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이는 한때 민서율과 아주 가깝게 지냈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리사의 일이 있었던 후, 강유이를 어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게 한 사람도 민서율이라 할 수 있다.한태군이 반재신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민서율은 유이를 친구로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아.”반잰신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지더니 개구쟁이 같은 말투로 물었다.“너 지금 질투하는 거야?”한태군은 탁자 위에 놓인 찻잔을 손에 쥐고 콧방귀를 뀌었다.“질투는 무슨. 너 나랑 유이 사이를 너무 우습게 생각하는 것 같아. 유이는 항상 내 편이야.”그러자 반재신은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제발 내 앞에서 징그러운 말들 하지 않으면 안 돼?”차를 한 모금 마신 한태군은 계속하여 물었다.“민서율이 이전에 다른 일을 벌인 적은 없었어?”반재신이 잠깐 고민하다 물었다.“어떤 일을 말하는 거야?”“강유이가 모르는 일.”반재신은 다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전에 리사가 유이를 괴롭힐 때, 무슨 말을 했었던지 기억나?”한태군은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너랑 유이가 리사를 괴롭혔고, 다시는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했던 것 같아.”“유이는 내가 그런 지시를 내렸을 거로 생각하는데, 나는 단 한 번도 리사를 괴롭힌 적 없어. 난 그게 걔가 꾸민 게 아닌지 의심스러워.”애초에 리사가 퇴학을 당하게 된 것도 나중에 알게 된 두 사람이었다. 그녀의 퇴학 원인이 그저 학교 측에 있겠다고 짐작했을 뿐이었다. 리사가 서울에 있는 모든 학교에 진학할 수 없게 된 것도, 리사를 무너뜨린 것도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그러나 그럴만한 권력을 가진 가문은 반씨 가문을 제외하면 민서율밖에 없을 것이다.당시 민서율의 가문은 그럴 능력이 있었고, 뒤에서 몰래 손을 쓰기에 그보다 적합한 사람이 없었다.그 시각, 신초아의 집 문 앞에 도착한 전유준이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지만, 한참이 지나도 아무런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그는 문 앞에서 며칠 동안이나 잠복했다. 그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한태군 대표님의 비서입니다. 한태군 대표님께서 신초아 씨에게 누명을 벗길 기회를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신초아 씨도 잘 아시겠죠. 이 연극의 배후에 있는 주모자를.”신초아의 얼굴이 삽시에 창백해졌다.그녀는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사실, 차진주와 저는 대학 동기예요. 같은 연극영화과를 나왔죠. 하지만 졸업 후 저는 고작 단막극 정도밖에 찍지 못했어요. 인지도도 별로 없죠. 그러다 나중에는 인터넷 방송을 하게 되었죠. 차진주는 연예계에서 저보다 훨씬 잘나갔죠.”인기로 따지나 연예계에서의 신분으로 따지나, 차진주는 그녀보다 훨씬 월등했다.비록 차진주가 유명한 연예인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골수 팬들이 많았고 그녀보다 신초아는 완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것 연예인이었다.라이브 방송을 하며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생활고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영상에 노출하는 스포츠카와 명품 옷 가방들은 전부 빌린 물건들이다. 그 때문에 많은 빚을 지게 되었고, 방송에서 얻은 수입으로는 겨우 할부를 갚을 수 있었다.그러다 점점 라이브 방송도 인기가 떨어졌고, 팔로워 수도 감소하며 신용카드 빚을 갚지 못하게 되자, 결국 차진주에게 손을 내밀었다.차진주는 흔쾌히 6천만 원을 빌려주었다. 그때의 그녀는 당장 차진주에게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그 대가로 차진주가 그녀에게 무리한 부탁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오랫동안 망설였지만, 차진주에게 진 빚 때문에 차마 거절하지 못했고 억지로 그녀와 함께 연기를 이어갔다.전유준은 그녀가 하려는 말을 바로 이해했다.“그러니까 차진주에게 진 빚 6천만 원 때문에, 한태군 대표님을 유혹한 것입니까?”신초아의 안색이 퍼렇게 질렸다.“돈도 없고 인기도 없는 제가 그 제안을 거절할 방법은 없었어요. 만약 그 제안을 거절하면 6천만 원을 바로 갚으라고 협박했으니까요. 차진주는 제가 신용 카드빚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만약 내가 협조하
