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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진 기사님, 이게 무슨 뜻이에요? 어제 일로 저를 협박이라도 하겠다는 거예요?”

“아뇨.”

진정우는 내 눈을 피하며 말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를 패버리고 싶다는 충동까지 생기고 있었다.

“저 진짜 이 동네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래요. 조금 도와주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요. 저도 팀장님 도와준 적 있고...”

진정우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마치 내가 안 도와주면 나쁜 사람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

역시 진 빚은 갚아야 한다. 그게 돈 빚이든, 인정 빚이든 말이다.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좋아요, 오늘 어디 가고 싶어요? 뭘 사야 하는지 알려주면 안내해 줄게요.”

“집 보고 싶어요.”

그의 대답에 나는 또 말문이 막혔다.

“집이요? 이쪽 일 끝나고 나면 돌아가는 거 아니었어요?”

“안 돌아갈 것 같아요. 그래서 미리 봐두려고요.”

진정우의 말에 나는 목구멍이 탁 막히는 것 같았다. 왜 이런 느낌이 드는지는 몰랐다. 아무튼 이상했다.

“기사님 회사 다른 곳에 있잖아요.”

“사직하면 돼요.”

“...”

“참, 저 월세로 알아보고 싶어요. 아직 집 살 능력은 없어서요.”

진정우는 지나치게 태연하게 지갑 상황까지 밝혀버렸다.

이 점은 약간 놀라웠다. 요즘은 돈이 없어도 있는 척, 할부로 명품을 사며 체면을 차리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진정우는 솔직한 편이었다.

“그런데 왜 사직해요?”

진정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못 들은 것 같았다.

그가 한 말 때문인지 나는 약간의 동정심이 생겼다. 그래서 그를 차에 태우고 시내로 향했다.

“시내는 집값이 비싸지 않을까요?”

“교외보다는 비싸겠지만 출퇴근이 어려워요. 교통비까지 생각하면 차라리 여기 사는 게 나아요. 기사님 같은 분이라면 적어도 CBD 쪽 회사에 다닐 거잖아요.”

나의 제안에도 진정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정이 많이 어려운가 싶어서 나는 말을 보탰다.

“돈이 모자라면 제가 빌려줄게요. 돈이 생긴 다음 천천히 갚아요.”

“어쩐지 몸으로 갚으라는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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