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연은 강미현을 힐끗 보더니 손에 든 진주 팔찌를 내려놓으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이번에 들여온 가짜 원석들은 제가 구매한 게 아니니 제 탓이라고 할 수 없죠.”강미현은 강성연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성연아, 그냥 솔직하게 얘기해. 위너 주얼리는 네 아버지 회사잖아. 아버지가 지금껏 이루어 놓은 것들을 전부 망칠 셈이야?”“솔직하게 얘기한 건데.”강성연은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손을 거두었고 그 진주 팔찌를 들고 여자 고객의 앞에 서며 말했다.“고객님, 저희 위너에서 가짜 진주를 사셨으니 언짢으실 만도 합니다. 돈을 주고 샀는데 가짜였다고 하니 당연히 기분이 나쁘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절대 위너의 명성이 가짜 상품 때문에 떨어지게 하지 않을 겁니다. 이 가짜 상품 문제를 해결한다면 고객님들께 환불해 드릴 뿐만 아니라 정품까지 데려가게 해드릴게요.”여자 고객은 잠시 당황했다. 환불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주얼리를 가져갈 수 있다면 당연히 좋았다.“알겠어요. 그럼 설명해 보세요. 그 가짜들은 어떻게 된 건지, 저희는 오늘 해명을 들으러 온 거에요.”강성연은 구매 부서 직원 앞에 서서 말했다.“제가 구매 리스트를 줄 때 얘기했죠? 물건들에 문제가 생긴다면 당신들이 책임져야 한다고.”구매 부서 직원은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하지만 그 물건들은 분명 성연씨가 주신 리스트대로 구매한 겁니다.”“맞아, 성연아. 네가 리스트를 줬잖아. 구매 부서는 그저 네 리스트에 따라서 구매했을 뿐이야. 문제가 생겼다고 구매 부서 직원들을 탓할 수는 없잖아?”“그럼 강미현씨 탓입니까?”강성연이 고개를 들며 말했고 강미현은 입을 꾹 다물더니 안색이 확연히 달라졌다.반지훈은 미간을 구기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는 위너가 강성연 어머니의 회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강성연이 자신의 어머니가 창립한 회사의 신용을 가지고 장난질 쳤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강성연은 손에 든 원료 구매 리
강성연은 반지훈의 말을 듣자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됐어요. 반지훈씨가 주주시니 반지훈씨가 결정하세요.”그녀는 몸을 돌려 고객들의 앞에 서면서 미소를 띠며 말했다.“여러분, 저와 함께 VIP룸으로 가서 얘기 나누시죠.”고객들은 고개를 끄덕인 뒤 강성연을 따라 VIP룸으로 향했다.강미현은 반지훈이 자신을 감싸고 돌자 조금 으쓱해졌다. 그녀는 반지훈이 자신을 꽤 아낀다고 생각했다.“지훈씨, 저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상상 못했어요. 앞으로 조심할게요.”강미현은 잘못을 인정하듯 말했고 반지훈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넌 이 업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까 앞으로 이런 일에 제멋대로 나서지 마. 일이 생기면 강성연에게 맡겨.”반지훈은 희승과 함께 떠났다.강미현은 시선을 내리뜨렸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강성연, 강성연!이렇게 해도 강성연을 내쫓지 못하다니, 게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강성연에게 맡기라는 말까지 들었다. 분명 위너의 디렉터는 그녀인데 말이다.VIP룸 안, 강성연은 그들이 산 정품을 가져와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사과의 의미로 여러분께 증정해 드리겠습니다. 돈도 이미 환불 조치 돼서 곧 은행 계좌로 입금될 겁니다. 오늘 같은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그녀는 몸을 일으켜 그들을 향해 허리를 숙였고 여자 고객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저희도 사정을 알게 됐고 적당한 조치도 취했으니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갈게요.”“이해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고객님.”강성연은 직접 고객들을 모시고 회사 입구까지 나갔고 그들은 모두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떠났다.좋은 기분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강성연은 고개를 들자 반지훈이 복도 창가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고 그 순간 기분이 잡쳤다.“반지훈씨, 잘못 찾아오신 거 아니에요?”이곳은 강미현의 사무실이 있는 층이 아니었다.“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반지훈은 서서히 몸을 돌리더니 무표