"내가 왜 물어봐야 하는 건데?"강유이가 거울을 통해 그를 바라보며 답했다.한태군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내가 그렇게 안심이 돼?"강유이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나한테 미안한 짓 할 수 있어?"한태군은 입가에 미소를 넘실거리며 답했다."집에 이렇게 사람 안달 나게 하는 여우가 있는데 무슨 정력으로 강유이한테 미안한 짓을 할 수 있겠어?"한편 플라워엔.차진주는 룸밖에 서서 거울을 보며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고 있다. 룸 안에는 전부 예능 프로그램 투자자들과 감독. 차진주가 예능에 참여할 수 있는 건 민서율이 기회를 줘서이다. 하지만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뜰 수 있을지는 차진주 본인 스스로 몫이다.이 투자자들은 전부 연예계에서 호락호락하지 않은 신분들을 가졌다. 차진주는 이번 기회를 꼭 다잡아야 한다.오늘 밤 그들과 관계를 잘 맺어 기분 좋게 해드리기만 한다면 앞으로 추어올려 줄 사람이 없다는 건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하루라도 빨리 일급 연예인 반열에 올라 연예계에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그래야지 민서율과 함께 할 자격이 된다.차진주는 룸 문을 밀고 눈웃음을 가득 담은 채 투자자 곁에 앉았다. 하지만 곧 대화에 끼지 못하는 걸 감지하였다.투자자들은 일 얘기에 매진해 차진주가 옆에 앉은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차진주의 몸값으론 그들 눈엔 그저 무명 연예인에 가까울 뿐 그들의 주의를 사기엔 턱없이 부족했다."한 대표님 최근에 엔터테이트먼트쪽 일하신다면서요? 요즘 저희 스타 생활 예능 프로그램 ‘24시간 게스트 하우스’ 착수 중인데 관심 있으세요?"한지욱은 옆 남자와 잔을 마주치며 말했다."그 예능 들어보니 괜찮은 거 같아요, 재밌네요.""아 맞다, 이 분은 저희 예능 상주 게스트 차진주예요."감독은 이제야 생각난 듯 차진주를 소개했다.차진주는 웃으며 한지욱에게 술을 권했다."한 대표님, 잘 부탁합니다."한지욱은 머리를 돌려 감독을 보며 물었다."이 분 일류 스타 맞아요?"무시를 당한 차진주는 살짝 굳은 표정
그리고 자리에 있는 한 대표님은 LY와 사업 쪽 합작까지 있어 차진주가 이런 말을 하면 미움을 사게 되는 게 아닐까?다들 안 믿는 눈치를 보이자, 차진주는 핸드폰을 꺼내 그 사진을 꺼내 보였다."이건 저희 스태프들이 찍은 겁니다, 보세요."사진 속 주계진과 강유이의 행동은 조금 애매해 보였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이상한 쪽으로 생각을 안 하긴 어려울 정도였다."강유이 씨랑 주계진 씨가 그런 사이였었나?""그런데, 내가 듣기론 주계진 씨와 강유이 씨 사이가 가까운 건 사실인 것 같더라고."한지욱은 초지일관 입을 열지 않았다. 한참 후 그는 술잔을 내려놓고 감독님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일어났다."난 그럼 먼저 돌아갈게요, 연락 기다리세요."감독님은 웃으며 바래다주었다."네, 조심히 들어가세요."차진주는 속으로 고소함을 느꼈다. 강유이와 주계진, 만약 이 예능을 할 엄두를 낸다면 스캔들 터질 준비 하라고.양쪽 팬들이 물고 뜯고 될수록 판이 커지는 게 좋다. 그래야 전에 터진 일들을 누를 수 있으니까.이렇게 좋은 일을 왜 안 해?다음날, ’24시간 게스트 하우스’측에서 갑자기 인스타그램 입장문을 올렸다. 게스트로 나왔던 우영이 상주 게스트인 차진주 대신 상주 게스트가 된다는 내용이었다.소식이 터진 후 네티즌들은 충격에 빠졌다. 차진주가 예능 ‘게스트 하우스’에 나온 지 1화 만에 바뀌었다는 건, 전에 화제를 모은 문제 때문일 거라 네티즌들은 추측했다.차진주는 입장문을 보자마자 다급히 감독님한테 전화를 걸었다."감독님, 제가 상주 게스트 하기로 얘기가 다 되었잖아요, 대체 왜...""난 민 도련님 체면 생각해서 너한테 예능프로그램 준 건데, 넌 어젯밤 그게 무슨 헛소리야? 너 스스로 저지른 일이니까 나도 구해줄 수 없어."감독님은 전화를 끊어버렸다.차진주는 멍하니 자리에 서 있었다. 설마 어젯밤 강유이와 주계진 사이가 애매하다고 얘기를 해서, 그래서 바꾼 건가?차진주는 화가 잔뜩 난 채 핸드폰을 바닥에 뿌리쳤다."하
