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사람이 어떤 태도로 절 대하면, 제가 어떤 태도로 윗사람을 대하지요. 그리고 할머니는 여태껏 절 손녀로 생각하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할머니는 왜 제가 상냥하게 대하길 바라는 거예요?"노부인은 강성연이 여자로 태어나자 한 번도 안아본 적이 없었고 심지어 한 번도 찾아와 본 적이 없었다.예전 철이 들지 않았을 때, 강성연은 엄마, 아빠와 함께 설을 쇠러 고향으로 돌아갔었다. 하지만 그때 할머니가 어떻게 엄마를 괴롭혔는지 그녀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다.하지만 엄마의 반응은 아주 냉담했고 노부인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아마 그 일 때문에 노부인은 그녀가 엄마와 같다고 생각할 것이다.당연히 강성연은 아버지와 초란의 더러운 일 때문에 어머니가 강 씨 가문 사람들에게 냉담했다고 여겼다."성연아, 너 어떻게 할머니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초란은 그래도 노부인에게 잘 보여야 했다. 그녀는 여전히 좋은 며느리의 연기를 하고 있었다."전 그저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에요."강성연은 팔짱을 끼면서 무덤덤하게 말했다."전 위너를 포기하지 못해요. 아버지가 위너를 저에게 물려주지 않는다 하여도 전 위너를 빼앗아올 거예요."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네가 감히!"노부인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제가 감히 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어요."강성연은 냉담하게 이렇게 말한 후 룸에서 나왔다.그녀가 나가기 바쁘게 노부인은 참지 못하고 테이블을 모두 엎어버렸다. 초란은 깜짝 놀랐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위로했다."어머님, 화내지 마셔요. 이후 다른 방법으로 성연이를 해결하면 돼요."노부인은 초란의 말을 듣고 진짜 흥분을 가라앉혔다."저 천 것은 확실히 공은희의 딸이구나. 너의 말이 옳아, 다른 방법으로 처리하면 돼."호텔에서 나온 강성연은 주차장에서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화려한 포르쉐를 바라 보았다.그리더니 다시 차 번호를 확인했다.이건 송아영의 차잖아?송아영은 색상이 환한 차를 좋아하기 때문에 붉은색, 파란색, 자주색 차들만 샀으며
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뭐가 두려운 거야? 다른 사람이 당신이 내 여자라는 걸 다 아는걸."반지훈이 그들의 관계를 공개했는데 누가 모르겠는가?강성연은 그의 손을 뿌리치면서 당당하게 말했다."그래도 저의 체면 좀 봐줘요."그녀는 "반지훈 여자"라는 신분으로 거들먹대고 싶지 않았다!반지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눈빛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과 스킨쉽을 하는 것이 싫은 것이었다.성연이는 그렇게 내가 싫나?강성연은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반지훈 눈에서 소유욕이 꿈틀거리는 걸 발견하고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이 남자는 자신이 그의 여자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곳에서 키스를 할 수도 있었다!그러면 안되잖아!당당했었던 그녀의 표정은 조금 굳어졌다. 그녀는 심지어 조금 불쌍한 느낌으로 낮게 중얼거렸다."사람들 앞에서 저의 엄격한 이미지 좀 세워줘요......"반지훈은 멍해졌다. 그는 그녀가 모든 사람들 앞에서 자신과 가까이 있는 것이 싫어 그렇게 행동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직원들 앞에서 엄격한 이미지를 세우지 못할까 걱정하고 있었다.과연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놔주었다."그래, 알겠어."연희승은 깜짝 놀랐다.반 대표님이 이렇게 쉽게 포기한다고?강성연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떠나려고 했다. 순간 그녀는 떠오르는 것이 있어 몸을 돌리면서 물었다."참, 대표님이 전에 저의 엄마와 리비어 아저씨의 관계를 조사했잖아요. 진전이 있어요?"어젯밤부터 그녀는 이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리비어 아저씨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래도 엄마에 대한 일이 궁금했다.반지훈이 그 일을 조사했으니 실마리라도 조금 찾아냈을 것이다.반지훈은 그녀가 정말 궁금해하는 모습을 보고 꾹 닫고 있던 입을 열었다."오후에 내 사무실에 와."오후가 되었을 때 강성연은 정말 반지훈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그녀가 노크하고 들어가니