차 안에서.반지훈은 정신이 가출한 채로 창문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강성연이 한 말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연희승이 몇 번이나 불렀지만 그는 듣지 못했다.“도련님!” 연희승은 큰 소리로 불렀다.반지훈은 정신을 차리고 이마를 만지며 말했다: “무슨 일인데?”희승은 핸드폰을 건넸다: “어르신 전화입니다.”반지훈은 핸드폰을 들더니 말했다: “아버지.”반가의 고택.“이놈 자식아, 너 설마 밖에서 아이를 낳은 것이냐?”반 영감은 정원 안의 정자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상위에 놓인 태블릿 PC의 화면에는 자신의 아들과 몹시 닮은 두 아이의 얼굴이 보였다.반지훈은 잠깐 망설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닙니다.”“아니라고? 그럼 엘리엇에서 계약한 이 두 아이는 어떻게 된 것이냐? 이 아이들은 너 어릴 적 모습과 아주 비슷하구나.”반 영감은 찻잔을 ‘탁’하고 내려놓더니 말했다: “아이들을 만나야겠다.”“아버지, 전 여자라곤 가까이한 적이 없습니다. 닮았다 한들,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설사 가까이한 적이 있다고 해도 강미현과 6년이나 함께 했지만 임신한 적은 없었다.“상관이 있던 말던, 이미 엘리엇에 사람을 보내 두 아이를 데려오라고 했으니, 알아서 해라.”반 영감은 전화를 끊었다.반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고 말했다: “고택으로 차 돌려.”자동차는 교외를 향해 가고 있었다.가는 길의 경치는 그야말로 아름다웠다.강유이는 차창에 엎드려 창문 밖의 경치를 바라보며 연신 감탄했다. 아이는 처음 보는 광경에 깜짝깜짝 놀라며 신기한 듯 말했다: “산도 너무 많고, 물도 너무 많고, 너무 예뻐요!”강시언은 곁에 앉아있는 검은 슈트의 보디가드를 보면서 물었다:“저희 지금 누구 만나러 가요?”보조석에 앉은 자상한 노인이 뒤를 돌아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가보면 알게 되겠지만, 우리 집 어르신이란다. 걱정하지 말거라, 나쁜 사람이 아니니까 말이다.”“아저씨, 근데 그 어르신은 왜 산에 살아요?” 강유이
강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리도 우리와 닮은 아저씨를 본적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오?” 반영감이 막 물으려는 찰나, 저택 밖 경호원의 부름이 들려왔다: “대표님” 반지훈은 정자 안으로 들어와 반영감 옆에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본후 반 영감에게 말했다:“아버지, 왜 아이들을 제멋대로 데려오세요?” “안될건 뭐가 있냐,내 이 아이들을 보니 너와 많이 닮았길래 손님으로 초대했다. 뭐 문제있니?” 반영감은 유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 둘에게 사탕을 쥐어줬다:“자, 이건 우리 마을에서 가장 맛있는 사탕이다,먹어보아라.”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둘은 사탕을 받고,강유이는 지체없이 앙 깨물었다. 반지훈은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사진 때문에 그들을 데려올 줄 몰랐다. “너희들, 일단 여기서 기다려라, 할아버지 금방 오마” 반영감은 그들에게 말한 후 몸을 일으켜 반지훈에게 말했다:“따라오거라” 그들이 가는 것을 본 뒤, 강유이는 고개를 돌려 강시언에게 말했다:“저사람 진짜 우리 할아버지인가보네? 할아버지보니 우리를 참 좋아하시는 것 같애.” “응,할아버지가 우리를 좋아하시면, 아저씨를 인정해 주실거고 우린 아저씨를 데리고 집으로 갈수있을거야.” 강유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재. “아버지, 그 아이들은 저와 정말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저를 닮았다고 해서 그 두 아이를 데려올 수는 없습니다, 만약 그들의 어머니가 조급해 한다면….” 반지훈의 말이 채 끝나기전에,반영감은:“네가 무슨 걱정을 하느냐, 네 아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그는 책상 뒤에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너가 적은 나이도 아니고,너가 결혼만 했으면 네 자식들은 벌써 그 아이들만큼 컸을거다.” 반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들아, 너 정말 다른 여자와 아이를 가진 적이 없는 것이 확실한것이냐? 강시언의 눈과 겅유이의 외모가 너에게서 물려받은 것 같다.” 반지훈은 고개를
