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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Author: 꽃길
삼촌과 글씨 연습을 해야 할 때가 아니면 글을 쓸 일이 없었다. 나이가 들었다지만 여전히 아이 같아서 쉴 수 있을 때는 늘 게으름을 피우곤 했다.

“괜찮아.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써 봐. 잘 쓰든 못 쓰든 상관없어.”

삼촌이 나를 격려하며 붓을 내밀었다.

더는 거절할 수 없어 붓을 받았지만 그 순간 붓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먹을 묻혀서 그럴 수도 있지만 아마 삼촌의 기대가 담긴 눈빛 때문일 것이다.

삼촌은 내가 예전처럼 글을 쓰고 마음에 여전히 강유형만 두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여전히 내가 ‘가족’으로 남을 수 있으니까.

손이 살짝 떨리면서도 힘겹게 붓을 내려 글씨를 썼지만 글자는 삐뚤고 힘도 고르지 못했다. 삼촌이 내게 글을 쓰게 한 건, 글씨 자체가 아니라 내 마음을 알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한 번뿐인 인생...”

삼촌은 내가 쓴 글을 천천히 따라 읽었다.

삼촌이 글씨로 내게 무언가를 전해 준 것처럼, 나도 내 마음을 담아 답을 쓴 것이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가 나를 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원아, 네가 어떤 결정을 하든 삼촌은 항상 네 편이야.”

삼촌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나는 악수 대신 가볍게 삼촌을 안았다.

“삼촌, 감사해요.”

삼촌은 내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미안하다. 네가 힘들었을 텐데... 삼촌이 아들을 잘못 가르친 탓이야.”

조금 전 아줌마의 잔소리에도 묵묵히 듣고만 있던 삼촌이, 나에게는 이렇게 사과를 해주니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삼촌은 내가 울 것 같다는 걸 느꼈는지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유형이가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나도 알아. 이미 경고를 해 두었으니까,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야. 또다시 그런 짓을 하면 쫓아낼 각오도 돼 있어.”

사실 나는 오늘 이 일을 삼촌에게 말하려고 했는데 내가 말하기도 전에 삼촌이 다 알고 있었다. 20년 동안 함께 지내며 우리는 진짜 가족처럼 서로를 이해하게 된 것 같았다.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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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진혁이 나에게 가졌던 인내심이야 지난 10년 동안 충분히 증명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더 흔들어 보는 게 나쁠 건 없었다.“미안해요, 오빠. 좀 일이 있어서 늦었어요.”나는 자리에 앉으며 적당히 가식적인 사과를 건넸다.“괜찮아. 네가 와준다면 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그는 망설임 없이 이런 말을 내뱉는 사람이었다.솔직히 듣고 있자니 어색해서 나는 괜히 테이블 위의 식기를 정리하며 시선을 피했다.그가 직원을 불러 내게 메뉴를 고르라고 했지만 이미 배 속에는 배성재가 해준 미트볼이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솔직히 한 입도 들어갈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안 먹을 수도 없으니 적당히 간단한 메뉴만 골랐다.그런데 막상 음식이 나오고 보니 내가 시킨 것 외에도 다양한 요리가 가득 깔려 있었다.“오빠, 그냥 간단히 먹으면 되잖아요. 배만 채우면 되는 건데 이렇게 많이 시키면 남는 게 더 많을걸요?”나는 테이블 위의 요리를 가리키며 덧붙였다.“음식 하나하나 다 소중한 거예요.”“이건 다 네가 좋아하는 것들이야. 조금씩만 맛봐. 못 먹으면 싸 가면 되니까.”그의 말이 현실적이라 딱히 반박할 수 없어 그저 수긍하며 젓가락을 들었다.“와인 한잔할래?”나는 순간, 저번에 술에 취한 척했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때 나는 끝까지 취한 척을 밀어붙였고 모든 걸 모른 척할 수 있었다.그의 의도를 알기에, 더욱 태연한 척하며 답했다.“좋아요. 근데 저 또 취하면 오빠가 집까지 바래다줘야 해요.”“당연하지.”그는 웨이터를 불러 우리에게 와인을 따르게 했다.솔직히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없었지만 그는 예상이라도 한 듯 자연스럽게 말을 이끌었다.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나와 강유형이 항상 그를 뒷전으로 두었다는 이야기까지.그러다가 강유형의 이름이 나오자,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그가 피를 토하던 모습이 떠올랐다.그 피가 단순한 감정적인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몸 상태가 심각한 건지 모르겠지만.“오빠, 요즘 강유형 만난 적 있어요?”“아니.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00화

