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라라는 자신 앞에 있는 남자를 알아보고는 말을 꺼냈다."이 사람은 분명 그날 커피숍에서……” "맞아요." 조민은 강라라를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때부터 우리는 사귀고 있었죠. 단지 당신의 다도 공연을 폭로하기 위해 이 사람이 날 모른 척했었을 뿐이에요.” 강라라의 안색이 달라졌고, 소찬은 조민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재빨리 연기에 돌입했다. "아, 이분들이 자기 친구들이야?”“응, 맞아.”“안녕하세요.” 소찬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고, 조민의 친구들도 강라라보다 소찬을 더 열정적으로 대했다. 소찬은 민서율과 강라라를 바라보며 말했다."아, 두 분은 낯이 익네요.” 민서율은 얼굴이 어두워졌다.“저도 뵌 적 있습니다.” 강라라는 소찬이 그날 일을 다 말해버릴까 봐 먼저 선수를 치고 나갔다."당신이 정말 조민 씨의 남자친구가 맞나요?”그러자 소찬은 싫은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무슨 뜻이죠, 설마 날 좋아하기라도 하는 겁니까? 미안하지만 당신은 내 취향이 아니네요. 참, 지난 번 커피숍에서의 연극은 정말 멋졌습니다!” 그는 말에 강라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건 무슨 말씀 이시죠?”한 친구가 묻자 소찬은 조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떤 여자가 자기 자신에게 커피를 뿌려놓고는 내 여자한테 뒤집어씌운 일이 있었습니다.” “맙소사, 그런 일이 있었군요!” 주변 사람들의 말소리에 강라라는 화가 나서 몸을 떨었고, 결국엔 울음을 터뜨리며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민서율은 조민을 쳐다본 다음 소찬을 쳐다보고 강라라를 따라 나갔다. 다른 친구들 사이의 토론은 그들이 떠난 후 점차 줄어들었다.결혼식이 끝난 뒤, 조민은 소찬이 차 앞에 서서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소찬이 손을 내밀며 물었다."내 연기비는?”조민이 지갑을 꺼내더니 현금이 부족한 걸 발견하고는 대답했다.“나중에 톡으로 보내 줄게요.” 소찬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고 웃으며 팔짱을 꼈다. "혹시 이걸로 내 카톡을 따내려는 속셈은 아니겠죠?” 조민
남우는 입을 다물고 말없이 의자에 몸을 기댔다.그녀가 깨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고, 적어도 민망한 장면을 자신의 눈으로 보지 않을 수 있었다. 차가 별장에 도착하자 경호원이 문을 열었고, 반재언은 남우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눈앞에는 리조트호텔 같은 별장들이 있었고, 모두 프라이빗 수영장을 갖추고 있었다."재언 도련님.” 구릿빛 피부를 가진 키가 큰 남자가 별장에서 나오더니 미소를 지으며 반재언을 껴안았다. "돌아오셨습니까? 소찬이 그 녀석은요? 도련님과 같이 오지 않은 건가요?” 반재언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대답했다.“그 사람은 아직 돌아오기 아쉬워해서.” 이때 남자는 남우를 바라보았다.“이 분은 혹시..?”“내 아내.”반재언이 남우를 소개했고, 남자는 놀란 눈치였다.“소찬이 도련님께서 여자가 생겼다고 한 말을 들었는데 사실일 줄은 몰랐네요. 그런데 이미 결혼도 하신 겁니까?” 반재언은 남우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고, 안에 있던 도우미들은 차를 끓여 거실로 가져왔다.그 남자는 거실에서 반재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대화 중에 남우는 그 남자의 이름이 다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는 파라다이스 사람인 것 같았다. “내 증조할아버지께서는 지금 어때?” 그러자 다민이 대답했다.“연 씨 어르신의 건강이 예전만큼이나 좋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어르신의 딸과 손자, 손자며느리도 모두 곁을 지키고 있어요.”남우는 반재언의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당신한테 증조할아버지가 있었어?”그에게 친척이 이리도 많았다니. 반재언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고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내일 당신도 같이 뵈러 가자.” 다민은 조금 놀랐다.그는 반재언을 알고 지낸 지 수년이나 지났지만 그가 여성을 향해 그렇게 다정하게 행동하는 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이 여자가 그의 아내가 될 수 있었던 것을 보니 반재언이 그녀를 매우 좋아하는 것만 같았다. "재언아, 돌아왔다면서도 왜 미리 알려주지 않은 거야?” 이때