“아니에요, 엄마가 그러는데, 조상님 물건은 얼마든지 공부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우리 엄마는 골동품을 아주 좋아하셔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의 엄마는 S국에서 '화하풍의 골동품 보석'을 디자인하지 못했을 것이다. 반영감은 웃음을 터트렸다:“그럼 나도 너희 엄마를 정말 만나고 싶구나.” 강유이는 마음속으로 의기양양해 했다. 마침내 엄마가 할아버지의 주의를 끌 수 있게 되었다! 반지훈은 옆에 서 있는 강시언을 보고 손을 들어 뺨을 문질렀고, 강시언은 그를 돌아보며 다시 '불친절'한 눈빛을 띠었다. 이 작은 눈빛이 그에게 누구를 생각나게 했는가. “지난번에 너를 봤는데, 눈가에 점이 하나 있더라.” 강시언은 자신의 눈가를 만지며 "내가 그려놓은 거야"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할아버지, 지셨어요!” 강유이가 깔깔 웃기 시작했다. 반영감이 일부러 져준지도 모르고,이 아가씨가 웃는 걸 보니, 그는 왜 덩달아 기뻐지는지 몰랐다. 어쩌면 늙어서 그런가, 손녀 손자와 이렇게 함께 있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늦어져 반지훈도 강유이와과 강시언을 오션뷰 빌라로 돌려보냈다. “아저씨, 갈게요. 다음에 또 봬요~” 강유이는 그를 향해 손을 흔들며 오빠의 손을 잡고 마당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 반지훈은 곧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문으로 들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들이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의심해 본 적이 없는 그는, 그들의 성을 알고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강미현에게 전화했다. *** 강가네. “지훈씨가 또 6년전 일을 물었어?”초란이 강미현에게 다가가 긴장된 표정으로 앉았다. 강미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깨물었다:“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난 항상 지훈씨가 나를 의심한다고 느꼈어. 특히 강성연 그 천한 인간이 돌아온 이후부터 그는 그 천한 인간한테 이상한 관심을 보였어!” 그날 밤 그가 강성연의 일을 물었을 때, 그녀는 거짓말을 지어
그녀는 붓끝을 깨물며 오랫동안 머리를 싸맸지만 영감이 나지 않았다… “성연아” 강미현이 문 밖에 나타나자 강성연은 붓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아무도없어,그렇게 징그럽게 부르지 않아도 돼” 평소 같았으면 강미현은 이미 참을 수 없었겠지만, 오늘은 차분하게 그녀에게 말할 수 있었다:“오늘은 너와 싸우고 싶지 않아, 네가 나보다 업무 능력이 좋은 걸 알거든” 강미현은 들고 있던 서류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너도 위너 상황 알잖아, 마침 어떤 고객이 우리 위너를 위해 광고 판촉 플랫폼을 제공하려고 하는데, 오늘 밤 나랑 같이 계약서 얘기하러 갈 수 있지?” 강성연은 서류 계약서를 집어들고 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그래, 그럼 가자."라고 말했다. "그럼 저녁에 기다릴게." 강미현이 돌아서면서 눈 밑에는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 강성연은 서류 계약서를 집어들고 눈초리로 살폈고, 강미현이 어떤 고객을 찾는지 보려고 했다. TG그룹. 마루창에 서서 도심 속 풍경을 바라보며 반지훈은 검지손가락에 달린 검은 반지를 돌리다, 창문 너머 희승의 모습을 보았다. “대표님,제가 S국에 사람을 보내 조사해보라고 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강성연 양에 대한 자료는 조사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숨긴 것 같습니다.” 지훈은 몸을 틀어 그를 보았다:“그녀의 자료가 봉쇄되었다는 말입니까?” 희승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런 것 같습니다. S국 쥬얼리 디자이너 Zora가 강성연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셀 내부 사람들만 그녀를 본적이 있고, 강성연의 사진으로 강성연이 Zora라는걸 확인 했습니다.” “하지만…그녀가 S국에서 아이를 낳았는지 확인하라고 하셨는데, 거의 모든 병원에서 확인했지만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희승도 난처했다. 해커가 그녀의 정보를 차단하지 않고서야 그렇게 적게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반지훈은 말이 없었다. 그 두 아이의 엄마는 물론 강성연의 개인정보도 전혀