    나는 순간적으로 손을 움켜쥐며 몸을 떨었다.‘도깨비야? 어쩜 이렇게 소리 없이 다가올 수 있지? 도대체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거야?’혹시 내가 보내려던 메시지를 봤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나는 이곳의 주인이기에 사진을 찍는 게 이상할 이유도 없고 보고 싶으면 볼 수도 있는 거다.나는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돌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늘 그랬듯,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나를 응시했다.“조용히 오고 싶었어요.”조나연은 내 맞은편에 앉으며 손가락으로 주변을 가리켰다.“바 분위기를 조금 바꿨어요. 손님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어서요.”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좋네요. 확실히 신선한 느낌이에요. 대표님이 마음에 들어 한다면 다행이죠.”그녀는 손짓해 직원에게 음료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조용히 말했다.“당연히 만족해야죠. 내가 직접 뽑은 사람이니까. 역시 내 안목이 틀리지 않았네요. 역시 능력 있어요.”말을 마치고 나는 그녀의 차림을 살폈다. 다른 직원들과 달리 정장이 아닌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반짝이는 시스루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술집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려 묘하게 옛 상하이 영화 속 여주인공 같은 느낌이었다.문득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그때는 하얗고 단정한 인상의 여자였는데 이렇게까지 변할 줄이야.나는 시선을 그녀의 몸매 위아래로 훑으며 피식 웃었다.“내가 말하는 ‘능력’은 그쪽이 아니라 머릿속 능력이요.”진심으로 칭찬하는 말이었는데 그녀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아마 비꼬는 걸로 들었는지 그녀는 바로 반격했다.“저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에요. 만약 지원 씨가 직접 운영했다면 똑같이 했을걸요?”그녀의 말투는 단호했다. 이건 단순한 변명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는 듯한 태도였다.하지만 나였다면 이렇게 하진 않았을 거다. 다만 조나연은 이미 내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으니 굳이 반박할 이유도 없다.그런데 마치 본인이 주도권을 쥔 듯 행동하는 모습이 마음에 안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99화

    “그래서 결국 뭘 하려는 거예요?”한참을 빙빙 돌리던 내 말을 끊고 배성재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나는 이미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으니 더는 숨길 이유가 없었다.“내 친구가 드래곤킹에 있을 수도 있어요. 그녀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고 가능하면 안전하게 보호해 줄 사람도 필요해요.”잠시 말을 멈추고 나는 그의 반응을 살피며 덧붙였다.“이름은... 이소희예요.”배성재는 놀란 건지, 아니면 이미 알고 있었던 건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드래곤킹에서 몇 개월이나 있었고 그렇다면 그곳에서 누가 출입하는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를 리 없었다.“좋아요. 도와줄게요. 하지만 당신은 직접 나서지 마요. 위험한 곳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요.”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가면 위험하다? 그렇다면 이미 이소희는 그 위험 속에 있다는 뜻 아닌가?’그녀가 이미 어떤 피해를 입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자 순간적으로 등골이 서늘해졌다.“들었어요?”내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배성재가 다시 한번 물었다.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조용히 되물었다.“성재 씨, 왜 이렇게까지 도와주는 거예요?”사실 내가 정말로 듣고 싶은 대답은 따로 있었다.“나는 진정우니까. 널 사랑하니까.”하지만 그는 침묵했고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오늘 저녁에 강진혁이랑 저녁 먹기로 했어요.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연락할 테니까, 바로 데리러 와 줄 수 있죠?”강진혁이 이상한 짓을 할까 봐 배성재에게 미리 알리는 거였다. 저번에는 취한척하며 위험한 상황을 모면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상황이 생길까 봐 두려웠다.“왜 그런 자리에 가려는 건데요?”“왜긴요, 생각 좀 해봐요.”저녁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점점 초조해졌다. 이소희에게 보낸 연락은 여전히 닿지 않았고 어떤 답장도 없었다.만약 그녀가 드래곤킹에 있다면 집에는 아무도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그때, 강진혁에게서 저녁 장소가 문자로 도착했다.그런데 우연인지 아닌지 호텔 레스토랑이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98화

