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설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원유희도 윤설이 자기 아버지를 살해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근데 왜 허은비랑 윤설이 이 타이밍에 통화했을까? 설마 진정한 범인은 다른 사람이야?’윤설이 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고 더군다나 윤설은 계속 스튜디오에 있었기에 알리바이도 있었다. 스튜디오에 있는 다른 직원들은 윤설을 위해 증언할 수 있었다.허은비에서 단서가 끊어졌다.경찰은 허은비의 치명상은 두부에 있다고 했고 현장에서 다른 사람의 지문을 발견하지 못한 이상 흉기를 찾아야 조사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원유희는 조사에 협조한 후 아래층으로 내려가 떠날 준비를 했다. 막 차에 오르려는데 윤설이 다가왔다.“조한이가 다쳤다며? 네 엄마를 죽이고 지금은 또 아이들을 해치려고 하는 거야? 역시 신통해.”차 문을 잡고 있던 원유희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손가락 관절은 원유희의 얼굴색과 마찬가지로 하얗게 변했다. 그러다가 김신걸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뒤 돌아보지도 않고 운전기사더러 차를 몰고 떠나라고 했다.원유희는 회사로 돌아와 의자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오 비서가 들어온 후 원유희는 그에게 허은비가 살해된 일을 말했고 허은비의 주변 인물에 관해 물었다.오 비서는 허은비가 평소에 동료랑 자주 지냈지만 특별히 가깝게 지내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이 얘기를 듣자 원유희는 더 이상 묻지 않았고 오 비서더러 다른 직원들한테 잘 생각해서 경찰이 오면 사사건건 다 말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경찰은 원유희보다 더 전문적이었기에 꼭 사람을 시켜 조사하러 올 것이다.경찰은 오후에 왔고 원유희에게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허은비를 죽인 살인 흉기는 야구 방망이로 추정되고 DNA 검사 한 후 야구 방망이 위에 있던 피는 허은비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범인은 지문을 다 처리해서 아직은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원유희는 그렇게 빨리 범인을 찾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고 진정한 범인은 깊숙이 숨겨져 있었다.“그날 묘지에 와서 우리 엄마를 죽인 사람은 허은비가 아닐
제성으로 돌아온 김명화도 원수정의 죽음을 알고 묘지에 가서 살펴보았다.심지어 김영을 만났지만 그는 못 본 척했다. 김명화는 경찰이 이미 불어봐야 할 거 다 물어봤다고 생각했고 그저 혹시나 해서 와본 것이다. 한 바퀴 돌았지만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고 떠났다.집에 가서 라인에게 전화했다.라인은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앉아 한가하게 술을 마시고 있는 김명화를 봤다.“언제 왔어요? 다 끝났어요?”라인은 다른 소파에 앉았다.“원유희 헬기 사고 나던 날, 너 강구에 있었지?”김명화는 예리한 눈빛으로 라인을 쏘아보았다.“추락 사고?”라인은 뜨끔했지만 겉으로는 의아하다는 듯이 기억을 되살리는 척했다.“그날에 그냥 집에 있었어요. 안 믿기시면 제 차 블랙박스를 확인해도 되고요. 그나저나 요 며칠 안 계시는 사이에 원수정의 죽음에 대해 알아봤는데 수상해요.”"말해봐."“원수정은 살해당하고 산속에 버려졌어요. 허은비, 그러니까 원유희 비서까지 조사했는데 그 비서가 윤설이 원유희 곁에 심어 놓은 스파이라고 하더군요. 근데 마침 윤정을 독살한 사람도 허은비더군요. 윤정은 윤설의 아버지인데 정상대로라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더 조사해보았더니 이런 것이…….”라인은 종이 한 장을 꺼내 김명화에게 건네줬다.김명화가 손에 넣은 유전자 검사 결과였다. 게다가 윤정와 윤설의 유전자 검사 결과였는데 뜻밖인 결과를 보자 김명화는 눈썹을 찌푸렸다.“부녀 사이가 아니라고?”“장미선 씨랑 다른 남자 사이에서 생긴 아이로 추정돼요. 인제야 윤정 씨가 왜 모든 유산을 원유희랑 원수정 씨에게 물려줬는지 이해가 갈 것 같아요.”“그러니까 교통사고도 그렇고 독살도 다 장미선 모녀의 짓이야?”“교통사고는 별다른 수상한 점을 못 찾았어요. 아마도 사고가 맞는 것 같아요. 근데 독살은 장미선 모녀랑 반드시 관계가 있을 거에요. 그나저나 김신걸은 이 일을 미리 알고 있었을 수도 있잖아요?”김명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실이 어떻든 중요하지 않아, 원유희가 김신걸이