강성연은 사진을 자세히 살펴본 뒤에서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리비어는 그녀의 엄마와 나란히 서있는 것이 아니라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서있었다. 하지만 사진을 찍은 사람의 각도에서 볼 때 나란히 걷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만약 연인 관계라면 아주 친근하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리비어 아저씨와 엄마는 아무런 스킨쉽도 없었고 심지어 리비어 아저씨는 엄마에게 조금 공손한 모습이었다.엄마와 리비어 아저씨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순간 노트북이 닫혔다.강성연은 곁에 있는 남자를 보면서 조금 의아해했다."이것 밖에 조사해내지 못했어요?"이걸로 끝이야?반지훈은 그녀의 뒤로 팔을 뻗더니 가까이 다가갔다."키스해줘, 그럼 알려줄게.""싫으면 됐어요. 저 스스로 조사해낼 거에요."강성연이 일어서려고 하자 반지훈은 그녀를 품으로 당겼다.그녀는 반지훈의 무릎에 앉았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다. 이 자세는 좀......"반지훈, 당신의 사무실이라고 함부로......"강성연은 그를 조금 밀쳤지만 반지훈은 그녀를 놔줄 기미가 없었다.그녀가 씩씩거리면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자 그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응? 함부로 뭐?""이 손 놔요."강성연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키스해줘."지금 반지훈은 마치 사탕을 달라고 떼쓰는 아이 같았다."싫어요......""그러면 내가 할게."남자는 그녀에게 반박할 기회를 주지 않고 그녀의 뒷목을 잡더니 진하게 키스를 했다. 그는 마치 강성연을 삼켜버릴 듯했고 눈에서 욕망이 이글거리고 있었다.강성연은 좀 불안했으나 반지훈의 키스 실력이 너무 좋았다. 그녀는 숨이 가빠왔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를 밀치고 싶었지만 어느 곳에 손을 놓을지 몰라 그저 가만히 있었다.반지훈은 오랫동안 키스를 하고 나서야 아쉬운 듯 입술을 뗐다.강성연은 숨이 가빴지만 속으로 경계하고 있었다.그녀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가 언젠가 그에게 잡아 먹힐 것을 알고 있었다!"지금은 알려줄 수 있어요?"그녀는 억지로 화제를 돌렸다.반지훈은 손
“아저씨가 말씀하신 건 연씨 가문이죠?”강성연이 알게 되자 리비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느긋하게 대꾸했다.“그녀의 일에 있어서는 네가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뒤에 알려줄 생각이었다. 성연아, 네가 앞으로 어떤 일들을 알게 되더라도 절대 네 어머니를 원망하지는 마라. 사실 네 어머니는 널 무척 사랑한단다. 그녀는 자신이 떠난 뒤에 네가 강씨 집안에서 잘 지내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네 옆에 나타난 이유다.”리비어는 강성연을 입구까지 데려다주고는 인사를 건넸고 강성연은 차를 타고 떠났다.멀지 않은 곳, 줄곧 강성연의 뒤를 밟고 있던 강미현은 그 시각 차 안에 앉아 두 손으로 핸들을 꽉 쥐고 있었다. 그녀는 강성연이 낯선 남자의 집에서 나오는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었다.핸드폰에 찍힌 사진을 보며 그녀는 음험하면서도 차가운 미소를 흘렸다.천한 것, 이제 나한테 약점을 잡힌 거야!강씨 집안.섹시한 잠옷 치마를 입고 욕실에서 걸어 나온 초란은 이미 잠이 든 강진의 모습을 보고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어젯밤부터 강진은 그녀의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강씨 할머니가 공은희 그 천한 것의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었다.그녀는 강진의 옆에 자리를 잡더니 그의 허리를 껴안고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여보...”강진은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그녀를 밀어냈다.“나이도 있는데 체면은 생각도 안 하네. 난 서재에서 잘게.”초란은 강진이 무정하게 자신을 버리자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산 사람이 그 죽은 여자보다 못하다는 건가?하지만 강진이 당시 진심으로 공은희를 사랑했다면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아니면 남자들은 원래 옛것을 찾는 것들이라 지금은 그녀에게 질려서 옛사랑을 그리워하는 것일까?최근 임신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초란은 그냥 이렇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무언가 떠올린 그녀는 눈빛이 표독스러워졌다. 강진이 그녀에게 손을 대려 하지 않으니 그녀도 봐주지 않을 생각이었다.**강미현은
