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강성연은 강미현을 힐끗 보더니 손에 든 진주 팔찌를 내려놓으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이번에 들여온 가짜 원석들은 제가 구매한 게 아니니 제 탓이라고 할 수 없죠.”

강미현은 강성연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성연아, 그냥 솔직하게 얘기해. 위너 주얼리는 네 아버지 회사잖아. 아버지가 지금껏 이루어 놓은 것들을 전부 망칠 셈이야?”

“솔직하게 얘기한 건데.”

강성연은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손을 거두었고 그 진주 팔찌를 들고 여자 고객의 앞에 서며 말했다.

“고객님, 저희 위너에서 가짜 진주를 사셨으니 언짢으실 만도 합니다. 돈을 주고 샀는데 가짜였다고 하니 당연히 기분이 나쁘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절대 위너의 명성이 가짜 상품 때문에 떨어지게 하지 않을 겁니다. 이 가짜 상품 문제를 해결한다면 고객님들께 환불해 드릴 뿐만 아니라 정품까지 데려가게 해드릴게요.”

여자 고객은 잠시 당황했다. 환불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주얼리를 가져갈 수 있다면 당연히 좋았다.

“알겠어요. 그럼 설명해 보세요. 그 가짜들은 어떻게 된 건지, 저희는 오늘 해명을 들으러 온 거에요.”

강성연은 구매 부서 직원 앞에 서서 말했다.

“제가 구매 리스트를 줄 때 얘기했죠? 물건들에 문제가 생긴다면 당신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구매 부서 직원은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하지만 그 물건들은 분명 성연씨가 주신 리스트대로 구매한 겁니다.”

“맞아, 성연아. 네가 리스트를 줬잖아. 구매 부서는 그저 네 리스트에 따라서 구매했을 뿐이야. 문제가 생겼다고 구매 부서 직원들을 탓할 수는 없잖아?”

“그럼 강미현씨 탓입니까?”

강성연이 고개를 들며 말했고 강미현은 입을 꾹 다물더니 안색이 확연히 달라졌다.

반지훈은 미간을 구기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위너가 강성연 어머니의 회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강성연이 자신의 어머니가 창립한 회사의 신용을 가지고 장난질 쳤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강성연은 손에 든 원료 구매 리스트를 사람들의 앞에 내놓으며 말했다.

“주얼리에 대해 조금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아실 겁니다. 제가 이 위에 적은 것은 선율산입니다. 서울시 반 이상의 주얼리 회사가 쓰는 최상급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 원석 등등 모두 선율산에서 나오죠.”

몇몇 고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선율산의 광석이 좋기는 하지. 거기서 나오는 에메랄드면 몇십억은 할 텐데.”

“그러니까. 선율산에서 가짜 원석이 나올 리가 없는데 말이야.”

강성윤은 진주 팔찌를 들면서 말했다.

“이 진주 팔찌에 있는 진주는 딱 봐도 진주 가루와 크리스털로 만들어진 거네요. 다들 알다시피 크리스털은 시장에서 아주 값싼 물건이죠. 가격이 금, 은이나 다이아몬드 정도로 비싸지도 않고 품질 또한 높고 낮음이 있죠. 최상급 천연 크리스털은 1그램에 몇만 원 정도밖에 하지 않아요. 그리고 꽤 괜찮은 품질의 크리스털이라면 1그램에 몇천 원 정도 하죠.”

여자 고객은 손가락을 세어 보다가 갑자기 물었다.

“그럼 제 진주 팔찌에 있는 크리스털은 얼마 정도 하죠?”

“아주 싸요. 평범한 크리스털이거든요.”

강성연은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돌려 구매 부서 직원을 바라봤다.

“주얼리 회사에 그렇게 오래 다녔는데 선율산의 원석도 잘 모르나 봐요?”

구매 부서 직원은 안색을 흐리며 고개를 숙였고 강미현은 갑자기 두려워졌다. 그녀는 강성연이 이 궁지에서 빠져나가길 원하지 않았다.

“이 직원들은 선율산에서 구매한 게 맞아. 그런데 지금 가짜가 나왔잖아. 그렇다면 선율산의 원석 또한 전부 진짜는 아니란 걸 의미하지.”

대답이 없는 강성연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에 강미현은 속으로 의기양양해졌다.

그런데 그녀는 곧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이상함을 눈치챘다. 강미현의 안색이 창백히 질렸다. 설마 내가 뭔가 잘못 말한 건가?

강성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강미현 디렉터님, 주얼리 업계에 발 들인 지 꽤 됐을 텐데, 위너 주얼리를 관리하게 됐을 때 선율산에 대해 알아보지 않으셨나 봐요? 선율산의 원석에 가짜가 있다니, 지나가는 개가 웃겠어요. 선율산의 사장님한테 밉보일 뿐만 아니라 같은 업계 종사하는 사람들이 전부 웃을 거라고요.”

강미현의 안색이 삽시에 잿빛이 되었다. 강성연이 말을 끝맺자마자 누군가 소리 내 웃음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가짜 진주 일은 절대 원석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에요. 만약 원석에 문제가 있는 거라면 선율산을 의심해 봐야겠죠. 그런데 만약 선율산에서 구매한 게 아니라면 아마 누군가가 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중간에 손을 써서 가짜를 만들었는지도 모르죠.”

강성윤은 말을 마친 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강미현을 보며 말했다.

“전 S국에서 주얼리 디자이너를 하면서 금, 은, 다이아몬드, 보석, 에메랄드, 마노에 대해 아주 자세히 알게 됐어요. 그런 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못할 것 같았나요?”

강성연은 구매 부서 직원을 보며 말했다.

“구매 부서 사람을 바꿔야겠네요.”

무덤덤한 그녀의 말에 구매 부서 직원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강미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괜히 억지를 부리려 했다.

“성연아, 구매 부서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들을 마음대로 자를 수는 없어. 직원들은 그냥 명령에 따른 것뿐이니까…”

“그러니까 제 리스트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인가요?”

“난…”

강성연은 냉소를 흘렸다.

“아까 다들 보셨죠? 위에 선율산이라고 적힌 거요. 그렇다면 선율산의 원석에 문제가 있었다는 건가요? 전 그때 분명 당부했어요. 문제가 생긴다면 구매 부서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미현씨는 이 회사 상사예요. 직원이 가짜 상품을 고객에게 파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는데 당신이 책임진다고 하면 저도 상관하지는 않을게요.”

강미현은 입술을 깨물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반지훈을 바라봤다.

반지훈은 오늘 강미현의 일 처리 방식에 다소 실망했지만 그녀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점을 알기에 굳이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그러면 구매 부서 책임자를 자르면 되겠네요. 구매 부서에서 문제가 생긴 거니까.”

강성연은 그 말에 참지 못하고 일침을 날렸다.

“회사 디렉터로서 강미현씨는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요?”

강미현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강성연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일까?

반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대꾸했다.

“강미현 디렉터가 주얼리 업계에서 당신보다 견식이 좁은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실수가 생겨도 본인은 모르는데 그녀한테 무슨 책임을 지게 하고 싶은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