남우는 말없이 차를 마시며 딴짓을 했지만, 한 여자의 가슴 아픈 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반재언은 단호하게 대답했다.“결혼에 대해서는 농담하지 않아, 난 진지해.” "근데... 넌 분명 이렇게 빨리 결혼하지 않을 거고, 네 운명의 여자도 만날 수 없을 거라고 말했잖아!” 반재언이 떠나기 전에 했던 말이었다. 그 당시 그녀는 그를 쫓았지만 반재언은 그녀를 거부했고, 그녀는 반재언에게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 물었었다. 그러자 반재언은 자신이 좋아할 만한 여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아마도 그녀를 결코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그녀는 오랫동안 반재언을 좋아했지만 반재언은 나무토막과도 같았고, 재미도 없고 모든 여성을 동일하게 대한다고 항상 생각했다.하지만 적어도 그녀는 기회가 있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그의 주변에는 여자가 거의 없었고, 대학 때부터 그와 알고 지냈기 때문이다. 그의 주변에 다른 여자가 없었다면 그녀는 그의 마음을 바꾸려 했다. 그런데 그가 가까스로 돌아왔는데, 이미 결혼을 했다니!그러자 반재언은 웃으며 말했다."그건 예전이고, 이제는 다르지.”그는 남우를 바라보며 말했고, 올리카의 목소리는 떨려왔다. “이 여자가 널 쫓아다닌 거야?” "아니, 내가 쫓아다녔어.”그가 웃으며 대답하자, 올리카는 가슴이 저렸다. 그녀는 반재언이 적극적인 남자가 아닐 것이라고 항상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그는 사람을 가리는 것이었다. 올리카는 입술을 깨물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다민은 그녀를 문 앞까지 쫓아갔다. “올리카 씨……” 하지만 그녀는 이미 멀리 떠난 뒤였고, 그는 돌아서서 말을 꺼냈다. “재언 도련님, 올리카 씨가 당분간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지만, 분명히 생각을 잘 할 거라고 믿습니다.” 반재언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민도 떠난 뒤 반재언은 차를 마시고 있던 남우를 바라보며 말했다."괜찮아? 남우는 그를 바라보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그 사람이 상처를 받는 건 내 알 바 아니야.”
반재언은 눈을 내리깔았는데,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육예찬은 차 한 잔을 따르며 말했다."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몸과 뼈가 예전만큼 좋지 않을 수밖에 없어.” "남우랑 같이 위층으로 올라가 볼게.”반재언이 일어서며 말했고, 육예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연혁의 방에 도착해 문을 열자, 그는 침대에 기대어 신문을 읽고 있었고 손등에 테이프가 붙어 있는 걸 보니 주사를 맞은 듯했다. "할아버지, 재언이 왔다.” 육예찬이 침대로 다가가자 연혁은 고개를 들고 신문을 덮었고, 그의 목소리는 예전만큼 강하지 않았다.“재언이 왔구나!” 반재언은 침대 옆에 앉았다."할아버지, 손자 며느리를 데리고 왔습니다.” 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너희 세 아이들이 이미 각자의 가정을 꾸렸다는 걸 잘 안다. 너무 기쁘지만 결혼식 축하주를 마실 수 없다는 게 참 안타깝구나.” 그러자 반재언은 그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할아버지. 몸조리 잘 하세요.” “내 몸으로는 이제 오래 버틸 수 없다. 삶과 죽음에는 운명이 있으니 마음에 두지 않은 지 오래되었고 말이야.” "할아버지...""괜찮다.”연혁은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손등을 두드리며 말했다."나 걱정하지 말고, 모두들 잘 지내기를 바란다.” 반재언의 눈이 움직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반재언은 남우와 함께 잠시 머물다가 저택을 떠났고, 육예찬은 그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본 후 연혁의 방으로 돌아갔다. “할아버지.” 연혁은 손을 흔들며 그를 옆으로 불렀다. "예찬아, 어느 날 내가 없는 날이 오면, 이 유언장을 성연에게 전하는 것을 잊지 말아 다오. 육 씨 가문의 대가가 끊기면 안 되니 수혁이도 육 씨 가문으로 돌아가야 할 테지. 연 씨 가문에 관해서는 내가 성연이와도 이야기를 했지만, 그 세 아이들 중 한 명을 후계자로 선택할 거고 앞으로 연 씨 가문은 그 아이의 손에 달릴 거다.” 육예찬은 유언장을 손에 들고 입술을 오므렸다."할아버지, 꼭 약속드립니다."연혁
