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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왠지는 모르겠지만, 놀이동산 일에도 아프지 않던 머리가 이제 와서 아프기 시작했다. 나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저를 못 믿어요?”

“아뇨, 그건 아니고...”

나는 진정우를 바라봤다. 상의도 바지도 더러워져 있었다. 귀찮으니 수리 기사를 부르겠다는 말은 아무래도 나오지 않았다.

“저 이거 할 수 있어요. 빨리 다녀와요.”

그는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얼른요.”

나는 머리가 핑 어지러웠다. 얼마 전 강진혁도 쓰다듬은 적 있지만, 그때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말로 이루 형용하지 못할 따듯하고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 어딘가 시큼한 것이 갈망하게 되기도 했다. 오랫동안 잃었던 것을 다시 찾은 기분이었다.

진정우의 눈빛을 더는 감당할 수 없었던 나는 머리도 돌리지 않고 도망갔다. 그가 요구한 물건을 사서 돌아왔을 때, 그는 걸레로 복도에 고인 물을 청소하고 있었다.

집 안에 들어갔을 때는 물기 하나 없이 청소된 바닥이 보였다. 배수구가 고장 나기 전보다도 깨끗했다. 내가 물건을 구하는 동안에도 그는 쉬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멀쩡한 집을 바라보며, 나는 코끝이 시큰거렸다.

“아래층에 가서 확인해 보니까 누수는 없어요. 배상할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진정우가 말했다.

그는 유능할 뿐만 아니라 세심하기까지 했다. 나는 목이 탁 막혔다.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잘 나오지 않았다.

진정우는 다시 배수관을 수리하기 시작했고 나는 멀뚱멀뚱 지켜봤다. 그는 아주 능숙했다. 현장에서 일할 때와 똑같았다.

문턱에 기대서 그를 바라보며 나는 무심코 물었다.

“정우 씨는 못하는 게 뭐예요?”

“저도 못하는 거 있어요.”

그는 일하면서도 내 질문에 대답했다.

“뭔데요?”

그는 나를 힐끗 보며 말했다.

“애 낳는 거요.”

어쩐지 약간 다운되던 기분이 그의 말을 들은 순간 확 사라졌다. 나도 입꼬리를 올리며 그의 장난을 받아쳤다.

“그건 낳을 수 있는 사람을 찾으면 되는 거네요.”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죠.”

지나치게 무덤덤한 태도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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