임현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성연씨가 위너 주얼리로 돌아간 후에 특별히 성연씨를 위해 위너와 협력하려고 합니다.” 강미현은 냉소했다. 임현의는 올해 마흔아홉이 되었고, 곧 50대가 된다. 전처와 이제 막 열여덟 살이 된 아들도 있다. 듣자 하니 그는 색정을 고치지 않고 여자가 너무 많아서 전처가 견디지 못해 이혼을 제기했다고 한다. 몇 년 전 강진의 생일파티에서 강성연을 만난 이후 임현의는 강성연을 늘 그리워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물어보니, 이 점을 알고 6년 전에 그녀는 강성연에게 약을 먹이고 임 사장에게 기회를 줬는데, 임 사장은 자신이 그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을 아까워 하였다. “저를 위해 일부러요?” 강성연은 웃으며 말했다. “임 사장님,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좀 총애총 받는 것 같네요.” “성연아, 임 사장님도 너의 재능을 추앙하셔.” 강미현은 술을 한 잔 따라 린 대표에게 건네며 말했다: “임 사장님, 저희 위너에게 광고 플랫폼을 제공해 주실 수 있나요? 위너의 주주가 되셨으면 합니다. 위너 총감독으로서 한 잔 드려야겠습니다.” “아이고, 말씀도 참, 제가 먼저 마시겠습니다.” 임 사장은 기뻐서 술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강미현은 강성연을 바라보았다. "성연아, 내가 너 술 안 마시는 거 알고 주스 시켰어." 그녀는 두 잔의 주스를 들고,오른쪽의 잔을 건네주었다. 주스는 임 사장이 준비했고 임 사장은 그녀에게 왼쪽에 있는 주스에는 '재료'가 없다고 말했었다. 강성연은 그녀가 들고 있는 주스를 받아 잔을 입술에 대고 천천히 마셨다. 그러나 음료수를 마시지 않았고, 그녀는 갑자기 헛구역질을 했다. 임현의와 강미현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강성연은 가슴을 두드리며 주스를 내려놓고는 "미안해요, 밥을 못 먹어서 배가 고픈데 먼저 간식을 내주실 수 있나요?"라며 돌아보며 웃었다. 임현의는 잠시 멍해 있다가, 호탕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론이죠, 강미현씨, 가서 종업원
어쨌든 강씨 집안의 두 딸을, 그는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명이 돌아올테고, 두 명을 동시에 가질 것이다! 강미현은 잠시 반항한 후 약효가 나타나는 것을 느꼈다. 몸이 약해져 움직일 수 없어 그에게 기댈 수 밖에 없었다. 임현의는 그녀를 쓰러뜨렸다. "이리 와, 애기야" ...... 화장실. 변기 앞에 무릎을 꿇고 목을 매고 과즙을 토해낸 강미연은 벽에 손을 얹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빌어먹을, 두 잔 다 투약했잖아!" 임현의가 나만 때린게 아니라 강미현까지 잡을 생각인거 같다. 허, 강미현이 그녀를 해치려 해도, 그녀는 순순히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나쁜 결과를 스스로 자초한것을 내버려 둘것이다! 강성연은 세수를 하고 의식을 차린 다음 서둘러 이 전쟁터를 떠났다. 강성연은 길가에서 차를 잡으려 했지만 지나가는 택시는 모두 손님을 태웠다.머리가 점점 어지러워졌다.그녀는 아예 길가에 쭈그리고 앉았다. 희승은 차를 몰고 들어가다가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손을 흔드는 모습이 낯익어 자세히 보니:“저기 성연씨 아닙니까?” 반지훈은 흘낏 보더니, 눈을 내리깔았다:“차 세워.” 희승은 차를 길가에 세웠고, 반지훈은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강성연에게 다가갔다. 이 여자 술 취한 거 아니야? “성연.”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자 강성연은 황홀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뺨이 빨갛게 달아오른 탓인지 술에 취한 듯한 그녀의 모습에 반지훈은 두 번 꿀꺽 침을 삼키고 그녀를 땅바닥에서 일으켜 세웠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위험한 거 몰라?” 어떤 남자가 술 취한 여자가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걸 보고도, 거기다 그녀처럼 이 모양이라면, 누가 참을 수 있을까? 강성연은 열심히 머리를 흔들며 그의 손을 뿌리쳤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저 신경쓰지 마세요.”그녀는 고개를 돌려 떠나려 했고, 반지훈은 그녀를 다시 데려왔다. 강성연은 이번에는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그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