    “콜록!”전화기 너머에서 배성재가 두어 번 헛기침을 했다.내 갑작스러운 애교 섞인 목소리가 꽤 당황스러웠나 보다.그는 곧바로 물었다.“무슨 부탁이죠?”나는 다리를 꼬아 올리고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말했다.“드래곤킹에는 남자 모델뿐만 아니라 여자 모델도 있죠? 혹시 그쪽이랑 친하세요?”이제 내가 배성재가 진정우라는 걸 확신한 이상, 굳이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도 없었다.생각해 보면 참 우습다. 그동안 그렇게 떠보고 시험해 보려고 온갖 수를 썼지만 결국 미트볼이 모든 걸 말해주었다.“갑자기 왜 그런 걸 묻죠?”여전히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는 듯 조심스럽게 되묻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는 팔짱을 끼고 일부러 더 장난스러운 톤으로 말했다.“저도 한 번 여자 모델이 되어 보고 싶어서요.”“뭐라고요?”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층 높아졌다.예상치 못한 대답에 순간적으로 당황한 듯했다.“드래곤킹에서 여자 모델로 일해 보고 싶다고요. 그러니까 성재 씨가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그건 안 됩니다.”이번엔 단칼에 잘라 말했다. 거절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오히려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왜요? 제가 못생겨서? 아니면 몸매가 별로라서?”“그런 문제가 아닙니다.”그의 목소리는 낮아졌고 곧이어 단호한 어조로 덧붙였다.“그곳은 당신이 갈 만한 곳이 아닙니다.”‘좋아, 바로 이 반응. 이제야 진짜 진정우다운 모습이 나오는군.’“왜요? 성재 씨도 거기서 일하셨잖아요?”내가 일부러 짓궂게 되묻자, 그는 순간 말을 잃었다.그리고 몇 초간의 침묵 끝에 낮게 말했다.“나는 당신이 그곳에 가는 걸 원치 않습니다. 그리고 내가 도와줄 수도 없어요.”나는 속으로 쿡쿡 웃었다.‘그래, 바로 이거야. 이 반응이야.’분명 그는 자신이 진정우라는 걸 들키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나를 통제하려는 태도가 그대로 드러났다.“그럼 내 방법대로 알아서 갈게요.”그렇게 말하며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그가 날 불러 세웠다.“잠깐. 진짜 이유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97화

    내 아버지를 언급하자 강진혁은 순간 굳어졌다.표정이 단단하게 굳은 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당연한 반응이었다.내 부모님의 죽음은 그의 아버지가 직접 만든 비극이었으니까.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배성재가 만든 완자를 바라보았다.나는 차분한 척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이제 세상에 내가 좋아하는 그 맛은 다시 없을 거야.”하지만 그건 완전한 거짓말이었고 나는 이미 확신했다.배성재가 진정우라는 걸.그런데도 그가 계속 자신을 배성재라고 주장하는 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괜히 흔들리지 말고 그의 계획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었다.강진혁은 한숨을 내쉬듯 낮게 말했다.“지원아, 네 부모님 일은 정말 미안해.”하지만 그 말은 더럽게도 위선적으로 들렸다.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을 애써 눌러가며 나는 덤덤하게 받아쳤다.“그 일은 오빠랑 상관없잖아요.”강진혁이 쓴웃음을 지었다.“넌 참 착한 애야.”‘착해? 아니, 바보였겠지.’한때는 용서할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내가 그들을 용서할 마음이 단 1%도 없다는 걸 말이다.나는 더 이상 이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고 조용히 단호박 수프를 떠먹었다.따뜻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묘하게 마음을 안정시켰다.솔직히 말해 배성재의 요리 실력은 꽤 수준급이었다.심지어 예전 진정우보다 더 나은 것 같기도 했다.‘그동안 숨어서 요리 연습이라도 했나? 나중에 진짜 정체를 밝히면 꼭 물어봐야겠네.’“이거 맛있네요. 잘 만들었어요.”내가 무심하게 던진 칭찬에 강진혁은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그러더니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저녁 약속 있어?”그는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없어요. 그냥 한 말이에요.”나는 무심히 단호박 수프를 한 모금 마셨고 그 순간 강진혁의 시선은 더욱 깊어졌다.그러더니 예상치 못한 제안을 했다.“그럼 오늘 저녁에는 나랑 같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96화

    배성재는 정말 겁도 없었다.강진혁이 나를 붙잡으려 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대놓고 도전장을 내밀다니...나는 그의 이런 태도가 예상 밖이었지만 지금 내게 더 중요한 건 이소희였다.그녀가 정말 드래곤킹에 있다면 직접 가서 확인해야 했다.나는 고민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아니요. 오늘 저녁엔 약속이 있어서요.”배성재는 별다른 아쉬운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돌아섰다.엘리베이터 앞에서 동료들을 마주쳤는지 다시 한 번 진 팀장님이라 불리는 소리가 들렸다.그런데도 그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일 뿐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이 모습을 보고 있던 강진혁이 문득 내게 물었다.“저 사람... 진정우랑 정말 많이 닮지 않았어?”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만약 이 자리에서 안 닮았다고 하면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워 보일 것이다.그래서 나는 가볍게 웃으며 의미심장하게 답했다.“모르겠어요. 그래서 더 시험해 봐야죠.”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진정우는 항상 나한테 맛있는 걸 챙겨줬어요. 그래서 저도 한 번 성재 씨의 요리를 경험해 보려고요.”이 말은 단순한 변명이 아니라 강진혁에게 보내는 신호였다.내가 배성재를 곁에 두려는 이유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다는 신호였다.나는 아직 강진혁이 배성재를 위험 요소로 인식하지 않길 바랐다.적어도 지금은 배성재가 그의 타겟이 되어서는 안 된다.그의 표정을 살피던 강진혁이 나지막이 물었다.“그럼 결과는 나왔어?”우리는 이미 사무실로 들어와 있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도시락을 열었다.그 안에는 예상했던 두 가지 요리 외에도 만두와 호박죽까지 곁들여져 있었다.솔직히 말해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이 당길 정도였다.강진혁도 한마디 덧붙였다.“보아하니 요리 실력이 제법인데. 드래곤킹에서 남자 모델로 있기엔 아까운 재능이네. 그냥 식당을 차리는 게 낫겠어.”나는 의미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95화