황산을 퍼부은 여자 팬은 경호원들에 의해 바닥에 눌러졌지만, 죽기 살기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강유이, 넌 죽어야 해, 왜 황산에 맞은 게 네가 아닌 거야!"촬영장 스태프들이 상황을 파악하고는 재빨리 달려왔다.강유이는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물 한 병 줘요, 빨리!"스태프들이 물병을 가져오자, 강유이는 받아 쥐고 황급히 주계진의 팔을 씻겨주었다. 옆에 있던 스태프가 경찰에 신고하고 구급차를 불렀다.강유이는 그를 보며 빨개진 눈을 한 채 소리 질렀다."왜 막아선 거예요, 바보예요?!"주계진은 숨을 한번 들이켜고 입을 악물고 웃으며 말했다."안 막으면 얼굴 망가져요, 난... 유이 씨 남편 대신 돌봐준 거예요."강유이는 주변 사람들을 밀고, 경호원한테 제압당한 여자 팬한테로 걸어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따귀를 내려쳤다.스태프들이 급하게 강유이를 끌어당겼다."유이 씨,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어요.""보고 있으면 뭐 어때요?"강유이는 화로 가득 찬 빨간 눈을 하고 팬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너희들 차진주 대신 불평하려 나선 거 맞지? 그래, 나 강유이, 오늘 얘기해 줄게, 차진주가 지금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용서를 빈다 해도 안 받아줄 거야.""왜 안 받아주는지는, 차진주가 대체 무얼 했는지 너희도 곧 알게 될 거라고 믿어, 그리고, 난, 차진주를 상대하는 데에 집안 인맥까지 동원할 필요가 없어, 왜냐하면, 그럴 자격이 없거든."강유이는 황산을 뿌린 팬의 목덜미를 잡고 말했다."황산을 사람한테 뿌린 거 고의 상해죄야, 그래서 따귀 하나 정도는 약하지, 왜? 인정 하지 않아? 만약 주계진 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강유이는 냉소를 지으며 팬한테 다가갔다."형사 구속과 손해배상비는 전부 네가 부담하고, 너의 스타님도 오늘 네가 한 행동을 전부 책임져야 할 거야."차진주의 팬이 구속되고 주계진이 강유이를 대신해 황산을 막은 소식도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그와 동시에 강유이가 주계진을 위해 차진주 팬의 따귀를 때린 것도, 차
"에이, 그냥 팔만 다친 건데요, 그리고 어느 상남자 몸에 흉터 하나 없어요, 안 그래요?"매니저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만약 다친 게 얼굴이라면 울고도 남았어."강유이는 입을 앙다물고 시선을 내리깔았다."이번엔 제가 계진 씨한테 폐를 끼쳤어요."주계진은 베개에 머리를 기대고 말했다."친구 사이에 폐를 끼치고 말고가 어딨어요? 그리고 전 남잔데, 이런 일이 닥쳤을 때 나서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방 감독님과 한태군이 병실밖에 나타나자 강유이는 일어섰다.방 감독님이 걸어와 주계진을 보며 물었다."다친 데는 어때요?"주계진은 히죽 웃어 보이며 답했다."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 움직일 수도 있어서 촬영에 지장 없어요."방 감독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진짜 생각지 못했네요, 이 드라마를 찍는데 이렇게 많은 일이 생길 줄은."처음엔 폭설, 다음엔 강유이가 고열 때문에 쓰러져 익사할 뻔하고. 지금은 주계진이 황산에 다쳐 입원까지, 혹시 이 드라마를 찍을 시기가 아닌 건가?방 감독 본인이 이런 생각이 들 정도다.주계진이 입을 열었다."그건 우리 드라마가 빵 뜰 수도 있다는 거 아닐까요, 지금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저희가 버틸 수 있었다는 건, 절대적인 좋은 작품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요?"주계진의 말에 병실 안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너스레 그만 떨고 치료 잘하세요, 이 일은 제가 여러분께 답을 드릴게요."말을 한 뒤 방 감독님은 병실을 나가셨다.매니저님과 다른 스태프들도 떠났다.병실에는 강유이와 한태군 그리고 주계진 세 명만 남았다.한태군은 침대 곁으로 걸어가 주계진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이번 일은, 제가 빚을 한번 진 거예요."한태군이 주계진한테 본인 대신 강유이를 챙겨달라고 한 건 주계진의 인품을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유이를 대신해 황산을 막아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주계진은 여전히 건들건들한 모습으로 답했다."그래요, 그럼 혹시 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