원유희는 지금 김신걸의 걸음 소리, 롤스로이스의 엔진 소리를 익혔고 예민할 정도로 그 소리에 민감했다.사람이 들어오자 김명화가 보였다.“멍때리고 있어?”김명화는 제집인 것처럼 편하게 소파에 앉아서 원유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살이 많이 빠졌다."원유희는 말하지 않아도 김명화가 이미 어머니의 죽음을 알고 있다고 믿었다."몸조심해, 이모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바로 너야."원유희는 시선을 떨구고 고통을 감추었다."급선무는 살인범을 찾는 거야." 김명화가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의심하는 사람이 있어?"원유희는 짜증 난다는 듯이 자기의 머리카락을 헝클어 버렸다.“윤설이라고 의심은 하고 있는데 그럴 리가 없잖아요……아빠 딸인데…….”"확실해?"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들어 김명화의 말속에 뜻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무슨 뜻이에요?"김명화는 말을 하지 않고 유전자 검사 결과를 건넸다.원유희는 그 종이를 들어 보았고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이……이게 뭐예요? 윤설이랑 우리 아빠가 유전자 검사를 했어요? 심지어 불일치가 나왔다고요? 그……그럴 리가요?”“사실이야.”김명화가 말했다.원유희는 멘탈이 거의 붕괴했고 눈물이 종이에 뚝뚝 떨어졌다.“어떻게……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아빠는 윤설 때문에 엄마랑 헤어졌고 심지어 한 평생의 행복까지 희생했다. 그런데 지금와서 윤설이랑 아빠가 남남이라니? 친딸이 아니라고?’원유희는 갑자기 그 유언장이 생각났다.“그래서 아빠가 유산을 다 나랑 엄마한테 물려줬군요. 왜 그랬는지 계속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게……그 이유였군요. 근데……근데 친아빠는 아니었지만 아빠는 윤설을 엄청나게 잘해줬잖아요. 낳은 정은 없지만 기른 정은 있었잖아요?”원유희는 어떻게 사람이 수십 년 동안 함께 지낸 가족을 살해할 정도로 악랄한 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윤설은 질투심과 복수심이 강한 사람이야. 게다가 아저씨가 모든 유산을 너와 이모에게 줬는데 쟤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멘붕이 온 원유희는 이마
원유희는 종래로 김신걸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명실상부한 악마다.하지만 그녀는 그가 윤설을 이렇게까지 감싸줄 줄은 생각조차 못 했다!”"내가 전에 말했잖아. 김신걸은 윤설을 좋아한다고. 내가 함부로 하는 말이 아니야.""그만 해요!" 원유희는 더 이상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은 온통 증오와 분노로 가득 차 눈물을 끝없이 흘렸다.김명화는 그녀를 꼭 껴안았다."울어. 울면 편해져. 내가 네 곁에 있어 줄게"원유희는 편안하게 그의 품에 기대었다. 아무것도 따지고 싶지 않았다. 절망적이었다."내가 올 타이밍이 아닌 것 같군." 차가운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김명화는 얼굴을 돌렸다. 온몸에 포악한 기운을 띤 김신걸이 걸어오고 있었다.김명화의 품에 안겨 있던 원유희는 바로 김명화를 밀치지 않고 오히려 주먹을 꽉 쥐었고 눈은 증오로 가득 찼다."형, 오해하지 마요. 유희가 지금 슬퍼해서 그래요." 김명화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손은 여전히 원유희의 몸을 껴안았다.김신걸의 검은 눈동자가 차가워 났다. 그는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원유희를 잡아당겼다. 너무 거칠어서인지 원유희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고 곧바로 김신걸의 튼튼한 가슴에 부딪혔다."음…….”원유희의 눈물까지 그의 블랙 셔츠에 묻었다."형, 뭐 해요?"김명화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김신걸을 바라보며 일어났다."내가 내 여자한테 뭘 하는지 너한테 말해야 해?" 김신걸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기운이 배어 있었고 공기 중 수증기마저 얼음이 될 지경이었다."이건 네 일이 아니야, 꺼져!"김명화의 얼굴은 이상하리만큼 차가웠다.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원유희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작은 오빠, 먼저 들어가세요."원유희는 그를 위협받을 때 빼고는 '작은 오빠'라고 부르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녀가 그렇게 견고한 것을 본 김명화는 눈을 부릅뜨고 김신걸을 쏘아보았다. "할 말이 있으면 대화로 잘 풀어요. 유희를 계속 자극하지 말고요."그는 말을 마치고 거실
