 있을 때, 온은수가 문을 두드렸다.남자의 얼굴은 좌우 양쪽에 각각 붉은 손바닥 자국이 하나 있었는데, 차수현이 어젯밤 밤새 들볶았기 때문에 온몸의 힘을 합쳐도 얼마 없어서 크게 붓지 않고 빨개졌을 뿐이다.“왜요, 나한테서 떨어져요!” 차수현은 지금 온은수를 전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잠시 후에 다시 참지 못하고 달려들어 그의 뺨을 몇 대 더 칠까 봐 두려웠다.“당신 갈아입을 옷 안 가지고 들어갔어. 깨끗한 옷은 이 문 앞에 놓을게. 당신이 직접 가져가.” 온은수는 차수현이 화를 내는 소리를 듣고 뜻밖에도 매우 뿌듯해했다.다행히 차수현은 단지 그에게 화를 내고 있을 뿐, 속으로 참으며 괴로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욱 이 일로 인해 그녀 자신을 해칠 기미가 없어 보였으니 이것만으로 충분했다.온은수는 자신의 뺨을 만졌다. 그는 자신이 맞을지언정 차수현이 쓸데없는 생각을 해서 스스로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차수현은 온은수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듣고 더욱 초조해졌다.이 남자는 그녀에게 뺨을 두 대 맞고도 아프지 않은 듯 아무렇지도 않게 와서 그녀에게 옷을 건네다니. 마치 그녀의 태도에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그녀의 분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