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7화

“네, 전등에 문제가 생겨서요.”

내가 설명할 때 김희연은 이미 진정우가 일하고 있는 사다리 아래로 갔다.

“안전장치도 없이 너무 위험한 거 아니에요? 안전이 제일이에요, 기사님.”

역시 사모님다운 순간이었다. 김희연은 한눈에 문제점을 찾아냈다.

사실 진정우는 계속 안전장치를 하고 있었다. 조금 전 내려왔다가 잠깐만 올라간다고 지금은 안 한 모양이다.

“제가 주의시킬게요.”

나는 곧 진정우에게 말했다.

“왜 안전장치 없이 올라갔어요. 빨리 내려와요.”

진정우는 순순히 내려와서 말했다.

“앞으로 조심할게요. 죄송합니다.”

잘못을 인정하는 초등학생과 같은 모습이었다. 순간 내가 너무 거칠게 말했나 싶었다.

김희연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기사님을 보호하자고 있는 안전장치예요. 먼저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도 사랑하죠.”

직장인이 아니라고 해도 재벌가 사모님은 사모님이었다. 하는 말의 기세가 남달랐다.

하지만 나는 어딘가 의미심장한 느낌이 들었다.

“네, 사모님.”

진정우가 대답했다.

“오전 내내 힘들었죠. 제가 식사를 가져왔으니 얼른 드세요.”

김희연은 다시 부드러운 태도로 말했다. 진정우는 인사를 하고 나서 밥 먹으러 갔다. 김희연은 그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몸 튼튼하니 일 잘하게 생겼네.”

나는 김희연의 뜻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강유형과 똑같이 진정우를 얕보고 있었다.

오늘 김희연이 찾아온 이유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마도 강유형에게서 진정우에 관해 전해 들은 모양이다.

“저희 엔지니어예요. 전등을 담당한.”

내가 설명을 보탰다.

김희연은 재벌가 사모님이다. 대단한 사람이라면 수없이 만났기에, 지금도 그냥 싱긋 웃기만 했다.

“배고프지? 사무실에 가서 밥 먹자. 우리 밤 먹으면서 얘기해.”

나에게는 다시 부드러운 태도로 돌아왔다. 나도 거절하지 않고 따라갔다.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기사는 이미 음식을 펼쳐 놓았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음식들은 전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먹는 것과 이소희 등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