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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안 될 거예요.”

“그거 녹 쓴지 한참 됐어, 총각.”

“밸브가 또 얼마나 아래에 있는지 우린 건드리지도 못했어요.”

...

주민들이 수군댔다.

나의 시선은 오직 진정우에게 고정되었다. 밸브를 잡기 위해 그는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힘을 주느라 팔뚝에 힘줄이 튀어 올랐다.

그런 데도 밸브는 움직이지 않았다. 진정우는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힘을 줬다.

“안 될 거야, 총각. 힘 낭비하지 마. 여기 있는 남자들 이미 다 해 봤어.”

할머니 한 분이 보다 못해 말했다. 나도 나서서 말리기 시작했다.

“됐어요. 제가 수리 기사님을 부를게요.”

말을 마치자마자 진정우가 갑자기 힘을 풀며 말했다.

“됐어요.”

그는 바닥에서 일어나 옷을 툭툭 털었다.

“이제 올라가서 확인해요.”

나는 계단을 타로 흘러내리는 물을 바라봤다. 지금 올라갔다가는 쫄딱 젖을 것 같았다.

“이따가 올라가요. 물이 다 빠진 다음에요.”

진정우는 내 신발을 힐끗 보고 나서 말했다.

“제가 업어줄게요.”

그 순간 나는 눈을 크게 뜨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이 말을 들은 나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구경꾼들은 우리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나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무언가 보아낸 진정우가 다시 말했다.

“그럼 제가 먼저 올라갈게요. 열쇠 줘요.”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벌써 손을 뻗어 내가 들고 있던 열쇠를 가져갔다. 그의 손가락이 피부에 닿은 순간 나는 흠칫 떨었다. 전기라도 닿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강유형과 함께 있을 때는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다. 아마 너무 익숙해져서 그럴 것이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있었으니, 손잡는 것도 포옹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 되었다. 연애하는 긴장감은 당연히 없었다.

이 순간 나는 어쩐지 강유형이 신지태에게 했던 말이 이해되는 것 같았다

진정우는 성큼성큼 위층으로 올라갔다. 물을 타고 올라가는 것이 퍽 드라마틱해 보였다.

내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을 때 한 사람이 다가와서 말했다.

“아가씨 남자친구죠? 든든하니 일 잘하게 생겼어요. 아주 잘 골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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