원유희는 김신걸의 상대가 아니었고 결국 잠자리를 갖게 되었다.그녀가 깨어났을 때, 바깥의 날은 이미 밝아졌고, 강한 햇빛은 원유희의 눈을 찔렀고, 눈물은 구슬처럼 떨어졌다.원유희는 침대에서 내려 욕실로 갔다. 씻다가 옆에 있는 컵을 떨어뜨렸는데 컵은 바닥에 닿자마자 산산조각이 났다.원유희는 쪼그리고 앉아 조각을 주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욕실 문이 열리자 김신걸이 들어왔다.파편을 들고 멍하니 바라보는 원유희를 보고 다가가 파편을 가져가 바닥에 던졌다“아랫사람들을 시켜, 배고프지? 아침밥이 다 됐어.”원유희는 김신걸에게 끌려 아래층 식당으로 향했다. 준비된 아침은 그대로였는데 마치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이 시각은 이미 10시가 거의 됐다.그러나 지금 김신걸이 원유희와 함께 먹는 것은 그도 아침을 먹지 않았다는 것을 설명한다.둘은 같이 밥을 먹으면서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그냥 없던 걸로 지나간 것 같았다.김신걸은 그녀에게 우유를 따르고 그녀의 곁에 놓아줬다. 그리고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원유희를 힐끗 쳐다봤다."오늘 집에서 쉬어."김신걸은 약간 무거운 소리로 말했다."회사에 갈래.”원유희가 말했다.“그 몸으로?”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다시 언급하는 셈이었다. 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고 시선을 깔아 긴 속눈썹으로 그녀의 감정을 감췄다. 김신걸은 원유희의 다운된 컨디션이 느껴졌고 표정도 다소 굳어졌다.‘어제 네가 거부하지 않았다면 난 널 강제로 안 지 않았을 거야.’"배불러." 원유희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차가 떠나는 소리가 났다.김신걸은 화가 엄청나게 났지만 꾹- 참았다. 하지만 누구도 그 기운을 무시할 수 없었고 식탁 쪽으로 가려던 아주머니도 흠칫 놀라서 감히 다가갈 수 없었다.원유희는 차 뒷좌석에 앉아 넋을 잃고 차창 밖을 바라보았는데 몸에 성한 곳이라곤 없었다.‘화를 내? 어차피 소용없어.’김신걸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랑 화를 내는 것은 시간과
윤설은 고개를 들자 원유희를 보고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험상궂게 변했다.“원유희, 뭐 하는 거야!”“네가 우리 아버지를 독살하고, 네가 우리 엄마를 죽였어. 난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원유희는 칼을 꺼내 윤설을 찌르려 했다.“아!”장미선은 놀라서 얼른 윤설을 끌고 뒤로 물러섰다.“원유희 너 미쳤어? 윤정은 쟤 친아빠인데 누가 자기 아빠를 죽여?”“유전자 검사 결과에 분명히 친자 불일치라고 했어. 넌 나에게 유산을 다 준 아버지를 원망 되어 독살하려고 했지, 맞지?”원유희는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 원유희가 이 사실을 알게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장미선과 윤설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쟤는 어떻게 알았대?’위험한 칼자루를 보면서 장미선과 윤설은 그저 원유희를 안정시키려 했다. 만약 칼에 찔리기라도 하면 정말로 큰일이 생기기 때문이다.“원유희, 함부로 하지 마. 네가 설이를 다치게 한 사실을 신걸이가 알면, 신걸이가 널 가만히 놔둘 것 같아?”장미선은 김신걸을 가지고 원유희를 겁주었다.“내가 지금 걔를 무서워할 것 같아요? 당신들만 죽으면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원유희는 칼을 들고 윤설을 찌르려 했다."아!" 윤설과 장미선은 깜짝 놀랐다.원유희는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윤설과 장미선을 다 죽이려고 했고 그래야만 복수가 성공된다고 생각했다.지금 원유희의 눈에는 복수만 보였고 다른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원한을 담아 그 모녀를 찌르려던 순간, 누군가가 원유희의 손목을 잡았다. 원유희는 충격을 받고 얼굴을 돌렸다. 그러자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김신걸이 보였고 검은 그림자는 그녀를 뒤덮었다.‘김신걸은 왜 여깄어? 왜 날 말렸어?’윤설은 김신걸이라는 것을 보자마자 놀라서 울기 바빴다."신걸 씨, 마침 잘 왔어. 원유희 미쳤어. 쟤 지금 나랑 우리 엄마를 죽이려고 해!"“놔!”원유희는 발버둥 쳤지만 쇠사슬에 묶인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이어서 김신걸은 그녀의 손에 있는 칼을 빼앗아 던졌다.