차진주는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핸드폰을 쥐고 있는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왜 이렇게 된 거지?이젠 정말 끝인 건가?차진주는 갑자기 누군가가 생각난 듯 황급히 번호를 뒤져 전화를 걸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상대편에서 전화를 받았다."민... 민 감독님, 저 지금 문제가 생겼어요, 민 감독님 밖에 도와주실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민 감독님..."민서율이 차가운 어투로 말을 끊었다."그러게 누가 강유이 공격하래?"차진주는 멍해졌다."전...""차진주, 난 널 도와줬어, 자원도 줬고 기회도 줬는데 넌 대체 무얼 한 거야?"취조를 하는듯했다.차진주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저... 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저도 방법이 없었어요. ‘게스트하우스’쪽에서 갑작스럽게 절 바꿔버려서, 그래서 제가..."민서율이 반문했다."너 설마 한 대표님과 LY사이 모르는 거야?"차진주는 얼굴이 창백해졌다.설마, 한 대표님이 반씨 가문 사람이랑 아는 사이여서, 그날 했던 얘기들을 듣고 날 바꾼건가?"민 감독님, 제발 도와주세요. 도와주겠다고 했었잖아요? 저 진짜 잘못했어요!""도와줘?"민서율이 냉랭한 어투로 웃으며 물었다."내가 왜 도와줘야 하지?"차진주는 순간 얼어붙었고 얼굴은 생기 하나 없이 창백해졌다."그때 민 감독님이 제가 했던 일들을 인정하고 출연진에서 빠지면, 저 꼭 띄워 주신다면서요?""하지만 생각지도 못했었지, 네가 이렇게 어리석을 줄은."민서율은 음침한 눈빛을 하고 창가에 서 있다."너한테 기회를 준 건 바보같이 강유이랑 대적하라는 게 아니야, 네가 뭔데, 너무 잘난 척이지, 내가 널 너무 과대평가했어, 넌 내가 나설 자격이 안 돼.""민 감독님... 그 일은 감독님이 시켜서 한 거예요, 도와주지 않으면, 제가 다 말해버리는 게 무섭진 않은가요?"차진주는 자포자기로 말했다.상대방은 잠깐의 침묵 뒤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날 위협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차진주는 목이 졸리기라도 한 듯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걱정하지 말아요, 앞으로 또 기회가 있을 거예요."강유이는 고개를 돌려 방 감독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럼 저 대신 계진 씨 잘 돌봐주세요, 방 감독님."주계진은 ‘체’ 소리를 내며 말했다."무슨 뜻이에요? 제가 세 살배기 애도 아니고, 혼자 몸 하나 못 챙기겠어요?"방 감독님은 웃으며 답했다."그래요, 내가 이 녀석 잘 보고 있을게요, 임 매니저님 걱정도 덜어 들일 겸."강유이는 한태군과 함께 차를 타고 촬영장을 떠났다.가는 도중, 강유이는 등받이에 기대어 말했다."난 차진주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민서율 오빠에 관해 얘기를 할 줄 알았는데..."차진주는 인터넷에서 종적을 감춤과 동시에 침묵을 선택했다.한태군은 강유이의 어깨를 주무르며 답했다."차진주가 침묵을 선택한 건 아마도 본인이 민서율 씨에 관해 얘기를 하고 싶어도 서율 씨에 관한 약점이 없어서일 거야."강유이는 멈칫했다."만약 신초아를 시켜서 태군 오빠를 모함하는 게 민서율 오빠의 뜻이라면, 그게 약점이 되지 않아?"한태군은 강유이를 바라보며 말했다."리사가 그때 퇴학당하고 금지된 일 누가 그랬는지 알아?"강유이는 잠깐 멍했다가 답했다."재신 오빠가 그런 게 아니란 것만 알아.""민서율 씨."강유이는 멈칫했다."뭐?""민서율 씨가 너희 몰래 리사 퇴학당하게 하고, 어느 학교에서도 리사를 받아주지 못하게 한 거, 겉보기엔 널 위해서 그런 거지만 오히려 이 행동들이 리사가 이 일들을 너와 반재신이 한 거라고 오해하게 하였어."한태군은 강유이의 머리카락 한 올을 귀 뒤로 쓸어넘기며 말했다."어떤 일은, 중간에 살짝만 밀어붙여도, 결과를 바꿀 수 있어.""만약 민서율 씨가 그때 리사를 퇴학이나 금지를 하는 게 아니라 계속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줬다면 친구는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지금처럼 널 미워하진 않을 거야."리사는 그때 뼛속까지 박힌 허영으로 인해 강유이와 갈라섰고, 만약 퇴학이 아니었다면 기껏 해 강유이와 아무런 교집합이 없는 남과 같은 사이가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