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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도망가고 싶었다. 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내가 외면할수록 진정우는 더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진작 할 말 못 할 말 직설적으로 하지 않았는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그는 전혀 부끄러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애써 당당하게 말했다.

“말로만요? 증명할 수 있어요?”

“흠...”

진정우는 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대답했다.

“할 수 있어요.”

그의 대답을 들은 나는 되레 당황하며 말했다.

“됐어요, 아무 말도 하지 마요.”

결국 나의 참패다.

“만약 증명이 필요하면 병원에 다녀올게요.”

진정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참 생각을 많아지게 하는 말이었다.

‘내가 뭐라고 증명하겠다는 거야? 참...’

“그런 건 미래 와이프한테나 증명해요.”

말을 마친 나는 황급히 화장실로 도망갔다. 그러나 코너를 돌자마자 누군가에게 팔이 잡혀서 억지로 멈춰 섰다. 냄새만으로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강유형은 내 팔을 꽉 잡으며 말했다.

“직원이랑 이런 데서 밥 먹는 건 좀 너무한 것 같지 않아?”

그는 화난 표정이었다. 어쩐지 질투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왜? 여기 사장도 말이 없는데, 네가 뭐라고 멋대로 옳고 그름을 갈라?”

“윤지원!”

강유형은 눈을 부릅떴다.

“남자가 아무리 고파도 제대로 된 걸 찾아야 할 거 아니야.”

그는 처음부터 진정우를 깔보고 있었다. 동시에 나를 깔보는 것이기도 했다.

“정우 씨는 고급 엔지니어에 명문대 출신으로 학벌까지 좋아. 너한테는 뭐가 있는데?”

이건 오늘 아침 자료 조사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내 질문에 강유형은 말을 잃었다. 그는 지위가 높기는 했지만 학벌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학벌이라면 강진혁보다도 못했다.

하지만 그는 똑똑했다. 사업하기 딱 좋은 성격이라 가업을 물려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회사를 잘 이끌고 있다.

누구나 잘하는 게 있고 못 하는 게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강유형은 과하게 오만했다. 그는 자신의 빛만 보이고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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