“절대 강성연한테 홀리지 말아요!”그 말도 잊지 않았다.홀리다니?확실히 강미현이 보기에 반지훈은 강성연에게 홀려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보기에 강성연은 남자를 꾀는 불여우였다.강성연은 팔짱을 두르더니 덤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치 강미현이 말한 사람이 자기가 아니라는 듯 말이다.반지훈은 손을 들어 강성연의 턱을 쥐더니 입꼬리를 살짝 끌어 올리며 말했다.“진짜야?”“...”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 반지훈은 전혀 화가 나 보이지 않았다.강성연은 한숨을 쉬었다.“그랬죠. 어젯밤 그 남자 집에서 그 사람이랑 한 시간 동안 같이 있었어요.”강미현은 강성연이 인정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불난 집에 부채질하며 말했다.“지훈씨, 제가 한 말 거짓말 아니에요. 강성연은...”“안에서 한 시간 동안 뭐 했는데, 응?”“할 거 다 했죠.”강성연은 살짝 웃으며 말했고 사람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그들이 보기에 강성연은 자신의 무덤을 파고 있었다.반지훈은 입을 꾹 다물더니 그녀를 둘러업었다.“아! 반지훈씨, 뭐 하는 거예요? 내려 줘요! 망할!”강성연은 반지훈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둘러업자 불같이 화를 냈다. 반지훈은 그녀를 둘러업고 그녀의 사무실로 향했고 그 자리에 남겨진 강미현은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안색이 점점 더 안 좋아졌다.왜 이렇게 된 걸까?지훈씨는 내 말을 믿지 않는 걸까?“반지훈씨 Zora씨한테 화가 난 것 같지 않네.”“딱 봐도 질투하는 거잖아. 화는 무슨, 이간질에 실패했네.”“다들 입 다물어요! 다들 뭘 안다고!”강미현은 그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고 그 직원들은 그녀를 완전히 무시하고 자리를 떴다.강미현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빌어먹을, 두고 보자고. 이 사진들을 인터넷에 올린다면 반씨 집안사람들이 강성연처럼 단정치 못한 여자를 받아들일 수 있겠어?사무실 안, 반지훈은 강성연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고 강성연은 화가 나서 그를 주먹으로 때렸다.“반지훈씨, 어디 아파요?
...이런 지경까지 오다니!강성연은 무덤덤한 얼굴로 사무실로 돌아갔다. 다행히도 반지훈이 떠났다.“성연아!”몸을 돌리니 송아영이 그녀를 덥석 끌어안았다.“엉엉엉, 비너에 있지 않다며? 왜 나한테 얘기 안 해준 거야?”송아영은 잠시 망설이더니 갑자기 가성연을 놓아주고는 그녀의 몸에 대고 킁킁거렸다.“너 몸에서 왜 남자 향수 냄새가 나?”강성연은 심장이 철렁했지만 무덤덤한 얼굴로 시선을 옮기며 대꾸했다.“냄새가 나?”“나는데!”송아영은 다시 한번 코를 박고 킁킁대더니 미간을 살짝 구기며 말했다.“구찌 향수네. 이거 익숙한 냄새인데. 아, 이거 그 반지훈씨...”강성윤은 그녀의 머리를 밀어내며 말했다,“개 코냐? 왜 날 찾아왔는데?”“얼굴 안 본 지 한참 된 것 같은데 나 전혀 안 보고 싶었나 보네. 흥, 역시 남자 때문에 친구를 잊은 거네.”송아영은 팔짱을 두르며 콧방귀를 뀌었다.강성연은 사무실 책상 앞에 앉으며 말했다.“하하, 너도 남자랑 데이트하러 갔잖아?”“그거 데이트 아니야. 우리 아빠가 꼭 그 남자랑 같이 밥 먹으라고 한 거야. 너도 알다시피 우리 아빠 매일 나한테 시집가라고 잔소리하잖아. 지금 당장 시집 보내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송아영은 책상 앞으로 걸어가서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성연아, 네가 나 좀 도와주라.”“내가 뭘 어떻게 도와줘?”“나 요즘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거든. 참, 너 바닷가 쪽에 있던 집 팔았어? 안 팔았으면 거기서 잠시 지내도 돼?”송아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러면 거기서 지내. 거기 아직 안 팔았거든.”송아영은 감동에 못 이겨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성연아, 너 진짜 짱이야. 넌 내 복덩어리야. 쪽!”말을 마친 뒤 그녀는 흥분한 얼굴로 강성연의 손에 입을 맞췄고 강성연의 표정에 금이 갔다.**며칠 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리비어가 어떤 여자와 만나다# 라는 소문이 돌자 업계 사람들은 의논이 분분했고 어떤