여태 윤설만을 증오해오던 그녀는,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김신걸이 가장 원망스러웠다!"이번 일은 앞으로 계속 조사하게 될거야......"이때 한창 이어가던 김신걸의 말을 원유희가 끊어버렸다. "그만해."그러자 김신걸은 눈썹을 약간 찌푸리고는 그녀를 노려보았다."너 지금 대체 뭐하자는거야?”원유희는 더이상 말을 섞기도 귀찮아 아무 말도 않았다. 그녀에게는 지금 모든 것이 우습게 보였다.한편 어느새 롤스로이스는 회사 건물 아래에 멈추었고 원유희는 곧바로 차에서 내렸다.그때 김신걸이 말했다. "이따 저녁에 애 데리고 별장에 갈게.""나 별장에 안 갈거야." 원유희는 차갑게 말을 던지고는 고개를 돌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그러자 김신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사무실로 돌아온 원유희는 곧바로 소파에 앉았다. 사무실은 전이랑 별 다를 바 없긴 했지만, 그녀의 손은 한참동안 바들바들 떨었다. 그손은 바로 전에 칼로 사람을 찌른 손이었다.그 순간에는 원한을 품은 채 흥분을 참지 못하고 저지른 일이긴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끔찍했다. 그러나 그녀는 후회하지 않았다. 만약 다시 한 번 기회가 온다면, 여전히 그렇게 했을것이다!그녀는 단지 윤설을 못 죽인게 아쉬울 뿐이다.김신걸이 말리지만 않았더라면 그녀는 진작에 부모님의 복수를 완성했을 것이다!이번 일이 실패로 돌아가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그녀 또한 잘 알고 있었다.김신걸은 윤설을 지키려고 젖 먹던 힘을 다해 원유희를 막을 것이다.그리하여 원유희는 매우 속상한 마음에 몰래 눈물을 흘렸다.그때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원유희는 비로소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물을 겨우 삼켰다.그녀를 찾아온 사람은 회의에 대해 설명하러 온 오서진이었다.원유희는 회의실에 앉아있긴 했지만 정신줄을 놓아버려 비서가 뭐라 하는지 하나도 듣지를 못했다.그렇게 멍을 때린 채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그녀는, 사무실에 또 다른 누군가가 온 것을 발견했다."나는 내가 투명인간이라도 된 줄 알았어
사실 원유희가 정말로 마음 먹고 한 판 붙으려 한다면 김신걸도 감히 그녀를 어떻게 할 수가 없을 것이다.어쨌든 아이가 셋이나 있으니까.한편 사무실에 남겨진 원유희는 일을 하면서도 조금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머릿속은 그야말로 텅 비어 있었다.그녀가 정신을 차릴 때쯤은 이미 점심이 되었다.하지만 입맛이 없었던 그녀는 사무실을 아예 떠났다."원 사장님, 식사 하셨어요?" 오서진이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하지만 원유희는 못 들은 것처럼 곧장 앞을 지나갔다.오서진은 그녀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설마 허은비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건가?얼마 후, 원휴희는 차를 타고 묘지로 향했다.윤정과 원수정의 묘지 앞에서 무릎 꿇은 그녀는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그녀는 갑자기 살아가야 할 방향을 찾지 못할 것 같았다.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유독 이런 생각이 자주 들었다.아무것도 제대로 할 줄 모르고, 아이도 잘 키우지 못하고, 부모도 모두 죽고, 살인자는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이 지경에 내가 살아서 숨 쉬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아빠, 엄마... 나 이제 어떻게 살아야 돼?" 원유희는 흐느끼며 울었다."나 이젠 아무것도 없어! 그냥 몸뚱아리 하나만 남아있단 말이야. 나도 죽으면 더이상고통스럽지 않을가?”힘이 없을 정도로 울고난 유가연은 얼마 후 묘비 옆으로 쓰러졌다.그녀의 인생은 정말 말 그대로 절벽 끝까지 이르렀다.더이상 희망의 불빛은 보이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 만큼은, 그녀는 엄마, 아빠 곁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싶었다. 사실 어린 나이의 그녀는 아직 아이이긴 하다.또래의 다른 친구들은 흔히들 엄마 아빠 품에서 애교를 부리곤 하는데, 그녀의 인생은 이미 형편없이 망가져있는 상태였다...."유희야? 얼른 일어나봐, 유희야..."한참이 지난 후, 원유희는 어렴풋이 눈을 떴다. 무기력한 그녀의 시선에는 걱정스러운 눈빛을 한 표원식이 보였다. "교장선생님...""너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야?