    “괜찮아요. 그냥 갑자기 속이 좀 안 좋았을 뿐이에요.”나는 강진혁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지만 그의 그런 태도조차 나에게는 부담스럽게 느껴졌다.관심과 걱정이라기보다 그저 나를 붙잡기 위한 수단처럼 보였기 때문이다.사랑이 식으면 그의 모든 행동이 불편하게만 보인다더니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그래도 물이라도 좀 마셔.”강진혁은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권했지만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그렇게 화장실을 나와 사무실 쪽으로 걸어가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그리고 곧, 회사 직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어? 진 팀장님!”“오랜만이에요! 드디어 복귀하신 거예요?”“우린 진짜 많이 보고 싶었어요!”여러 직원이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반가워하는 사람이 진정우가 아니라 배성재라는 것이었다.배성재는 아무런 반응 없이 직원들에게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그렇게 조용히 걸어오더니 나를 향해 곧장 다가왔다.그 순간, 내 옆에 있던 강진혁의 기운이 눈에 띄게 싸늘해졌다.굳이 보지 않아도 그가 지금 얼마나 불쾌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나는 팔짱을 낀 채 차갑게 물었다.“여긴 무슨 일로 왔어요?”나는 일부러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그가 진정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계속 착각하도록 놔두는 것이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다.괜한 오해가 쌓이면 나중에 정리하기가 더 골치 아파진다.배성재는 개의치 않는 듯 태연하게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 상자를 내게 건넸다.“점심 가져왔어요.”그 말을 듣자 나도 모르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사실 나는 아침도 못 먹고 나와서 속이 비어 있었다.나는 그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책임감이 꽤 강하네요?”그러면서 슬쩍 강진혁을 향해 돌아보며 덧붙였다.“오빠, 성재 씨 요리 실력 한 번도 안 맛봤죠? 진 팀장님보다는 아주 약간 부족하긴 한데 그래도 꽤 괜찮아요.”내 말이 끝나기가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94화

    “생각나는 사람 있어요?”강진혁은 집요하게 내 반응을 살폈다.나는 짧게 웃으며 허진호에게 집중하듯 말했다.“전 허 대표님이 빨리 회복해서 출근하셨으면 좋겠어요. 출근 도장 찍는 모습 못 보니 너무 심심하네요.”그렇게 나는 가볍게 농담을 던지며 전화를 끊었다.강진혁은 이미 내 자리까지 들어와 있었고 가져온 꽃을 조심스레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그는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오랜만에 그렇게 밝게 웃는 거 본 것 같은데.” 나는 자연스럽게 이유를 만들어냈다.“허 대표님이 여자 친구한테 얼굴 할퀴었다고 투덜대는데 그게 너무 웃겨서요.”강진혁은 별로 놀라지도 않은 듯 자연스럽게 말했다.“혹시 유흥업소 간 거 때문에 그런 거야?”그 말에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강진혁이 허진호를 봤고 허진호가 본 사람이 정말 이소희라면 강진혁도 그녀를 봤을 가능성이 높았다.그리고 이소희가 그렇게 두려워했던 사람이 바로 강진혁이었다는 내 의심이 맞다면...나는 머릿속을 정리하며 그의 말을 받아쳤다.“역시 남자들은 다 거기서 거기네요. 그런 곳은 꼭 가봐야 속이 시원해요?”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난 일 때문에 갔어.”“허 팀장님도 똑같이 말하던데요. 근데 여자 친구가 안 믿고 난리를 쳤대요.”나는 꽃을 들어 올려 코끝에 가져가 향을 맡으며 시선을 피했다.향은 좋았지만 지금 내 기분과는 정반대였다.그러다 그가 갑자기 말을 돌렸다.“어제 드래곤킹에서 좀 난처한 일 겪었다며? 왜 나한테 연락 안 했어?”그 말을 듣자마자 등골이 싸늘해졌다.어떻게 이렇게 태연하게 묻는 걸까?그가 배후에 숨어져 있던 사람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면 정말 그의 걱정 어린 태도에 속아 넘어갈 뻔했다.하지만 나는 이미 그가 주범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가 연기를 한다면 나도 맞춰줘야 했다.아직은 그를 자극할 때가 아니니까.그래서 나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직접 해결했어요. 굳이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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