반지훈까지 강성연에게 완전히 홀려버렸고 심지어 몇 번이나 강성연을 상대하려 했지만 매번 손해 보는 건 그녀의 딸이었다.초란은 잠시 생각했다. 강성연의 뒤에서 누군가 그녀를 돕고 있는 게 확실했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자신만만할 수가 없었다!심지어 반지훈도 미끼를 물었다.더욱 의외인 점은 재벌가에서 꽤 권세 높은 리비어가 강성연을 자기 조카라고 칭했다는 점이다.설마 줄곧 그녀를 돕고 있던 사람이 바로 그 리비어일까?하지만 리비어는 40대였고 초란과 비슷한 나이였다. 강성연을 자기 조카라고 하는 걸 보면 설마...공은희 그 여자인 것일까!초란은 저도 모르게 사색에 잠겼다. 생각해 보면 그녀는 단 한 번도 공은희를 만난 적이 없었지만 공은희의 일을 조금 전해 들은 적이 있었다.공은희는 당시 위너 주얼리를 세워 강진 대신 서울시에서 자리를 잡았고 강진을 도와 이 사업을 일구었다. 그런 걸 보면 공은희는 꽤 능력 있는 여자였다.하지만 그녀의 신분은 완전히 베일에 감춰져 있었다.공은희는 오래 살지 못했고 강성연이 7살 때 병으로 죽었었다. 만약 그녀가 죽지 않았더라면 초란과 그녀의 딸이 강씨 집안에 올 수 있었을 리가 없었다.인제 보니 공은희 그 여자의 신분을 제대로 조사해봐야 했다. 만약 그녀가 진짜 리비어와 친척 관계라면 앞으로 두 모녀가 강성연을 상대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었다.로열 음악 학원.강해신은 금빛이 가득한 홀에서 연주 레벨 테스틀 하고 있었다. 아이는 다른 아이와 함께 에이지 랩소디를 연주했고 무대 아래 선생님들은 어린 나이에 엄청난 실력을 갖춘 강해신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그의 연주는 옆의 친구보다 훨씬 더 뛰어나고 스무스했다.역시나, 강해신은 결국 S급 카드를 받고 결승에 들어갔다.강해신이 무대 뒤로 왔을 때 강해신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아이들이 강해신의 앞길을 막았다.“야, 너 아빠 없는 아이라며. 너 뭐 수 쓴 거 아니야?”강해신은 아빠가 없다는 말에 안색이 다소 어두워졌다.“넌 어느 눈알로 내가 아빠
강해신은 작은 머리를 들어 그를 보며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그런데 왜 도와주셨어요?”“누가 널 도왔다고 그래?”육예찬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쪼그마한 놈이 선생님께 말버릇이 그게 뭐야?”“저 안 작거든요.”강해신은 볼을 부풀리며 화를 냈고 육예찬은 손을 들어 그의 키를 가늠하며 말했다.“너 요만하잖아. 아니야?”강해신은 당당하게 말했다.“저 앞으로 클 거예요!”“어우, 그러셔? 그래도 지금은 쪼그마한데.”육예찬은 강해신이 머리가 좋을 뿐만 아니라 자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보아냈다. 그는 조금 전 레벨 테스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따낸 강해신이 꽤 마음에 들었다.그런데 강해신의 얼굴이 어쩐지 익숙하게 느껴졌다.“저 피아노 연습하러 가야 해요. 안녕히 가세요, 선생님.”강해신은 두 손을 허리에 올리더니 작은 발을 옮기며 자리를 떴고 육예찬은 아이가 멀어지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누구 집 아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재밌는 녀석이었다.방과 후, 강시언과 강유이는 차를 타고 강해신을 데리러 왔다.“그 로열 음악 학원 아저씨 무섭지 않아? 성격도 안 좋고 욕도 한다던데, 구천광 아저씨가 그보다 성격은 훨씬 나은 것 같아!”강시언의 얼굴에는 궁금증이 가득했다.강해신은 손을 펴 보이며 말했다.“그냥 소문일 뿐이야. 난 별로 안 무섭던데. 그냥 말을 좀 거칠게 하는 것뿐이야.”강시언이 대답했다.“얘기 들어보니까 육씨 집안이 엄청나대. 그 아저씨 어머니가 S국의 귀족이라고 하더라.”강유이는 눈을 반짝였다.“귀족이면 TV에서 나오는 것처럼 예쁜 옷 입고 화려한 마차 타는 거지!”강시언은 두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바라보자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뭐, 그렇지 않을까?”운전하던 안젤라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세 아이는 또 무슨 계략을 꾸미고 있는 듯했다.반씨 저택.세 아이는 밥을 먹을 때 이따금 아빠와 엄마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그들의 분위기가 이상한 듯했다.반지훈의 아버지는 갑자기 일이 생겨서 옛 저택으로 향했고 그로 인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