남우는 더 이상 그의 잠을 방해하지 않았다. 그가 편안히 잠들지 못하는 것을 본 남우는 똑바로 앉아서 그에게 어깨를 내주었다. 별장에 도착했을 때 운전사와 경호원은 반재언을 깨우려 했지만 남우는 조용히 해달라는 손짓을 보냈다. 운전자와 경호원은 결국 그를 깨우지 않았고, 남우는 그와 함께 차에 머물렀다.한참 뒤, 반재언이 드디어 잠에서 깨어났고 남우가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인 채 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그녀를 건드리려 할 때 남우도 잠에서 깨어났고, 아직 잠에서 덜 깬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밤까지 잘 줄 알았는데.”반재언은 힘없이 웃어 보였다."나 깨우지 그랬어.” 남우는 뻐근한 어깨를 만지며 대답했다.“자는데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반재언이 먼저 차에서 내렸고, 남우가 차에서 내리자 반재언은 갑자기 그녀를 안고 집으로 데려갔다."재언아, 내가 너 주려고 밥을 차렸는데…” 올리카가 반재언에게 밥을 차려주기 위해 별장에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반재언이 남우를 품에 안고 들어오는 것을 보자 그녀의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반재언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왜 여기 있는 거야?""난 네가 점심을 안 먹었을 까봐 걱정되어서 그랬지. 게다가 예전부터 난 너랑 소찬에게 점심을 자주 만들어 주러 왔었잖아.” 별장의 도우미들도 모두 그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막지 않았던 것이다. 예전에 그녀가 반재언과 소찬을 위해 점심을 준비하러 왔던 습관이 있었고, 게다가 예전에도 그녀가 별장에 마음대로 드나들었을 때 반재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우는 곧바로 반재언의 품에서 내려왔다. "나도 지금 배고프고 점심을 다시 안 해도 되니 그냥 같이 먹을까?” 반재언은 눈살을 찌푸렸고, 남우는 이미 테이블로 걸어가 테이블 위의 도시락을 바라보며 말했다."맛있어 보이네요, 제가 한번 먹어볼게요.” 남우가 자신이 만든 밥을 집어먹는 것을 본 올리카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건 반재언을 위해 준비한 도시락인데! 그녀는 반재언을 바라보
”재언…” 남우는 벽에 기대어 그의 어깨를 꽉 잡았고, 반재언이 그녀를 들어 올리자 이마에서 땀 한 방울이 흘러 코끝에 떨어졌다. 늦은 밤, 반재언은 전화 한 통에 잠에서 깨어 휴대폰을 들어 보니 올리카의 전화였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귀에 대고 말했다."늦은 시간에 여긴 무슨 일이야?” "재언아, 살려줘, 제발 날 놓아줘!” 반대편에서는 올리카가 도움을 청하고 있었고 몇몇 남자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반재언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디야?""흑흑, 나 지금 6번 골목이야, 재언아 빨리 와…"곧이어 통화가 끊어졌다.남우도 잠에서 깨어나 졸린 눈으로 물었다."누구 전화야?” 반재언은 몸을 숙이고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 "올리카.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당장 사람을 보내야겠어.”그는 말을 한 뒤 다민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전화는 받지 않았다.남우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일어나 앉았다. "더 이상 기다릴 필요 없어. 사람을 구하는 게 시급하지, 내가 같이 갈게.” 반재언은 웃으며 대답했다.“알겠어.” 한편, 6번 골목.올리카는 남자 중 한 명에게 은행 카드를 건넸다."나중에 어떤 사람이 도착하면 바로 나를 협박하는 척 해. 좀 더 현실적으로 보여야 하니까 반드시 날 칼로 베어야 해, 알겠지?” 남자는 은행 카드를 들고 눈앞의 아름다운 여인을 바라보았는데, 그 여자가 부잣집 여자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심지어 두 사람에게 비싼 값을 지불해 연기를 하도록 했고, 이 여자는 자신에게 매우 잔인했다. 하지만 돈만 준다면 남자들은 협조할 수 있었다. “네,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올리카는 휴대폰을 꼭 쥐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반재언이 반드시 자신을 구하러 올 것이라고 믿었다.그녀가 대학에서 괴롭힘을 당했을 때 그가 자신을 구해주러 왔던 것처럼 말이다. 반재언이 그녀를 구하러 왔을 때, 그녀가 부상당한 것을 본 그는 반드시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갈 것이고, 그러면 이때를 틈타 그녀는
"올리카 씨, 아직도 거기 계실 거예요?" 남우는 꼼짝도 하지 않는 올리카를 보며 말했고, 올리카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그게…”그녀는 서둘러 반재언의 곁으로 다가갔다. “재언아, 나 너무 무서웠는데,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 “널 구한 사람은 남우야, 이 사람에게 고마워해야지.”반재언이 침착하게 말했다.올리카는 목이 멘 채 남우를 바라보며 마지못해 말했다.“고마워요.” “별말씀을요, 이 사람들은 경찰에 넘기는 게 좋겠어요.”남우가 다가와서 말했다. "안 돼..." 올리카는 갑자기 불안해졌고, 경찰에 넘겨주면 그녀의 속셈이 들통날 것이다. 남우와 반재언의 의심 어린 눈빛을 본 올리카는 재빨리 해명했다."내 말은 이 사람들이 나한테 해를 끼치지 않았고 당신도 날 구해 줬으니 그럴 필요는 없다는 거였어요. 어쨌든 이 사람들은 다음번에는 이럴 엄두도 내지 못할 테니까요.”“원하시는 대로 하세요.”남우가 웃으며 말했고, 그녀는 차로 돌아갔다. 반재언이 막 떠나려고 하자, 올리카가 그를 붙잡았다. "재언아, 나 좀 데려다줘. 나 무서워…” 그러자 반재언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운전기사가 널 데려다줄 거야.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바로 경찰에 신고하도록 해.” 그의 냉랭한 태도에 올리카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뭔가를 알아채기라도 한 걸까? 아니, 그럴 리가, 그 여자가 여기 있으니까 이렇게 차갑게 대하는 거겠지.돌아오는 길에 남우는 매우 불쾌한 표정을 한 채 팔짱을 꼈다.그러자 반재언은 손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남우, 왜 그래?” "보통 여자가 한밤중에 이런 곳에 혼자 오는 게 이상하지 않아?” 반재언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무슨 생각이 든 거야?” 그러자 남우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나 명백한 허점이 보이지 않는 건 아니지?” 반재언은 눈을 가늘게 뜨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난 네가 단순히 날 따라와서 사람을 구하려고 하는 줄 알았
그러자 반재언은 그녀의 뺨에 키스했다. "걱정하지 마,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으니까.” 다음날 다민은 반재언을 보러 별장에 왔고, 반재언은 그에게 왜 어젯밤에 전화를 받지 않았느냐고 묻자 다민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대답했다."어젯밤에 휴대폰을 잃어버렸습니다.” 반재언은 눈꺼풀을 들어 올려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휴대폰을 잃어버렸다고?” "네, 올리카 씨가 어젯밤에 술 한잔하자고 저를 술집에 초대했습니다. 늦게까지 술을 마셔서 제가 데려다주고 나서야 휴대폰이 없어진 걸 발견했습니다.” 반재언은 커피를 들고 한 모금 마셨다. "네가 그 사람을 데려다줬다고 했는데, 확실히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준 거 맞지?” 다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가 떠나기 전에 그녀가 집에 들어가는 것을 봤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었나요?"반재언은 커피를 내려놓고 웃으며 말했다. "어젯밤에 나한테 전화를 하고 6번 골목에서 깡패를 만났다고 했어.” 다민은 놀라며 대꾸했다."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제가 그 사람을 집까지 데려다주었는데.. 아니면 어젯밤에 또 나간 걸까요? 올리카 씨는 괜찮은 겁니까?” "괜찮아, 나랑 남우가 해결했어.” 반재언은 천천히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그런데 앞으로는 그 사람이 자유롭게 별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줘. 지금은 아내가 있고, 아내가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거든.” 다민은 몇 초 동안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잘 전달하겠습니다.” 다민은 별장을 나갔다가 도중에 우연히 올리카를 만났고, 올리카는 그에게 다가가 휴대폰을 돌려주었다.그는 화들짝 놀랐다.“제 휴대폰이 왜 올리카 씨한테 있죠?” "미안해요. 어젯밤에 실수로 잘못 가져갔나 봐요.”다민은 휴대폰을 건네받으며 웃어 보였다.“괜찮습니다, 가져다줘서 감사해요.”그러면서 그는 말을 이어갔다."참, 그런데 어젯밤에는 왜 또 나갔었습니까? 재언 도련님께서 올리카 씨가 깡패를 만났다고 하시던데요?” 올리카는 반재언이 다민에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